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마이 홈

요즘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동네인 ‘옥수동’과 ‘광교’. 평범한 아파트에 자신만의 감각으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배치하고,
꽃과 식물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은 감각파 앤스타일러들의 홈&라이프스타일.

캐비닛은 보르겐 모겐센 빈티지로 덴스크에서 구입했다. 조명은 드아를에서 구입한 빈티지. 교토에서 구입한 촛대, 인포멀웨어에서 구입한 바구니도 눈에 띈다.

옥수동에서 파리를 외치다

인스타그램 속 프레임에 갇힌 사진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건만, 이예니 씨(@leeyaeni)의 집은 어쩐지 큰 기대를 하게 됐다. 그리 넓지는 않아도 조용한 동네의 주택일 거라 생각했는데 약속을 잡은 후 주소를 받아보니 옥수동의 한 아파트. 층고가 낮은 국내 아파트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의 비밀이 궁금해졌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페인트칠을 몇 번이나 했다는 현관문과 딸 이안이와 반려견 대식이. 결혼과 동시에 옥수동에 살기 시작했고,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가구는 거의 결혼 초반에 구입한 그대로지만 그녀와 남편의 공동 취미가 인테리어인 만큼 가구 배치는 수시로 바꿔준다.

“이안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동선을 막거나 조금 위험한 구조도 불사했는데 지금은 집 전체를 개방적인 구조 바꿨어요. 집에 오는 사람마다 열어보려고 하는 거실의 문은 페이크예요. 원래는 안방과 연결되게 뚫으려고 했는데 건축법 위반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페인트로 색만 바꿔가면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연출법에 감탄하며 둘러보니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조명이다. 흔하디흔한 포울 헤닝센의 PH5도 그녀의 집에서는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식탁 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행잉 조명을 거실의 맨 구석에 달았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빛을 발한다. 조명의 조도와 얼마전 천갈이한 블루 벨벳 소파, 하늘빛 벽의 조화로움에서 그녀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예니 씨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불편함 없이 자연스러운 것. “사실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없어요. 다만 사용자가 편한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것을 고집하면 정이 안 가더라고요. 손이 가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요즘 흔히 말하는 예쁜 쓰레기 사봤죠(웃음). 처음에는 소품도 많이 샀는데, 고민 없이 산 물건들은 질리게 마련이더라고요. 당장 집에 초를 두고 싶다는 마음에 이태원 빈티지 마켓에서 산 촛대는 영 정이 안 가더라고요. 물건에도 마음이 가야 하잖아요.”

그녀가 결혼할 때쯤 한창 ‘#집스타그램’ 붐이 일었다. 그녀도 친구들과 매일 집 사진을 공유하면서 ‘이거 어때? 저건 어떨까?’ 의논하던 시기를 거쳤다. 지금은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안정기’가 왔다고. 물론 실패의 순간도 있었다. 평소 로망이던 라운지 체어를 결혼 후 야심 차게 구입했지만 결국 되팔았다. 막상 집에 놓고 보니 부피감이 커 층고가 낮은 아파트에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 그렇게 결혼 전부터 꿈꿔오던 라운지 체어와는 이별했다.

직구한 조명 몇 개 외에는 모두 직접 보고 구입했다. 덴마크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해 덴스크, 비투프로젝트, 모벨랩을 주로 가고, 요즘에는 인포멀웨어도 자주 들른다. 특히 비투프로젝트는 나무 소재 외에도 과감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점이 끌린다. 집 안에 놓인 가구 소재는 다양한 편이다.
“저도 빈티지를 좋아하지만 집을 나무로만 채우면 무거워 보이고 답답해요.
벽지나 소파도 처음에는 나무와 어우러지는 무채색 위주로 골랐는데 너무 단조롭더라고요. 천갈이도 하고, 벽지에 포인트를 주니 생기 있는 집이 된 것 같아요.”

소파 사이드 테이블과 머스터드 컬러 패브릭이 덧입혀진 체어는 모벨랩, 임스 체어는 빈트 갤러리에서 구입했다. 스피커 옆 화분은 몬스테라.

플로리스트의 꽃과 식물로 생기를 얻은 집

대치동 플라워 숍 패리스가든의 공민선 대표(@parisgarden_seoul). 꽃을 만지고 가꾸는 사람의 집에서는 새빨간 장미보다는 봄에 만개하는 하얀색 설유화 같은 분위기가 난다. 부부는 서울에서 1년쯤 신혼 생활을 하다 4년 전 광교로 이사를 왔다. 신도시의 새 아파트다 보니 손볼 곳이 거의 없었다. 바닥과 벽 모두 별다른 공사 없이 그대로 둔 대신 남편과 함께 거실과 방문, 몰딩에 페인트칠을 했다.

“방문과 몰딩이 전부 어두운 색이었어요. 남편과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해볼까?’ 하면서 하루 만에 해치웠죠. 1년 정도 살다 대리석 거실 벽면도 하얗게 칠해버렸어요.”
큰 공사는 하지 않았지만 화이트 벽에 그레이로 포인트로 주고 싶다는 욕심은 실현했다. 덕분에 깔끔하긴 하지만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부엌이 확 살아났다.
“가구는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고 조금씩 샀어요. 신혼 초에는 소파처럼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의자도 하나씩 따로 구입했죠. 양평 테라로사 갔다가 우연히 빈트에 들러서 의자를 사기도 하고, 이태원에서 발품을 팔아 사기도 하고요. 100% 중 60%가 채워진 상황에서 퍼즐 맞추듯이 머릿속에 그려보고 구입하는 편이에요.”

별다른 실패가 없던 그녀에게 거실의 카펫 선택은 어려운 숙제였다. 지금은 없으면 안 될 소품이지만 완전히 집에 어우러지기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검색하다 페르시안 카펫을 알게 됐어요. 그때는 이 패턴이 챕터원에 들어가기 전이었거든요. 우연히 페르시아에서 카펫을 수입해오는 분을 알게 됐죠. 그분 집에 가서 말려 있는 카펫들 가운데 골랐는데, 막상 가져와서 펴보니 집 분위기와 안 어울리더라고요. 몇 번의 교환 끝에 꼭 맞는 제품을 만났어요. 러그나 카펫은 원산지에 따라 패턴이나 빛깔이 달라서 직접 깔아보기 전에 어울림 정도를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녀의 집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그림.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여행 갈 때마다 아트 숍에 들러 포스터를 사 온다. 그림에 맞는 액자를 짜서 부엌과 거실에 뒀다. 꽃을 만지는 사람답게 일반 가정에선 흔히 볼 수 없는 큰 식물도 돋보인다.

프린트된 앙리 루소 그림을 액자만 따로 제작해 끼웠다.

부엌과 거실의 경계에는 올리브나무가, 거실 한편에는 줄기 하나씩 꽂아두는 식물로 더 익숙한 몬스테라 화분이, 거실 수납장 위에는 코로키아가 놓여 있다. “식물 컨설팅이 들어온다면 전 꼭 올리브나무를 넣을 것 같아요. 노지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열매가 열리진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 정말 예쁘거든요. 성수동 카멜 카페의 카운터 바로 옆에 키가 큰 커피나무가 있는데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식물 하나만으로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숍에서 봤을 땐 분명 예쁘던 꽃이 집에 두면 그 감동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번쯤 했을 것. 공민선 대표는 강한 색 꽃은 지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너무 강한 색은 주거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파란 수국은 보기에는 예쁘지만 공간에선 이질감이 들거든요. 꽃 두 종류 정도 꽂아두는 것을 추천해요. 폼꽂이 꽃이나 센터피스는 작품으로서는 예쁘지만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작은 베이스에 송이가 큰 꽃 하나씩만 꽂아두어도 충분히 포인트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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