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 여사 정재은, 태평양 남편 서현철

아내가 헤드록을 걸자 남편은 자동반사로 KO패 표정을 짓고, 남편이 아내 다리를 들어 올리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섹시한 눈빛을 발사한다. 연기가 곧 삶인 이들,
유쾌한 예능 대세 서현철 정재은 부부다.

아내는 실제로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에요.
단, 우아한 럭비공, 말 그대로 ‘우럭 여사’죠. 하지만 저는 이제 예상이 돼요.
그래서 미연에 방지하는 편이에요. 아내는 맨날 지나다니는 방 안에서도
늘 부딪히는 곳에서 똑같이 부딪히거든요. 그곳을 지날 때
제가 미리 얘기하죠. ‘조심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간직한 순수한 사람이에요.

“아니, 20년 넘게 배우로 살았는데 저는 <라디오스타>, 아내는 <싱글와이프>가 대표작이 된 것 같아요.”
<신데렐라 언니>, <육룡이 나르샤>, <그날들>, <늘근도둑 이야기>, <연극열전> 등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장르 불문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서현철은 관록 있는 배우다. 하지만 그의 이름 석 자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바로 <라디오스타>. 예능 신생아였던 그가 아내의 에피소드를 화려한 입담으로 전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의 아내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갔다. 최근 그의 아내 정재은이
<싱글와이프>에 출연했는데 그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정재은 또한 KBS 13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그와 그녀의 목요일>, <썸걸즈>, <푸르른 날에> 등의 작품에 출연한, 연극계에선 30년차 베테랑 배우.
“부끄러워요. 오랫동안 작품을 해왔는데 이제야 절 알아보시고 사진 좀 찍자고들 하시니까요. 하지만 내심 기분은 좋아요. 제가 좀더 많은 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고, 또 제가 사는 모습이 공감을 얻으니까요.”
<싱글와이프>에서 정재은은 꾸밈없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난생 처음 혼자 일본 여행에 나서면서 벌이는 예측불허의 코믹 에피소드들로 ‘국민 호감녀’로 등극했다.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사용법을 몰라 허둥대고, 두 번째 손가락만 이용한 독수리 타법으로 문자를 보내고, 일본인에게 꿋꿋하게 한국어로 말하고…. 좌충우돌 실수 연발로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방송 한 회분이 나왔으니 말 다 했다.
“아내는 실제로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에요. 단, 우아한 럭비공, 말 그대로 ‘우럭 여사’죠. 하지만 저는 이제 예상이 돼요. 그래서 미연에 방지하는 편이에요. 아내는 맨날 지나다니는
방 안에서도 늘 부딪히는 곳에서 똑같이 부딪히거든요. 그곳을 지날 때 제가 미리 얘기하죠. ‘조심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간직한 순수한 사람이에요.”
“전 기계치예요. 기계도 절 별로 안 좋아하고요. 어떤 집에선 아내가 전구를 교체한다던데 놀라울 따름이죠.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도 2년밖에 안 됐어요. 카톡 외에 어플은 안 쓰는 편이고요. 그런 것들이 정말 없으면 안 되는 걸까요? 때론 몰라도 되는 사실을 많이 알고, 굳이 볼 필요 없는 것도 봐야 하잖아요.”

배우이다보니 감정기복이 심하고 늘 경쟁관계 속에서
살았어요. 저 스스로를 긁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변했어요.
남편이야말로 늘 긍정적인 사람이라 현재 처한 상황에
만족하고 즐긴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란 것을 알게 해줬어요.
저의 단점이 누군가에겐 짜증을 유발할 수도, 멍청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남편만큼은 저를 늘 러블리하게
만들어줘요. 제가 결혼을 잘했죠.

타고난 붙임성에 활발한 성격, 작은 칭찬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소녀감성에 사소한 일에도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그녀. 크고작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허당’이 아닌 ‘초긍정’ 캔디 캐릭터로 자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재은은 자신에게 ‘긍정’이란 수식어가 쓰인다는 게 의아하단 반응이다. 결혼 전에는 긍정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편을 만나면서 바뀐 것 같다고 말한다.
“배우이다보니 감정기복이 심하고 늘 경쟁관계 속에서 살았어요. 저 스스로를 긁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변했어요. 남편이야말로 늘 긍정적인 사람이라 현재 처한 상황에 만족하고 즐긴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란 것을 알게 해줬어요. 저의 단점이 누군가에겐 짜증을 유발할 수도, 멍청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남편만큼은 저를 늘 러블리하게 만들어줘요. 제가 결혼을 잘했죠.”
혼자만의 여행은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버킷리스트. 이상이 현실이 되었지만 정재은은 굉장히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일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남편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좋은 풍경도 혼자 보기가 아깝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고 싶단 생각만 들었다.

“남자들도 흔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만약 저 혼자 여행을 갔더라도 아내와 비슷했을 것 같아요. 저한테 혼자만의 시간은 혼자 운전을 하거나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 소파에서 혼자 뉴스를 보는 시간 정도면 충분해요. 저희 부부는 뭐든 함께 할 때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가치관이 비슷해서인지 정말 잘 맞거든요.”
두 사람은 2005년 한일합작 연극 <강 건너 저편에>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 처음 만났다. 3개월간 일본 곳곳을 돌며 공연하다 연인으로 발전했고, 5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때 서현철의 나이 마흔다섯, 정재은은 마흔 하나였다.
“전 재미있는 남자를 좋아했는데 처음 남편을 봤을 때 재미없고 고지식해 보여서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얼마 안 가 그 선입견이 깨졌지만요. 코믹연극을 굉장히 잘하고, 위트 있는 모습에 매료당했죠.”
“아내를 처음 봤을 때 ‘되게 도도한 척하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허둥대고 순수한 면이 있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자꾸 챙겨주게 됐죠. 일본에선 관심이 조금 있는 정도였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제 감정을 확실히 느꼈어요. 3개월간 매일 아침을 같이 먹었는데, 당장 다음 날부터 밥을 같이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고 직관적으로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 싶었어요.”

결혼은 서로 다르면서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던가. 두 사람도 그렇다. 작품관이나 가치 등 닮은 점이 많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콩나물 하나를 무쳐도 쉽게 감동하는 감성적인 아내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남편이 만나 어느덧 8살 난 딸 은조의 부모가 되었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벌써 자녀들이 군대에 갔다 오고, 입사까지 했다는데, 이들 부부는 이제 막 초등학교 학부형이 된 것. 하지만 부부는 조바심보단 만족감이 더 크다.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요즘 정말 즐거워요. 아이가 어리다보니 심신이 다 에너제틱해진달까. 매순간이 역동적이고, 인생이 막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나이 많으면 싫어한다는데, 우리 은조는 왠지 안 그럴 것 같아요. 아빠의 바람이죠.”
“엄마로서 요즘 또다른 재미는 주변 엄마들과의 모임이에요. 제가 다른 엄마들보다 3~4세 정도 많은데도 다들 친하게 지내요. 아이 등교시키고 들어오는 길에 만나서 점심까지 먹는 경우가 허다하죠. 공감대가 확실해서인지 세대 차이도 잘 못 느끼겠어요. 제 정신연령도 높지 않아서 친구처럼 잘 지내요.”
목동맘이라니 당연히 교육열도 높겠다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나눠도 휩쓸려가지 말자는 게 그녀의 원칙. 도움 받을 건 받고, 불필요하거나 과한 것은 참고하는 수준이다. 부모의 욕심에 의해 무언가 강요하기보단 은조가 진짜 원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주고 싶다. 지금껏 부부가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왔기에 딸에게도 그런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다.
“요즘 정말 행복해요. 늘 지금처럼만 살면 좋겠어요. 욕심 부리지 않고, 과하지 않게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잘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좋잖아요.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희 부부는 ‘초심, 평심, 동심’이란 말을 늘 생각하며 살아요. 초심을 잊지 말고, 평심을 유지하며, 나이 들어서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가장으로서 하는 교과서 같은 말이 아니라, 저희 가족이 함께 갔으면 하는 삶의 방향이죠. 어때, 여보. 나 잘 따라올 수 있지?”

 

인기기사
  • 핀란드에서 온 페트리핀란드에서 온 페트리 핀란드 하면 ‘무민’부터 떠올렸던 우리에게 새로운 핀란드 친구가 생겼다.…
  • 을지로 바이브을지로 바이브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이야기 하는 시대, 컨템퍼러리 메탈 주얼리가…
  • THE FIRSTTHE FIRST 새로운 일년이 시작되었다고 알리는 건, 1월 1일이라는 태양력의 숫자와…
  • Our Love & DessertsOur Love & Desserts 호텔 파티시에의 디저트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장면처럼…

MEET 더보기

@styler_mag

Instagram has returned invalid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