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소년 태환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성화대에서 곱슬머리를 흔들며 기타를 연주하던 소년 양태환. 기타를 배운 지 5개월 만에 캐논 변주곡, 이글스의 명곡들을 연주해낸 음악 신동은 진로보다는 영화 보고 연주하고 노는 일에 열중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씨엘, 엑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빼어난 연주 실력을 뽐낸 소년 기타리스트 양태환. 강원도 화천 산골에서 자란 소년의 연주 실력에 <타임>, CNN, NHK 등 외신들도 감탄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 화천의 붕어섬에서 태환 군과 그의 가족을 만났다. 여론의 칭찬과 관심에도 소년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아빠와 함께 소파에 누워 스피드 메탈 음악을 듣고, 하굣길엔 한 살 터울의 여동생 태희와 함께 마을 청소년수련관에 들러 영화를 본다.

아빠랑 저랑 같은 뮤지션을 좋아해요.
요즘 일본의 갈네리우스라는 스피드 메탈 그룹의 음악을 같이 들어요.
그룹의 기타리스트 슈(Syu)를 제일 좋아하고요.

올림픽 폐막식 무대, 중압감 없이 그저 연주를 즐기는 듯 보였어요.
태환 그렇게 큰 무대에 처음 서보는 거여서 연습할 때 엄청 떨렸어요. 그런데 막상 성화대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추운 날씨에 손가락이 얼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추운 곳에서 연습도 하고 버스킹을 많이 해서 괜찮았어요.
또 무대에 올랐을 때 날이 조금 풀렸거든요.
아빠 폐막식 연주 제의를 받은 건 작년 하반기였어요. 10월에 악보를 받고 5시간 정도 연습을 한 다음 바로 연주 영상을 찍어서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보냈죠. 연주와 퍼포먼스를 겸한 영상이었는데 위원회에서 반응이 좋았대요. 폐막식 당일 8시에 무대에 오르게 되어 있었는데, 6시 반에 송승환 총감독님이 대기실로 오셔서 “태환아, 이번에 카메라 많이 받아야겠다”고 하시더군요. 느낌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공연 전까지 눈보라를 맞으면서 세 번 정도 리허설을 했는데, 그때마다 OBS(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방송사)의 촬영감독님이 태환이를 보고 시청자가 매력을 느낄 와우 포인트라고 말하셨대요. 88올림픽 굴렁쇠 소년처럼요. 총감독님은 태환이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분장과 머리를 계속 매만져달라고 지시하고 돌아가셨어요.

역시나 올림픽 무대 이후 여러 국내 언론과 외신이 태환이를 주목했죠
태환 음… 그냥.(미소)
아빠 태환이도 칭찬을 많이 받은 걸 알고 있죠. 어려서부터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자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잘 안 봐요. 주목을 받는지, 인기가 있는지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다행이에요. 겉멋이 들까봐 염려가 되었거든요.

태환이는 왜 자기가 출연한 방송을 안 봐요?
태환 사실 제가 유튜브에 올리는 연습 영상은 계속 돌려봐요. 그런데 방송은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안 봐요. 어색하기도 하고요. 제가 올리는 영상은 말을 안 하니까 괜찮아요. 하하.
아빠 아, 그래서 그랬구나! 아빠도 몰랐네. 태환이가 인터뷰할 때 보면 어색해서인지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거든요.

태환이는 언제부터 기타를 쳤나요?
아빠 여섯 살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장난감에서 흘러나오는 산토끼 멜로디를 듣고는 ‘아빠, 미미파파미미도’라고 말하는 거예요. 온 국민이 ‘솔솔라라솔솔미’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옆에 있는 키보드를 두드려보니 태환이 말이 맞더라고요. 문득 ‘천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릿속이 복잡해지더군요. 제가 학교 다닐 때 그룹사운드도 했고, 기타 학원도 3~4년 정도 운영했어요. 태환이가 절대음감을 지닌 걸 알고는 마음먹고 기타를 가르쳤죠.

기타 중에서도 굳이 일렉 기타였던 이유는요?
아빠 예닐곱 살짜리 아이에게 특정 악기를 가르친다는 게, 그중에서도 진동 폭이 크고 자극적인 사운드의 일렉 기타를 가르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태환이가 빠르게 기타를 습득하는 것을 보니 저절로 목표가 생기더군요. 그 당시에 정성하 군이 핑거스타일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유명했는데, 그 친구를 능가하는 기타리스트로 자라길 바랐죠. 그런데 국내에는 일렉 기타 영재가 없어요. 불모지죠. 그래서 일렉 기타에 도전한 거예요. 5개월 정도 가르친 뒤 바로 SBS <스타킹>에 출연했어요.
태환 딱히 기타에 대해 거부감은 들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곡도, 아빠가 좋아하는 곡도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어린 태환이에게 일렉 기타를 가르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빠 저희가 지금은 화천 시내에 살지만, 원래 좀 더 경치가 좋은 시골에서 8년을 살았어요. 문 열고 ‘태환아~’ 불러도 아이가 절대 안 들어와요. 멀리 나가서 물고기 잡으며 놀고 있으니까요. 혼을 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 연습량을 정해 잠깐이라도 집에 들어와 기타를 치고 난 뒤에야 놀게 했어요. 제 나름의 교육 철학 때문에 태환이한테 상처를 많이 줬죠. 정말 많이 혼냈어요. 아이의 재능을 일찍 발굴해서 제대로 가르치려면 ‘네가 알아서 해봐’ 하는 방관적인 태도로는 어려워요.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남들 이상을 할 수 없잖아요. 박세리,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처럼 어려서부터 자식의 재능을 발굴해서 키운 부모들은 대부분 엄한 편이에요. 연습하는 습관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통증이 있을 수밖에 없죠. 태환이도 4~5년 정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런 아빠의 태도에 상처받지 않았어요?
태환 상처받지 않았는데…. 너무 어릴 때라서 기억도 안 나요. 그보다는 물고기 잡고 노느라 재밌었던 기억만 나요.
아빠 아이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소질을 보일 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같이 몸으로 뒹굴어주는 것 같아요. 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죠. 제가 태환이한테 스튜디오를 만들어준 것도 그런 환경의 일환이에요. 부모가 아이와 교감하는 것도 중요하죠. 악기를 가르치면서 연습하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아이 혼자 방에서 연주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태환 아빠랑 저랑 같은 뮤지션을 좋아해요. 요즘 일본의 갈네리우스라는 스피드 메탈 그룹의 음악을 같이 들어요. 그룹의 기타리스트 슈(Syu)를 제일 좋아하고요.

음악적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일렉 기타를 배우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죠.
아빠 밤을 새워가며 유튜브의 거의 모든 연주 영상을 본 것 같아요. 전 세계 일렉 기타 신동들의 실력과 연주 모습을 분석했어요. 영상 대부분이 최적화된 공간에서 녹음하고 영상에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해서 올린 것들이죠. 태환이는 무대에 섰을 때 더 빛을 발하는 아이예요. 연주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해내죠. 시골에서 자라서 좋은 점도 있어요. 도시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태환이보다 더 작곡이나 편곡실력은 좋을 수도 있지만 내재된 감성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매일 산으로 들로 나가서 냉이 캐고 닭이 낳은 알을 가져오는 일상을 8년이나 보냈어요. 콘크리트 속에서 자란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감수성을 지녔을 거예요.

기타리스트가 아닌 태환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아빠 제가 민박집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태환이가 눈치가 빨라서 손님들이 ‘사장님’만 외쳐도 족대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지, 투망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뛰어갔어요. 하하. 또 고집이 센 건 여느 집 아이와 다르지 않아요. 대신 무언가를 시작하면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에요. 예를 들면 컴퓨터가 그래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스쳐 지나가는 현상조차 머릿속에 캡처를 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영상 편집, 녹음 등을 혼자서 했어요.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도 모두 태환이 작품이에요. 큐베이스(음악 편집 프로그램)는 채 5분 정도 설명을 듣고는 자유자재로 사용하더라고요. 동생 태희를 데리고 보컬 녹음을 하고 코러스를 넣은 뒤 레벨을 잡아 믹싱해요. 요즘은 프리미어(영상 편집 프로그램)를 배우고 싶다고 계속 졸라서 내일 전문가분을 작업실로 모셔 오기로 했어요.

자연스레 동생도 같이 음악을 하게 되었나요?
아빠 감각적으로는 태희가 더 뛰어나요. 따로 레슨을 하지 않는데도 박자를 정확히 맞춰 노래하는 아이예요. 청각이 좋아서인지 영어도 곧잘 해서 들은 문장의 발음을 잘 흉내 내고요. 하지만 태희는 악기를 전혀 안 만지려고 해요. 지금은 태환이가 유명하지만 태희가 계속 음악을 한다면 언젠가 오빠보다 유명해질 거라 생각해요. 연주자는 보컬 뒤에 서기 마련이니까요.

양태환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여동생 태희와 일렉기타의 태환이, 피아노와 작곡을 맡고 있는 김규연.

중학교에 입학한 태환이의 일상은 어떤가요?
태환 초등학생 땐 방과 후 수업을 들었는데 중학교 올라와선 안 해요. 그래서 더 일찍 집에 와요. 3시 반 정도에 수업이 끝나면 동생 데리고 친구들이랑 마을 청소년수련관에 가서 영화 보고 놀다가 저녁 8시쯤 돌아와요.
아빠 어릴 때 제가 많이 괴롭혀서 지금은 놀게 둬요. 집에 오면 또 연주하고 음악 들으면서 놀죠.

중학생이 되었으니 태환이의 상징과도 같은 긴 머리를 자르게 되나요?
아빠 입학하기 직전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태환이가 국내 방송이나 공연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친구들처럼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NHK와 인터뷰도 했고, 미국 <타임>지에 태환이 기사가 나가 올해 전반기까지는 해외 공연이 잡힐 수도 있으니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어요. (실제로 2016년 세계평화나눔재단의 소년 홍보대사로 미국 뉴욕의 UN본부를 방문해 공연하기도 했다.) 곱슬 머리로 퍼포먼스를 하는 태환이의 모습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으니까요. 결국 일정 기간 동안 두발 자유를 허락받았죠.

예고나 음대 진학을 생각하기 마련일 텐데요.
태환 아직은 모르겠어요. 나중에 고민해보고 싶긴 해요.
아빠 국내 음악 교육기관은 벽돌 공장처럼 느껴져요. 연주자를 똑같은 스케일과 스타일로 키우죠.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아직은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긴 할 텐데 태환이 성격에는 한 달 만에 ‘아빠, 나 못 다니겠어요’ 할 것 같아요. 부활의 김태원 씨는 음악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전혀 없는 분이에요. 기타 실력이 빼어나지도 않고요. 하지만 그분의 곡에 녹아 있는 정서와 아름다움은 대단하죠. 음악에 지식을 쌓은 100명이 김태원 씨 한 분을 쫓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태환이도 그런 뮤지션이 되길 바라죠.

태환이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태환 작곡, 편곡, 녹음을 하면서 자유롭게 기타 치고 싶어요. 되고 싶은 게 있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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