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박보경 부부의 봄날

부부의 해사한 웃음은 차디찬 겨울 공기마저 무색케 했다. 대단한 추위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날, 생애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남자와 그의 도전을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봐 온 아내에게는 눈부시게 따스한 봄날 같았다. 

 

나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내 수상 장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도저히 못 보겠더라.
왜 그렇게 울었을까, 바보처럼 보였을 것 같아서 민망하고 낯 뜨거워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잠깐 앞부분만 보는데도 생생하게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서 눈물이 나더라.

“어디선가 보고있을 제 아내, 배우인데, 애 키우느라 고생 많고… 너무 고맙고 사랑해.” 영화 <범죄도시>로 제3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진선규는 눈물 범벅인 채로 말했다. 이날 주인공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진선규였다. 그리고 아내 박보경은 그 감격스런 순간의 한가운데 있었다.

웨딩 촬영을 해봐서 알겠지만, 부부끼리 분위기 잡고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둘 다 능숙하더라. 역시 배우구나, 싶었다.
진선규 내심 굉장히 어색했는데 티가 안 났다면 다행이다(웃음). 아내와 연극할 때 함께 포스터를 촬영해본 적은 있지만 이런 식의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매일 집에서만 보다가 한껏 치장한 아내를 보니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다. 아내 보경이도 배우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매번 나만 촬영하는 것이 못내 미안했는데, 오늘은 예쁘게 활짝 웃는 아내를 보니 기분이 좋다.

박보경 날씨가 추운데도 많은 스태프가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데 빨리 집중해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랜만에 촬영을 하니까 즐겁기도 했다(웃음).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공감할 테지만 다섯 살, 20개월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여자들은 근사하게 화장하고 좋은 옷 입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육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이런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고, 남편에게 고맙다.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눈물의 수상 소감은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진선규 가장 신기했던 건 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이었다. 수상 소감이 화제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내 수상 장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도저히 못 보겠더라. 왜 그렇게 울었을까, 지금 너무 후회 중이다(웃음). 바보처럼 보였을 것 같아서 민망하고 낯 뜨거워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잠깐 앞부분만 보는데도 생생하게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서 눈물이 나더라. 아마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보경 당일 시상식장에 함께 갔다. 남우조연상 시상이 2부 첫 순서였는데, 1부까지는 마치 놀이공원 놀러 간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송강호, 최민식 등 쟁쟁한 배우들을 실제로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웃음). 그런데 막상 2부 시작하고 곧바로 ‘남우조연상 시상’이라는 문구가 스크린에 뜨니까 그때부터 너무 떨리더라. 정말 눈곱만큼도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떨렸다. 지금도 그때의 분위기,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이름이 호명되고 단상에 올라가면서부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왜 그렇게 울었나?
진선규 하… 그 감정은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처음엔 내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이런 생각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선규야 너래 너, 나가!”라고 해서 얼결에 일어나 단상 쪽으로 갔다.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더니 멈출 수 없었다. 영화제를 포함해 그런 시상식에 참석한 게 난생처음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떨려서 청심환을 한 알 먹었다. 아내를 포함해 모두에게 더없이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그냥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 말고는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웃음)

박보경 예전에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울까?’ 싶었다. 그런데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나더라. 남편이 우는 모습을 보니까 더 울컥하고 짠했다. 속으로 ‘바보같이 왜 울어, 그만 울어’ 그러면서도 나도 같이 울었다. 당장 가서 안아주고 싶었는데, 배우들 좌석과 떨어져 있어서 멀리서만 지켜봤다.

유해진, 배성우, 김희원, 김대명 등 후보도 쟁쟁했다. 그 와중에 심사위원 몰표를 받았다.
진선규 엄청난 배우들이 모이는 시상식에 초대된 것만으로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영화가 상영된 후 실제로 나를 조선족으로 아는 사람이 많더라. 그만큼 내가 의도한 대로 캐릭터를 리얼하게 표현했다는 의미일 테니까 이미 배우로서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까지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범죄도시>에서 함께 열연한 윤계상은 수상 소식을 듣고 본인이 울 정도로 기뻐했고, 배우 김무열은 “진선규의 수상이 누구보다 기쁘고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그 외 수많은 배우가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진선규 시상식 당일에 <범죄도시> 팀 뒤풀이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성공적으로 상영(누적 관객수 687만 명)이 마무리되면서 자축하는 의미였다. 일찌감치 모인 팀원들이 후보에 오른 사람들을 마치 월드컵 시청하듯 응원했다고 하더라. 함께 고생한 팀의 축하를 받아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배우로서 관객에게 인정받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나와 친분이 없는 분들도 내 수상을 언급하면서 ‘힘이 된다’고 한다. 연극을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선배들을 보며 존경심과 목표의식을 가졌는데, 아주 작고 미미하지만 이제는 내가 그런 좌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대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나를 보며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지 않을까. 아내가 나한테 “이제부터 진짜 잘해야 해”라고 말한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박보경 우리 부부는 정말 인복이 많다. 늘 우리보다 좋은 사람, 나은 사람들을 만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다. 남편의 작은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이 많은 것도 복이다. 나만 인정했던 남편의 연기력을 많은 사람이 알아봐준 것 같아서 아내로서는 좀 자랑하고 싶기도 한데, 그럼 안 된다. 이 사람은 내가 잡아줘야 한다(웃음).

아내로서는 뿌듯하지만, 배우로서는 어떤가. 어찌 됐든 육아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아쉽지는 않나. (배우 박보경은 <옥탑방 고양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유도소년> <내 마음은 안나푸르나> 등에 출연한 베테랑 연극배우다.)
박보경 개인적으로 연기 욕심, 무대 욕심은 당연히 있다. 첫째 낳고 오랫동안 작품을 쉬면서 너무 힘들었다. 둘째 낳기 전에 무조건 작품 하나는 하고 임신하는 것이 내 나름의 조건이었다(웃음). 그렇게라도 갈증을 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게 두 작품 정도 하고 둘째를 임신했다. 둘째가 이제 막 20개월이 됐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며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오디션도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 진선규의 아내라는 수식어 대신 오롯이 ‘배우 박보경’으로 인정받고 남편이 걸어온 길을 가고 싶다.

진선규 이런 얘기만 나오면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 서운하고 아쉬울 만도 한데 한 번도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다. 가끔 촬영하다가 전화하면 아이들이 정신없이 장난치고 떠드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다 들리는데, 얼마나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인지 다 안다. 그런데도 “들었지? 애들 잘 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애들 재워야 해” 하고 전화를 끊는다. 쿨하게 말하지만, 밖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엄청 큰 힘이 된다. 더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아내가 작품을 하게 되면 그때는 열일 제쳐두고 보필할 거다.

오로지 남편을 위해서 희생하는 건가?
박보경 누군가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내가 희생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일은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다. 그런데 두 아이가 너무 예쁘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부모가 된 이상 제 몫을 하는 성인이 될 때까지 난 아이들 인생의 조력자가 돼야 한다. 삶의 초점이 바뀌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좋은 조력자가 되려면 일단 나부터 잘 살아야 하니, 결과적으로 내게도 나쁘지 않다.

두 사람은 처음 어떻게 만났나.
진선규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선후배였다. 학교 다닐 때는 각자의 연애에 매진하느라 서로 관심이 없었다(웃음). 내가 졸업하고 2005년 친구와 함께 극단 ‘간다’를 만들면서 연극하고 싶은 동기들, 후배들을 모았고 그러면서 가까워졌다. 거의 매일 모여서 연습하고, 아이디어 회의하고, 훈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박보경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매일 보다가 가끔 하루 이틀 안 보는 날엔 ‘선배는 뭐 하지?’ 궁금하더라(웃음). 그래서 처음 남편이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도 후배로서 너무 편하고 익숙한 감정을 좋아하는 마음과 헷갈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단순히 동료애인 줄로만 여겼다. 심지어 당시 남자친구도 있던 터라 남편의 고백이 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엔 “오빠, 정신 차려. 맨날 봐서 그래” 하며 애써 무시했다.(웃음)

남자친구가 있는 후배에게 고백할 정도면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진선규 그런 건 없다. 아내와는 만나서 결혼하는 과정까지 물 흐르듯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아내에 대한 마음이 단순히 후배가 아닌 여자로서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사귀고 싶다가 아니라,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연애보다는 결혼이 하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박보경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는데 ‘그냥’이라고 말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다. 매일 같이 연습하고, 나도 모르게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스며든 것 같다.

오늘 보니 남편 진선규 씨는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생기 있게 반응한다. 꼭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 같다.
진선규 내가 아내에게 지어준 별명이 있다. ‘와사비 같은 여자’(웃음). 결혼한 지 올해 햇수로만 8년 차다. 연애한 기간까지 합하면 아내를 알아온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는다. 그럼 보통 익숙해지기 마련 아닌가. 물론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도 무척 좋다. 그런데 아내는 그럴 틈을 안 준다. 연애할 때도, 결혼한 후에도 언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상황에 왜 저런 말을 하지?’ 싶을 때도 많고, 어이없이 웃게 만들기도 한다. 실수도 자주 하는데, 그게 항상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다. 말 그대로 와사비처럼 톡 쏘는 매력이 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이 보경이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박보경 내가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성격이라면 남편은 큰 그릇 같은 사람이다. 화를 안 낸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하든 웬만하면 다 받아준다. 그리고 수줍어하는 성격과 달리 진짜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웃음 코드를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내복 입고 무술 시범을 보인다든지 햄릿의 대사를 진지하게 연기하는 식이다. 실제로 보면 정말 웃긴다.

아무래도 예능의 끼가 있는 것 같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천역덕스럽게 무술(카포에라) 시범을 보인 게 큰 화제가 됐다.
박보경 맞다. 비슷한 모습이다(웃음). 그런데 무술은 웃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진짜 운동신경이 좋다. 춤도 잘 춘다(웃음). 대학 다닐 때 남편에게 아크로바틱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뭐든 운동을 시작하면 “조금만 더 하면 선수해도 되겠다”는 말을 듣는다.

진선규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사실 운동을 시작한 데는 조금 슬픈 사연이 있다. 학창시절 워낙 성격이 온순해서 날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더 이상 당하기 싫어서 혼자 운동을 시작했다. 마치 <말죽거리 잔혹사>의 주인공처럼(웃음). 그렇게 시작했는데, 의외로 소질이 있더라.

싸울 때는 없나.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금슬 좋은 부부도 한두 번씩 부딪히기 마련인데.
박보경 결혼 생활 중에 한두 번 정도 싸웠나? 둘 다 화나면 말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내가 먼저 “난 아까 이래서 화가 났는데, 이젠 괜찮아” 하면 남편은 어이없어한다. 그렇게 흐지부지되는 거다. 남편은 혼자 울고 풀어지는 나를 끝까지 이해하진 못했지만. 뭐, 상관없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웃음)

진선규 늘 이렇다. 화를 내고 싶어도 “그건 오빠 감정이니까 오빠가 알아서 해” 하는 식이다. 가끔 진짜 황당하다.(웃음)

같은 일을 하는 부부,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진선규 일단 목표가 같기 때문에 서로 의지가 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고. 하지만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은 절대 안 한다. 일종의 불문율 같은 거다.

박보경 같은 말도 남이 하면 괜찮은데 남편이 하면 큰 상처가 될 때가 있다. 남편의 말투 자체가 조곤조곤하고 착하게 얘기하는데도, 사소한 표현에서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선규 아, 장점이 있다! 급할 때 바로 섭외가 가능하다(웃음). 영화 <특별시민>을 찍을 때 내 아내 역할이 필요했다. 나한테 전화기를 건네주는 아주 짧은 장면인데, 감독님이 “한 컷이라 오디션 보기도 그렇고 어쩌지?” 하시길래 “잠깐만요” 하고 아내한테 바로 전화했다. 마침 촬영장도 바로 집 근처였다. “여보, 지금 잠깐 와서 한 장면만 찍고 가.” “무슨 역할인데?” “응, 내 아내 역할이야.” 내 아내 역할이라는 말에 무척 아쉬워하긴 했지만, 이런 임기응변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 아닐까.(웃음)

상을 받고 한 달 동안은 정말 많은 시나리오를 받았다. 예전 같으면 고르는 게 어딨어,
무조건 하는 거지(웃음). 역할이 작아서 영화가 겹쳐도 크게 지장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법 롤도 커지고 분량도 많아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상 이후 달라진 일상이 있다면.
진선규 생애 처음 광고를 찍었다는 것, 그리고 오디션 대신 캐스팅을 받게 된 것(웃음)? ‘이 역할로 시나리오 한번 봐주세요’ 하는 제안을 받는 건 늘 꿈꿔오던 장면이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되니 현실감이 떨어지더라. 상을 받고 한 달 동안은 시나리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예전 같으면 고르는 게 어딨어, 무조건 하는 거지(웃음). 역할이 작아서 영화가 겹쳐도 크게 지장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법 롤도 커지고 분량도 많아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박보경 시나리오 표지에 ‘진선규 배우님’ 이렇게 쓰여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남편이랑 둘이서 “우리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하면서 엄청 좋아했다(웃음).

더 바빠지면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 텐데, 괜찮은가.
박보경 첫째는 ‘아빠는 촬영하러 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촬영이 없을 때는 무조건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빠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특히 첫째 딸과 사이가 아주 돈독하다. 전형적인 딸바보다. 아빠가 오면 “아빠, 나랑 문방구 갈래?” 하며 아빠를 끌고 나간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뭐든 들어준다는 걸 아이가 벌써 아는 거다. 남편은 당연히 알면서도 당해준다.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딸바보가 아니라 딸과 바보다”라고 한다.

진선규 둘째는 아들인데, 정말 예쁘다. 그런데 딸과 달리 표현이 잘 안 된다. 애가 우는 게 당연한데도 “울지 마! 남자가 울면 못 써!” 이렇게 말하게 된다. 그러다 잠들면 뽀뽀 세례를 하고. 두 아이를 보면 행복하고 힘이 난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실 텐데.
진선규 물론이다. 학창 시절에는 너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가족 중 아무도 내가 배우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진해(그의 고향은 경상남도 진해다)에 있는 극단에 가게 되고, 연기라는 신세계를 경험한 뒤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시면서도 “규야,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라 표현은 안 하시지만 좋아하신다.

오늘 근사하게 차려입었으니 인터뷰가 끝나면 오붓하게 데이트해도 좋을 것 같다.
박보경 하하. 그러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난 육아 현장으로 다시 가야 한다. 연애할 때는 둘이 등산을 가는 게 취미였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쉽지 않더라. 요즘에는 가끔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둘이 심야영화를 보는 게 그렇게 좋더라. 그런데 오늘은 남편이 선약이 있어서 안 될 것 같다.

진선규 오래전부터 약속된 모임이라 어쩔 수 없다. 또 아내에게 미안하게 됐네.

작년 한 해 동안 영화 <범죄도시><남한산성><특별시민> 등에서 꾸준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진선규는 <스타일러 주부생활> 섭외 리스트에서 늘 빠지지 않는 배우였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 탓에 번번히 만남은 불발됐다. 그러던 중 수상을 하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던 지난 연말, 그는 기자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스크린 안에서도, 밖에서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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