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요리하고 쓰다

방송을 통해 공공연히 삼식이임을 자처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아내, 김혜경이 요리책을 냈다. 27년 차 정치인의 아내이자
평범한 주부인 그녀가 <밥을 지어요>라는 요리책 안에 다 담지 못한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들이 결혼하면 아내에게 음식을
해주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하고, 제 남편은 그냥 제가 해줄래요.
그게 행복할 것 같아요.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누구나 조금씩은 다른 사람이 된다. 지난봄, 이재명 성남시장 부부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인 SBS <동상이몽>에 출연했다. 아내 김혜경과 함께한 그는 평소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고 단식까지 감행하던 정치인 이재명만 보아온 사람들에게 여느 집 남편과 다르지 않은 친숙함으로 공감을 샀다. 가족이 외식을 하고 싶어 하거나 모처럼 여행을 가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집에서 아내가 차려준 밥이 가장 맛있다고. 칭찬으로만 끝나면 좋겠지만 은근슬쩍 밥상을 조르니 김혜경은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참 열심히 주방을 사수한다. 심지어 얼마 전 낸 요리책의 제목도 ‘밥을 지어라’도 아닌 <밥을 지어요>다. 이쯤 되니 그녀의 본심을 알 것도 같다. 어느 비 오는 날, 김혜경이 김치부침개를 부쳐 남편의 입에 쏙 넣어주고는 묻는다. “맛있지?” “맛있네. 뭐 넣었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답한다. “나의 사랑이라고나 할까~”

요리책 <밥을 지어요>는 어쩌다 만들게 되었나요?
방송이 나간 뒤 저 집은 뭘 먹고 사나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호기심도 해소하고 음식을 통해 사는 이야기도 터놓을 겸 책을 내게 됐어요.

시장님의 SNS에 올라온 책 설명은 ‘고길동 삼식이 만드는 법’이네요. 남편이 졸라도 안 차려주면 그만인데 늘 정성껏 밥상을 차려주는 이유가 있나요?
글쎄요, 나는 왜 그렇게 매번 차려주는 걸까요(웃음)? 처음부터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는 바람에 남편은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는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맡은 거죠. 그런데 방송을 계기로 슬슬 역할을 나누고 있어요. 남편이 방송을 보고는 자기가 너무 받았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이제는 본인이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주방에서 요리도 종종 하고요.

남편이 어떤 요리를 해주나요?
없는 재료를 사다가 해주지는 않고, 집에 있는 걸 활용해서 국수나 전 같은 걸 만들어줘요. 만들어놓은 음식을 데워 먹는 것 정도는 알아서 하고요.

그럼 혹시 <밥을 지어요>는 남편이 스스로 요리를 시작할 때다 싶어서 만든 교본인가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웃음). 사실 이번에는 제가 자주 해 먹는 음식을 중심으로 실었는데, 다음에는 혼자 주방에 설 때가 된 사람들을 위한 책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취하고 있는 아이들도 가끔 전화로 찜닭 레시피 같은 걸 묻거든요.

아이들이 요리를 곧잘 하나 봐요?
군대도 갔다 오고 해외 교환학생도 다녀와서 자취 경력이 제법 돼요. 저는 아이들은 물론 누구나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 버는 것뿐만 아니라 옷 입는 것, 음식 해 먹는 것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자신도 편하고 남도 편하잖아요.

가장 인기 있는 엄마표 음식은 무엇인가요?
우리 아이들은 김치를 참 좋아해요. 큰아들은 벌써부터 자기 장가가면 김치는 해줘야 한다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아이구, 저게 아직 뭘 모르고 그런다’ 했어요. 결혼하면 아내에게 물어봐야죠.

그녀의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요리책 출간을 누구보다 기뻐해줬다.

아이들이 결혼하면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러지 않을 생각이에요. “어머니, 이거 저 주세요” 하면 참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일단 먼저 나서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대신 결혼하면 아내에게 음식을 해주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면 장가갈 수 있겠죠(웃음)? 요즘 젊은 사람들, 요리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게 하라고 하고, 제 남편은 그냥 제가 해줄래요. 그게 행복할 것 같아요.

집밥 차리는 뒷모습은 누구든 마음이 편안해지는 묘한 기운이 있어요.
집밥은 특별히 맛이 좋거나 재료가 유기농이라서 좋은 식사라기보다는 편안하다는 의미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문 밖은 정말 치열하잖아요. 가시 돋친 상태로 무기 들고 전쟁하는 현장에 있다가 둥지 안에 들어와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마주 앉아서 무엇이라도 같이 차려서 먹을 수 있는, 그런 게 집밥이라고 생각해요. 꼭 같이 안 먹어도 남편이 밥을 먹을 때 앞에 앉아서 이야기 들어주고 “어머,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힘들었겠다~ 자기가 좀 그랬네” 하면서 들어주는,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는 거요.

가족이 모인 식탁에서는 주로 어떤 대화가 오가나요?
우린 좀 시끄러워요. 보통 남자들은 밖에서 말을 많이 하고 집에선 이야기를 잘 안 하잖아요. 특히 경상도 남자들은 그렇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정말 말이 많아요. 그리고 애들이랑 있으면 더 말이 많아져서 제발 밥 좀 먹고 이야기하라고 하죠. SNS에서 핫한 이야기나 “아빠 방송에서 인터뷰 하는 모습 보니까 헤어스타일이 2 대 8이다” 등등 가족만이 할 수 있는 피드백을 나누기도 하고요. 남편이 상처 많이 받아요(웃음).

상차림이 지루할 때 새로움을 불어넣는 방법이 있다면요?
저는 솥밥을 해요. 집에 돌솥, 무쇠솥 같은 작은 솥이 몇 개 있어요. 솥밥 짓는 요령만 좀 있으면 먹는 사람은 꽤 근사한 기분으로 따뜻한 밥을 먹고 하는 사람은 편하거든요. 요즘 같은 때는 굴과 무 넣어 굴밥을 만들면 좋겠네요. 가장 자주 해 먹는 건 콩나물밥인데 김치밥, 연근밥, 영양밥 모두 달래장 같은 양념장을 만들어 비벼 먹으면 맛있죠.

새댁 김혜경과 요리책을 낸 김혜경, 내공이 쌓인 걸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눈대중으로 음식이나 양념을 용기에 담을 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똑떨어지게 담고 나면 기분이 좋죠. 그리고 이젠 채썰기의 달인이 돼서 김장할 때도 채칼을 안 써요. 채칼로 썰면 무에서 물이 나오거든요. 칼로 채를 썰어야 나중에 김치 소를 먹을 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아요. 20년 이상 살림을 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가끔 채를 썰고 나서 ‘어? 김혜경 좀 하네’ 생각해요. 마끼나 월남쌈 재료를 채 썰어서 냉장고에 쌓아놓고 뿌듯해하죠.

자기 요리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100점? 주관적으로는 100점이에요. 식구들의 평가에 따르면 그래요. 남편은 맛없어하면 저한테 못 얻어 먹죠. 무조건 맛있어야 해요(웃음). 객관적으로는 아직 모르겠고, 사실 두려워요. <동상이몽>을 찍기 전까지는 남편 뒤에서 내조만 해왔는데 갑자기 제 이름을 단 책이, 그것도 요리책이 나오다니요. 처음에는 걱정이 더 많았죠. 남편에게 “내 레시피 보고 했는데 맛없다고 당신한테 SNS로 쪽지가 가고 그러면 어떡하지?” 하고 물었더니 “그건 하는 사람 탓이야” 하더라고요. 레시피가 같아도 손맛은 다른 거래요. 저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도 아니라서 부끄럽지만, 누구나 밥을 짓고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니 그런 모습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장님이 쓴 에필로그에서 아내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자기가 하다 하다 이제는 요리책 추천사까지 쓴다고 웃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되게 뿌듯해했어요. 미안한 감정이 있었나 봐요. 아이들이 어릴 때 오색약수터에서 점을 본 적이 있어요. 고양이 할매라는 분인데, 그분이 저보고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며 밖에 나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집에만 있으면 명이 짧다면서요. 그때 제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그렇죠?” 하더래요. 연년생 남자애들을 키우느라 가장 힘들 때였으니 그 말에 반색했던 거죠. 책을 내면서 남편이 그때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고마웠어요.

이재명 시장의 아내로 사는 것은 어떤가요?
젊었을 때는 누구의 아내로 불리는 게 존재감이 없어지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아 싫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 김혜경으로 할 수 있었던 일보다 현재 이재명의 아내 김혜경으로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더 많더라고요. 이건 내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일 수 있으니 그걸 좀 살려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김혜경의 꿈은 무엇인가요?
남편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 조금 더 발전적이고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예요. 그러니 저도 동참해서 한 손 보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나는 아내에게 늘 빚진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산다.
내 아내도 대명천지에 ‘나 이런
사람이오’ 하고 얼굴을 내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 남편의 추천사 중

Best Recipe

남편의 입맛을 바꾼 라타투이
한식도 양식도 골고루 잘 먹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 종종 양식 상차림을 내면 거부감을 보이던 남편이 처음으로 엄지를 들어올린 메뉴. ‘그 채소 요리는 요즘 왜 안 해주냐’며 주문까지 할 정도.
재료에 미트볼을 추가하거나 바게트를 곁들여 먹어도 좋고, 남은 라타투이에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우면 또 다른 요리가 된다.


재료 베이컨 120g, 청·홍피망 100g씩, 양송이버섯 6개, 홀토마토 4개, 셀러리 1대, 토마토·치킨스톡 1개씩, 주키니 호박·가지 1/2개씩, 양파 1/3개, 올리브유 4큰술, 마늘 3쪽, 말린 바질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1 베이컨, 피망, 셀러리, 호박, 가지, 양파는 사방 3~4cm 크기로 썬다. 2 양송이버섯은 4등분으로 썰고 홀토마토와 토마토는 큼직하게 썬다. 3 마늘은 편으로 썰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볶은 뒤 셀러리를 제외한 1의 재료와 양송이버섯을 넣고 함께 볶는다. 4 깊은 팬에 홀토마토, 토마토, 셀러리를 넣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치킨스톡과 3을 넣고 저어준다. 5 바질,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간하고 센 불에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끓여내 접시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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