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대체품

맘 카페에 올라온 글 하나를 보았다.
‘샤넬 수블리마지 대체품 추천 좀 해주세요.’

“샤넬 수블리마지를 쓰고 싶은데, 너무 비싸요. 대체품 추천 좀 해주세요”라는 글이 맘 카페에 올라오면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영국 생산의 니베아 크림을 추천하는 댓글도 있지만(향과 꾸덕한 느낌의 텍스처가 라메르 크림과 똑같다나?), 대개 중저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이 추천된다. 샤넬 수블리마지는 50g에 46만원. 웬만한 시술 한 번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싶을 정도다. 후기를 보면 ‘뭘 발라도 건조했던 피부가 수블리마지를 바르고 나서 온종일 촉촉한 물광 피부로 다시 태어났다’, ‘향부터 고급지다. 영양감 있으면서도 잔여감 없이 피부에 쏙 흡수되는 텍스처가 예술이다’, ‘이걸 쓰고 좁쌀이 싹 들어갔다. 대체품은 없을 듯하다’ 등 찬양 일색. 샤넬 사이트에서는 수블리마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블리마지가 가지고 있는 힘의 이름은 바로 강화된 플래니폴리아 PFA(Enriched Planifolia PFA)입니다. 이 새롭고 보석과도 같은 활성 성분은 모든 피부 노화 징후를 완화시키는 데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는 보물과도 같은 식물 원료인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열매와 꽃에서 추출한 성분에서 탄생했습니다.”

즉 수블리마지의 핵심 성분인 이 바닐라 열매와 꽃에서 추출한 농축 원료가 피부를 촉촉하고 탄력 있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것. 그렇다면 이 원료는 샤넬만 취급할 수 있다는 말인가? 블리스와 솝앤글로리의 창립자 마시아 킬고어는 “고가 브랜드는 대개 최상 단계의 포뮬러와 동시에 최상의 재료로 제품을 만듭니다. 반면 드러그스토어의 화장품들은 그 아래 단계의 포뮬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대부분의 시그너처 제품 라인에는 그 라인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재료나 원료를 첨가합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바닐라 열매와 꽃에서 추출한 농축 원료가 몇 퍼센트나 들어갔는지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한 화장품 제조사에 다니는 직원은 이렇게 귀띔한다. “사실 패키지의 성분표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류를 불러올 수 있어요. 전성분은 그 화장품의 100%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전성분이 거의 비슷하거나 똑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얼마나 넣고 얼마를 뺐는지가 0.0005mg이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화장품 원료 자체도 취급하는 종류나 방식에 따라서 그 품질이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면 똑같이 캐머마일 오일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하우스 재배한 캐머마일을 기계로 수확해 추출했는지, 프랑스 남부 지방에 가서 유기농으로 자란 캐머마일을 직접 손으로 수확해 짜낸 오일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또한 원재료를 어떻게 가공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히알루론산 50%가 들어간 화장품과 1%가 들어간 화장품이 있다. 어떤 것이 더 좋을 거 같은지 물어보면 당연히 히알루론산이 많이 들어간 화장품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다. 히알루론산 원료는 액체가 아닌 파우더 형태인데, 히알루론산을 고함량 넣었다고 하는 화장품은 전부 1% 농도로 정제수에 희석한 것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앞의 제품이 히알루론산 파우더를 50% 넣은 것이라면 뒤의 히알루론산 희석액을 1% 넣은 제품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는 제품 자체만이 아닌 소매, 마케팅 캠페인, 패키징에 수반되는 비용까지 지불하게 됩니다.” 국내 모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팀 과장의 설명이다. “이전 회사에서 다른 데 드는 비용을 다 배제하고 오로지 성분에만 투자해 소비자들에게 진짜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팔아보자하고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싼 가격 뒤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결국 사업을 접는 결과만 낳게 되었죠.” 《새로운 소비자 심리 해독하기》의 저자이자 소비심리학자인 키트 얘로(Kit Yarrow)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격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제품의 높은 가격표와 멋진 포장을 보고 저렴한 제품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의 구매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심리가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이며 심지어 더 비싸기 때문에 그 제품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서 그 고가의 제품이 진짜로 효과가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플라시보 효과인 것. 우리가 46만원짜리 고가의 크림을 바르면서 주름이 쫙쫙 펴지고 피부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거울을 볼 때 피부가 좋아졌다고 느낀다. 이는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며 뷰티업계에서도 상당수 적용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요.” 가정의학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품의 효능이 미심쩍더라도 사용하는 환자가 그 제품을 찬양하고 만족해한다면 그게 독이 되지 않는 이상 찬물을 끼얹는 말을 굳이 하지 않죠.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니까요.”

2018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가심비’이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다는 ‘가성비’가 아닌 ‘가격이 비싸도 내 마음을 풍족하게 채운다’는 의미의 ‘가심비’ 말이다. 앞서 말한 심리학자 키트 얘로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누구든 뷰티 제품을 소비할 때 스스로 섹시하다거나 혹은 기쁘다거나 하는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원하죠. 그 브랜드에 자신을 투영하는 거예요. 이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내가 원하던 삶,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A씨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정말 양심에 손을 얹고(!) 샤넬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엄청나게 발색이 좋거나 뛰어난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흰색 케이스에 두 개의 C 로고가 박힌 패키지를 보면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마치 부적처럼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힘이 생기는 거예요.”

일본의 많은 제조업체는 화장품 용기를 위한 ‘청각’ 실험까지 한다. 립스틱이나 콤팩트 케이스를 여닫을 때 나는 딸깍 소리까지 측정한다. 더 경쾌한 소리는 고품질임을 증명한다고. 고급 승용차의 모터 소리와 비슷한 이치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험이에요.” 록시땅 홍보팀 전수정 주임은 말한다. 어떤 브랜드의 고가 제품 중 하나는 정확히 60도 각도로만 열린다고 한다. 인체공학을 고려해서도 아니고 기술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60도 각도가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답기 때문. 그만큼 자신들이 얼마나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디테일에 열광한다. 금과 크리스털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의 샤넬 수블리마지를 한번쯤 보거나 구입해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단 50g만 들어갔다고 생각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케이스의 육중한 무게감. 그 바닐라 열매와 꽃에서 추출한 고귀한 원료가 민감한 피부에 불규칙한 생활과 미세먼지, 기름진 식습관으로 망가진 피부 트러블까지는 재생시키지 못한다. 푹 자고 잘 쉬면서 내 피부 타입에 맞는 성분의 민감성 전용 더모코스메틱 브랜드의 크림을 발랐을 때가 피부 컨디션이 더 좋았다. 샤넬 수블리마지의 대체품을 찾고 추천하는 맘들은 이미 이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고 믿는다(그렇다고 여자로 태어나 응당 누려볼 만한 샤넬 수블리마지를 쓸 때 경험하게 되는 호사스러움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속적으로 샤넬 수블리마지와 저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을 비교해보길 추천한다. 우리는 여자로서 태어나 누려볼 만한 사치와, 합리적인 소비의 균형을 시소처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나가야 하니까!

추천! 대안 브랜드의 가심비 크림

네이처 리퍼블릭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 크림
기본적인 성분 이외에 핵심성분은 수블리마지와 다르지만 피부 면역력에 좋은 홍삼 성분과 로얄제리추출물이 함유되어 푹 잔듯한 피부를 만들어주기로 입소문 난 제품. 60g 6만6천원.

이니스프리
퍼펙트9 리페어 크림
이니스프리 최고가 라인 크림으로 핵심 성분은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좋은 쑥추출물, 꿀, 금은화인동덩굴꽃추출물 등으로 되어 있어 한국인의 피부에 잘 맞을 듯. 60ml 4만8천원.

스킨푸드
골드 캐비어 콜라겐 플러스
마스크 크림
라프레리의 케비어 라인을 벤치마킹 한 듯. 쫀쫀한 텍스처가 피부를 탄력 있게 잡아주는 느낌. 실제 금을 함유한 것이 인상적.
50g 6만2천원.

크레모랩
티이엔 크레모Ⓡ 크림
샤넬 수블리마지와 텍스처가 가장 유사한 크림. 진득한 영양감의텍스처가 피부에 쏙 스며든다. 성분 역시 식물성 오일을 많이 함유해 대체로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45g 5만2천원.

록시땅
이모르뗄 크림 마스크
쫀득하고 싹 흡수되는 제형은 그 컬러마저 수블리마지와 흡사하다. 성분은 쉐어버터를 중심으로해서 다양한 식물성 오일을 베이스로 했다. 사용감이 가장 비슷한 제품일 듯. 125ml 9만5천원.

빌리프
프라임 인퓨전 리페어 크림
허트시즈, 캐트닙, 오트시드, 칙위드 등 다양한 식물성 성분을베이스로 한 것이 비슷하다. 광물유, 합성향, 합성유기색소, 합성방부제, 동물유래성분 등을 배제해 민감한 피부에 맞춤 크림. 50ml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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