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의 우아한 서재

평일에는 우아한형제들의 대표로, 주말에는 한나와 주아의 아빠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김봉진의 원동력은 책이다. 그의 SNS에는 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읽는 것이다.

책은 우리 안에 있는 고정관념, 상식들, 당연히 여겨졌던 것들을 깨고 새로운 관점과 또 다른 시각을 던져주는 도끼 같은 존재여야 해요.
소설은 다른 사람의 안경을 잠시 빌려쓰는 것. 읽지 않은 책에 괜한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배달의민족과 배민찬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수장이자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라 말하는 김봉진 대표가 10년간 독서에 매진해 얻은 노하우를 담아 《책 잘 읽는 방법》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책에 대한 두려움을 훌훌 털어내는 방법과 꾸준히 독서하는 방법, 주변 사람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읽는 응용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다독가로 유명해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나요?
저도 10년 전까진 거의 책을 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창업, 디자인 공부 등 여러 계기로 책을 읽게 되었죠. 읽다 보니 장르도 마케팅, 디자인에서 소설, 고전, 경제 등 포괄적으로 넓어졌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레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많은 분에게 가볍고 친근한 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책에서 ‘읽지 않은 책에 죄책감 갖지 않기’, ‘순서대로 읽지 않기’ 등 독서 초심자가 도전하기 쉬운 독서법을 제안했어요.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으면, 또 책을 엄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책 안 읽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죄책감 갖지 말고 보고 싶은 책을 편한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어요. 책 디자인에도 책 읽기에는 서투르지만 SNS에는 익숙한 사람들이 편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어요. 글자가 크고 여백이 많죠. 이 책은 빨리 읽는 분은 1시간 정도, 느리게 읽는 분은 3~4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어요.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주고 싶었죠.

직원들의 책값을 무제한으로 지원하는 이유는요?
‘우아한 수타’라고 수요일마다 원하는 직원만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이 있어요. 그때 몇몇 분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물어요. 제가 읽는 책을 말해주기도 하고요. 사실 독서가 회사에 끼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성장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값을 많이 쓰라고 장려하고 있죠. 책을 많이 읽으면 의식 수준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의식 수준이 좋아진다는 건 또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식이 좋아져야 하듯 회사에서도 직원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회사가 잘못한 일에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비전이나 목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죠.

독서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어서 읽는 책을 통해 타인의 생각이나 고민을 알 수 있죠.
동감해요. 서재를 공개한다는 건 그 사람의 생각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책 잘 읽는 방법》에 부록으로 제 생각을 깨준 ‘도끼 같은 책’ 들을 공개하기 주저했어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드러나기 때문이죠. 물론 제 생각이 다 맞는 건 아니고, 또 제 인생의 책 리스트도 그때그때 바뀌곤 해요. 세상에 온전한 건 없으니까요.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인생의 책을 꼽으라면요?
제게 가장 영향력을 준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에요. 그 책을 읽고 생각하는 방법을 깊이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소크라테스의 《변명》, 《메논》도 좋아해요. ‘–론’이 붙으면 다들 안 읽고 싶어하실 텐데. 하하. 그래서 ‘도끼 같은 책’을 부록으로 넣으면서도 책 목록을 따로 정리한 페이지는 만들지 않았어요. 얼떨결에 어려운 책을 읽었는데 술술 읽힐 수도 있으니까요. 또 추천 책마다 짤막하게 ‘책은 얇아요’, ‘완독한 사람이 많지 않아 완독하면 뿌듯해질 수 있어요’ 같은 추천 코멘트도 달아놨어요.

《82년생 김지영》, 《말그릇》 같은 베스트셀러도 즐겨 읽으신다고요.
베스트셀러를 보면 시대정신을 알 수 있어요. 이를테면 자기 계발이 과잉되다 보니 《신경 끄기의 기술》이 나온 건 아닐까요? 요새는 ‘남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마라’, ‘너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게 큰 흐름인 것 같아요. 젊은 친구들이 자기 계발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닐까, 자기 계발을 해도 자기 의지대로 안 되는 삶을 고민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또 《언어의 온도》, 《말그릇》 같은 책을 보면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제 우리가 듣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고요. 한동안 시끄러웠던 갑질 논란을 단번에 잠재운 게 미투운동이잖아요. 세상을 발전시키면서 우리가 은연중에 무시해온 것들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김봉진 대표는 지난 3월 12일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책 잘 읽는 방법》의 출간 기념회를 열고 독자들에게 책 잘 읽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일러주었다.

TV 대신 책장이 집 거실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고 책에 쓰셨던데요.
제가 인테리어를 전공했고, 회사에서도 공간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해요. 공간은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지배하거든요. 한때는 TV도 없었어요. 책장, 소파, 테이블만 있었죠. 새로 가구를 들이거나 인테리어를 할 필요 없이 가구의 위치를 조금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TV를 사이드로 밀고 책장을 중앙에 두어 TV를 보기에 불편한 구조로 바꾸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죠.

그렇게 공간을 꾸몄다가 다시 TV가 거실을 점령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공간을 그렇게 꾸민 뒤에는 무조건 엄마, 아빠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해요. 하다못해 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죠. 부모가 스마트폰, TV를 보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 그러다 보면 부모도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될 수 있고요.

바쁜 아빠다 보니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아뇨, 생각보다는 많이 보여줘요. 같이 읽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평일에는 새벽에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지만, 그 대신 주말은 거의 가족과 함께 보내요. 이메일이나 카톡이 와도 거의 답변을 하지 않죠. 행사나 결혼식 초대가 와도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고 양해를 구해요.

두 딸아이도 책 읽기를 좋아하나요?
주말이면 아이들과 서점에 자주 가요. 책도 보고 밥도 사 먹고 또 팬시용품도 사주죠.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책을 접하는 게 좋으니까요. 중학생인 큰아이는 책 읽기 훈련이 꽤 되어 있는데,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무리해서 어려운 책을 읽혀요. 그러고는 저도 옆에서 똑같은 책을 읽죠. 얼마 전엔 《총, 균, 쇠》를 같이 읽었어요. 다 읽으면 방탄소년단 굿즈 조공도 바치죠. 사담인데, 얼마 전 푸마에서 방탄소년단 신발이 나왔어요. 하하. 아무튼 그렇게 어려운 책을 읽고 나면 책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죠. 둘째 주아는 초등학교 2학년이라 아직 책 읽기를 싫어해요. 그래서 동화책부터 차근차근 읽히고 있어요. 주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을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죠.

그렇게 아이들의 독서력을 키워주고 싶은 이유는요?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돈을 아무리 많이 물려줘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만큼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고 싶어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책이고요. 우리의 삶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제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실패한 사업도 있었어요. 반면 배달의민족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한 건 아닌데… 하하. 삶에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신일 수도, 운명일 수도, 운일 수도 있죠.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온전히 나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성공, 실패로 배웠어요.

어떤 리더,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
자연인 김봉진이요. 자연인 김봉진으로 어떻게 기억될지 고민해요. 스스로에 대해서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김봉진이란 어떤 사람인가? 제가 과거에 알았던 김봉진과 지금의 김봉진, 10년 뒤의 김봉진이 다 다를 텐데 매 순간 제가 되고 싶어요. 얼마나 어려웠으면 ‘너 스스로를 알라’고 하겠어요? 그런데 일단 지금은 가장 사랑받고 인정받는 남편이 되고 싶네요.

김봉진의 한 줄로 답하기!
책이란? 생각 근육이다.
(아, ‘책이란 많이 사야 한다’로 바꿀게요.)
글쓰기란? 잘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배달의 민족이란? 너무×1000000000000 사랑하는 사이다. (‘너무’ 꼭 강조해주세요. 백번은 말했다고!)
딸들이란? 아, 모르겠어요. 너무 소중한 존재죠.
아내란? 거울이다.

과시적 독서가 김봉진이 추천하는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흐름출판
“뉴욕에 사는 1977년생의 평범한 의사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게 되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에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갑자기 죽음 앞에 섰을 때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죠. 언제 눈물이 날지 모르니 손수건을 준비하고 읽으세요.”

《회복탄력성》 김주환/위즈덤하우스
“공을 바닥에 떨어트렸을 때 어떤 공은 천장 높이로 떠오르지만 어떤 공은 유리처럼 부서져버리죠. 위로 다시 튀어오르는 걸 회복탄력성이라 하는데, 아이는 지속적으로 사랑을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회복탄력성이 생긴다고 해요. 제 경우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는데, 여름엔 오이를 깎아주시고 겨울엔 밥을 김에 싸주시던 게 기억나요.
그 기억들이 제 안에 단단히 뿌리내려 있겠죠.”

《행복의 기원》 서은국/21세기북스
“행복하기 위해선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야 할 것 같지만, 사실 행복은 동물적 감각으로 느껴야 한다고 해요.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행복이라 말하죠.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아서 반드시 녹는다고 하는데, 30년간 모은 돈으로 아파트 한 채를 살 때 느끼는 큰 행복만큼이나 매일매일 작은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해요.”

《인간의 품격》 데이비드 브룩스/부키
“이건 좀 두껍고 어려울 수 있는 책이에요. 작가는 우리가 이력서에 한 줄을 적기 위해 사는 삶과 죽었을 때 적히는 한 줄의 글, 즉 조문을 위해 사는 삶 중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해줘요. 아이(혹은 엄마)의 스펙 한 줄보다 죽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에 대한 이야기죠.”

《조화로운 삶》 헬런 니어링, 스콧 니어링/보리
“제가 존경하는 분이 추천해준 책이에요. 지식인 부부가 도시를 떠나 낡은 농가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하며 일상을 기록한 글인데, 자본주의에 초연한 삶을 살죠. 나중에 아내와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빈 토플러와 그의 아내 하이디 토플러처럼 제가 생각하는 것을 아내나 아이들과 공유하며 책을 쓰고 싶어요.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부딪히며 정리해야 할까요? 그런 조화로운 삶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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