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역

함께 일하며 같은 꿈을 키우는 커플의 작업실.

 

따로 또 같이
원오디너리맨션 김성민·이아영

어느 나라에 사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썼을지 몰라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빈티지의 매력.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원오디너리맨션 스튜디오는 이런 개인의 역사가 담긴 조명, 의자, 테이블, 선반 등 작품에 가까운 빈티지 가구 쇼룸이다. 김성민, 이아영 대표는 유럽에서 컨테이너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클리닝과 밸런싱 작업을 한다. 이들의 역할 분담은 꽤 확실하다. 아내 이아영 대표는 고객 응대와 공간 스타일링을 주로 담당하고, 남편 김성민 대표는 설치와 복구 작업을 주로 한다. 들뜬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들른 손님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스튜디오의 분위기에 압도돼 정작 가구가 채워질 집과의 어울림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때론 부부가 현장을 확인하고 열심히 말리기도 한다고.

이아영 “층고가 높은 스튜디오에서 다른 빈티지 가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과 아파트에 놓인 모습은 달라요. 직관적인 아름다움과 집에 들였을 때의 효율성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죠. 천천히 하나씩 들이면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려요.” 두 사람의 조금은 다른 취향 덕분에 스튜디오를 채운 가구들의 국적과 느낌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집에 뒀을 때 실패 없는 가구가 90%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컬렉터블한 가구도 30% 이상 차지한다.

이아영 “가구 셀렉트할 때 처음에는 성향이 많이 달랐는데 지금은 10개를 보면 9개를 동시에 예쁘다고 할 만큼 보는 눈이 비슷해졌어요. 빈티지 비기너인 분도 많이 오시는데 본인은 취향을 모른다고 하지만, ‘예쁘다’고 말하는 가구의 톤이 일정해서 저희가 손님의 취향을 빨리 알아채죠. 그럴 때 뿌듯해요.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저희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두 사람이 처음부터 빈티지 가구 스튜디오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좋아서 구입해 집에 쟁여둔 가구를 스튜디오로 옮겨놨는데, 어느덧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꽤 되는 스튜디오가 됐다. 남편은 그사이 회사를 그만두고는 오래된 가구를 복구하는 방법도 익혔다.

김성민 “바잉을 할 때도 역할이 정해졌어요. 아내는 미적인 면을 본다면 저는 기능적인 면을 주로 보고, 상태가 좋지 않은 물건은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한지 판단해요. 가구의 수직도 맞추고, 오염된 나무의 결을 살리는 작업도 하고요. 나무 표면이 사람 피부와 같아서 수분감을 맞춰줘야 하거든요.” 부부가 함께 일을 하니 시간 제약이 없고 자연스럽게 분업화가 이뤄졌다. A부터 Z까지 모두 두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퇴근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이아영 “서로 다른 일을 할 때는 감정의 리듬이 다르니까 한 사람이 힘들 때 위로해줄 수 있었는데, 같은 일을 하니 신날 때는 같이 신나고 우울할 땐 같이 우울해요. 위로해줄 사람이 없는 거죠(웃음). 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돈독해졌어요. 서로를 짠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생겼고요.”

모두 다 같이
제너럴 그레이 김승현·박현정

제너럴 그레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또 어느 곳에나 잘 어울리는 가구를 만드는 곳이다. 함께한 지 4년 반 정도 된 연인은 조화롭고 심플한 가구를 추구하는 마음을 담은 ‘제너럴’과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그레이’를 합쳐 제너럴 그레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김승현 대표는 컴퓨터를, 박현정 대표는 영상 제작을 전공했는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의외로 목공 학교였다. 함께 일을 하면 암묵적인 역할 분담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독특하다.

김승현 “아쉽게도 역할 분담이 전혀 안 돼 있어요. 한 명이 디자인을 하고 한 명이 제작을 맡으면 의견 대립도 덜하고 일도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둘 다 의견을 많이 내요.”
박현정 “저는 모든 사이클을 다 경험해볼 수 있어서 이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에서부터 나무를 깎아 만들고 오일 작업을 해서 배송하기까지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느 과정을 가져가버린다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모두 원목이 주는 특유의 깨끗한 느낌을 좋아하고, 결에 따라 다른 나무의 다양한 매력을 사랑한다. 그래서 제너럴 플레이의 가구는 잔잔한 결이 살아 있는 고요한 느낌이다.
박현정 “나무는 나이테에 따라 면의 무늬가 달라요. 똑같은 디자인에도 어떤 결의 나무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요. 저희는 일단 가구를 만들기 전에 사용할 나무들을 쫙 펼쳐놓고 분필로 선을 그어가며 나무의 위치를 정해요.”

브랜드를 만든 뒤 한동안 새로 생긴 공간에 가면 가구 구경에 정신이 없었다. 가구를 유심히 보다가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고.
김승현 “정말 심했어요(웃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가구가 지금도 많거든요. 심미적으로 예쁜 가구는 유독 자세히 보게 돼요. 미드센트리 가구는 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많이 돼요.”
최근에는 디자인 그룹 지랩의 제안으로 요가 스테이 ‘브리드인 제주’의 가구 제작에도 함께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가구를 만들며 많은 것을 배웠다.
박현정 “이번 작업을 하면서 유난히 긴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가끔 공과 사의 구분이 힘들어요. 의견을 나눌 때 괜히 말투가 거슬릴 때도 있고요(웃음). 그래도 같은 방향을 보고 간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의지도 되고 고민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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