뇌요미 박경이 있기까지

뉘집 자식인지 참 잘 컸다. 음악적 재능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문제적 남자>에서 명석한 두뇌까지 입증!
‘블락비’ 박경의 어머니 이종희씨를 만나 아들 잘 키운 노하우 5가지를 들었다.

성공적인 아이돌 가수로 성장한 박경에겐 목동 일타 영어강사로 유명한 누나 박새힘, 연세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하는 남동생 박찬이 있다. 삼남매가 각자 재능과 성향을 발견해 일찌감치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던 데는 어머니 이종희씨의 교육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바로 신뢰에 기반한 자유방임주의가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를 신뢰하는 것이에요.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확신이 있다면, 어떤 달콤한 이야기에도 쉽게 현혹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아이가 좀 튀는 행동을 해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아도, 옆집 아이에 비해 학원을 덜 다니는 것 같아도 부모의 주관이 견고하면 아이는 흔들림 없이 잘 자라요. 믿음이란 큰 울타리 안에서 아이는 꿈을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1. 어릴 땐 다양한 예체능 경험부터

박경의 집에는 늘 음악이 흘렀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가르쳤던 이종희씨의 영향이다. 삼남매는 어릴 때부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도레미송’을 서로 화음을 넣어가며 불렀고, 함께 차를 타고 갈 때면 늘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도 많이 봤고,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비디오는 시리즈별로 감상했다. “아이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어 어려서는 여러 예체능 학원에 보내봤어요. 피아노, 바이올린을 주로 했는데, 경이는 태권도, 미술, 수영도 조금씩 해봤어요. 다양하게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공부는 어차피 학교에 입학하면 하기 싫어도 할 테니 일절 강요하지 않았고요. 경이도 그때의 경험과 집안 분위기 덕에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아요.”
박경은 어떤 분야든 습득력이 빨랐다. 수영도 선수반까지 갔는데 중이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뒀을 정도다. 흥미가 생기면 금방 빠져들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눈길조차 주지 않아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관심사를 잘 판단할 수 있었다고. 예체능에 두루 소질이 있었지만, 특별히 가르치지 않아도 뛰어났던 분야는 바로 수학이었다.
“레고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뭐든 작게 그림을 그려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걸 잘했죠. 그런 성향이 지금 음악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경이가 어릴 때부터 막내에게 수학을 가르친 거예요. 공식을 외우지 않고도 원리를 스스로 이해하더라고요. 많은 선생님들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선 ‘machine’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수학 쪽 머리는 타고난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경이가 수학과 관련 있는 직업을 택할 거라고 예상했죠.”

2. 관심 분야 발견하면 확실하게 서포트

아이의 관심사와 재능을 찾아주는 건 온전히 엄마의 몫이다. 주의 깊게 관찰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분명 있다는 것.
“경이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어요. ‘빨리 읽으면 더 많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속독학원에 보냈죠.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었는데, 효과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경이도 언젠가 방송에서 얘기하더라고요. 친구가 재미있다고 빌려준 책을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였다고요. 전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싶으면 즉각 지원해주는 편이었어요.”
최근 IQ 156으로 멘사회원이 된 박경은 0.0002%만 들어갈 수 있다는 수학 영재원 출신. 그것도 엄마의 치맛바람으로 영재원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시험에 합격했다고.
“초등학교 때 줄곧 회장을 도맡아했는데, 선생님께서 영재원 시험을 보라고 권유를 하셨어요. 1차부터 3차까지 주로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었는데 덜컥 합격하더라고요. 대학 부속 영재원이었는데, 주말에 한 번씩 교수님께 독서와 문제 접근법에 대해 수업을 받았어요. 대학 수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그러면서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왕성하게 발달하고 충족된 것 같아요.”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건 절대 반대예요.
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독특한 것’을 찾아주세요.
아이러니하지만, 정보의 부재가 큰 도움이 된 듯해요.
너무 많은 정보가 때론 아이를 망치거든요.
아이의 생각과 엄마의 생각이 설사 다를지라도
엄마가 소신을 갖고 아이를 믿어주면 그만이에요.

3.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굳건하게

음악, 영재원, 유학 등 단어만 보면 마치 이씨가 극성 헬리콥터맘인 듯하지만, 실은 전혀 반대다. 학원을 강요하기보단 아이들이 스스로 교육정보를 찾아오도록 유도했다. 학원을 보낼 때도 아이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동의하면 등록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음악을 접했고, 우연한 기회에 영재교육을 받았으며, 유학조차 박경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었다고.
“미국에 친척이 많아서 중학교 때 방학이 되면 몇 개월간 그곳에서 지내곤 했는데, 그때 기억이 좋았는지 중학교 졸업 후 유학을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단, 친척들이 없는 곳으로요. 저 또한 가족들 많은 곳으로 보내긴 싫었어요. 왜냐하면 친인척들이 저한테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올 것이고, 경이한테는 또 엄마 같은 마음으로 잔소리를 할 테니까요. 때가 되었으니 완벽히 독립하길 바랐어요.”
이종희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월드 디즈니 만화영어를 원어로 보여줬는데, 덕분에 아이들 모두 영어를 어렵거나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특히 박경은 초등학생 누나가 파닉스를 공부할 때 어깨너머로 보고 배울 정도로 언어 습득 능력 또한 뛰어났다.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에 큰 어려움 없이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는 뉴질랜드 유학이 붐을 이룰 때였다. 이종희씨는 유학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유학과정을 알아보았는데, 처음엔 현지 적응을 고려해 한국 아이들이 몇 명 있는 뉴질랜드의 중소도시에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자연스레 한국 아이들과만 어울리는 걸 보고는 한 학기를 마친 뒤엔 동양인이 한 명도 없는 외곽의 한 학교로 옮겼다.
“노부부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아무래도 대화가 적었죠. 그때 경이가 외롭다고 해도 무심한 척했어요. 왜냐하면 유학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결정 후에는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에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방학 때도 한국으로 와서 쉬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 미국 친척집으로 가게 했어요. 경이 방학에 맞춰 제가 미국으로 가서 아들을 만났죠.

4. 부모 욕심보단 아이가 찾은 꿈을 향해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가족 누구도 박경이 가수의 길을 걸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했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13학년까지 마치고 대학에 진학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박경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유학생활의 외로움 때문이었다. “경이는, 유학 가지 않고 한국에 있었으면 음악을 못했을 거라고 말해요. 가족과 떨어져 있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음악이 가능했다고요. 한국에선 아마 입시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거라고요. 유학 중에 초등학교 동창인 지호(지코)와 꾸준히 연락을 했나봐요. 둘이서 ‘하모닉스’란 그룹을 만들어 <편지>란 곡을 녹음하고, 음악사이트에서 음악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쌓았고요. 그 곡으로 소속사에서 연락이 와서 지호가 먼저 들어가고, 경이를 추천하면서 지금의 길을 걸을 수 있었죠.”
부모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반대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편지>란 곡을 듣고 왜 이제야 아이의 재능을 발견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랩 하면 욕설과 거친 표현들이 난무하는 가사를 떠올리지만, 이 곡은 가사가 무척 서정적이고 좋았다고.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후회할 것 같다고 공부와 꿈의 순서를 바꾸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가수를 먼저 시작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죠. 그 이후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오로지 연습에만 몰두했어요. 공부에 아쉬움이 좀 남지만, 멘사 시험을 통과한 후론 걱정을 덜었어요. 아이돌 가수 외에도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둔 셈이고 인정받은 거니까요. 현재는 경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해 보여요. 그거면 됐어요.”

5. 긍정 마인드는 화목한 가정에서 비롯된다

무대에서든 예능에서든 늘 밝고 긍정적인 귀요미로 통하는 박경. 그의 온화한 성품은 인성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 아이의 말을 늘 귀담아듣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가 되어주려고 노력했어요. 저의 이런 교육방식은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큰데, 제 어머니께서도 한 번도 ‘아니야’ 하신 적이 없거든요. 그런 긍정적인 태도에서 배워 저도 아이들에게 늘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박수도 많이 쳐줬어요. 그런 과정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또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는 부부의 모습도 중요하다고 꼬집는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환경에서 자라면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모로서의 권위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남편은 아무리 바빠도 가족행사에는 꼭 참여했어요. 아이들의 친구 관계도 잘 알고 늘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아이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죠. 가장의 태도에 따라 가족의 화목도가 결정되는 듯해요.”
이종희씨가 후배맘들에게 꼭 해주고픈 말은 팔랑귀는 잠시 접어두고 아이를 위한 길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건 절대 반대예요. 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독특한 것’을 찾아주세요. 아이러니하지만, 정보의 부재가 큰 도움이 된 듯해요. 너무 많은 정보가 때론 아이를 망치거든요. 아이의 생각과 엄마의 생각이 설사 다를지라도 엄마가 소신을 갖고 아이를 믿어주면 그만이에요. 특히 경이는 제 생각과 많이 달랐던 케이스거든요.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엄마의 생각은 접고 아이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정답이에요.”

851
인기기사

MEE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