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도 여름에도 모로칸 러그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알바 알토 같은 모더니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열광했다는 모로칸 러그. 와인처럼 빈티지가 더 대우를 받는다.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의 건축물 빌라 마이에라는 대부분의 공간이 베니워라인 러그로 장식되어 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뜨근뜨끈한 바닥에 몸을 지질 수 있는 것은 우리 고유의 온돌 문화 덕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온돌 구조의 집에 러그나 카펫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그런데도 최근 양털로 만든 모로칸 러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 사진마다 모로칸 러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오메트릭 문양은 자칫 심플해서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적절한 입체감을 주며 미니멀한 인테리어부터 클래식한 인테리어까지 폭넓게 아우르기도 한다.

가장 사랑받고 전통도 오래된 모로칸 러그는 크림색 바탕에 검은색 염소나 양의 털로 블랙과 브라운 컬러의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만든 것이다. 심플해서 북유럽 인테리어와 조화를 잘 이룬다.

이 모로코 마라케시의 태양열을 온몸으로 품은 듯한 비비드한 색감의 모로칸 러그는 봄과 여름에도 잘 어울린다. 모로칸 러그의 부드러운 형태와 자유로운 패턴이 주는 무드는 80년대 유행했고 최근에도 부활해 인기를 얻은 페르시안 카펫과는 사뭇 다르다. “이 러그는 60년대 빈티지야. 생전 르 코르뷔지에가 사랑했던 다이아몬드 문양이지”라며 자신의 안목을 은근히 드러낼 수 있는 것도 모로칸 러그의 매력 중 하나다. 모로칸 러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베니워라인(Beni-Ourain)’ 러그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심플한 디자인이 대표적으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제품이다. 모로코 아틀라스산맥에 사는 17개 부족 중 하나인 베니워라인족 여인들이 직접 키운 양에서 채취한 최고급 양모로 짠다.

안목 높은 벤더들은 프랑스 메종&오브제나 모로코 마라케시의 카펫 시장에서 셀렉트한 모로칸 러그를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했다. 인포멀웨어(@informalware_)나 비투프로젝트(@b2project_retro.modern.design), 루밍(@rooming),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로칸 러그를 홍보하고 있는 소프트퍼레이드(@softparadeasia)가 대표적인 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수식은 모로칸 러그가 지닌 최고의 가치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어떤 부족의 장인이 짰는지, 어떤 집안에 장식되었던 러그인지 하는 히스토리도 모로칸 러그의 몸값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빈티지가 새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높은 편이다. 소프트퍼레이드에 따르면 모로코 현지 경매에서 100년 된 빈티지 카펫이 자그마치 ‘1억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모로칸 러그는 부족의 삶을 디자인으로 구현해내고 일일이 손으로 직접 짜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 나오려야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애호가들은 마치 한 편의 그림을 소장하듯 러그를 수집하기도 한다. 대부분 천연 염료로 양모를 염색했기 때문에 진품이라면 수십 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아서, 관리만 잘하면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다. 반짝하는 인테리어용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모로코의 심장이라 불리는 천년 고도 마라케시의 시장은 그야말로 빈티지 러그의 천국. 수백 장의 화려한 러그가 쌓인 가게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을 품은 빈티지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컬렉터들이 늘 관심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둘러보는 장소다.

안타깝게도 요즘 모로코까지 중국산 카피 제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연 염색을 한 진품과 달리 기계로 만든 카피 제품은 한 번만 빨아도 털이 쉽게 빠지고 색이 변한다. 어떤 것이 진짜 손으로 짠 모로칸 러그인지 각별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기계로 짠 러그는 일단 동일 제품의 수량이 많다. 무엇보다 뒷면을 살펴보면 손으로 짠 러그에는 매듭이 존재하고, 양면을 쓸 수 있게 짠 러그는 뒷면에도 선명한 문양이 드러난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그렇다면 세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모로칸 러그는 전체를 울로 짜거나 울, 코튼, 천을 섞어 만들기도 한다. 울로 짠 제품은 물세탁이 가능하며, 천이 믹스된 러그 역시 마찬가지. 부분 세탁이 필요하다면 세제를 탄 물을 딱딱한 브러시에 묻혀 두드리는 현지 세탁법을 참고하자.

 

모로칸 러그의 컬러와
패턴에 담긴 의미

모로코 전통 유목민인 베르베르족의 고대 문자와 패턴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나바호 패턴과도 유사한데, 이는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 우리의 오방색처럼 베르베르 문화에서 색은 각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빨강은 힘과 보호, 파랑은 지혜, 노랑은 영원, 초록은 평화. 주로 부족의 여성들이 만드는 러그 문양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 현상이나 개인적인 스토리(예를 들어 출산, 시골 생활, 신앙 등)가 반영되어 모티프로 승화한다. 짜는 사람 각각의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Q&A

전문가에게 묻다
Q 카펫과 러그 차이는? 주로 영어권에서 벽과 벽 사이를 이으며 바닥을 덮는 것을 카펫이라고 하고, 바닥을 부분적으로 덮는 깔개는 러그라고 한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말할 때는 카펫과 러그 다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Q 모로칸 러그를 선정하는 기준은? 품질과 디자인을 보고 결정. 중국산 카피 제품을 피하기 위해 직접 아틀라스산맥의 마을을 방문하거나, 품질이 보장된 제품을 파는 갤러리 오너를 통해 수입한다.
Q 만나본 제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오래된 빈티지 러그가 90년 정도 되었는데, 선과 도형들로 행운을 암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
Q 모로칸 러그 인테리어 팁을 알려준다면? 작은 집에 큰 사이즈의 러그를 깔면 집이 커 보이는 효과를 준다. 다만 집 전체의 톤을 해치지 않는 패턴과 컬러를 선택할 것.
by 소프트퍼레이드 정다운 대표

건축가가 사랑한 모로칸 러그

모로칸 러그가 서양인들의 삶에 들어온 것은 20세기 이후다.
미드센추리 디자인의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가구에 모로코 부족의 러그를 매치하면 조화로움 속에 간결한 디자인이 더욱 돋보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모로코에서 직접 러그를 공수해 모든 방에 장식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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