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하는 오빠, 기안84와 충재씨

웹툰 작가 기안84와 <나 혼자 산다> 출연 후 단숨에 셀러브리티로 급부상한 김충재씨. 요즘 이 두 남자, 꽤 핫하다.
10여 년 전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향수 어린 수원의 미술학원으로 이들을 소환했다.

기안84가 입은 그레이 트러커 재킷 로파이, 화이트 톱·블랙 슬렉스 팬츠·로퍼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충재가 입은 브라운 가죽 재킷 살바토레 페라가모, 블랙 팬츠 H&M, 블랙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학창시절 미술학원에서 ‘아그리파’ 석고상 좀 그려본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미대오빠’는 소녀들의 삭막한 학창시절을 순정만화로 둔갑시켰던 존재라는 것을. 몇개월 전 , <나 혼자 산다>에 기안84의 후배로 등장한 제품 디자이너 김충재씨. 연예인 빰치는 외모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각종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며 ‘국민 미대오빠’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여자들의 ‘미대오빠’에 대한 향수에 제대로 불을 지핀 것. 20대 초반 같은 미술학원에서 그들과 함께 강사로 일한 적이 있는 에디터가 ‘옛 인연’을 무기삼아 두 남자를 소환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오케이를 외친 그들은 추억이 서린 수원의 미술학원 ‘호우와 자명’에서 레알 ‘미대오빠’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때 그 시절처럼.

두 사람 모두 이 미술학원의 자랑이 됐다
기안 학원을 무척 좋아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 요즘도 연필 맛(?)이 그리울 때면 종종 학원을 찾곤 한다. 나에게 좋은 기억과 공간이 되어준 이 학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쁘다.

출신 미술학원에서 촬영하는 소감이 어떤가
(동시에) 매우 이상하다.
기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다녔던 학원에서 촬영을 하다니 오래 살고 볼일이다.
충재 고등학교 3년은 수강생으로, 이후 2년은 강사로 이 학원을 들락거렸다. 그런 곳에서 이렇게 형이랑 화보 촬영을 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다 인기 있는 형 덕분인 것 같다. 감사하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심상치 않다.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
기안 군대 제대 후, 미술학원 강사로 돌아왔을 때 처음 만났다. 10여 년 된 건가.
충재 처음 봤을 때 형은 포스가 남달랐다. 싸움 잘할 것 같았다. 당시 남자 강사가 형밖에 없었던 터라 형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술 사달라고 없는 애교도 부려가면서. 그렇게 친해졌다. 그때 형한테서 연필 멋있게 깎는 법도 배웠는데…. 지금은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 받는 사이다. 한 방송에서 미술 이야기로 4시간 동안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여자들에게는 ‘미대오빠’에 대한 환상이 있다. 두 사람의 리즈 시절도 그때인가
기안 그 시절엔 내 외모도 엄청났다. 무에타이를 해서 몸무게가 지금보다 10키로는 덜나갔고 간지가 좔좔 흘렀다.
충재 형의 그때 모습이 기억난다. 아디다스 트레이닝이 처음으로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으니.


당시 충재씨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
기안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여자들이 나만 보면 충재 이야기를 했다. 친한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어디 갔는지. 아, 그런 걸 왜 나한테 묻냐고!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기안 공개할 수 없는 로맨스는 건너뛰고, 학원 건물 옥상에서 고기 구워 먹던 것과 나름 수원의 핫스폿인 학원 뒷골목을 주름잡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충재 ‘종관 쌤’(현재 ‘호우와자명’ 학원 원장)에게 각목으로 맞아가며 그림 그렸던 건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미술강사 잘하고 있던 형이 갑자기 만화를 그리겠다며 스토리를 짜놓은 스케치북을 보여줬을 때도 생각난다. 나도 그렇고 학원 사람들이 다들 말렸는데, 그때 우리가 포기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두 사람은 요즘도 자주 만나나
기안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서울로 이사하고 나니 만날 친구가 없다. 맥락 없이 연락해도 받아주는 건 충재뿐이다.
충재 형이 서울로 이사 와서 좋다.

두 사람이 그 정도로 친한지는 몰랐다. 충재씨는 어떻게 방송 출연을 하게 됐나
기안 <나 혼자 산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 소재가 떨어진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하던 중 ‘우기명’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뼈대 만드는 작업을 혼자 하기가 버거워 충재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흔쾌히 오케이했다.
충재 형이랑 같이 하는 건 뭐든 좋다. 학원에서 연구작했을 때 빼고 같이 뭘 만드는 건 처음이라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름 진지하게 했다.

충재씨 방송 출연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안 사람들이 내 만화보다 충재와 나래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
충재 일단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신다. 방송에 나온 내 모습을 캡처해서 핸드폰 초기화면에 깔아놓으셨다. 서른이 넘은 아들인데도 늘 마음을 못 놓으셨는데 걱정을 조금 덜어 드린 것 같다.

짧은 방송 분량이었는데 큰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하다. 아직은 얼떨떨하지만 형에게 정신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다.
형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한다. 방에 갇혀 작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미디어 시대에는 자신을 알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이 내 롤모델이다.

– 김충재

갑자기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부담스럽지는 않나
기안 지금은 익숙해졌다. 전보다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알아봐주시는 게 감사하다. 그래서 청하는 대로 사인도 해드리고 사진도 같이 찍는다. 재미있다.
충재 짧은 방송 분량이었는데 큰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하다. 아직은 얼떨떨하지만 형에게 정신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다. 형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한다. 방에 갇혀 작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미디어 시대에는 자신을 알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이 내 롤모델이다.

방송을 보면 기안84는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 같다. 자존감이 높은 건가 아니면 별 생각이 없는 건가
기안 자존감이 높은 건 아니다. 사실 자기비하도 심하고 자존감이 바닥이었는데 방송 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가식으로 나를 포장하고 꾸미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주변 눈치도 더 많이 보고 더 불편해질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어 보여도 최대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나다운지 고민한다.

수요 웹툰 부동의 1위인 <복학왕>과 <나 혼자 산다> 방송 후 댓글을 다 보는 편인가
기안 웹툰과 방송 댓글들 하나하나가 다 궁금하긴 하지만 솔직하게 일일이 챙겨 보기는 힘들다. 가끔 확인하는데, 웹툰 댓글에 방송 얘기만 많으면 내 만화가 재미없나 싶어서 정말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충재씨도 이젠 일반인이 아니다. SNS 피드에 1천3백개의 댓글이 달리던데
충재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 계정이 맞나 싶다. 다 읽지는 못해도 어떻게 평가하는지 종종 들여다보긴 한다.

예능인으로 비쳐도 상관없다. 중심을 잃지 않고 만화를 잘 그리는 데에
집중하면 다른 건 문제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방송이 만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해 찾아봤는데 조회수는 올랐더라. 감사하다.
– 기안84
예능인으로 비치거나 외모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것 같아 우려나 불만은 없나
기안 예능인으로 비쳐도 상관없다. 중심을 잃지 않고 만화를 잘 그리는 데에 집중하면 다른 건 문제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방송이 만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해 찾아봤는데 조회수는 올랐더라. 감사하다.
충재 방송 출연이래야 고작 두 번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예능 혹은 방송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른다. 잘생긴 디자이너로 주목받는 건 아직까진 좋은 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매사에 긍정적인 편이고 무얼 하든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가 위기가 되지 않도록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형이 항상 조언해줘서 고맙다.

방송 & 콘텐츠 관련 일을 본연의 작업과 병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
기안 오히려 방송하면서 마감을 잘 지키게 되었다. 나한텐 약이 된 셈이랄까. 아직도 겪고 있는 공황장애만 빼면 완벽하다.
충재 개인 작업할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중이다.

여전히 기안84의 수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안 여전히 솔직하게 대답할 순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동네 상가 1층에 있는 세금 많이 내는 고깃집 사장님만큼 버는 것 같다.

나래바에서의 클라이막스 신으로 지난 방송이 끝났는데, 박나래씨와의 뒷얘기가 궁금하다
충재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지 않겠나.
기안 방송사 사정으로 촬영 분량이 아직 방영이 다 안 됐다. 궁금하시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
기안 그럴 일은 없다. 이상형이 완전 반대다.

결혼을 꿈꾸는가
기안 지난해 인터뷰할 때는 생각이 없었는데, 올해는 아이는 낳아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30대 후반~40대 초에는 하고 싶다.
충재 과연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학부모가 된다면 미술교육은 어떻게 할 것 같은가
기안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학원도 보내고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적극 지원할 예정이지만 소질이 없다고 판단될 땐 솔직하게 얘기할 것 같다. 친구처럼 “너 못하는 것 같아”라고.
충재 학원 교육은 시키지 않을 것 같다. 틀에 박힌 교육보다는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 같다. 부모님이 나에게 해주신 것처럼.

블랙 니트 톱 캘빈클라인 플래티늄, 위에 걸친 체크 패턴 로브 노앙, 블랙 팬츠, 로퍼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티스트로서 서로를 평가한다면
기안 내 일도 어려운데 어떻게 남을 평가하겠나. 솔직히 아직 충재가 하는 분야는 잘 모르겠다. 평가는 대중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충재가 얼마나 열심히 여기까지 왔는지 알기에 언제나 응원한다.
충재 형을 보면 “어릴 때는 모두가 아티스트다. 문제는 커서도 순수하게 아티스트로 남아 있는가가 중요한 이슈다”라는 피카소의 말이 떠오른다. 만화를 상업적 수단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형은 여전히 아티스트로서의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앤디워홀처럼 한국형 팝 아티스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두 사람이 함께하고 싶은 특별한 계획이 있다던데
기안 아트TV 같은 채널이 있다면, ‘기안84의 그림을 그립시다’ 같은 코너를 충재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미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알려주고 싶다.
충재 화가 ‘밥 로스, 그림을 그립시다’의 한국 버전이랄까. 둘 다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우린 준비되어 있으니 혹여 관계자분들이 이 기사를 보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바란다. 아, 그리고 나의 중요한 계획은 학자금 대출 갚는 것.
기안 아, 아름답다!

충재씨, 연예계에 데뷔할 생각도 있나
충재 연예인이 될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나에게 맞는 콘텐츠라면 방송 출연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뻔한 질문 하나 하겠다. 기안84에게 충재란
기안 잘생겼는데 인간적이다. 앞으로 승승장구해서 아트카는 너 갖고, 난 새차 한대만.

충재에게 기안84란
충재 우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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