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의 레트로

엄마의 소녀 시절부터 즐겨온 ‘은근 촌스러운 맛’에 슬며시 손을 뻗어본다.

파이어킹 찻잔과 블랙커피

일본에서 복각 제품이 나오긴 하지만, 빈티지 파이어킹은 1950년대 전후로 미국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기계 공정이 덜 발달했던 터라 기계로 만들고도 사람 손을 거쳐 완성된 그 시절 물건 특유의 투박함과 튼튼함이 좋다.
만드는 과정 파이어킹은 미국의 앵커호킹사에서 세계 최초로 만든 내열 유리 제품이다. 오븐에 넣어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열에 강하고 오리엔탈풍이 유행하던 때 만들어 대부분 옥빛을 띤다고. 최고의 맛 맛이라기보다는 멋이다. 집에서 쓰는 모든 식기가 파이어킹 빈티지 제품인데 아침에 파이어킹 찻잔에 담아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게 느껴진다. 특히 레스토랑 웨어로 나와 좀 더 묵직한 찻잔은 입술에 닿는 감촉이 좋고 형태나 색감이 블랙커피와 잘 어울린다. 즐기는 법 영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제다이트 컬러의 제인레인 찻잔에 차를 마신다. 화가 잭슨 폴록의 이야기를 담은 <폴록>처럼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나면 파이어킹 찻잔에 담긴 블랙커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케이코쇼텐 대표 민재기

케이코쇼텐
빈티지 파이어킹 제품과 로큰롤, 인디언 문화를 좋아하는 부부가 운영한다. 파이어킹 제품에 담긴 블랙커피, 오믈렛, 오픈 샌드위치 등을 맛볼 수 있다. 주소 중구 퇴계로24길 12-1

촉촉한 수제 도넛

도넛을 만들 때는 대개 반죽을 숙성시키지 않고 바로 튀겨내지만, 이스트 도넛이라고 부르는 수제 도넛은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빵처럼 촉촉한 질감을 즐길 수 있다. 동그란 모양에서도 도넛 특유의 재미있는 느낌이 살아있다.
만드는 과정 반죽을 저온에 숙성시킨 뒤 튀겨낸 빵에 필링을 채우고 글레이즈로 덮는다. 필링에 따라 맛이 다른데, 라즈베리 도넛에 넣는 필링은 생라즈베리와 설탕만 넣어 졸이고, 티라미수 도넛에는 마스카포네 치즈를 채워 맛을 풍성하게 만든다.
최고의 맛 남편과 뉴욕에서 먹은 코코넛 도넛을 잊을 수 없다. 코코넛 필링이 달지 않으면서도 재료의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만든 신선한 수제 도넛이었다. 튀긴 빵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촉촉한 그 네모난 모양의 도넛에서 영감을 얻어 수제 도넛을 만들게 됐다. 즐기는 법 수제 도넛의 맛과 어울리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직접 로스팅과 블렌딩을 한다. 아메리카노나 라테, 우유와 함께 도넛의 촉촉함을 즐겨보면 좋겠다. 올드페리도넛 대표 최민이

올드페리도넛
피넛버터, 라즈베리, 말차, 티라미수 맛 등 6가지 수제 도넛과 미니 도넛을 만든다. 미니 도넛이 올라간 튜브라테, 마시멜로를 넣은 솔티드카라멜라테는 두 가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
주소 용산구 한남대로27길 66

꽃가라 입은 수제 양갱

우리 선조들은 양갱 같은 간식거리를 금옥당이라 불렀다. “한천에 설탕을 넣어서 굳힌 투명한 과자, 여름에는 얼음에 식혀 차갑게 해서 먹는다.” 금옥당에 대해 조사하다가 찾은 문장 속에 금옥당을 즐기는 맛과 멋이 담겨 있다.
만드는 과정 팥을 삶는다. 본래의 형태가 없어질 때까지 아주 오래 삶아 앙금을 내고 설탕과 한천을 넣고 다시 끓인다. 재료가 잘 섞이면 틀에 넣고 굳힌다. 단순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최고의 맛 일본의 양갱은 너무 달다고 생각해서 나의 주관적 입맛에 맞춰 맛을 냈다. 한천과 앙금 중 앙금의 비율을 높였고 그래서 조금 서걱서걱하지만 맛이 진하다. 즐기는 법 조금씩 잘라 입안에 퍼지는 향과 식감을 즐긴다. 팥의 껍질을 벗겨 크림색을 띠는 백앙금 양갱은 풋내나 떪은맛이 없이 부드럽고, 입자가 살아 있는 통팥은 씹는 맛이 있다. 어르신들의 취향에 맞게 일명 ‘꽃가라’로 부르는 화려한 포장을 입혔는데, 뜯을 때의 즐거운 마음은 덤이다. 따뜻한 차와 함께 맛보시라. 금옥당 대표 김현우

금옥당
예스럽지만 단정한 공간에 팥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통팥, 백앙금 외에 밀크티, 크랜베리 등 16종류의 수제 양갱과 팥죽, 쌍화차도 맛볼 수 있다. 주소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2

잘 자른 후르츠산도

일본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때 편의점에서 후르츠산도를 사 먹곤 했는데, 생크림과 과일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은 간식이다. 일본에서는 흔하게 먹는 디저트지만 깔끔하게 잘린 과일과 크림의 단면이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성과도 잘 맞는 것 같다.
만드는 과정 식빵에 생크림을 바르고 딸기, 망고, 키위, 바나나를 잘라 올린다. 생크림은 설탕을 약간 넣어 휘핑한 것을 사용한다. 이때 적당량의 설탕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달면 느끼하고 아무 맛이 나지 않아도 곤란하니까. 최고의 맛 식빵은 촉촉해야 하고 과일은 잘 익어 맛있고 신선해야 한다. 즐기는 법 케이크처럼 생겼지만 샌드위치기 때문에 손으로 들고 한입 크게 베어 먹는 것이 맛있다. 재료가 한꺼번에 확 들어와 씹히는 맛이 있기 때문. 그러고 나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 있던 생크림이 녹으면서 목으로 넘어가는데, 그 맛이 또 좋다. 분카샤 대표 김상미

분카샤
인쇄소가 많은 을지로 골목에 가죽 공방이자 카페인 분카샤가 있다. 분카샤는 문화사의 일본어 발음으로 후르츠산도처럼 일본에서 즐겨 먹는 간식거리와 커피, 음료를 판매한다. 주소 중구 을지로14길 20

모카포트에 끓인 커피

순간의 빛과 공기를 반영하는 흑백사진은 한 장도 같은 것이 나올 수 없다. 모카포트에 끓인 커피도 마찬가지다. 같은 양의 커피 가루를 넣고 같은 세기의 불 위에 올려도 낮과 밤, 흐린 날과 화창한 날 등에 따라 추출 속도와 맛이 달라진다.
만드는 과정 밸브가 있는 곳까지 물을 붓고 커피 가루를 채운다. 소복이 채워 평평하게 만든 다음 물이 길을 내기 좋도록 누르지 않고 끓인다. 칙 하고 소리가 나면 불을 끈다. 최고의 맛 지금까지 1000잔이 넘는 모카포트 커피를 마신 것 같지만 머릿속에는 한 잔의 기억만 있다. 이탈리아 출장길에 마신 에스프레소의 맛. 감탄하며 연거푸 세 잔을 마셨는데 커피를 끓일 때마다 그 맛을 떠올린다. 즐기는 법 모카포트를 테이블에 올리는 순간 다시 한번 치이익 하고 소리가 나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열 번 중 여섯 번이기 때문에 소리가 나면 무척 반갑다.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 기분까지 맛으로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물다무다방 대표 김현식

물나무다방
흑백사진관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가마솥에 로스팅한 커피 원두로 모카포트 커피와 드립 커피, 우유 커피 세 가지 메뉴만 만들어 판매한다. 바 자리와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심플한 공간에는 늦은 시간까지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주소 종로구 계동길 84-3

까먹는 아이스크림

어릴 적 먹던 간식이 생각날 때가 있다. 1980년대에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 학교 앞에서 팔던 솜사탕, 아이스크림, 달고나 같은 것들이다. 종이에 감싼 네모난 아이스크림은 그중에서도 단연 고급스러운 간식이었다. 이런 추억의 맛을 다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 식혜 맛에는 식혜를 넣고 계란과자 맛에는 계란과자를 넣어 수제 공법으로 만든다.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고 아카시아꿀, 단호박, 보리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최고의 맛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식혜, 할아버지가 호주머니에서 꺼내주시던 캐러멜 등 추억이 생각나는 맛에 마음이 간다. 특히 소르베처럼 만들어 사각사각 씹히는 식혜 아이스크림의 맛은 여름에 제격이다. 즐기는 법 냉동실에서 막 나온 아이스크림은 딱딱하니 손의 온기로 적당히 녹여 먹어야 부드럽다. 여러 가지 맛을 소개하고 싶어서 아이스크림의 크기를 작게 만들었다. 맛있는 건 하나 더 먹는다. 서울커피 대표 박성환

서울커피
익선동의 오래된 한옥에서 서울의 198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카페다. 종이에 감싼 큐브 아이스크림은 계절마다 다양한 맛이 추가된다. 그 밖에도 인절미 티라미수, 미숫가루, 화채, 꽈배기처럼 정감이 가는 간식거리가 맛깔스럽다. 주소 종로구 수표로28길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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