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포레스트 한국vs일본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왜 돌아왔냐’는 친구 은숙의 질문에 ‘배가 고파서’라 답한다.
그래서일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먹기만 한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우리는 간혹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낀다. 분명 마음의 허기를 달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배고픔은 국적,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하지만 때론 정성스레 차린 밥 한 끼에서 다시금 치열하게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잘 먹어야 잘 살 수 있는 법이니까. 일본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원작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제작한 동명의 영화에서처럼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 혜원(김태리)과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손수 키운 농작물로 매일 열심을 다해 식사를 차린다. 그녀들의 주방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두 편으로 나뉘어 제작되었던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가 한국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에 힙입어 한 편으로 편집된 리마스터링 감독판 <리틀 포레스트 : 사계절>로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난다.

혜원의 주방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실패를 맛보고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혜원에게 주방이란 무너졌던 관계를 다시 세우는 곳이다. 그녀의 친구들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불러 함께 요리를 하기도, 왁자지껄 술을 마시기도 한다. 봄꽃을 얹은 파스타, 치자를 넣은 설기떡처럼 다양한 음식을 요리하지만 고기 요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인 임순례 감독의 영향이자, 농촌에서 해산물과 육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푸드스타일링 팀의 판단이 반영됐기 때문.

이치코의 주방

도시에서 마트 직원으로 일하던 이치코는 시내에서 족히 한 시간은 걸리는 작은 시골마을이자 자신의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직접 쌀농사를 짓고 키우던 오리를 잡아 요리하는 모습 등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날것의 삶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주방은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기까지의 신성한 과정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방에서 요리하는 과정만큼이나 겨우내 먹을 나물, 작물을 손질하는 모습을 유독 많이 보여준다.
또 혜원의 주방보다 넓고 살림살이도 많다.

# 혜원의 요리

# 혜원의 첫 끼
고향 집으로 돌아온 혜원이 처음으로 해 먹는 요리는 배춧국. 영화의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한 진희원 실장은 “오랜만에 고향 집으로 돌아온 혜원의 주방엔 쌀 한 줌과 말라비틀어진 고추장, 된장만 있었을 것”이라며, 김장철이 지난 한 겨울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온 만큼 “밭에 잘린 배추 밑동이라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첫 끼로 배춧국을 떠올렸다.

# 혜원의 아카시아 부각
예쁜 모양새로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던 메뉴 중 하나인 아카시아 부각. 아카시아꽃을 살짝 말려서 그 위에 찹쌀풀을 입힌 뒤 다시 한번 말려 튀겨낸다. 영화 촬영지인 경북 의성군 인근에 아카시아 군락이 있어 직접 아카시아꽃을 가져다 요리했다. 영화 제작 초기엔 아카시아꽃을 구하기 어려워 생김새가 비슷한 라일락으로 먼저 모양을 테스트한 뒤 철을 기다렸다가 촬영했다.

# 혜원의 얼큰한 수제비
밤사이 마당에 내린 눈을 치우며 수제비 반죽이 익기를 기다리는 혜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씩씩함이 느껴진다. 혜원은 얼큰한 수제비와 함께 배추전을 곁들였는데, 배추를 납작하고 예쁘게 구우려면 알배추의 줄기 아랫부분을 살살 두드려 묽은 반죽을 입혀 구우면 된다.

# 혜원의 크렘브륄레
토라진 은숙을 달래기 위해 혜원이 만든 프랑스 디저트 메뉴 크렘브륄레. 혜원이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요리이기도 하다. 노른자와 설탕, 우유와 생크림 등을 섞어 만든 이 디저트의 포인트는 표면에 뿌린 황설탕을 작은 오븐이나 토치로 녹여 캐러멜라이징 하는 것. 스푼으로 탁! 깨서 먹는 방법이 마치 달고나를 연상시켜 고른 메뉴라고.

# 이치코의 요리

# 이치코의 평범하지만 대단한 한 끼
가을, 벼 베기를 하는 동안 이치코의 점심은 호두밥이다. 강변의 호두 열매를 주워 정원 마당에 묻어두었다가 표피가 까맣게 썩을 때쯤 꺼내 말려 하나하나 깨고 다듬는다. 이렇게 손질한 호두를 절구로 곱게 빻아 쌀과 술, 간장과 함께 솥에 넣고 쪄야 호두밥이 완성된다. 긴 호흡으로 요리한 음식인 만큼, 1년간 고생한 자신에게 감사하며 먹는다.

# 이치코의 수유열매잼
마을 어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유나무. 힘껏 열매를 맺었으나 이내 사람들 발에 밟히고 흙에서 썩어가는 모습이 애처로워 이치코는 수유열매잼을 담근다.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던 이치코 엄마의 모습과 잼이 담긴 유리병 위로 비친 이치코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씨를 분리한
수유 열매와 동일한 양의 설탕을 넣고 약불에 서서히 끓여 졸이면 완성!

# 이치코의 일본식 전통 수제비 핫또
눈 내리는 겨울날 이치코가 떠올린 메뉴는 핫또. 귓불처럼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핫또)을 2시간 이상 재웠다가 멸치 육수에 표고버섯과 무, 우엉, 토란, 유부를 넣어 끓인 국물에 떼어 넣는 과정이 한국의 수제비와 똑 닮았다. 이치코 역시 밀가루 반죽이 숙성될 때까지 집 앞의 눈을 치운다.

# 이치코의 카레와 차파티
직장 동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 키코와 직장 동료의 편을 들어준 이치코가 싸운 뒤 화해하는 방법 역시 음식이었다. 화해의 의미로 카레를 가져온 키코에게 이치코는 통밀 핫또 반죽을 석쇠에 구워 차파티(난)를 만들어준다. 두 사람은 카레와 차파티처럼 생김새는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맛이 배가되는 우정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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