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 Slab

나무의 생김에 따라 휘어지기도 또 두세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는 불규칙함이 좋아 선택하는 우드슬랩 테이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를 소장하기 위해 알아야 할 수많은 디테일.

평생 쓸 우드슬랩의 조건

단 하나도 생김이 같지 않은 우드슬랩 테이블은 대를 물려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가구다. 오스카퍼니처의 김현기 목수의 작업실에서 좋은 우드슬랩 테이블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건강한 나무판 고르기
오래도록 변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우드슬랩의 조건은 함수율이다. 함수율이 약 15%에 이를 때까지 최소 1~2년간 자연 건조를 하는데, 이후부터는 수분의 증가와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 평형 함수율에 이른다. 그다음 다시 인공 건조를 통해 함수율을 낮춘다. 외국에서는 보통 함수율 12~15%의 슬랩을 사용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기후의 특성상 8%까지 건조되어야 이후에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듯하게 수평잡기
열을 가하는 인공 건조를 마치고 나면 우드슬랩은 갈라지고 휘어지는 현상을 보인다. 이때 기계 가공을 통해 반듯하게 수평을 잡은 뒤 다시 한 번 샌딩기로 수작업을 한다. 집 주변에서 주로 채취하는 월넛에는 종종 못이나 탄피 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런 자국이나 옹이 등을 다시 한 번 세심하게 다듬는 것이 이 과정이다.

천연 오일로 마감하기
오염에 강한 우레탄 도장은 나무 표면의 기공을 모두 막기 때문에 덜 틀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수 작업 시 도장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김현기 목수는 슬랩의 윗면 마감 작업에는 천연 상판 오일과 경화제를 섞어서 사용한다. 상판 오일이 아닌 일반 가구 오일을 바르면 열기나 수분이 가해질 때 하얀 자국 등이 생길 수 있다. 오일을 잘 선택해서 바르면 김칫국 같은 것이 떨어져도 스며들지 않으며, 오래 쓸수록 빈티지한 빛깔이 감돈다고 설명한다.

마른걸레로 닦아내며 말리기
월넛은 오일을 머금는 순간 은은한 무늬가 다른 수종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오일을 골고루 바른 뒤 마른걸레로 닦아내면 적당량이 스며들어 색상이 더 자연스럽다. 1~2주 정도 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말린다.

다리 소재를 선택해 완성하기
나무 다리는 아무리 정교하게 제작해도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 틀어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철재나 구리, 주물 등으로 제작하는 것이 좋은데, 튼튼한 다리 프레임이 나무 상판을 단단히 지지해주는 장점도 있다. 김현기 목수는 15T 정도 되는 통철을 선호하며, 12T 미만으로 제작하면 자체 진동이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하라고 당부한다.

적게는 1년 반, 길게는 5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나무의 개성을 다독인다. 나무가 자라온 지난 시간에 앞으로
가족이 사용할 시간까지 더해지면 무한히 긴 세월을 담아낼 가구다.

mini interview

목수가 생각하는 우드슬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같은 나무에서 잘라도 판마다 성질이 달라요. 나무의 중심부인 심재는 곧지만 바깥 쪽인 변재 부분은 나이테 반대 방향으로 휘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그래서 변재는 더 바짝 말려야 해요. 옛날에는 사찰을 지을 때 갯벌에 3년씩 묻어둔 나무를 썼다고 하잖아요. 나무의 성질을 죽이는 과정, 즉 나무의 체액을 없애는 과정이죠. 나무 각각의 개성을 달래 의뢰인이 원하는 가구로 탄생해 오래도록 사용되는 모습이 좋아요.

수입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우드슬랩을 공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초기에는 저도 국내의 목재 수입상을 통해 나무를 구했어요. 그러다가 나무 품질이 점점 떨어진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4년 전 배낭여행 삼아 무작정 미국에 갔어요. 뉴욕에 가서 우드슬랩 하이엔드 브랜드인 허드슨 퍼니처도 구경하고 브루클린의 공방도 들렀어요. 운 좋게 계약도 성사돼 첫 컨테이너를 수입했죠. 처음엔 썩은 나무를 수입하는 등 실패가 많았지만, 이제는 옹이 방향만 봐도 엑스레이 촬영하듯 몇 판이 나올지, 또 판마다 어떤 무늬가 나올지 훤히 보여요. 미국에는 두 달에 한 번씩 가는데 뉴욕을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일리노이까지 차로 1만km 이상 다녀요. 나무 시장은 캘리포니아(상시)를 제외하곤 겨울에 열려요. 진흙으로 된 야산과 호숫가가 어는 10~2월이되어야 벌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해엔 나무 가격이 비싸고, 1~2월에는 좋은 나무가 가장 많지만 경쟁도 치열해서 가격이 오르죠.

월넛 나무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요.
블랙 월넛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예전보다 수종이 많이 다양해졌어요.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새로운 수종이 많고요. 저는 과실수로만 작업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에는 독성이 없기 때문이죠. 메이플, 월넛, 체리 3가지만 다뤄요. 미국에서 우드슬랩 테이블을 만들 때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나무들이죠. 의자, 침대 프레임으로 많이 사용하는 오크나 참나무를 쓰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오래 건조해도 집에 들어가면 틀어지기 때문이에요. 갈라짐도 심하고요.

일반 소비자가 좋은 우드슬랩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데요.
제작에 앞서 쇼룸이나 스튜디오를 많이 다녀봐야 해요. 덤핑된 나무를 대량으로 사다가 대충 만드는 업체도 많으니까요. 빅 세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월넛의 경우 미국에서도 수요가 많아서 괜찮은 등급의 나무가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나올 수 없어요. 국내 우드슬랩 테이블의 90% 이상에 사용되는 블랙 월넛은 미국 현지에서 슬랩으로 자르는 양이 많지 않아요. 둥글게 깎는 무늬목이 수요가 많아서 등급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데, 4면이 옹이 없이 수수깡처럼 반듯할 때 최고 등급인 4SC(4 Side Clear)를 주죠. 옹이가 한 곳에 있으면 3SC, 두 곳에 있으면 2SC 하는 식이에요. 옹이가 덕지덕지 있는 나무를 판매처에선 멋있다고 현혹하지만, 사실 원가는 저렴한 상품이죠. 최근 조금씩 수입되는 클라로 월넛은 현지에서도 귀한 나무에 속하는데, 수령이 많아 열매를 못 맺거나 썩으면 벌목하죠. 잘랐을 때 무늬가 화려할 뿐 아니라 벌레 먹고 썩은 부분에 오일을 바르면 검게 변해서 아름다워요. 무엇보다 건조가 잘된 슬랩을 고르는 게 중요한데, 함수율 측정기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알아보긴 쉽지 않죠. 그나마 쉬운 방법은 나무를 수박처럼 두드려보는 거예요. 건조가 잘된 나무는 반대편 끝에서 목탁처럼 청명한 울림 소리가 나고, 건조가 덜 된 슬랩은 그 아래에서 툭툭 무거운 소리가 나죠.

우드슬랩이 있는 공간

묵직한 우드슬랩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면 그 자체가 오브제로서의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에 바닥, 조명, 함께 하는 가구와의 매칭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샐러드보울의 구창민 디렉터와 오스카퍼니처의 김현기 목수가 우드슬랩 인테리어 노하우를 알려준다.

내추럴한 소재와의 변주
중국의 건축가 수푸민이 푸젠성에 지은 집 거실에 놓은 우드슬랩 테이블. 밝은 톤의 메이플 나무 상판의 크기가 족히 3m에 달하며, 별다른 장식 없는 미니멀한 테이블 그 자체로 우아하다. 테이블 아래에는 황마로 짠 러그를 깔아 슬레이트 타일과 나무 소재가 바로 맞닿을 때의 물성 차이를 고려했다. 러그의 거친 황마 소재와 의자의 러쉬 시트, 타일의 석재, 테이블의 나무까지 풍부한 물성으로 보는 재미가 돋보이는 공간.
Designer says “명주실로 만든 셰이드가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허먼밀러의 조지넬슨 버블 펜던트를 추천해요. 우드슬랩 테이블과 새로운 소재의 오브제를 매칭하면 공간이 한층 다채로워질 거예요. 공간에 오리엔탈적이고 클래식한 무드를 더할 수도 있고요.”
Project Returning Hut Design Director XU Fu-Min
Design Company FM.X Interior Design

우드와 스틸의 조화로 모던함 살리기
1.8m가량의 이 테이블은 한국의 아파트에 적용하기에 가장 부담 없는 사이즈. 벨라루스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제트로빔스튜디오가 수도 민스크에 있는 아파트를 위해 작업했다. 반듯하게 뻗은 동시에 허리부에 은근한 곡선이 더해진 나무판을 사용해서 간결하지만 힘 있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나무에 크랙이 한번 생기면 점점 더 갈라지기 때문에 곳곳에 나비장부를 박아 틈이 확산하는 현상을 방지했다. 대체로 크랙이 있는 목재는 저렴한 편이어서 합리적 가격으로 우드슬랩 테이블을 완성할 수 있다.
Designer says “스틸 소재의 다리가 쓰인 테이블에는 비슷한 메탈 소재 조명을 더해보세요. 단단한 철제 다리와 그에 걸맞은 소재의 조명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요. 이때 간결한 디자인의 조명을 선택하면 힘 있는 공간이 완성되죠.”
Project Viber Interior Design Company Zrobym Architects

천장, 바닥, 테이블 목재의 동질감
뉴욕의 디자이너 메사나 오로크가 1750년대에 미국 컬럼비아에 지어진 시골 코티지를 개조한 프로젝트. 집을 지을 때 쓰인 목재 천장과의 조화를 위해 폐가구 앤티크숍에서 비슷한 색깔의 목재를 구해 바닥을 마감했다. 테이블도 별도의 코팅 없이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두 개의 상판을 붙여 완성했다. 가공하지 않은 나무 표면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공간을 한층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Designer says “바닥과 의자, 테이블을 모두 비슷한 톤의 나무로 통일하면 공간의 앤티크한 느낌이 극대화되죠. 어느 조명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요. 톰 딕슨 조명을 여러개 올려놓으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아직 국내에 덜 알려진 프라마(frama)의 모던하면서도 미니멀한 조명도 추천!”
Project Ten Broek Cottage Design Director Messana O’Rorke

조리대와 연결한 아일랜드형 우드슬랩
요리하면서 거실을 바라볼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은 주부들의 로망이다. 여기에 홈바와 아일랜드 식탁 겸용의 우드슬랩 테이블을 더해 주방의 기능적 측면을 극대화했다. 테이블은 향나무로 만든 상판으로 제작했는데, 이처럼 폭이 좁은 판을 덧댈 때는 사용하고 남은 목재 자투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테이블 옆에는 나무의 갈라진 결, 군데군데 박힌 옹이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은 ‘나파(Napa)’ 스툴을 배치해 조화를 꾀했다.
Carpenter says “주방용 테이블로 사용하려면 코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해요. 천연 오일과 경화제를 섞어 사용하거나 식물성 원료로 왁스 코팅을 더하면 비교적 열에도 강하고 물기도 바로 제거돼 얼룩이 생기지 않죠!”

나무끼리 배치할 때는 톤의 차이 즐기기
이탈리아 목제 가구 브랜드 리바1920은 도장이나 코팅 작업을 최소화하고 식물성 오일로만 가공 처리해 나무 특유의 색감과 문양을 그대로 표현한다. 또한 가구를 만들 때 뉴질랜드산 거대한 침엽수 카우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지역에서 말뚝으로 사용하던 나무를 재활용한 목재 브리꼴, 소나뭇과인 레바논산 백향목까지 오직 세 종류의 목재만 사용한다. 카우리 나무로 상판을 만든 이 테이블은 나무 컬의 투박한 멋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다이닝 테이블이든 회의용 테이블이든 용도에 상관없이 공간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나무의 컬과 무늬가 두 개 이상 들어가면 자칫 올드한 디자인의 테이블이 되기 십상”이라 조언한다.
Carpenter says “월넛 테이블에 밝은 오크 의자를 배치하면 어색할 수 있어요. 다른 수종의 나무 의자를 놓을 땐 테이블보다 짙은 색감을 선택하는 게 필수예요.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공간을 완성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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