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티의 매력

패션계에 불어닥친 ‘촌스러움의 미학’. 3040세대에는 향수요,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새바람이다.

최근 장안의 화제인 셀럽파이브는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 등 개그우먼 다섯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걸그룹(?)이다. 우연찮은 기회에 일본 오사카 도미오카 고교 TDC 댄스팀의 영상을 보고 떠올린 김신영의 아이디어가 하나의 기획으로 구체화된 것. 예상을 뛰어넘는 댄스 실력도 물론 훌륭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촌스러운 반짝이 의상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한 트렌드는 아니다. 이미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켄달 제너와 지지 & 벨라 하디드 자매가 복고와 사랑에 빠진 모습이 자주 목격됐으니까. 이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들은 워싱 데님과 오버올, 틴트 선글라스, 베레모, 로고 티셔츠 등 1990년대로 회귀한 듯한 복고 패션 차림으로 뉴욕과 LA 스트리트를 걷는다.

그녀들 덕분에 덩달아 인기를 끄는 건 프라다와 루이비통의 2018 S/S 컬렉션에도 등장한 일명 ‘쪼끄미’ 선글라스와 르 스펙스의 나비 선글라스. 촌티가 강렬할수록 열광하는 건 힙스터들이다. 지난해 발렌시아가, 구찌, 지방시 등에서 선보인 빈티지 로고 티셔츠는 재고가 바닥나 재오더를 할 만큼 팔려나가며 힙스터들의 욕구를 제대로 자극한 것.

더불어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빛바랜 사진을 보는 듯 촌스러운 컬러와 어벙한 실루엣으로 2018 S/S 맨즈 컬렉션을 완성했다. 1990년대에 유행한 아노락을 비롯해 오버사이즈 폴로셔츠, 블레이저 등 올드스쿨 스타일의 향연으로 여전히 복고 매력에 푹 빠진 모습. 강렬한 색의 팬츠에 헐렁한 아빠 재킷, 허리춤까지 끌어올린 ‘배바지’까지 전형적인 1990년대 아빠를 표현했고, 뎀나 바잘리아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대디코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는 노멀과 하드코어의 합성어인 패션 용어 ‘놈코어’에서 따온 말로 직역하면 아빠를 추구하는 패션, 즉 1990년대의 아빠 패션을 복고풍 느낌으로 다시 풀어냈음을 뜻한다.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버버리 컬렉션이 된 2018년 2월 컬렉션을 보라. 재래시장에서 뭔가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는 아재의 모습, 딱 그대로다.


이처럼 촌스럽고 맥락 없는 하이 패션의 ‘아재’ 바람은 ‘고프코어’라고도 불리며 3년 전 유행한 놈코어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연출하는 것이 놈코어였다면, 고프코어는 정장과 셔츠에 플리스 집업 점퍼를 입거나, 양말에 스포츠 샌들을 신는 등 최대한 촌스럽고 추하게 연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촌티 시대에 덩달아 득을 보는 것은 바로 스포츠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 수십 년 전의 인기 모델을 ‘OG(Original)’라는 이름으로 재발매하는 식. 나이키의 에어맥스 95와 에어맥스 97이 단적인 예로 각각 20주년을 맞은 2015년, 2017년에 선보여 상상 이상의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2018년엔 에어맥스 98, 일명 ‘건담’ 스니커즈가 왕좌에 올랐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레트로 감성을 재해석한 아디칼라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자유분방한 디자인과 컬러풀한 색감, 불꽃 로고를 재해석해서 눈길을 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헤리티지 라인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코트디러스와 디스럽터 2, 빅로고 시리즈 등 1990년대 휠라의 성장을 이끌었던 아이템의 뒤를 이어 브랜드 헤리티지가 담긴 레트로풍 어글리 스니커즈 ‘휠라 레이’를 출시한 것. 슈즈부터 의류, 액세서리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3040세대는 자신들이 학생 때 메고 다녔던 잔스포츠나 이스트팩 가방을 1020세대가 메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이처럼 의류에서 시작해 액세서리로까지 확산된 레트로 아이템은 1980~19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3040세대에겐 강력한 향수의 매개체이며,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문화다. 새 물건에선 찾을 수 없는 시간의 흔적과 향수가 밴 물건에 눈을 돌리는 레트로 열풍이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장 강력하고 신선한 트렌드다.

retro items

구찌.
브랜드의 시그너처 디테일로 무장한 앞지퍼 디테일의 빈티지 스타일 패니백.

루이비통.
날렵한 캣아이 디테일의 나비 모양 선글라스. 렌즈의 크기는 작을수록 트렌디하다.

나일론 평직 소재의 빈티지 스타일 M 아디칼라 클래식 백팩.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아디컬러 라인.

브랜드 로고와 1972년 뮌헨에서 첫선을 보인 독보적 심벌 프린팅이 포인트인 스웨트셔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아디컬러 라인.

2018년 2월 나이키 조던과 리바이스가 컬래버레이션한
트러커 재킷과 조던 스니커즈. 리바이스.

20년 만에 부활한 에어맥스 98 건담 스니커즈.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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