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한 잔 주세요!

무심코 받아든 테이크아웃 잔 하나가 말하고자 하는 수많은 브랜딩 메시지들. 취향 좋은 이현민·김원선 부부가 직접 듣고 경험했다. “Here or to Go?”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등을 이용해 세련된 인상의 인테리어를 구현하고 살굿빛의 핑크색과 페이즐리 패턴을 시그너처화해 아우어 베이커리만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가게를 나설 때 왠지 으쓱해지는 기분
아우어 베이커리

아우어 베이커리 인기의 중심에는 페이즐리 로고의 일회용 컵과 봉투가 있다. 살굿빛 예쁜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며칠을 보관하게 될 만큼 근사한 종이 봉투가 갖고 싶어서 아우어 베이커리를 방문한다.
배드 파머스, 런드리 피자 등 식당을 하나의 이미지로 키워낸 CNP푸드의 브랜딩 저력 뒤엔 언제나 ‘왜?’라는 물음이 있다. ‘왜 이런 메뉴가 있어야 하지?’ ‘왜 이런 복장을 입어야 하지?’ ‘왜 이런 음악이 흘러야 하지?’ 등 공간에서 드러나는 모든 표현에는 이유와 답이 있다는 전제 아래 답을 찾아나간다.

CNP푸드는 아우어 베이커리를 기획하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압구정의 지리적 특성과 베이커리라는 업종의 특징, 고객 타기팅 등을 분석했다. 또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성향까지 함께 파악, 고려했다. 베이커리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음료 메뉴를 간소화하고 ‘손님이 빵을 사서 나갈 때 왠지 으쓱해지는 기분’을 만드는 숙제를 추가했다. 숙제는 곧 패키지로 해결했다. 아우어 베이커리의 디자인은 분홍색과 페이즐리 패턴으로 축약된다. 사진으로 담아 SNS에 공유하고 싶을 만큼 예쁜 살굿빛이 도는 분홍색으로 여자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고, 고상한 페이즐리 패턴을 더해 남자 손님의 손에 들려도 어색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물론 그 안에 담긴 더티초코의 드라마틱한 맛과 비주얼이 궁극적인 주인공이겠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빈 브라더스

볼드한 폰트, 블랙 & 화이트 컬러의 대비가 특징인 빈 브라더스의 디자인은 시원스럽고 에너제틱한 기운을 풍긴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 활동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세상의 좋은 커피 중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커피를 찾아주겠다는 마음을 담아 원두 정기 배송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카페 브랜드로 성장한 지금까지도 고객의 친절한 퍼스널 바리스타이길 희망한다. 때문에 바리스타와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각 원두의 맛과 특징을 담은 ‘원두 명함’부터 자체 제작 매거진, 커피 테이스팅 이벤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손님들에게 말을 건다.

빈 브라더스는 오피스(본사)를 백스테이지라 부른다. 고객과 직접 무대에서 만나는 바리스타를 보필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스테이지의 마케팅팀은 매장에서 손님들에게 설문 조사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브랜드팀은 바리스타들이 매일 보내주는 보고서나 요청에 따라 포스터부터 MD 상품까지 폭넓게 디자인한다. 또 매장이 자리한 지역의 특색과 고객의 성향에 따라 인테리어는 물론 메뉴판, (원두별 맛의 특징을 소개하는) 테이스팅 노트의 영어 사용 빈도나 픽토그램의 사용 여부 등을 달리해 디자인한다. 만약 당신의 동네에 빈 브라더스가 있다면 그곳의 메뉴와 분위기는 당신을 쏙 닮아 있을 것이다.

한국적 레트로 감성과 만난 커피
프릳츠

한국적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김병기 대표. 로고 디자이너에게 ‘고래도 물개도, 그 무엇을 그려 넣어도 상관없으니 무조건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로고를 만들어달라’ 주문했고, 디자이너는 정말 물개를 그려 왔다(프츠 인하우스 디자이너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전문가 조인혁이다). 이런 위트 있는 로고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긴 오너는 ‘우연에 기반한 즐거움이었다’고 정리했다.

프츠의 로고와 패키지는 개화기 시대의 모더니티와 함께, 1970~80년대 레트로 이미지가 동시에 느껴지는 한국적 디자인을 그려낸다. 프츠는 원두를 비롯해 맨투맨 후드 티셔츠, 포스터 등 레트로한 디자인의 MD 상품을 제작, 판매해 브랜딩 작업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듯 비춰지지만, 사실 김병기 대표의 오롯한 관심은 오히려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데에 있다. “순전히 저의 취향으로 인테리어와 각종 디자인을 결정하기 때문에, 프츠의 이미지는 즐겨주시는 분들의 몫이라 믿습니다. 다만 저의 방향은 늘 프츠의 모든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직업 활동을 영위하는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돕는 데에 있습니다.” 커피와 빵, MD 상품 등 프츠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당신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는 직원의 삶을 더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과 연결된다니 이보다 멋진 인연이 또 있겠는가.

음료 한 잔에 담긴 바우하우스 철학
이코복스

2011년 영국 디자인 매거진 <모노클>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이코복스는 한때의 유행으로 점철되다 사라질 핫 플레이스가 아닌 매일 마시기 좋은 ‘데일리 커피 브랜드’를 지향한다. 따라서 화려한 인테리어, 브랜드 디자인 등의 겉모습보다는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나
커피의 맛 등 본질을 중요시한다. 가짓수가 적은 메뉴 역시 바리스타가 한잔 한잔 마음을 다해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지난해 8년 만에 내어놓은 여름 대체 메뉴인 라임, 레모네이드는 생과즙을 착즙해 물에 섞어 먹었던 최초의 레시피에서 착안해 탄산을 첨가하지 않았다.

이코복스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우하우스’다. 일회용 컵뿐 아니라 가구와 조명, 집기 등을 직접 디자인해 사용하는데 내구성과 실용성을 중심에 두고 그 위에 디자인을 더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전에도 오늘도 또 앞으로도 존재하는 것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패키지 역시 타이포그래피만을 사용해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지향하는 동시에, 커피 맛으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인 만큼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았다.
컵과 캔의 배경지 색을 제외하고는 리뉴얼을 자제해 기능주의 우선의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민 온 초콜릿
피초코 오브 서울

감성 소비의 영역인 초콜릿은 주로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미각만큼 디자인에 민감하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초콜릿 브랜드 마스트 브라더스(Mast Brothers)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도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예쁜 포장지의 공을 빠뜨릴 수 없는 것처럼.


베네수엘라에 거주하다 2년 전 다시 이민을 온 존 & 댄 형제가 운영하는 초콜릿 브랜드 피초코 오브 서울 역시 베네수엘라의 대표 특산품인 초콜릿을 한국에 소개하기에 앞서 초콜릿의 퀄리티만큼이나 패키지에 공을 들였다. 피초코는 특히 한국의 초콜릿 문화에 주목했다. 매일 20~30g씩 초콜릿을 챙겨 먹는 북남미에 비해 한국에서는 초콜릿을 대개 기념일 선물로 국한한다. 형제는 선물하기 좋은 동시에 선물하지 않아도 사고 싶은 초콜릿을 고민했다. 국내에 프리미엄화된 초콜릿 문화를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카카오빈 제품의 경우 스페셜티 커피처럼 카카오가 생산지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지닌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한 카카오 선별부터 초콜릿 생산까지 공정 전반에 관여해 제작하는 10가지 맛의 빈투바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엽서처럼 패키징해 편지와 함께 건내기 좋은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 4개씩 묶음으로 판매하는 패키징 상품은 양장본 책처럼 디자인해 각각 그 맛을 공부하는 듯한 색다른 기분을 선사한다.

 

 

인기기사

GO 더보기

@styler_mag

Instagram has returned invalid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