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모인 사람들 1편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물론
이렇다 할 연고가 없던 이들까지, 강릉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이 커피, 요리, 그림에 강릉을 담는 이유.

한옥의 정취, 개인의 취향 카페 기와

100년이라는 시간의 켜가 쌓인 기와 지붕이 눈부시게 파란 강릉의 하늘, 높게 자란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번잡한 커피거리가 아닌 고즈넉한 안쪽 강릉에 자리 잡은 ‘카페 기와’는 개인의 취향이 진하게 배어 있는 공간이다. “제가 아끼던 것들은 물론 혼자 보는 것이 욕심처럼 여겨지는 소중한 물건들로 꾸몄어요.”

윤상미 대표는 긴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하나씩 둘씩 모아온 소품과 작품들을 이곳에 풀어놓았다. 얼핏 이질적인 듯 보이지만 한 공간에 어우러져 훌륭한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의 큰 살림을 정리한 후 남편의 고향인 강릉에 내려왔고 딸이 카페의 새 이름을 짓고 아들이 로고 작업을 하고 시인인 남편이 카페에 어울리는 근사한 수식어 “시간이 멈추어 커피가 되다”를 만들어주었다. 예스러운 풍경이 남은 골목, 산과 바다,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누릴 수 있는, 세련된 아날로그적 감성이 바로 강릉과 카페 기와의 매력이다.

 

여유로운 시선 완다맨숀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서울을 떠나면 한순간에 외로워질 줄 알았는데, 이곳에 제 별명을 딴 카페를 열고부터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김완래 대표는 강릉에 온 지 이제 겨우 5개월째. 유소년 시절을 강릉에서 지냈고 이후 20년 이상을 타지에서 보냈다. 아내 김수진씨 역시 줄곧 서울에서만 살았으니 둘 다 강릉 생활은 초짜인 셈. 귀향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반려견 때문이었다. 녀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절실했다.

그리고 부부에게도 분주한 도시생활로부터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카페라는 공(?)적인 공간이지만 이 안에는 부부의 사심 가득한 센스와 위트, 명민한 안목이 어우러져 있다. 50년 이상 되었을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조명 뒤로는 타투이스트 노보가 작업한 네온 작품이 걸려 있다. 여행 갈 때마다 사 모은 빈티지 오브제들을 아내가 배치하고 구성하는데,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오브제들이 아내의 손을 거치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저 좀 느긋하고 느리게 살고 싶어 서울을 떠난 그들에게 강릉은 자연과 어우러지며 사는 묘미와 호사를 선사해주었고,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완다맨숀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스타일리시한 공간을 강릉에 선물했다.

 

재래시장 옆 디저트 빵집 SOON

중앙시장길 앞 번잡한 도로변. 슈퍼마켓이 있던 자리에 생경한 빵집이 우주선처럼 내려 앉았다. 강릉에서 나고 자란 27세의 김순영 오너 파티셰는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고 결국 제대한 후 다시 조리학과에 입학, 인생의 방향을 틀면서 본격적인 ‘빵집 오빠’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프랑스에서 제빵 실습을 거친 그는 서울의 크고 작은 베이커리에서 빵을 배운 후 최근 고향인 강릉에 정착했다. 그가 더 큰 도시가 아닌 강릉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강릉에 커피문화가 정착한 것처럼 제대로 된 디저트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포부 때문이다. 현재는 같은 제빵학교 출신 동기 누나와 친구 바리스타와 함께 서로 배우면서 ‘순’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산 버터와 밀가루만 고집하며 정통 레시피대로 만들지만 바로 옆 시장 방앗간에서 빻아온 콩고물로 마들렌을 만드는 등 지역 특성을 담고자 노력 중이다. 문을 연 지 이제 두 달 남짓. 새벽에 만들어 그날 오후가 되면 솔드아웃될 정도로 벌써부터 고공행진 중이다.

 

순두부집 아들의 시원한 순두부 순두부젤라또

축구선수 출신 김범준 대표에게 순두부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진 운명의 짝. 강릉의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30년 넘게 운영해오신 부모님의 식당 옆 콩가루 창고에서 순두부 젤라또가 탄생했다. 김범준 대표는 매일 새벽 순두부를 만드셨던 아버지처럼, 신선한 젤라또를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가 기술을 전수받고 즉석 젤라또 머신까지 들고 왔다. 열정 넘치는 젊은 사업가는 지역 사랑 또한 넘쳐 흐른다. 강릉의 특산물인 연곡 아로니아, 강릉 커피, 국내산 백태를 사용해 인절미 젤라또도 만들었다.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맛은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는 법. 서울사람 강릉사람 할 것 없고 외국인들까지 매료되어 이곳을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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