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도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릴리안’ 생리대 파동으로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 지금, 생리대도 스웨덴, 핀란드로부터 공구,
직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절박한 처지다.

여성은 평생 1만1천4백 개 정도의 생리대를 쓴다고 한다. 그것도 10대부터 50대까지 평균 40년 이상을 매달 만나야 하니 여자와 생리대는 숙명적인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너무 무신경하게 생리대를 선택하고 사용해온 것은 아닐까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다. 어린 소녀들에게 생리대 선택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상식 -생리대는 향이 첨가되지 않아야 하고, 날개의 접착제에서조차 화학물질이 검출되며, 흡수력이 좋을수록 발암 위험성은 늘어나며, 유통기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 등-을 알려주는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모든 것이 점점 더 편리해지고 손쉬워지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성능이 더 좋은 것’들에만 매달려온 것은 아닐까. 이제 무뎌졌던 신경을 좀 더 날카롭게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너무 흡수력이 좋은 생리대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너무 하얀 생리대는 그만큼 자극적인 염소표백제를 썼기 때문이다. 생리대가 향기로운 이유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는 향료를 첨가했기 때문이다. 릴리안 파동 이후 다급하게 대안을 찾아나선 여성들 중 상당수가 실리콘 생리컵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 유기농 생리대의 현실은 얇은 덮개 부분만 오가닉 인증 코튼을 쓸 뿐 실제 생리혈을 흡수하는 내부 펄프, 흡수지의 전성분은 명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유기농 순면커버’라는 단어를 의심하라!). 한마디로 국내 브랜드 중에는 진정한 유기농 생리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유기농 기준이 엄격한 유럽산 생리대는 커버부터 속재료는 물론 상자와 비닐 소재까지 모두 유기농 재료를 써야만 인증마크를 받을 수 있다. 핀란드의 뷰코셋, 덴마크의 마스미 등에 붙은 ‘유기농’이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믿음이 간다. 특히 이 유럽산 생리대 중에는 다양한 유기농 인증마크를 모두 획득한 브랜드도 있다. 한국에 살면서 핀란드와 덴마크, 스웨덴의 생리대를 써야 한다는 이 웃픈 현실에 화도 나지만, 아마도 당분간은 이 북유럽산 유기농 생리대들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듯하다. 그리고 획기적인 반전이 없다면 한국 여성들은 생리대에 관한 한 여전히 ‘을’일 수밖에 없다.

 

유럽 친구들, 진짜 무슨 생리대 써요?

핀란드
뷰코셋은 정말 믿을 만한 브랜드예요. 저도 이 제품을 쓰고 있어요. 화학성분이나 향료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북유럽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가격까지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요즘에는 ‘루넷(Lunette)’의 생리컵도 쓰고 있어요. 역시 핀란드 제품이죠. 가장 좋은 대체품이라고 생각해요.
돈도 절약되고 환경적으로도 덜 유해하니까요. 여성용품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보도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다행히 핀란드에는 믿을 만한 제품과 브랜드가 많지만요. 여자들은 건강에 안전한 제품을 사용할 권리가 있어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권리를 찾아야 해요.
by Jenni(핀란드), 36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덴마크
미국에 살게 된 이후로 캐나다의 친환경 생리대 세븐 제너레이션의 제품을 5년 정도 사용하고 있어요. 아주 유명한 제품이고, 구하기도 쉽고, 퀄리티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이에요. 요즘엔 생리컵을 사용해볼까 고민하고 있기도 해요. 덴마크 여성들은 천연 제품이나 위험이 없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렇지만 식품의약청의 제품 규제를 신뢰하기 때문에 의심 없이 물건을 구입하죠.
by Tina Diep(덴마크인), 37세, 건축가

영국
미국의 ‘올웨이즈’라는 제품을 쓰고 있어요. 매우 착용감이 좋고 가격도 좋아서 오랫동안 쓰고 있어요. 한국 여자들이 암유발 생리대 때문에 걱정이 많은가봐요. 전 제가 쓰는 생리대는 무독성이라고 알고 있어요.
by Katie Bansil(영국), 26세, 파이낸스 전문가 & 뮤직 프로듀서

이탈리아
유기농 제품을 따로 쓰진 않아요. ‘리네스 세타 울트라’라는 제품을 쓰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 가장 평범하고 많이 쓰이는 제품이 중 하나고, 그냥 슈퍼마켓에서 구입해요. 낮에는 탐폰을 쓰고 밤에는 생리대를 써요. 이런 문제에 심각하진 않은 편인데…. 만약 필요하다면 바이오샵에 가서 오가닉 내추럴 제품을 구입해야겠어요.
by Lavina(이탈리아), 33세, 그래픽 디자이너

 

생리대도 유럽에서 구해야 하는 시대

핀란드 뷰코셋
핀란드 델리팝 사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여성용품이다. 핀란드 알레르기천식협회 전문가들이 공동 연구·개발했고, 북유럽 친환경 스완(Swan) 라벨을 획득했다. 포장재마저 생분해되는 소재로 만들어 ‘착한 생리대’로 불린다. 화학처리된 고분자 흡수체 대신 천연펄프 흡수체를 사용했으며, 플라스틱 성분이나 인공향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콜만 오가닉
콜만은 1947년 이탈리아 밀라노 의료용 면제품 전문업체로 시작해 1980년대 세계 최초로 100% 면을 이용하고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여성 위생용품을 생산했다. 솜의 재배 과정부터 엄격하다. 목화솜 씨앗은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씨앗을 사용하며, 합성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한다. 살충제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한 과산화수소로 산소표백한다. 프랑스 에코서트, 영국의 토양협회, 이탈리아 ICEA 등 세계적인 유기농 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스페인 마스미
스페인의 코튼 하이테크 유한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으로, 가장 까다롭다는 북유럽 환경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커버와 흡수체 모두 100% 오가닉 면으로 제작했으며, 유럽 유기농 화장품 인증기관인 ICEA, 국제 유기농 섬유기준 GOTS, 미국면협회 등 세계적인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방수층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자연분해되는 곡물 전분으로 만들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통기성이 우수하다.

영국 나트라케어
영국의 환경운동가 수지 휴슨 여사가 고안한 생리대로, 90일이 지나면 생분해되는 친환경 녹말과 당분 성분으로 제작됐다. 내용물을 뜯어보면 노란색이 진하게 돈다. 보관 시간이 오래되면 포장지가 힘없이 이리저리 찢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패드에는 화학 고분자 흡수체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100% 유기농 순면만 사용하고 인공향과 인공색소를 쓰지 않았으며, 염소계 표백처리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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