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른 동화책

어떤 동화책을 읽히느냐는 어떤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와 같은 문제다.
성 평등이 화두가 되는 시대, 동화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아동서적 편집자 6명이 추천한 페미니즘과 성 평등을 다룬 동화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의 몸짓
《밥춤》 정인하 글·그림 | 고래뱃속
이 책에 등장하는 제빵사, 국수장수, 퀵 배달부, 건축 기술자는 모두 여성. 이들은 하나같이 일을 하면서 춤을 춘다. 때밀이는 무술하듯 절도 있게, 퀵 배달부는 발레하듯 우아하게,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춤을 춘다. 밥을 위해, 아니 자신의 삶을 위해 힘껏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그림책의 가치와 매력을 새롭게 확인하게 해주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진정한 여성의 이미지를 이토록 직관적이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그림책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 그림책공작소 민찬기 공작소장
이 부분을 주목! “뚜구뚜구 둥둥” 기술자의 못 박는 소리, “복복복복 보로 보로 복복” 목욕탕 세신사의 때 미는 소리까지 유쾌하게 포착한 의성어를 소리내 읽어줘보자. 여성의 신체를 날씬하지만은 않게 표현한 그림체도 신선하다.

바닷속 물고기를 통해 성 고정관념 타파!
《이상해!》 나카야마 치나츠 글·야마시타 유조 그림·고향옥 옮김 | 고래이야기
머리도 짧고, 화장도 하지 않는 이모를 ‘남자 같다’고 여기는 주인공은 수중 촬영가인 이모를 따라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어릴 때는 모두 수컷이지만 커서 암컷으로 변하는 흰동가리, 수컷의 배 주머니에서 알을 키우는 해마, 아주 작은 수컷을 몸에 붙이고 다니는 암컷 초롱아귀 등 여러 물고기들을 만난다. 다양한 물고기를 통해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는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그림책. – 한림출판사 이규민 편집자
이 구절을 주목! 이모부가 앞치마를 두르고 아주 맛있는 돈가스를 해주었어. 아기를 업고 말이야. ‘남자인데. 이상해.’ 나는 이제 눈곱만큼도 그런 생각 안 해!

분홍색은 여자, 파란색은 남자?
《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 조르지아 베촐리 글· 마시밀리아노 디 라우로 그림·이승수 옮김ㅣ머스트비
남들과 비슷하게, 튀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딸을 개성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여자아이는 스파이더맨 가방을 메면 안 되나요?’ ‘여자아이는 축구를 하면 안 되나요?’ 여덟 살 클로에를 따라가다보면 우리 사회의 오래된 통념에 의해 어떻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다. 다름을 틀린 것이라 지적하는 어른들의 시선에 멋지게 펀치를 날리는 클로에의 모습이 귀엽고 통쾌하다. 세상의 편견은 견고하지만 당차게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클로에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용기를 얻고, 다름을 이해할 것이다. – 열린어린이 박고은 편집자
이 구절을 주목! “스파이더맨은 남자애들 게 아니에요. 스파이더맨은 모두의 거예요!”

프리다 칼로의 당당한 삶을 통해 배우는 다채로운 감정
《프리다》 세바스티앵 페레즈 글·뱅자맹 라콩브 그림·이선희 옮김 | 보림출판사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프리다》를 권해보자. 수많은 자화상을 남긴 화가 ‘프리다 칼로’를 만나고 나면 분명하고 힘 있는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병상에 누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프리다는 유일하게 자유로운 두 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겹겹이 쌓인 페이퍼 커팅으로 프리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이 지닌 매력! – 보림출판사 이사라 편집자
이 구절을 주목! “자주 혼자이고 가장 잘 아는 대상이므로 나는 나를 그린다.” – 프리다 칼로

마녀와 가족이 되는 여주인공은 처음이지?
《달빛 마신 소녀》 켈리 반힐 글·홍한별 옮김 | 양철북
스케일 큰 판타지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아직도 그런 것을 따지냐 싶다가도 반갑다. 숲에 버려진 아기 루나가 마녀 잰, 용 피리언, 늪 괴물 글럭과 가족이 돼 사춘기 소녀가 되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마녀가 주인공 루나를 괴롭히는 대신 따뜻한 사랑을 주는 점이 신선하며, 생동감 넘치는 여러 인물들 속에서 주체적이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여성성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최근 가장 핫한 판타지 소설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 미국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고, 2016년 출간 직후, 미국 7개 도서관과 잡지에서 최고의 책으로 꼽혔다. – 사계절 그림책팀 이지연 편집자
이 구절을 주목! 어쩌면 마녀가 괴물을 다시 만날지도 몰라. 아니면 괴물이 될지도 몰라. 아니면 습지가 될지도 몰라. 아니면 시가 될지도 몰라. 아니면 세상이 될지도 몰라. 너도 알겠지만 다 같은 것이란다.

학교와 집에서 겪는 젠더 고민에 대하여
‘멋진 여자가 좋아’ 시리즈 (전3권) : 《특별한 날의 엉망진창》 《드레스 입은 남자 친구》 《아빠 딸은 어려워》
신여랑 글·오승민 그림ㅣ한겨레 아이들
현실에서 흔히 부딪히는 페미니즘 문제를 초등 저학년의 눈높이에 맞춰 발랄하게 풀어낸 ‘멋진 여자가 좋아’ 시리즈. 1권 《특별한 날의 엉망진창》은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 초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2권 《드레스 입은 남자 친구》는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로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정체성을 들여다본다. 3권 《아빠 딸은 어려워》에서는 권위를 벗고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아빠의 모습과 가족 갈등을 그리며 새로운 성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권의 책은 다양한 갈등과 변화를 겪으며 몸과 마음이 성장해가는 사춘기 직전의 어린이들을 힘차게 응원한다.
내 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또래 관계에서 여성성을 탐구해보고, 가족 구성원의 성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동화책. – 한겨레아이들 염미희 편집자
이 구절을 주목! “위로는 필요 없어! 이게 여자 하는 거라면 그냥 여자 안 할래!”

엄마들이 힘을 모으면 못할 일이 없다!
《세 엄마 이야기》 신혜원 글·그림 | 사계절출판사
엄마들은 다 알 것이다. 집안의 중심은 여자라는 걸. 세 엄마 이야기는 도시에서 시골로 온 엄마가 처음으로 콩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엄마,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모여 콩 농사를 지으며 엄마들이 어떻게 삶을 가꿔 가는지 느낄 수 있는 동화다. 엄마들이 밭을 갈고 콩을 심고 풀을 뽑고, 다 자란 콩을 베고 말려서 마당질하고,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드는 동안 할아버지와 아빠, 오빠는 물과 짐을 나르고 콩알을 줍는다. “엄마는 뭐해?” 하고 묻는 아이에게 엄마의 힘을 넌지시 알려줄 수 있어 추천. – 사계절 그림책팀 이지연 편집자
이 구절을 주목! 콩 열다섯 알을 심고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어요. ”엄마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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