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의 레스토랑, 마르니의 꽃집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미식 공간을 만드는 이유는? 패션을 넘어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자 오감으로 브랜드 스타일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미식 공간은 크게 공들인 쇼윈도와 같다.

The Blue Box Café by Tiffany, 2017
티파니에서 진짜 아침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인공 오드리 헵번처럼 뉴욕 5번가에 자리한 티파니 스토어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1월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4층에 ‘블루 박스 카페’가 오픈한 것! 티파니의 시그너처 컬러인 에그 블루 컬러가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넘실거린다. 티파니는 카페 오픈과 함께 홈 & 액세서리 컬렉션 제품도 소개했다. 티파니 최고예술경영자 리드 크라코프(Reed Krakoff)는 블루 박스 카페를 ‘티파니로 향하는 새로운 문’이라 말한다. “블루 박스 카페는 티파니가 추구하는 모던 럭셔리가 무엇인지 즉각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의 설명보다 한잔의 커피로 티파니를 진실되게 느낄 수 있다.” 카페 곳곳에 놓인 홈 & 액세서리 컬렉션은 아메리칸 럭셔리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각도기, 자, 빨대, 페인트 통, 구급상자, 종이컵 등 일상적 오브제들이 스털링 실버와 티파니 장인들의 손끝에서 독특한 매력이 담긴 특별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해 진열되어 있다. 중국식 테이크아웃 박스 모양을 한 스털링 실버 소재의 박스, 물고기 모양의 휴대용 술병, 스털링 실버 소재의 휴대용 텔레폰 다이얼러 등 당장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물건이 가득하다. 디자인에 대한 위트 있는 접근을 시도해온 티파니의 재치가 돋보인다.


블루 박스 카페의 음식도 그런 분위기에 걸맞게 최상의 식재료를 활용한 아메리칸 클래식 다이닝 메뉴로 맞췄다. 티파니의 웨딩 링을 보는 듯 우아하게 정리된 테이블 세팅과 고상한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 음식 플레이팅은 포크와 나이프를 선뜻 들이댈 수 없을 만큼 정교하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샌드위치와 크루아상 등으로 구성한 브런치 메뉴도 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신데렐라가 된 듯 유치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이곳에서는 자유로울 듯. 여인의 로망을 담은 블루 박스 카페. 뉴욕으로 향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주소 727 5th Ave, 4th Floor, New York, NY 10022, 미국
문의 www.tiffany.com

식탁과 의자는 물론 냅킨 하나까지도 그들의 스타일을 녹여냈고, 그릇 위에 아름답게 플레이팅해놓은 음식은 상품을 구입했을 때의 기분과 거의 동일한 만족감을 준다. 세계 각국에 문을 연 패션 명품 브랜드의 레스토랑(바 또는 카페)은 오감으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패셔너블한 맛집이다.

Thomas’s by Burberry, 2016
클래식과 혁신 사이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 런던 중심에 자리한 플래그십 스토어 ‘토마스’는 단순한 쇼룸이 아니다. 영국 고유의 음식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이자 매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기프트 제품까지 만날 수 있는 쇼룸이고, 브랜드의 모든 측면을 고객들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혁신적 공간이다. 클래식의 상징으로 불리는 버버리는 어느 브랜드보다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에 대처하고 있다. 토마스에서 여러 패션 필름 행사를 진행하고, 자체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토마스는 버버리가 향하고 있는 브랜드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그 혁신적 과정을 이야기하는 장소다.


토마스의 내부 공간은 블랙과 화이트의 미니멀함이 돋보이고, 골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클래식한 서체와 일러스트로 꾸민 메뉴판에는 영국 전역의 장인과 농부들이 생산한 질 좋은 제철 재료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시그너처 메뉴는 영국 전통의 애프터눈 티와 칩을 곁들인 로브스터! 두 사람이 나누어 즐길 수 있도록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통합 메뉴로 구성했는데, 35파운드부터 75파운드까지의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다. 토마스에서는 음식을 기다리기에 앞서 기프트 제품 코너를 찬찬히 둘러보길 권한다. 매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기프트 제품을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데, 홈 컬렉션뿐만 아니라 데스크, 트래블 제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입하면 이름을 새겨주는 모노그램 서비스도 제공하고, 기프트 제품을 구입할 경우 받는 이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 포장도 정성스럽게 해준다.
주소 5 Vigo St, Mayfair, London W1S 3HA, 영국
문의 kr.burberry.com/stores/thomass-cafe

Marni Flower Café by Marni, 2016
옷과 음식에 머무른 꽃향기
일본 오사카 우메다 한큐 백화점 3층에 자리한 마르니 플라워 카페는 카페, 플라워 숍, 패션 쇼룸을 혼합한 공간이다. 마르니 브랜드 특유의 감성을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입으로 음미할 수 있는 곳이란 이야기. 마르니는 디자이너 콘수엘로 카스티글리오니(Consuelo Castiglioni)가 설립한 브랜드로 미니멀하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이 특색이다. 패션에 대한 정규 학습을 받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패션 업계에서 일한 설립자의 감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녀는 이탈리아에 있는 집의 커다란 정원에서 매일 산책하며 꽃을 관찰하고 식물의 향기를 느낀다. 생명력, 생기, 자연스러움 등 ‘꽃’의 감성이 곧 ‘마르니’의 감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니가 브랜드 20주년을 맞아 밀라노에서 플라워 마켓을 열고 이어 일본 오사카 한큐 백화점에 마르니 플라워 카페를 연 바탕에는 이런 감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여러 나라의 매장에 이런 미식 공간을 열 계획이다.
블루 벨벳 소파, 구리 소재 미니 테이블, 집 모양의 스틸 선반. 백화점 매장이라 살짝 협소하지만 눈을 두는 곳곳마다 마르니 특유의 재기 발랄한 감성이 묻어난다. 또한 매일 바뀌는 꽃과 향기는 그 공간을 주목하게 한다. 신선한 채소 주스와 그들만의 레시피로 만들어내는 포키치아를 반드시 주문할 것.
주소 3F, Hankyu Department Store 8-7 Kakuda-cho,Kita-ku, Osaka, 일본
문의 www.marni.com/experience/en/event/marni-flower-cafe

 

Beige Alain Ducasse Tokyo by Chanel, 2004
베이지 샤넬 슈트를 입은 여인의 식사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도쿄 긴자 거리에 문을 연 베이지 알랭 튀카스 도쿄 레스토랑은 샤넬 정장을 입고 나타난 우아한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패션 브랜드 샤넬과 세계적인 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가 협업해 만든 프렌치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패션은 삶의 모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디자이너 샤넬의 말대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샤넬이 추구하는 여성성과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별스러운 장식 없이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했고, 그 또한 베이지 톤으로 맞췄다.

하지만 적절한 곳에 자리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가 이 공간의 지루함을 완벽하게 없애 ‘심플 앤 엘레강스’라는 공간 키워드에 걸맞은 장면을 연출한다. 프렌치 레스토랑이지만 전체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것은 동양적인 감성이다. 음식은 일본 지역에서 난 제철 식재료만 가지고 프렌치 스타일로 만들어내는데, 플레이팅도 여백이 느껴지는 동양화 한 점 같다. 알랭 뒤카스의 정교한 음식과 섬세한 맛을 안락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과한 플레이팅을 가능한 한 배제한 것.

요리도 최대한 덜어내고 좋은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모든 것이 샤넬의 오트 쿠튀르 쇼를 보는 듯 심플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을 들여 복잡하게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땀 한땀 손으로 짠 트위드 재킷처럼 심플한 모양의 요리가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복잡다단한 맛으로 느껴진다. 매일 저녁 이 주방에서 어떤 음식이 탄생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싶어진다.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뀌고, 코스 하나마다 작지만 힘 있는 요리가 나온다. 예약 필수.
주소 Chanel Ginza Building 10F, 3-5-3 Ginza, Chuo-ku, Tokyo, 일본
문의 www.beige-tokyo.com/en

Ralph’s Coffee & Bar by Ralph Lauren, 2015
폴로 경기를 음미하는 곳
랄프 로렌은 빠른 속도로 미식 공간에 스며들고 있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2014년 9월, 미국 뉴욕 5번가 폴로 플래그십 스토어 2층에 커스텀 블렌디드 커피와 샌드위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랄프 커피를 연 것을 시작으로 다음 해 폴로 바를 오픈했고, 얼마 전 런던 중심부에 랄프 커피 & 바를 오픈한 것. 1999년에 시카고에 RL 레스토랑을, 2010년 파리에 랄프 레스토랑을 이미 열었으니 랄프 로렌의 미식 공간은 군단이 된 셈이다. 랄프 로렌이 추구하는 바와 레스토랑의 뚜렷한 특징이라면 술과 음식을 모두 세심하게 준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밤늦도록 술과 음식을 즐기고 싶어진다.
뉴욕 폴로 바는 뉴욕의 클래식한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폴로 경기를 연상시키는 벽화로 꾸며진 외관에 내부는 오래된 안장 가죽과 폴로 스포츠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특히 오래된 목재 위 빈티지한 느낌의 브라스 소재로 만든 커다란 바와 새들 가죽 의자가 인상적이다. 벽난로와 함께 무려 16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도 있다. 음식 메뉴는 케일 샐러드, 크랩 케이크와 같은 제철 음식부터 콘 비프 샌드위치, 스테이크, 시그너처 메뉴인 폴로 바 버거 등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로 채웠다. 당연히 쇼핑도 할 수 있는데 허기를 채우고 난 뒤 둘러보는 매장은 더욱 느긋하고 여유롭다.


런던에 문을 연 랄프 커피 & 바는 뉴욕 맨해튼 매장과 흡사하다. 라콜롬브(La Colombe)에서 랄프 로렌을 위해 유기농으로 재배한 원두로 만든 커피는 꼭 맛봐야 한다. 밤이 되면 커피보다 칵테일이 어울린다. 클래식 칵테일인 올드 패션드, 마가리타 등 런던 공간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칵테일과 올리브 튀김, 믹스 너트 등의 시그너처 바 스낵이 함께 나온다.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기분은 반갑고 황송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널찍한 바에 앉아 즐기는 칵테일 한잔. 런던 여행의 방점이 될 경험이다.
주소 176 Bishopsgate, London EC2M 4NQ, 영국
1 E 55th St, New York, NY 10022, 미국
문의 www.ralphlauren.com

Bar Luce by Prada, 2015
미우치아 프라다의 상상이 현실이 되다
폰다치오네 프라다 밀라노가 2015년에 오픈했을 때 도널드 저드, 이브 클랭, 제프 쿤스,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유명 아티스트보다 더 많이 거론된 이름이 있다. 바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다. 그가 설계한 ‘바 루체’가 미술관 안에 들어섰기 때문. 바 루체는 웨스 앤더슨이 바닥에서부터 재떨이 하나까지 모두 만들었다. 그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핑크, 그린 등 비비드한 컬러가 가득하다. “좋은 영화 세트이자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 영감이 넘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프라다의 첫 번째 매장이 있는 쇼핑몰) 일부의 건축양식과 장식 디테일도 바 인테리어로 재현했다. “바닥, 벽, 가구 등에 내가 단편영화 <카스텔로 카발칸티>에서 선보인 1950~60년대 이탈리아 대중문화와 심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컬러와 무드를 사용했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영화 <밀라노의 기적>과 <로코와 그의 형제들>의 장면에서 발견한 도상을 응용하기도 했다.”


바 루체에서는 5유로짜리 아이스크림도 남달라 보인다. 볕 좋은 날 커피 한잔을 즐기며 미술관을 찾은 이들을 만나기에도 좋다. 운이 좋으면 웨스 앤더슨, 제프 쿤스 등 유명인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주소 Largo Isarco, 2, 20139 Milano MI, 이탈리아 문의 www.fondazionepr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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