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재경 엄마의 교육법

그림을 그리고, 가방과 소파까지 만들고, 반려견을 위한 자연식 요리도 척척 해내는 김재경.
이런 그녀가 있기까지 엄마 김은진씨가 한 일은 관찰하고 응원하고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으로 연기자로 변신한 김재경, 밴드 ‘엔플라잉’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김재현, 이 남매를 모두 다재다능한 아이돌로 키워낸 엄마는 바로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진씨.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그녀가 들려준 결정적 한 마디는 “인생은 나의 것! 행복도 나의 것!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기분 좋게 살 권리 역시 오롯이 나의 것!”이다. “새벽 4시 통금이 끝나면 학교로 튀어가서 밤 11시 반까지 책상에 앉아 있었어요. 내 몸이 꼭 네모가 된 것만 같았죠. 그런데 그때 죽자고 한 공부가 인생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은 별게 아니에요. 좋아하는 걸 하고,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더 좋고, 매일매일 충만한 시간을 만끽하면 돼요. 그게 몸에 좋은 음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일까? 김재경의 하루하루는 즐거운 일들로 꽉 차 있다. 어떤 날은 한복을 만들고 어떤 날은 반려견 마카롱을 위한 타르트를 굽고 또 어떤 날은 빈티지한 가죽 소파를 멋지게 만들어 낸다. 심심할 겨를 없이 ‘제조’의 행복을 누리는 김재경의 뒤엔 모이를 나르듯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주워다준 어미새, 김은진씨가 있다.

제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 관찰하는 거였어요.
무엇에 집중하는지, 무엇에 재능을 보이는지 알고 나면 그때부턴 방향만 잡아서 지원해주고요.
너무 간섭하고 강요하면 잘 하던 것도 하기 싫어지니까요.
뭘 선택해서 그대로 존중해줬어요.

두 자녀가 모두 아이돌이네요
전혀 계획했던 일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재경이는 중 3때 친친 청소년 가요제에 나간 게 계기가 되었고 재현이는 중 1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됐어요. 제의가 들어왔을 때 두 아이 모두 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반대하진 않았어요. 제 아이들을 믿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삶이니까 스스로 결정하게 했죠.

어릴 때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나요
사실 재경이는 음악보다 미술에 재능이 뛰어났어요. 그것도 그림보다는 창의적으로 새로운 걸 만드는 일에 관심을 보였죠. 방에서 몇 시간씩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문 열고 나올 때면 뭐든 한 가지씩 손에 들고 나왔어요.

이를테면 어떤 것이었나요
재경이가 5살 때였는데, 한 번은 유치원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그 나이의 아이가 만들기 쉽지 않은 걸 만들었다고요. 가보니까 종이 두 장을 오리고 붙여서 치약을 만들었는데, 가운데 부분에 분홍색 수수깡을 넣어서 쭉 밀어 올리면 치약이 올라오도록 한 거예요. 또 얇은 종이로 실물 크기의 청소기도 만들고요. 선생님이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자극을 많이 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길을 가다가도 특이하게 생긴 나뭇가지나, 돌멩이 같은 게 보이면 주워다 주고, 헌옷도 버리지 않고 방에다 갖다뒀어요. 우유팩도 매일 씻어 말려서 놔뒀는데 그게 쌓이니까 어느 날은 커다란 집을 짓더라고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물밑 지원이었네요.
어머님만의 교육관이었나요 지금도 엄마들끼리 그룹을 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하잖아요. 저 역시 재경이 땐 첫째라 멋모르고 이것저것 시키고 쫓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한순간에 다 끊고 아이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했죠. 두 아이 모두 연세대학교 어린이 생활지도연구원을 다닌 건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었어요. 개방형 교육을 하는 곳인데 유치원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사실 제가 아동학과 출신인데 그곳에서 실습을 했거든요. 실습을 하면서 참 좋은 교육을 한다고 생각했고 제 아이들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유치원이 놀이공간, 미술공간, 독서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등원을 하면 아이들 스스로 어디서 무엇을 하며 놀지 결정하고 신나게 놀아요. 선생님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아이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하루를 채워나가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미술 쪽 사교육은 전혀 하지 않았나요
어릴 땐 전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재미를 놓치고 틀에 박히게 될까봐서요. 그런데 재경이가 원하는 미대에 가려면 아무래도 예원, 예고를 가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예원 전문 학원을 보냈어요. 처음엔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신나게 다니더라고요. 그런데 하루는 영 기운이 없어 보여서 어디 아픈가 하고 방문을 열어보니 무심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예요. 주전자를 그리는데 앞에 주전자도 놓지 않고요. 그래서 “주전자도 없이 어떻게 그리는 거야?”라고 물으니까 선생님이 여기는 명암 1번, 여기는 2번, 3번 이렇게 알려주었다는 거예요. 물건이 늘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게 아닌데 순전히 외워서 그리고 있는 거예요. 그 순간 지금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수채화 그리는 날 마음을 굳혔어요. 재경이는 원래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만드는데 그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선생님이 구도가 맞지 않는다며 완전히 바꿨다는 거예요. 재경이가 울면서 그 이야기를 하기에 그날로 학원을 그만두게 했어요. 예원, 예고는 포기하고 일반고 다니다가 때 되면 입시준비만 하기로 했죠.

아이를 믿고 존중해준 거군요
제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 관찰하는 거였어요. 무엇에 집중하는지, 무엇에 재능을 보이는지 알고나면 그때부턴 방향만 잡아서 은근슬쩍 지원해주고요. 너무 간섭하고 강요하면 잘하던 것도 하기 싫어지니까요. 뭘 선택해서 하다가도 싫증을 내거나 하기 싫다는 이유를 말하면 그대로 존중해줬어요.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그게 또 직업이 되면 평생 재미있게 살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기를 바랐어요.

음악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두 아이 모두에게 악기는 조금씩 시켜봤어요. 흥미를 보이면 취미 삼아서라도 할 수 있게 하려고요. 재경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특기로 악기 하나씩 다루게 했는데 재경인 리코더를 했어요. 매달 챔피언을 뽑았는데 승부욕이 있어서 학교에 갈 때도 불면서 가고 올 때도 불면서 오더라고요. 덕분에 챔피언도 여러 번 되고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죠. 그러다 어느 날 플루트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피아노와는 달리 들고 다니면서 연주도 하고 취미로 할 수 있겠다 싶어 배우게 했는데 학교에 오케스트라단이 있어서 자연스레 들어갔어요.

평소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나요
전혀 몰랐어요. 청소년 가요제에 나간다고 했을 때도 의아했으니까요. 그때도 재경이는 아는 가수라곤 GOD밖에 없어서 제가 좋아하던 이은미와 자우림 음반만 슬쩍 사다줬어요. 나중에 보니까 자우림의 노래를 불러서 은상을 받았더군요. 어쨌든 재경이는 모든 면에서 수월했어요. 재능을 일찍 발견한 데다 쭉 그 길로만 걸어가서 저는 중간중간 방향만 잡아주면 됐거든요.

재경씨는 배우고 도전하는 데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여요
어릴 때부터 심심할 겨를이 없었어요. 레인보우 시절에도 활동을 쉬는 시간은 또 다른 기회였죠. 아이돌들이 활동을 쉬면 여러 면에서 생각이 많아지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그러는데 재경인 오히려 황금시간이라고 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어요. 가방, 한복도 만들고 가죽공예 같은 것도 배우고요. 레인보우 멤버들하고는 쉴 때마다 같이 취미활동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팀이 해체되고 나서도 자매들처럼 끈끈해요.

성격이 굉장히 긍정적이네요.
어머니를 닮았나요 제가 좀 긍정적이긴 해요. 전 집안의 맏며느리인데 새댁 시절부터 명절이 돌아오면 할 일이 많아서 즐거웠어요.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손님 초대해서 테이블을 꾸미고 차리는 게 즐거웠거든요. 명절이면 요리책을 뒤져가며 특별한 요리를 두세 가지 더 보탰죠. 또 제 성격이 모 아니면 도예요. 100인분은 기본이고 가장 많게는 1000인분이 넘는 음식도 해봤는데 크게 걱정을 안 해요. 계산해서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덮어요. 그런 면에서 재경인 저랑 비슷하긴 한데 어떨 땐 저보다 더한 것 같아요.

재경씨는 요리엔 관심이 없었나요?
얼마 전엔 《개밥책》도 냈는데 재경인 요리엔 그다지 관심을 안 보였어요. 그런데 《개밥책》 만들 때 보니까 잘하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타르트나 케이크를 구울 때 노심초사 신경을 쓰는데 재경인 무심히 툭툭 구워내는 거예요. 끙끙거리지도 않고 뚝딱뚝딱 거침없이 만들어서 저도 놀랐어요. 책에 들어가는 요리를 대부분 여기 스튜디오에서 찍었어요. 제가 어시스트 역할을 하고요.

그래도 어깨너머로 배운 게 많을 것 같아요
세팅할 때 보니까 그런 흔적이 보이긴 했어요. 한 번은 제 생일이라며 자기 집에 저를 초대했는데 그럴싸하게 차려놨어요. “요리에도 관심이 많았어?”라고 물으니까 귀찮아서 안 하지 하면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자의 길을 선택한 딸, 어떤 길을 가길 원하나요
재경이의 최종 꿈은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거예요.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자기 이름을 걸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그애한텐 연예인 생활도 그 길의 과정인 것 같아요. 저는 엄마라서 그런지 TV 화면에 나온 아이 얼굴을 보면 ‘지금 어디 몸이 안 좋구나’, ‘마음이 가라앉았구나’, 웃고 있는 얼굴인데도 그게 읽혀요. 그런 게 보일 때면 가만히 안부도 묻고 음식도 해다 주고 그러죠. 꼬치꼬치 캐묻진 않지만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요.

밝고 다재다능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들에게 선배맘으로서 한 마디
전 아이들한테 공부하란 소리를 단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매를 들어본 적도 없어요. 스스로 선택한 삶을 지켜봐주는 게 다예요. 물론 선택을 하기까지 잘 관찰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은 해야겠죠. 하지만 그것도 아이가 정말 원할 때 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 억지로는 안 돼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저는 제 인생을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알차게 살고 저녁에 마무리하는 거죠. 일이 많으면 열심히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을 만끽해요. 그 기운이 아이들에게 전해졌으면 다행이고요. 얼마 전엔 재경이가 그러더라고요. 나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엄마처럼 교육시키겠다고요.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저한테는 그 어떤 상보다 기쁘고 고마운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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