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둘리의 시간 여행

‘#집밥’ 해시태그로 8만4천 팔로워의 인기를 끌고 있는 ‘집밥둘리’ 박지연씨가 눈이 채 녹지 않은 남양주 산중턱에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 풍경과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집밥둘리(@doolygrams)’라는 닉네임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둘리’와 할머니가 해주시던 집밥의 추억이 만나 탄생했다. 그 닉네임처럼 박지연씨의 음식에는 외롭고 힘들 때면 마음속에서 부르던 상상 속의 친구 둘리와 어린 시절을 함께한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담겨 있다. #집밥 해시태그의 피드는 무수히 많지만 그녀의 콘텐츠가 유독 사랑받는 것은 잊고 살지만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아닐까.

박지연씨는 2011년 남편과 함께 미국 텍사스로 떠났다가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남양주에 정착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운영하던 빈티지숍 ‘아날로그 가제트(@analog_gadget)’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겨 직접 모은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빈티지, 특히 미국 빈티지에 대한 관심은 어릴 때부터 쭉 이어왔다. “아빠가 올드팝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고, 카메라에도 관심이 많아 사진 찍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중학교 땐 친구와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에도 자주 갔어요. 지금은 없어진 거평프레야에 가면 미국에서 온 구제 스웨터를 쭉 걸어놓고 파는 곳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구제 스웨터랑 미국에서 들여온 주황색
잔스포츠 가방을 사서 학교에 메고 갔죠.” 그런 그녀에게 텍사스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주말이면 차를 몰고 우리나라 총 면적보다 넓은 텍사스 이곳저곳을 누볐다. 텍사스는 대부분의 가정이 승용차 한 대, 트럭 한 대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트럭 이용률이 높은 도시. 빈티지 페어에 갈 때는 렌트한 트럭을 직접 몰고 5~6시간이 걸리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페어 자체가 빈티지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이벤트라 흥미로운 게 많았어요. 입이 떡 벌어지는 빈티지를 보기도 했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못 산 적도 많죠. 빈티지 컬렉터 중에는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모으는 사람들이 많아요. 코카콜라 병만 모으거나 파이렉스 그릇만 모으는 식이죠.”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유럽 빈티지 열풍이 불고 있다.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부터 독일, 파리 등 서유럽 지역을 가리지 않고 특히 그릇류를 판매하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미국 빈티지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유럽 빈티지에 비해 훨씬 아기자기하고 디자인이 위트 있어요.” 미국 빈티지를 소개하는 아날로그 가제트에서는 그릇은 거들 뿐이고 타자기, 오븐, 장난감 등 상상 이상의 다양한 빈티지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가 살던 텍사스의 2층집으로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오븐과 전기레인지 등은 지금도 텍사스 가정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 한국의 여름과 달리 텍사스는 햇빛은 강렬하지만 습하지 않아 잘 닦아주기만 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빈티지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제품 하나하나를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 심지어 그날의 날씨와 공기까지 모두 기억한다. “금도 아니고 다이아몬드도 아니지만 한 사람의 주방에서 사용되던 제품이 이름 모를 여러 사람의 손을 타고 제 주방으로 건너와 이제 한국에까지 왔어요. 그 과정을 상상하다보면 이곳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더 특별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물건들을 보며 그 물건을 사용한 사람을 상상하다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그녀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금, 후추통을 주로 선물한다. 어느 날 식당이나 가정집 식탁 위에 흔히 놓인 소금통과 후추통을 보며 주방의 커플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층 의미 있게 다가왔다. “똑같은 몸에 이름만 다르게 적힌 소금통, 후추통이 몇십 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다가 결국 미국사람도 아닌 제 손에 들어왔다는 게 신기해요. 사이 좋은 부부 같지 않아요?” 직접 톱질하고 못질해 만든 우드 사이드 테이블과 기성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긴 아일랜드 식탁에서는 앞으로 푸드 클래스도 열고, 한국에 오면서 잠깐 멈췄던 영상 촬영도 진행할 예정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아날로그 가제트를 바라보면 그녀의 인스타그램 창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집밥둘리 박지연의 또다른 시간과 추억이 쌓여 조금씩 변모할 이 공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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