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온 페트리

핀란드 하면 ‘무민’부터 떠올렸던 우리에게 새로운 핀란드 친구가 생겼다. 도시적인 외모와 달리 순박한 모습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페트리다.

방송 후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라고 기뻤어요. 사실 조금 걱정도 했거든요.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에요. 빌레는 SNS에 한국인 팔로워가 늘어서 깜짝 놀랐대요.
다른 친구들도 신기해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어요.

페트리 칼리올라(32)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쁘고 유명한 외국인 중 한 명이다. SBS <맨인블랙박스>에서 빙판길 운전에 익숙한 핀란드인으로 처음 방송에 출연한 이후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최근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통해 인기 급상승, 유명세를 타는 중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페트리와 그의 오랜 친구인 빌레, 빌푸, 사미가 함께 한 리얼 한국 여행기. 버섯채취, 사우나, 바다수영이 취미인 이들에게 다채로운 한국의 놀이 문화와 먹거리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들의 순박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방송은 큰 화제를 모았다. 방송 후 호기심이 커져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핀란드 청년 페트리를 만난 것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 늦은 저녁이었다.

정말 춥네요. 하지만 핀란드인에게 이 정도 추위는 익숙하죠?
추운 정도는 한국과 핀란드가 비슷한 것 같아요. 대신 핀란드는 더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이에요. 그에 비하면 한국의 겨울은 좀 더 촉촉하달까요(웃음). 핀란드는 가장 더운 여름에도 한국의 봄가을 날씨와 비슷해요. 한국은 계절별로 기온 차가 크고 풍경이 뚜렷하게 달라지잖아요. 그런 자연의 변화가 흥미로워요.

한국에선 요즘 롱패딩이 유행이에요. 추위를 피하려고요. 그런데 핀란드인들은 오히려 추위를 즐기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한겨울에도 꽁꽁 언 호수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수영을 할 정도예요. 저희 할머니도 90세 까지 얼음 수영을 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몸을 혹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건강한 자극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속초에 갔을 때도 친구들은 모두 바다에서 수영을 했는데 저만 안 했잖아요. 집에 돌아와서 후회했어요.(웃음)

바다수영, 버섯채취 등 방송에서 본 핀란드인들의 ‘자연친화적 놀이문화’가 꽤 화제가 됐어요.
방송을 본 분들이 “버섯 딸 때 왜 즐거워?”하고 물어보더라고요(웃음). 핀란드는 사는 곳 가까이에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크고작은 호수도 약 20만 개나 있어요. 괜히 ‘호수의 나라’가 아니죠.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 노는 것이 일상이에요. 친구들과 버섯을 따면서 오랜만에 아주 익숙한 편안함을 느꼈어요. 다시 10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그리고 버섯은 향이 정말 좋잖아요. 버섯을 직접 따서 요리하면 훨씬 더 맛있어요(웃음).

여행 계획 짜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야구경기 관람과 속초로 이어진 코스는 정말 탁월했어요.
하하. 제가 생각해도 그 코스는 좀 잘 짠 것 같아요(웃음). 친구들이 한국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야구장에 간 거였대요. 핀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정적인데다 역동적인 놀이문화가 많지 않으니까 그 경험이 굉장히 강렬했나봐요. 막판에는 다들 정말 흥분해서 경기장을 떠나기 싫어했을 정도로요. 속초 여행을 택한 건, 한국에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저도 그동안 한국의 이곳저곳을 참 많이 여행했거든요. 남해도 정말 예뻐요. 바다에 수많은 섬이 떠 있는 걸 보면 핀란드에서 발트해를 보는 것만 같아요. 한국은 여행자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나라예요. 여행하기 정말 편하거든요. 교통도 잘돼 있고, 안전하고, 어딜 가나 맛집과 숙소가 있고요.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고요.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다시 한국에 온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코스로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에는 언제,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3년 전 충남대학교 언어대학원에 교환학생으로 왔어요. 지금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요. 대사관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정식 외교관으로 발령을 받아 온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업무를 전담하다가 지금은 문화·과학·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사관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요. 핀란드에서도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그때도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한국말로 배우려니까 더 힘들어요. 올해 안에 대학원 졸업하는 게 목표인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편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라고 기뻤어요. 사실 조금 걱정도 했거든요. 사람마다 생각이나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까 어딜 가나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분명 있잖아요. 인터넷이나 개인 SNS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있고, 원하지 않았는데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될 수도 있고요. 저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어서인지 부정적인 시각이나 평가를 접하면 편치 않더라고요. 이번엔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것이니까 공연히 친구들까지 나 때문에 덩달아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더 걱정했죠. 그런데 다행히 다들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제작팀이 “악플이 하나도 없어요” 이럴 정도로요.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에요. 빌레는 SNS에 한국인 팔로워가 늘어서 깜짝 놀랐대요(웃음). 다른 친구들도 신기해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어요.

핀란드편이 유독 반응이 더 좋았던 이유가 뭘까요?
친구들과도 얘기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웃음). 우리끼리는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카메라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그냥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여행을 편하게 하자”라고는 했어요. 그런 솔직함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요? 빌레, 빌푸, 사미의 평소 모습은 정말 방송과 똑같거든요(웃음). 사우나하고 호수에서 수영하다가 버섯도 따고 먹는 것 좋아하고…. 방송 후 저희 이야기가 핀란드에서 화제가 됐어요.

핀란드에서도요? 어떻게요?
핀란드 언론 몇 군데에서 저희 이야기를 소개했어요. “우리나라 청년들이 한국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유명해졌대.” 이렇게 된 거죠.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이 많잖아요. 핀란드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굉장히 궁금해해요. 진짜 평범한 시골마을 청년 서너 명이 외국 방송에 출연하고 나름 유명해졌다고 하니, 당연히 화제가 됐죠.(웃음)

서양인들은 타인의 시선에 별 관심이 없고 신경도 안 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나라마다 조금씩 성향이 다른 것 같아요. 아마도 핀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그다지 유명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전 세계에서 핀란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노키아, 자일리톨…. 핀란드 하면 대부분 이 정도만 떠올릴 것 같아요. 한국사람들은 교육에 관심이 많으니까 핀란드 하면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그럼 이 기회를 통해 꼭 알리고 싶은 핀란드의 문화나 여행지가 있다면?
흠… 우선, 노키아는 망하지 않았어요(웃음). 아직 휴대전화도 만들고, 무엇보다 지금은 네트워크 회사로 엄청 잘나가요. 노키아에 다니던 기술자들이 나와서 만든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도 있죠. 한국인 유저도 엄청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만약 핀란드를 여행한다면 발트해를 추천하고 싶어요. 한국처럼 섬이 많아서 여름에 특히 예쁘고, 캠핑이나 자전거 투어도 가능해요. 조용히 혼자 또는 가족만의 휴식을 원한다면 핀란드가 정말 좋아요. 핀란드는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 별장이 하나씩 있는데, 그만큼 자기만의 공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호수 근처 별장에서 낚시나 수영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이 핀란드인들의 휴가죠. 숙소를 찾는다면 호텔보다는 별장을 통째로 빌리는 에어비앤비도 좋을 것 같아요. 호수 근처 별장에 묵으면 ‘이게 진정한 고요함이구나’ 느끼게 될 거예요.(웃음)

그런 곳에서 살다가 서울살이를 하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가장 힘들었던 건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핀란드는 인구가 적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영역이 보장되거든요. 그러다보니 사람이 밀집한 곳에 가면 약간 두렵고 적응이 잘 안됐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요. 자동차 클랙슨 소리도 한국에 와서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생활이 좋은 점은요?
정말 많죠. 일단 재미있어요. 한국에 비하면 핀란드는 너무 심심해요. 최고는 역시 음식문화예요. 맛도 좋고, 24시간 식당에 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핀란드에서는 한 달에 외식을 한 두 번 할까 말까 하거든요. 비싸기도 하거니와 레스토랑이 다 일찍 문을 닫아요. 심지어 술도 정해진 곳에서만 살 수 있고요. 보드카처럼 독주를 주로 마시다보니 술 때문에 사고가 많이 생겨서 아예 법으로 정했어요. 그런데 한국은 소주나 막걸리 같은 맛있는 술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안동찜닭을 특히 좋아해요. 먹거리 문화만으로도 서울생활은 버틸 수 있어요.(웃음)

 

아까 촬영할 때보니 스케이트보드를 제법 잘 타던걸요. 버섯 따는 청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어요.
핀란드에서는 학창시절에 취미로 운동을 많이 해요. 저도 축구를 좋아하고, 스노보드도 많이 탔어요. 핀란드 사람이라고 산 속에서만 노는 건 아니에요(웃음). 게임도 하고, 플레이스테이션도 해요. 제 원래 꿈은 록스타였어요. 메탈리카의 광팬이었거든요. 그래서 기타 연습도 많이 했죠. 가수의 꿈은 아직 버리지 않았어요. 친구들에게도 ‘계속 연습해서 언젠가 멋진 기타리스트가 될 거야’라고 말하죠.

록스타를 꿈꾸던 페트리의 학창시절이 무척 궁금하네요. 방송에 출연했다고 하니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즐거워하시죠. 가족들은 제가 행복하면 다 괜찮다고 하세요. 핀란드에서는 스무 살이 되면 대부분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요. 안 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요. 기숙사처럼 임대료 부담이 거의 없는 주택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인이 된 이후에는 철저히 독립된 개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선택도, 책임도 제 몫이죠. 그래서 제 일상을 아주 구체적으로 가족과 상의하지는 않아요. ‘그런 일이 있구나, 잘되길 응원할게’ 이 정도예요. 여동생도 마찬가지고요. 가족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 다들 보고 싶네요.(웃음)

곧 크리스마스예요. 핀란드는 산타의 고향으로도 유명하죠. 이맘때 고향의 풍경은 어떤가요?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요. 조촐하게 파티도 하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요리도 먹고요. 감자요리, 생선요리, 연어구이 등을 먹고 순록을 먹기도 해요. 소고기랑 비슷한데, 아주 맛있어요(웃음).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어머니의 요리를 못 먹을 것 같아요.

저도 축구를 좋아하고, 스노보드도 많이 탔어요. 핀란드 사람이라고
산 속에서만 노는 건 아니에요(웃음). 게임도 하고,
플레이스테이션도 해요. 제 원래 꿈은 록스타였어요.
메탈리카의 광팬이었거든요. 그래서 기타 연습도 많이 했죠.
가수의 꿈은 아직 버리지 않았어요. 친구들에게도 ‘계속 연습해서
언젠가 멋진 기타리스트가 될 거야’라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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