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남편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도 기록으로 남기면 특별해진다. 그렇게 특별해진 일상을 인스타그램, 카카오 브런치에 남기고 공유한다. 읽는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이 공기처럼 스며든다.

지친 나에게 건네는 위로
김재호

불규칙하고 바쁜 광고업계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면서 매일 일기 쓰듯 그림을 그렸다. 때로는 자신을, 또 때로는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은 피드가 쌓여 <토닥토닥 맘조리>라는 에세이가 되었다.

그림을 SNS에 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광고대행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다 보니 바쁘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루 종일 남의 일을 하는 기분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 일을 해보자 싶었다. 주말에 출근하는 길에 아내에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그림을 그려봐”라고 답했다. 3년 전의 일이다. 새벽에 퇴근하더라도 하루에 하나는 그리고 잠들자 결심했다. 처음엔 서너 점씩도 그리곤 했다. 휴가지에도 그림 도구를 모두 챙겨 갔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나 되돌아보면서 툭툭 떠오르는 걸 그려왔다. 그동안 그린 그림을 묶어 만든 에세이 <토닥토닥 맘조리>는 위로에 대한 책인데, 어쩌면 그림이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 위로가 성공한 것 같다. 안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고 삶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직장인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자존감도 많이 높아지고, 직업도 바뀌었다. 광고대행사에서 나와 광고회사에 아이디어 파는 일을 한다. 또 나를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지기도 했다. 지난번에 미팅차 방문한 한컴의 팀원들이 나와 내 책을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책 내기 전에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뭐 화도 내고 뒷담화도 했다. 하지만 요새는 착하게 살려고 애쓴다. 내 책에는 위로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 속의 나는 착한 사람이다. 나는 내 그림과 일치하는 삶을 지향한다.

팬들이 김재호 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회사에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일 자체에 대한 규칙은 바로잡아주지만 이외의 것들은 지적하지 않으려 한다. 보통 신입사원 나이가 20대 중반이다. 그 친구들도 바로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가장 선배였을 텐데, 다 큰 어른한테 잔소리하는 게 좀 우스운 것 같다. 내가 대단한 사람인 척 ‘이렇게 살아야 해’, ‘이게 되어야 해’라고 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위로에 관한 책을 냈지만 내가 세상의 모든 위로법을 아는 건 아니니까 사람들한테 그냥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그림 속에 김재호 작가와 아내를 형상화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선뜻 예쁘다 말하기 어렵다.
아내가 안 예뻐서 그렇다. 하하, 장난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부족하거나 넘치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캐릭터는 머리카락은 부족한데 쓸데없이 옆머리가 길고, 아내 캐릭터는 예쁘지만 없어도 될 수염이 있다. 보편적인 사람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또 최대한 그리기 쉬운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려 했다. 그래야 더 자주 그릴 수 있으니까.

‘실화냐?’ 묻고 싶을 만큼 위트 있는 상황이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한다.
거의 모두 실화다. 하루는 집에 있는 보습 크림을 바르는데 뽀득뽀득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에게 “이거 좀 이상하다”고 했더니 아내가 “보습력이 좋은가 보지” 했다. 2주나 보습 크림인 줄 알고 발랐는데 페이셜 클렌저였다. 아내는 엉뚱한 행동을 자주 한다. “너 밖에서 사람들이 이러는 거 아냐”고 아내에게 매일 물어본다. 예를 하나 들자면,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옷 주머니에 주렁주렁 담고 이고 지고 온다. 마트에서 주는 비닐봉지가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아내를 좋아하는 이유는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한 행동도 자주 하고, 나를 속상하게 할 때도 종종 있지만, 곱씹어보면 나쁜 의도로 한 행동은 하나도 없다.

아내가 자신이 출연(?)한 그림을 챙겨 보나?
자기 전에 그림을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럼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꼭 본다. 한번은 “아침에 내 그림을 볼 때 선물 받는 기분인데,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꼭 다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 아내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사 왔는데, 미세먼지가 전혀 걸러지지 않는 자외선 차단 마스크였다. 입 타지 말라고 사 왔나 싶었다. 그림을 올린 다음 날 아침에 아내가 마스크를 꽁꽁 숨겨놨다.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왜? 쓸데도 없는 걸!” 하고 대꾸했다. 하하.

‘좋아요’ 수나 댓글이 그림에 영향을 주는 편인가?
의식을 안 하려고 해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얼마 전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만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자조 섞인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반응이 좋았던 그림과 출간된 책에서 반응이 좋은 그림도 다르다. 아무래도 책을 보는 사람과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의 성향이 다른 것 같다.

곧 두 번째 책도 낼 예정이라고 들었다.
첫 책과는 많이 다르다. 나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원고에도 ‘자뻑 에세이’라고 적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내 작품들이 유명해지면 좋겠다. 사람들이 “오! 이 작품 정말 좋은데, 누가 그린 거야?” 하고 되물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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