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집결

공간으로 자신을 말하는 앤스타일러들

고요하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의 작업실

아네스(@aaaaanes)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홍주희 작가. 그녀는 꼭 1년 전 파주 헤이리에 작업실을 오픈했다. 결혼한 이후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과 작업 공간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곳은 일산이라 헤이리와 그리 멀지 않지만 서울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작업실을 연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다. 들어서는 순간 햇빛이 쏟아지고, 창문 너머로 헤이리 예술마을의 변화하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작업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꼭 작업이 아니더라도 찾고 싶은 마음을 절로 든다.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손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응접 공간이 있고, 안쪽에는 온통 화이트 컬러라 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듯한 작업 공간이 있다.

“처음 이곳을 보는 순간 ‘여기다’ 했어요.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나니 작업에 더 몰두할 수 있었죠. 영감도 잘 떠오르고요. 조용하고, 고개만 돌리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저는 시야가 더 넓어졌고 다양한 작품을 그릴 수 있었어요.”
홍 작가는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전공의 특성상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이 많았는데, 스스로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에 순수 미술로 전향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질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어요. 나를 닮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장 걸맞은 공간부터 찾은 거죠. 공간을 결정하고 나서 공간에 맞는 색조와 톤을 매치했어요. 작업실이 생긴 이후, 집에서는 아이 때문에 망설였던 유리 작업도 과감하게 해볼 수 있었죠.”
공간은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띠고 있다. 하얀 벽에 나무 소재 선반이 많고, 신혼부터 썼다는 테이블의 형태도 곡선에 가깝다.
“제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여자인 저의 이야기예요. 여성성을 작품의 주제로 삼으면 평생 할 이야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벽마다 그녀의 작품이 빼곡히 걸려 있고, 그에 어울리는 내추럴한 소품이 작업실을 마치 갤러리인 듯 느껴지게 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눈으로 보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이면서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커튼이나 전등, 선반도 모두 직접 설치했다. 여행지에서 모은 소품들이 작품의 오브제가 되기도 하고, 공간의 흐름이 되기도 한다. 홍 작가는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의 골목길을 걷는다. 번화가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만의 색깔이 있는데, 그 색깔을 눈으로 기억해 캔버스에 옮겨본다. 그래서 작은 작업실은 이국 어딘가에 당도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공간은 내 삶의 여정이자 취향의 집합체예요. 공간 자체가 작품이죠. 그 점이 저한테는 큰 의미로 다가와요. 그래서 1년마다 작업실을 옮기는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에요. 다음에는 시멘트 바닥에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요. 그러면 제 그림은 또 다른 색채를 띨 거예요.”

자신만의 공간에 오롯이 사는 법

“오래 걸리더라도 두고두고 보고 싶은 물건을 만들고자 합니다.” 러그 브랜드 ‘오어슬로우’의 손아영 대표(@ayoung.son)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이다. 그녀는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복도식 아파트는 겨울이면 문을 열자마자 찬 바람이 들이치지만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한강이 보여 선택했다.
현관을 들어서자 집의 나이를 짐작케 하는, 방마다 보이는 짙은 나무색 문지방과 동그란 문고리가 정겹다. 겨우내 그녀의 집은 러그 주문 물량으로 전쟁터였다고. 햇살이 조금 따뜻해지면서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바로 앞 단지에 혼자 살다가 작년에 결혼하면서 여기로 이사했어요. 바로 앞에 한강이 있고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서 좋아요.”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왠지 오래전부터 패션보다 리빙 제품에 더 정이 갔다. 여행 가서도 멋진 그릇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즐거웠다. 그리고 카펫 회사에서 오래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심과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카펫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완벽하게 잘 세팅된 집이라야 카펫을 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또 수입 러그는 예쁘지만 좌식 생활을 하는 공간에는 소재가 맞지 않아요. 나일론은 뻣뻣하고, 울은 먼지가 많이 날리거든요. 국내에서는 면이나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데, 소재 개발에 한계가 있어서 늘 아쉬워요. 그래서 물빨래가 가능하면서도 디자인이 가미된 러그를 만들고 있어요.” 그녀의 집에서 앉아보고 만져본 러그는 털이 짧은 단모 원단을 사용해 먼지 날림이 없었다. 본드 등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열처리 방식으로 접착해 아이가 있는 집에도 안심하고 깔 수 있다.

그녀는 가양동 아파트를 처음 봤을 때 오히려 낡은 집이라 끌렸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노하우로 얼마든지 포근하게 꾸밀 자신이 있었다.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낡은 싱크대의 상판과 벽지만 바꾸고, 현관의 페인트칠만 새로 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면 좋겠지만 이미 완성되고 낡은 공간에 제 취향을 가미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 안 곳곳에 식물을 배치하고, 나무 선반을 제작해서 달았어요. 북유럽 가구도 좋아하지만 아직은 보기만 하고 있어요. 특히 의자를 좋아해서 꾸준히 이태원에도 나가보는데 앤티크 매장들이 유명해져서인지 상태 좋은 의자가 별로 없더라고요. 창고를 뒤져서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브랜드의 의자를 네 개 가져왔어요.”

오래된 아파트 특유의 중문을 그대로 살려 거실과 부엌을 자연스럽게 구분했다.

나무를 좋아해 가구와 소품이 대부분 나무 소재다. 턴테이블을 사기 위해 서치하다 알게 된 컬렉터의 집에서 만난 60년대 빈티지 라디오는 놀라울 정도로 상태가 좋다. 거실의 턴테이블도 내장 스피커와는 확연히 다른 울림을 준다. 침실의 나무 스툴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직접 깎아 만든 것. 그 스툴은 딸의 몫이 됐는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자마자 ‘나무 스툴 판매 안 하나요?’, ‘나무 스툴 정보 부탁해요’라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식기나 그릇들은 대부분 친정에서 가져왔어요. 연출한 것이 아니라 정말 리얼 빈티지죠. 그릇을 좋아하는 어머니 영향으로 저보다 나이가 많은 그릇이 많아요. 현관의 수납장은 지나가다 주워온 것이에요. 지금도 차 타고 가면서 남편한테 ‘스톱! 저 의자 어때?’라는 말을 제일 자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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