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아빠와 그림 속의 나

아이와의 소중한 일상을 그리는 아빠는 유명 작가가 되었고, 그 그림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매주 또는 매일 수많은 팬이 기다리는 새로운 콘텐츠의 주인공이 된다.
인기 웹툰과 만화의 주인공들을 그림 밖으로 소환해 나눈 엉뚱한 대화.

전업 작가이자 주부로서 그리는 그림일기
동화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석구 & 딸 소윤(@gooroovoo_illust)

동화 작가 이석구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소윤이를 하얀 입김이 이는 추운 날 만났다. 아빠의 그림에서 툭 튀어나온 소윤이의 엉뚱한 말 한마디 한마디로 시종일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림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딸 소윤이를 노출한 적은 없나요?
아빠 아이가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SNS 계정에조차 얼굴, 이름을 공개한 적이 없어요. 근데 이번 인터뷰는 소윤이가 같이하고 싶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소윤아, 왜 인터뷰가 하고 싶었어?
그냥. 헤헤.

소윤이는 인터뷰가 뭔지 알아요?
….
아빠 모르면 모른다고 해도 돼. 괜찮아. 아빠도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이야기해.
몰라요.

결혼하기 전부터 동화를 써왔어요.
아빠 회사에 소속돼 삽화를 그리다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내 것, 내가 잘하는 걸 찾고 싶었어요.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죠. 그러다가 동화 작업을 접했고 9년 만에 첫 책이 나왔죠. 준비 과정이 좀 길었던 덕분에 흔들림 없이 다음 책들이 나왔어요.

결혼 전에 쓴 동화와 아이를 키우며 쓴 동화가 많이 다른가요?
아빠 주제나 소재를 먼저 정하고 쓰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아기바람>은 딸 때문에 쓴 책이긴 해요. 아이 때문에 유아용 선풍기를 샀는데 아이가 이름도 버튼도 다 너무 귀엽다고 좋아했어요. 갓난아기용 선풍기라 저한테는 바람 같지도 않은 초미풍만 불었는데, 아이한테는 둘도 없는 물건이었죠. 모든 것이 분명한 쓰임과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아무리 동화 작가라도 아이와의 일상을 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아빠 동화 작가로 더 좋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지하철, 공원 등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어요. 상황 표현 연습도 할 겸 딸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림일기로 그리기 시작했죠. 10년 동안 SNS에 올린 그림 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처음엔 그저 재미있는 상황이 생기면 그렸는데 반응이 좋아지면서 열심히 메모하고 그림일기로 기록하고 있어요.

전업 작가다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요.
아빠 저희 부부는 둘 다 재택근무를 해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4~5시까지가 공식적인 근무 시간이죠.
나 유치원에서 더 놀고 싶어!
아빠 그러게. 친구들이랑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서 일찍 데리러 가면 싫어해요. 연초에 아내가 재택근무로 바꿨는데 그 전까지는 제가 아이 아침 식사도 챙기고 등원도 시켰어요. 그러다 보니 주부의 마음을 잘 알죠. 남이 해준 밥, 밖에서 먹는 별식이 제일 맛있고요.(웃음)

직장인 아빠보다 아이에게 친근한 아빠일 것 같아요.
아빠 아이가 잘 때 퇴근했다가 자는 모습을 보며 출근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아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시간만이 좋은 관계를 결정짓는다고 생각지 않아요.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그저 물 흐르듯 소윤이 옆에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싶어요. 소윤아, 아빠는 어떤 아빠야?
좋은 아빠야. 그림 그릴 때 좋아. 또 인형 놀이 할 때 아빠가 바비 역할을 해줘서 좋아. 근데 아빠 왜 인형 놀이 할 때 누워서 팔만 움직여?(웃음)

그림일기 속 소윤이는 어른들의 관습적인 생각이나 대화의 틀을 깨는 것 같아요.
아빠 엉뚱한 이야기만 올려서 그렇지, 규칙적이고 반듯한 아이에 더 가까워요.
아빠, 수민이는 얼굴에 뭘 묻히고 먹어. 시후가 제일 많이 묻히고 먹어. 사인펜 여기(얼굴)에 잔뜩 묻히고 스파게티 소스도 잔뜩 묻혔어.
아빠 아, 그건 아빠도 그래. 아빠도 그림 그릴 때 팔에 물감 잔뜩 묻히잖아.
맞아. 또 지민이는 집에 스티커 엄청 많은데 스티커를 자꾸 사달라고 하고.
아빠 너는 집에 간식이 많은데 또 사달라고 하잖아.
어? 음….
아빠 소윤이나 소윤이 친구들의 통찰력에 놀라곤 해요. 얼마 전에 소윤이가 12세 이상 관람가 만화 <신비 아파트> 보여달라고 이야기하길래, ‘12살 되면 보여줄게’라고 했거든요. 다음 날 소윤이가 돌아와선 친구들이 ‘야, 그 나이 돼서 그거 보면 재미없대’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 말이 맞는데 보여줄 순 없고.

 

아이 친구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아는 아빠가 많지 않은데, 소윤이 친구들과도 자주 시간을 보내나봐요.
아빠 집에서 일하니까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곤 해요.
친구들이랑 아빠 이야기 해.
아빠 응? 무슨 얘길 해?
어, 아빠 빡빡머리라고.
아빠 아! 딸 친구들이 저한테 대머리 아저씨라고 말하길래 ‘아저씨는 대머리가 아니고 빡빡머리란다’ 말해줬거든요.
응. 그래서 대머리 빡빡이라고 해.

그림일기를 포함해서 작가님의 말이나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아빠 제가 쓰는 말투나 표현을 소윤이가 쓸 때 영향을 많이 받는구나 생각해요. 확정적인 단어를 잘 안 쓰거든요. ‘대체적으로 그래, 보통 그렇지’라고 말하는데, 소윤이가 ‘보통 그래’라고 말할 때 조심해야겠다 싶죠. 그림일기를 더 열심히 그려보고 싶어요. 이야기가 쌓여 혹시 책으로 나오면 아빠가 그린 우리 가족만의 사진첩이 생기는 거니까요.

 

아이들과 한끼 한끼 최선을 다해 먹는 아빠의 웹툰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작가 조경규 & 딸 은영(@omuricejamjam)

인터뷰를 앞두고 <오무라이스 잼잼> 시즌 1부터 정주행했던 수만 명의 구독자 중 한 명으로서, 매 시즌이 끝나고 발간되는 만화책 전 권을 모두 소장한 팬으로서 팬심 가득 담아 조경규 작가와 딸 은영이를 기다렸다. 때마침 만화 속에서 막 소환된 듯 그림과 똑같은 부녀가 웃음을 머금고 홍대 거리를 걸어왔다.

지난해 말 <오무라이스 잼잼> 시즌 9을 마무리하셨죠.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에요.
아빠 다음 웹툰에서 먼저 백과사전 방식의 웹툰을 그려보자는 기획을 제안해왔어요. 20대부터 음식 관련 자료나 전단지, 메뉴판을 모아서 그나마 음식을 좀 안다 싶었죠. 음식을 주제로 한 웹툰으로 의견을 모았어요. 백과사전 식의 구성인 데다가 제대로 된 음식의 역사를 말하려면 상품명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해서 저와 가족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게 됐어요. <오무라이스 잼잼>은 1년에 책 한 권(한 시즌)을 완성하는 사이클이에요. 휴재 없이 실었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텐데, 띄엄띄엄 시간을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럼에도 가족을 작품에 드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해요.
아빠 아이들 얼굴이 알려지는 건 원치 않지만 그림이니까 괜찮아요. 아이들이 제 옆에 있을 때가 아니면 독자들도 알아보지 못하거든요. 실물을 기반으로 그리되 좀 더 날씬하게 그리죠.
아빠가 저희를 그리는 게 좋은데, 가끔 ‘이게 나인가? 내가 이랬었나?’ 싶을 때가 있어요. 저는 잘 생각나지 않는 제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하거든요.
아빠 어릴 때?
음. 어릴 때는 반대로 내가 이랬구나 싶어서 좋아요. 재미있어요.
아빠 웹툰 속 아이들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더라면 기억나지 않을 것들이에요. 저도 책을 다시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지’ 하거든요. 아이들은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재를 시작했을 당시 네 살이었던 딸 은영이가 열세 살, 세 살 아들 준영이는 열두 살이 되었어요.
아빠 은영이가 한두 해 사이에 키가 훌쩍 자랐어요.. 이제 키가 엄마랑 거의 비슷해졌는데, 아직은 엄마랑 똑같이 그리기가 어색해요. 아이는 순식간에 자라는데 독자들한테는 낯설게 느껴질 테니까요. 그림 속의 은영이도 조금씩조금씩 자라나겠죠.

 

웹툰에 가족이 함께 먹은 음식이나 대화, 여행기 등 소소한 일상이 많이 담겨 있어요.
아빠 만화를 그리는 일이랑 디자인, 크게 두 가지 작업을 해요. 어떻게 보면 하루 종일 일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는 일이거든요. 온종일 집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다보니 소재가 끊이지 않아요. 저희 가족은 하루에 함께 있는 시간이 두세 시간은 돼요. 제가 그림 그리고 있으면 아이들이 앞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려요. 요새는 방학이라서 그런 시간이 더 많고요.
아빠랑 밥 먹고 산책을 자주 해요! 또 제가 못 그리는 게 있으면 가르쳐주시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주세요.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가족만의 취미도 있겠네요?
아빠 저희 가족은 TV를 안 보는 대신 비디오를 많이 갖고 있어요. 매일 함께 영화를 보는데, 가족 모두 취향이 달라서 돌아가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봐요.
또 일주일에 몇 번씩 함께 서점에 가기도 해요. 옷이나 학원비는 아끼는 편인데 책이나 영화, 음악에는 아낌없이 쓰거든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도 전폭적으로 지지, 구입해주고요. 아들은 주로 만화책만 보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난 소설 많이 보고 만화책도 많이 보는데? 저는 신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영국 작가 재클린 윌슨의 동화책도 좋아하고요. 책을 좋아하는 건 엄마, 아빠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희 반에 학원 안 다니고 휴대폰 없는 애는 저밖에 없어요. 연예인도 별로 안 좋아하고요. 휴대폰이 없어도 친구들이랑 잘 지내서 소외감을 안 느껴요. 친구들한테 저는 별난 친구가 아니에요. 근데 집에 딱 들어오면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들 중에 제가 싫어하는 건 딱히 없지만 집에 오면 좋아하는 게 확실해져요. 친구들이 저희 집에 놀러 오면 제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대요. 학교에서는 평범한 친구? 집에서는 재밌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취재 차 여행도 많이 가고, 맛집도 많이 다니잖아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싫어하진 않나요?
아빠 어려서부터 저는 형과 아버지가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닐 때 따라다녔어요. 대학생 때까지도 그랬어요. 늘 이런 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랐어요. 은영이랑 음식 취향이 비슷해서 종종 둘이 나가기도 해요. 은영이는 호기심이 많아서 맛보는 걸 좋아해요. 요새는 순대 간에 맛을 들였죠. 간은 쌉쌀하니 어른의 맛이 나잖아요? 여행은 취재의 연장이에요. 아이들 안 데리고 가면 큰일 나요.(웃음)
아빠와 가는 여행이 정말 좋아요! 갔다 오면 많이 나간 학교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가 피곤하긴 한데 그것 말고는 문제 없어요. 그것도 여행 처음에 조금 걱정하다가 중간이 되면 다 까먹어요. 홍콩은 진짜 많이 가봤는데, 맛있는 게 많아서 좋고 추억도 많아요. 또 호주 시드니가 좋았어요. 날씨도 시원하고 신기한 것도 되게 많고. 거리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본인에게 또 가족들에게 <오무라이스 잼잼>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빠 좀 더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독자로서 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저는 그리는 입장이라서 작업의 의미가 강해요. 그래도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아이들의 어린 모습을 담아두어서 좋죠. 아직은 아이들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 하지만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해 부모가 돼서 이 책을 본다면 감상이 달라지겠죠.

 

직장인 아빠의 육아 일기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겸 에세이 만화 <집으로 출근> 작가 전희성 & 아들 재이, 딸 소이(@junheesung_nuj)

장난꾸러기 여섯 살 재이, 묵묵부답의 네 살 소이, 두 아이와 함께 1시간가량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가 순탄할 리 없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마시멜로를 걸었다. 프레첼과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초콜릿! 하지만 끝내 재이는 지루함을 견뎌내지 못했고, 소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빠의 육아 일기처럼 특별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육아에 참여하고 또 그걸 그림으로 그려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빠 디자이너로 회사 생활을 10년쯤 하니 ‘제 것’이 없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낙서를 시작했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인이 제 육아 이야기 낙서를 보곤 재밌다고 해서 꾸준히 그리게 됐죠. 책도 내고요. 물론 힘들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할 만해요. 가끔 애들 재우고 게임도 하거든요. 근데 얘네도 인터뷰 같이 하는 거 맞아요? 재이야, 소이야,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 되지?
아들 …. (카페 진동벨만 바라보는 중)
아빠 빵 언제 나오는지 생각하지 너? 소이는 낯가림을 해서. 말을 안 할 거예요.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아요. 한 컷당 15분? 대신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죠. 메모를 토대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스케치를 하니까요. 아이들과 있을 때는 못 그려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그리기도 하고 회사 점심시간에 밥 먹고 와서 그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제가 그림 그린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어요.

재이는 아빠가 그림 그리는 거 알아요?
아들 네. 아빠, 근데 프레첼 언제 나와?
아빠 5분 더 기다려야 해. 아빠가 무슨 그림 그리는지 알아?
아들 몰라. 5분? 5분이 얼마나 더 있어야 해?
아빠 응, 진동벨 울릴 때까지. 제가 재이랑 소이를 그린 건 아는데, 아이들만 그리는 줄은 몰라요. 그래도 50장 넘는 엽서 사이에서 제가 그린 엽서를 바로 찾아요. 제가 그린 그림을 기억하더라고요.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아빠 모범적인 예로 얘기할게요(웃음). 사실 재이가 저희 부부보다 일찍 일어나요. 8시까지는 절 못 깨운다는 규칙이 있어서 시계만 보고 있다가 8시가 되면 바로 놀아달라고 깨워요. 그러면 같이 놀다가 전날 못한 설거지를 하기도 하죠. 설거지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보다는 쉬우니 그때가 쉬는 시간이에요. 9시쯤 출근하고 저녁 7시쯤 퇴근해요.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거죠. 저녁 식사 하고 한두 시간 아이들과 놀다가 목욕시키고 재우죠. 다른 젊은 아빠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제가 근무하는 신문사 특성상 공휴일, 일요일에도 출근하기 때문에 토요일에는 무조건 가족과 함께 외출해요.
아들 어! 알람 울렸다! 빵!

그림이, 또 육아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아빠 육아는 매뉴얼이 너무 정확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건 쉬운데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자기 성찰과 반성을 반복해야 하니까요. 재이가 정말 간단한 부탁을 했는데 제 귀가 닫혀 있을 때도 있고, 저도 모르게 화낼 때도 있으니까요. 반성도 하고 다시 잘해보려 다짐하는데, 그림이 많은 도움을 줘요. 메모를 하는 것만으로도요. 나름대로 육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또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절로 기분 좋아져요. 그렇게 좋아진 기분으로 다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요.
아들 근데 킨더조이 언제 사러 가?
아빠 아이들과 있으면 그림 소재가 막 생겨서 수시로 메모해요. 놀다가도 ‘잠깐만! 기다려!’ 하고 메모하고요. 아내가 겪은 에피소드를 그리기도 해요. 퇴근하고 돌아오면 오늘 재이, 소이가 저지른 귀여운 사건 사고나 했던 말을 아내가 이야기해주거든요.
아들 아빠 나 초콜릿 사러 갈래!!!
아빠 아이들의 인내심 배터리가 다 된 것 같아요. 하하.
(결국 엄마 손 잡고 초콜릿을 사러 나갔다.)

전업 작가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고민을 해본 적 있나요?
아빠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육아휴직을 내고 6개월, 1년 정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아내의 눈물에 마음을 접긴 했지만요. 아직은 열심히 계속 그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를 하나 더 낳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육아 일기를 그리긴 힘들겠죠. 그래서 다른 주제의 그림을 생각해본 적은 있는데, 개인 작업을 하려면 힘을 정말 쭉 빼고 해야 하니까 욕심을 내면 안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집으로 출근>을 본다면 어떨 것 같아요? 아이들을 향한 바람이 있나요?
아빠 성인이 된 후에 읽어도 제 마음은 모를 것 같아요. 아마 아이를 낳아봐야 알지 않을까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20대 후반, 30대까지 모르겠죠. 휴…. 더 이상 말 안 할게요. 하하. 그래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긴 해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도나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안 굶고 살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어릴 때 아버지께서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셔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이야 아버지께 책 냈다고 자랑도 하고 너스레도 떨지만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그걸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들 아빠, 우리 킨더조이 말고 다른 초콜릿 사 왔다! 이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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