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주인, 김소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방송국을 뒤로 하고, 작고 조용한 책방의 주인이 되었다. 예상치 못한 김소영의 행보엔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강원도 인제 숲속에서 <신혼일기2>를 촬영할 때도 남편과 함께 400권의 책을 추리고 옮기느라 진땀을 빼며 둘만의 작은 서재를 가장 먼저 꾸몄던 김소영. 최근 매일 밤 산책을 하던 합정동에 작은 책방 ‘당인리 책 발전소’를 열었다. 오픈한 지 이제 일주일 된 책방에서 그녀를 만났다. 퇴사부터 신혼생활, 부부가 손수 꾸민 책방, 남편 오상진까지, 돌아오는 답변의 중심엔 늘 책이 있다.

“저희 부부가 유명세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했다면 식당을 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책방을 열고 열심히 운영하려는 이유는 책 한 권 한 권을 파는 게 정말 기뻐서예요.
연예인이 하는 책방이라니 신기해서 들렀다 책을 구입한 분일지라도 그 기회를 통해서 책을 읽게 되는 거니까요.”

<신혼일기2>에서, 많은 책을 직접 고르고 가져가 부부가 함께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퇴사를 앞두고, 또 책방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책을 읽었을 텐데
촬영 당시 책 400권을 가져갔어요. 좋아하는 책들만 추린 것인데 그중엔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읽으려고 가져간 책도 있어요. 그곳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책을 읽었어요. 하루키 특유의 스타일이 잘 녹아 있는 소설인데, 부부관계에 대해 인상적으로 써놓은 부분이 있어서 골랐죠. 삶의 매 순간 책에서 영감을 얻어요. 퇴사 후의 삶에 관해서는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이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일본의 대형서점인 츠타야 서점을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책이에요. 종이책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는 판국에 서점을 하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들 하지만, 저자는 서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지, 또 서점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행복과 경제적 성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을 수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알려줘요. 이 책을 읽고 서점을 열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츠타야 같은 대형 체인 서점과 저희 당인리 책 발전소는 아예 성격이 다르지만요. 책방을 준비하면서 읽은 또 다른 책은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서점은 죽지 않는다》예요. 앞으로 서점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한 책이에요.

퇴사 후 두 달여 만에 책방을 열었다. 추진력이 대단한 건가 아니면 미리 준비를 한 건가
저도 그렇고 남편도 책을 좋아하다보니 지인은 물론이고 기업체들로부터도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어요. 하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일일이 응답해드리기가 쉽지 않았죠. 퇴사를 결심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한 끝에 ‘좋아하는 책만 모아둔 책방’을 해볼 생각을 하게 됐죠. 책방을 너무 빨리 열어서 퇴사 전에 미리 준비했을 거라고 짐작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책방을 기획한 것은 퇴사하고 1~2주 정도 쉰 다음이었어요. 처음엔 그저 공간을 마련하고 책을 구입하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달려들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보니 준비해야 할 일이 예상 외로 많더라고요. 책을 어디서 어떻게 사서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으니까요. 책은 특수한 품종이라서 도서정가제라는 틀 안에서 움직이고, 정해진 총판이나 도매상을 통해서 구입해야 되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고부터는 하루에 1~2시간씩밖에 못 잔 것 같아요. 몸살도 몇 차례나 앓았죠.

책방 곳곳에서 두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
문의 페인트 칠이며 입주청소까지 저희가 직접 했어요. 약간 어설프긴 해도 저희 부부의 손때가 묻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직접 했다고 다 잘된 건 아니에요.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하지만 서점 운영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경험하고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청소부터 재고정리까지 일일이 해봤죠. 그래야 직원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과 직접 해야 하는 일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앞으로 더 잘 운영해야죠.

최근 작은 책방들이 부쩍 늘었는데 당인리 책 발전소만의 특징이 있다면
지금은 책을 어디서나 살 수 있잖아요.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까지 되니까요. 이런 시대에 책방을 여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작은 책방의 매력이자 장점은 ‘큐레이션’이라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책을 살 때 신간, 베스트셀러 순위 같은 것을 많이 참고하잖아요.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옥석을 골라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독자들이 매대 구석에 숨어 있는 책을 애써 찾아 읽지 않는 이상, 좋은 책을 선별하고 추천하는 건 서점의 몫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판매하는 책의 80% 이상을 읽고 소개글 또는 독후감을 쓴다’를 목표로 했어요. 모든 책마다 소개 쪽지를 붙여두었고요. (물론 신간도 있지만) 숨어 있는 좋은 책들을 저희가 발굴해서 주목 받으면 좋겠어요.

최근 팟캐스트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 진행도 맡았다
퇴사 후 팟캐스트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요. 공원국 작가의 《춘추전국이야기》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제의가 와서 수락했죠. 방송하는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저 역시 뭐든 제가 잘 알아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송 전 일주일 동안 전집 11권을 다 읽었어요. 팟캐스트는 방송 성격에 따라 청취자 층이 분명한 편이라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애정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부부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남편은 최근에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었고, 저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제가 읽은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히) 여성들이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에요. 이 책을 읽고 주말에 제 인스타그램 (@mochi_1022)에 포스팅을 했는데, 지금까지 올린 피드 중에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았어요. 심지어 결혼 발표 피드보다 더 높아요. 그날 저희 서점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그 책을 찾으셨어요.

두 사람의 독서 스타일과 할애하는 시간은
남편은 굉장히 빠르게 책을 읽고 핵심을 찾아내는 스타일이고, 저는 책을 천천히 오래 생각하면서 읽고 독후감을 써요. 그래서 길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제가 읽고 빨리 파악해야 하는 책은 남편이 읽어요. 저는 보통 하루에 한 권, 남편은 하루에 3권씩도 읽는 것 같아요. 근데 음식장사를 하다보면 끼니를 자주 거른다고 저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서점을 하니 책 읽을 시간이 너무 없어요. 그래도 큐레이션 때문에 어젠 3권이나 읽었네요.

당인리 책 발전소가 어떤 공간이기를 바라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읽으려면 좋은 책을 만들고 많이 파는 것만큼이나 동네 서점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동네 서점을 연 이유 중 하나도 좋은 책이 만들어지고 팔리고 읽히는 과정에서 선순환의 역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저 연예인이 있어서 신기한 공간이 아니라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을 때 편안하게 들르는 당인리 책 발전소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김소영, 오상진 책방이라 이름을 지을 거냐고 묻는 분이 많았어요.
저희들을 드러내기보다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당인리 책 발전소’라 지었어요. 독서가 우리 모두를 발전시킨다는 의미도 있고요.

스타일러 맘들을 위해 추천하는 책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장보영/새움

“결혼해서 엄마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쉽고 솔직하게 풀어 쓴 에세이예요.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통해 모성애가 저절로 생겨나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요. 한 고개, 고개 힘겨운 산을 넘듯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들을 잘 보여줘요.”

《춘추전국이야기》 공원국/역사의 아침

“중국의 역사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책이에요. 우리나라 작가가 서술한 책인데 중국으로 역수출될 정도로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요. 《삼국지》, 《초한지》 못지않게 재미있고,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웅진지식하우스

“남자아이들이 자라면서 힘, 체력처럼 몸의 기능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게 되는 데에 반해, 여자아이들은 성장기부터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가는 팔다리나 홀쭉한 허리처럼 외형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강요된 관심이 외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에요. 여자로서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에요.”

《영초언니》 서명숙/문학동네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들의 고결한 뜻에는 남녀 구별이 없지만 사회적으로 명망을 얻은 분들은 거의 남자예요. 똑같이 사회를 바꾸려고 했지만 여자는 보조적인 역할로 비치는 경우가 많죠. 《영초언니》는 유신정권에 맞섰던 여성 천영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요.”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문학동네

“남편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에요. 안나 카레니라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인데, 분량이 방대한데다 셀 수 없이 많은 인물이 등장하죠. 긴 호흡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잘 묘사한 책이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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