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아이, 질문하는 엄마

아이들은 그림을 그린다. 그림으로 표정을 짓고 말을 한다. 엄마라면 한없이 궁금하고 이해하고 싶은 아이의 세상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 전문대학원의 김선희 교수가 알려주는 그림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법.

그림은 아이의 마음 언어
그림은 아이의 언어입니다. 또 아이들은 그리는 행위 자체를 놀이로 즐기기도 합니다. 발달에 따라 손과 몸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흔적을 남기는 것을 즐기죠. 아이는 그림이라는 놀이를 통해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을 빼고 아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그림과 대화하는 법
그림은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볼까요? 아이들은 화가 난 감정을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그림 속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을 훨씬 안전하게 느낍니다. 때문에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이게 너니? 이건 엄마니? 화가 났다고 이런 그림을 그렸어?”라는 직접적인 질문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기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건 뭘 그린 거야?”라는 식의 간접적인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매번 같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
아이가 어떤 것에 몰입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럴 땐 왜 그것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봐주는 것이 좋습니다. 매번 같은 걸 그린다고 “왜 맨날 같은 그림만 그리니, 다른 것도 그려봐”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충분히 소화될 만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세계를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더 반영되어야 할 것이 있거나 뭔가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그리는 것이니까요. 혹은 그 부분과 관련해 주변의 관심을 더 받고 싶은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종이가 더 크면 좋을까? 색깔을 더 넣어 볼까?” 등 아이의 관심이 더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습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그림
연구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은 사람에 관심이 많고 세부적인 것에 공을 들이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기계나 움직이는 것, 소리 나는 것, 에너지가 꿈틀대는 역동적인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남자아이가 세심한 걸 좋아하고 여자아이가 역동적인 걸 좋아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융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엔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있으며, 두 측면이 고루 발현되어야 건강하다고 합니다.

 

궁금함을 참는 힘
아이들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때는 비밀인 양 감추려 들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암호나 기호로 표현하고는 말하지 않죠. 이럴 땐 비밀을 캐내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밀을 잘 숨기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질문보다 “그렇구나, 얘는 지금 하고 싶지 않구나, 얘는 여기 들어가고 싶구나, 이리로 도망가면 진짜 아무도 못 찾겠구나” 처럼 상상의 장소를 공유할 수 있는 질문들이 좋습니다. 아이에겐 비밀의 영역도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엄마로선 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 궁금하겠지만 “정말 궁금하네” 정도로 궁금한 심정을 알려주는 것까지가 좋습니다. 아이에겐 궁금한 것을 궁금함으로 여기고 이를 견딜 수 있는 힘도 중요합니다. ‘천천히 알아가면 되겠지,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상대가 준비가 안 됐다면 준비가 된 후에 알려주겠지’라는 ‘중간지대’가 필요합니다.

그림 소통으로 알 수 있는 것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그림이지만 아이와 소통하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상한 스토리는 없는지, 특별히 색이 더 칠해져 있거나 더 강조되어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전체와 어울리지 않게 불일치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등등. 충분히 논리적인 아이가 그림 한켠에 논리적이지 않은 것을 그려 놓아 ‘어 이게 뭐지’라는 느낌이 들 때는 “이건 이렇게 그려야지!”라고 교정할 것이 아니라 “왜 여기는 이렇게 됐을까?” 질문하고 소통하는 게 좋습니다. 학교 장면이나 또래 관계의 얘기가 나왔을 때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한쪽은 집단으로 모여 있고 누가 봐도 한 아이가 소외된 모습이 그려져 있다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왜 혼자 여기 있어?”, “이 아이는 괜찮니?” 등등 그림 속 상황을 질문함으로써 소통하는 것이지요. 그럴 때 “너 학교에서 왕따 당하니?” 하는 질문을 하기보다 실제 학교 생활이 어떤지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그림 속 상황이 내 아이의 일이라는 의심이 든다면 아이와는 그림 안에서 놀이적으로 충분히 소통하되 이후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SOS 신호를 담은 그림
간혹 아이들이 빨간색이나 검정색을 사용해서 피 혹은 폭력 장면 같은 것들을 마치 게임처럼 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게임 속 장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게임 속에서 이런 장면은 너무 무서운데 실제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잔인하거나 혹은 어떤 부분을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집중해서 그린 것 같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럴 경우 굉장히 화가 난 감정, 분노 등을 알리는 것이니까요. 아이는 이렇게 그림을 통해 SOS사인을 보내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워낙 게임을 많이 하기 때문에 폭력적인 걸 그렸다고 해서 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에 빗대어 경험을 그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기의 상태나 입장, 고통을 게임처럼 표현하는 경우죠. 만약 아이의 그림이 심리적 상태를 호소하는 사인이라고 한다면, 죽도록 괴로운 심정을 아무도 몰라주는 고통을 털어놓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입에서 불이 나온다든지 머리 위에서 뭔가 터진다든지 하는 그림들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는 과정으로 해소되는 마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옳게 전달하거나 해소하는 데에 서툽니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자기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전달할 수는 있지요. 어른들은 이런 것들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마음 속 갈등을 상징적으로나마 풀어내고 부모를 향한 마음도 보여주는 것이 그림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의 그림은 ‘뭘 그려야 한다’거나, ‘찾아내고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과정, 그리고 아이 스스로 부여한 상징이나 의미 그 자체만으로도 처리되고 해결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석하기’가 아닌 ‘들어주기’
아이들의 그림을 해석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의 상상에 엄마가 동참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내면을 탐색하고 표현하며 자신을 알아가고 꿈을 키웁니다. 그림은 현실적이기보다는 상상적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경험을 다시 정리하거나 재구성하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 ‘들어주기’가 ‘해석하기’ 보다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면세계의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이건 나예요, 이건 우리 집이에요”라고 먼저 말을 꺼낸다면 그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니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필요하면 “그 다음엔 어디로 가는지 그려볼까?”라든지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려볼까” 등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의 그림을 이해하고 내면과 꿈과 소망을 만나보는 안전한 방법입니다.

그림 상징 코드

집 그림으로 나누면 좋은 질문들

몇 층짜리 집이야?
누구의 집이야?
이 집이 너의 집이라서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뭘 할 거야?
어느 방을 갖고 싶어?
누구와 살고 싶어?
그림 속 날씨는 어때?
이 집에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사람 그림으로 나누면 좋은 질문들

이 사람은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여자야? 남자야?
이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어?
이 사람한테는 뭐가 가장 필요해?
이 사람은 지금 기분이 어때?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이야?

사람 그림으로 나누면 좋은 질문들

이 사람은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여자야? 남자야?
이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어?
이 사람한테는 뭐가 가장 필요해?
이 사람은 지금 기분이 어때?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이야?

집, 나무, 사람 그림을 흔히 HTP(House, Tree, Person)라고 해서 각각의 상징을 부여한다. 하지만 상징에 대한 기본 지식은 굳이 몰라도 된다. 아이의 개인적 상황을 무시하고 ‘열매는 소망’이라는 식의 도식과 유추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을 바탕으로 그림을 매개로 아이를 이해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촉진한다.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며 이를 펼쳐 꿈꿀 수 있는 공간, ‘심리적 중간지대’가 필요하다. 그림이 그런 공간이다.

집은 자아상이나 가족의 환경을 표현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과 창문은 외부와의 소통으로 해석한다. 굴뚝은 불을 지피는 것과 관련이 있으므로 집 안의 역동성, 온기를 상징하기도 하며 전통적인 해석으로는 남성성의 표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때로 아이들은 집 그림을 통해 바라는 환경을 구현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도 사용한다.

나무

나무는 흔히 자아상을 상징한다. 나무 역시 그림 속 균형, 구성 비율,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좋은데, 나무를 눌리게 그리거나 일부러 기울게 그렸다면 일종의 사인이다. 이럴 땐 “이 나무는 지금 안전할까?”, “나무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뭘까?” 등의 질문으로 아이가 좀 더 쉽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뿌리

뿌리가 굉장히 많이 드러나게 그리거나 뿌리를 그리느라 가지가 잘리는 경우, 전체 조망에 서툴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럴 땐 뿌리가 땅에 박히도록 도와주거나 가지가 잘렸으면 종이를 덧대 나무 한 그루가 구성되도록 도와준다.

열매

열매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최근에 감나무를 봐서 그것을 그렸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일을 한 것에 대한 결실이거나 아니면 하고 싶은 것들을 반영한 소망사항이기도 하다. 비율을 보는 게 좋은데, 욕구충족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이 열매가 과하게 달린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

인물 그림도 직접적인 자아상을 표현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인물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고 멀리하는 경향도 보이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것이 실제 인물이든 상상의 인물이든 혹은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의 캐릭터이든 자신을 투사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감정이나 내면의 이야기 혹은 주변 인물이나 사물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단서를 가지고 있다.

손과 발

다 잘 그렸는데 손을 뒤로 싹 가리거나 주머니에 숨기고, 발 역시 전혀 운동성이 없어 보이게 그린 그림이 있다. 손과 발은 보통 자아의 능동성을 나타내는데, 감춰져 불안하게 멈춰 있다는 것은 자신감이 결여됐거나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경우를 드러내기도 한다. 진취적인 사람들은 손이 뒤로 가는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

표정

전체적으로 사람은 잘 그렸는데 표정을 얼굴의 구성요소로 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표정이 없는 경우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림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표정을 생략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그리라는 강요보다 “표정을 준다면 어떤 표정이 좋을까”라며 감정을 탐색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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