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연습이 필요해

낯설고 두렵고 머나먼 일 같지만, 누구나 맞이하기에 죽음은 공평하다. 죽음을 연습해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하여.

죽음에 대한 모든 것, 죽음 엑스포

누가 누가 시신 방부 처리 기술이 뛰어난지 겨루기도 하고, 마음에 쏙 드는 영구차와 납골기를 고르기도 한다.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2년마다 열리는 죽음 엑스포(Life Ending Industry Expo) 얘기다. 엑스포를 찾아 최신 장례 물품과 서비스를 경험함으로써 죽음을 세밀하게 대비할 수 있다. 엔딩 산업 업체 320개가 참여한 2017년 엑스포에서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을 로봇과 함께하는 이색적인 모습이 세계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바로 일본 소프트뱅크사가 개발한 로봇 페퍼가 장례식을 주관한 것. 로봇 승려가 가운을 입고 목탁을 두드리며 반야심경을 읊어주기도 하고, 카메라로 장례식을 촬영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듯 죽음 엑스포가 열리게 된 데에는 10년 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생겨난 ‘슈카츠(終活)’ 문화의 영향이 크다. 종활, 글자 그대로 엔딩 활동이라는 의미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다. 일본의 엔딩 산업 규모는 날로 커져 50조원을 돌파했는데, 개성을 추구하며 타인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직접 장례를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 이상 죽음 이후를 방치하지 말고, 취향대로 미리 하나씩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정돈된 죽음을 맞이하는 법, 데스 클리닝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내 물건은 어떻게 될까?” 집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망자의 물건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에겐 혼란스럽고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스웨덴의 데스 클리닝 전문가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이따금 죽음을 가정하고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는 데스 클리닝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데스 클리닝은 미니멀한 전통이 반영된 북유럽 사람들의 죽음맞이 방식. 플리마켓과 기부가 일상인 북유럽 사람들은 자신에게 쓸모없어진 물건을 과감히 주위에 나누거나 버린다. 망누손은 쌓아둔 앨범도 자식에게 보여줬을 때 반응이 좋은 사진만 남겨두고 다 버리거나, 이웃집에 초대받았을 때 아끼던 물건 중 하나를 선물해볼 것을 제안한다. 아무리 살아 있을 때 애지중지하던 물건이라도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쓰레기통으로 향한다면 허무하지 않겠는가. 당장 버릴 수 없는, 필요한 아이템은 추후에 기부할 곳을 적어두면 어떨까. 데스 클리닝은 실용적인 면뿐만 아니라, 물건을 정돈함으로써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도 있고 잊고 살던 삶의 흔적과 가치도 발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미니멀 라이프 트렌드에 맞춰 작년 발간된 마르가레타 망누손의 책은 전 세계 많은 이의 관심을 받는 중.

열린 마음으로 죽음 이야기하기, 데스 카페

볕이 잘 드는 쾌적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죽음을 얘기할 수 있는 곳. 데스 카페의 모토다. 단순한 발상일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어둡고 고립된 공간에서 슬픔을 안고 있는 것은 죽음을 더욱 원망하고 두려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사회학자 버나드 크레타즈가 처음 설립한 데스 카페는 현재 세계 36개국에서 3400여 개가 무영리로 운영된다.


데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각자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고 죽음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안하고 돌본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던 저를 데스 카페가 살렸어요. 죽음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난 뒤 삶이 더 성숙해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그라들었어요.” 뉴욕 브루클린에 자리한 데스 카페의 관리자, 루이스 드 윈터의 말이다. 최근 영화 <신과 함께>와 <코코>, 웹툰 <죽음에 대하여>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 사회도 죽음에 대한 콘텐츠를 접하고 죽음을 의식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2년 전, 한 상조 회사에서 연 힐링센터 내에 마련된 데스 카페에서는 무료 임종 체험, 유서 쓰기, 장기 기증 토론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죽음을 생각해보고 삶과 죽음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으니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볼 것.

매기센터

이코노미스트연구소(EIU)가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 조사에서 영국은 매년 1위를 차지한다. 죽음의 질 지수는 생애 마지막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요소를 수치화한 것.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가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평가된다. 영국 전역과 홍콩과 도쿄 지점에 있는 암센터인 매기센터 역시 이처럼 삶의 질을 높여주는 환경에서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민하는 단체다.

유방암 투병 당시 꽉 막힌 병원 안에서 고통을 겪은 스코틀랜드의 건축가, 매기 케스윅 젠크스가 암 환자와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을 고안해낸 것. 매기센터 내에서는 카운슬링, 아로마테라피, 영양 지도, 그룹 활동이 이뤄진다. 가령 한 번도 요리를 해본 적 없는 암 환자 아내를 둔 남편에게 쿠킹 클래스를 권하는 식이다. 건축과 자연 풍경, 예술을 중시한 매기의 뜻을 받들어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같은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이 매기센터를 디자인했으며, 매년 9월이면 셀러브리티와 함께 런던의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산책하며 돌아다니는 ‘컬처 크롤링’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린장
흔히 에코장으로 불리며, 관을 쓰지 않고 그대로 묻거나 자연에 무해한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되는 관에 안치해 묻는 장례 방식이다. 시신을 방부 처리하지 않고 깨끗이 목욕만 시켜 묻는다.

우주 먼지로 돌아가라! 우주장
유해 잔해를 담은 라텍스 기구를 지상 3km 위 성층권에서 폭파시켜 우주의 먼지로 남기는 방식이다. 영국의 ‘어센션 플라이츠’ 같은 우주장 장례 서비스 회사가 성업 중이며, 가격은 1000달러 선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그만! 바이오장
일반 화장이 화석연료로 인해 기화수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이 찾는 방식. ‘물’ 화장으로 불리며, 알칼리 성분의 물에 시신을 담그고 고열로 용해하면 기존 화장처럼 뼈와 재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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