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치유를 배운다

도시의 삶에 지쳐갈 때 우리는 자연에서의 치유를 떠올린다. 이들은 숲속에서 누군가의 월든을 도모한다.

‘숲속의 식탁’을 운영하는 최소연.

‘숲속의 식탁’ 최소연
배려와 온기로 가득한 초대

숲속의 식탁을 차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인사팀에 소속돼 교육 담당자로 13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어요. 저도 여느 직장인처럼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어요. 해외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2007년에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갔죠. 트레킹으로 유명한 지역인 치앙마이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서 산행을 해요. 산을 오르다가 계곡이 보이면 뛰어들어 수영도 하고, 저녁엔 다 같이 밥을 해 먹고요. 당시에 20여 명이 팀을 이뤄 산행을 했는데, 저를 포함한 여섯 사람이 한국인이었어요. 그런데 유독 그 여섯 사람만 물속에 못 뛰어들더라고요. ‘왜 그럴까, 우리는 너무 많이 남을 의식하고 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후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국내 여행도 자주 다녔는데, 강원도 화천의 숲이 치앙마이보다 울창하더라고요. 국내에 좋은 곳들을 알리고 싶어서 2016년에 ‘숲속의 식탁’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17개국 44개의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1박 2일간 강원도의 숲에 머물면서 지역에서 난 제철 재료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프로그램, 숲속의 식탁을 운영 중이에요.

산책하며 채집한 솔가지와 쑥.

왜 숲인가요?
숲을 여행하면서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빛, 숲속의 소리 같은 것들에 매료됐어요. ‘바이오필리아’는 사람의 마음과 유전자 속에는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예요. 우리가 자연에 머물 때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이 개념과 연결되죠. 숲해설사 교육도 받고, 여러 산을 거닐며 숲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있어요.

숲속의 식탁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요?
흔히 50~60대 어른들이 산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사실 숲속의 식탁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20~30대예요. 제가 와디즈 펀딩과 네이버 팜스토어를 통해 프로그램 예약을 받기 때문이기도 해요.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거나 후원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죠. 저는 숲속의 식탁을 찾는 분들이 자연에서 어떤 영감이나 통찰을 얻길 바랐고, 그런 분들과 연결되길 원했어요. 이직이나 창업처럼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는 분들이 주로 찾아오죠. 손님은 한 번에 최대 세 사람까지만 받아요. 수익을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쉼이 필요한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1박 2일 동안 함께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죠.

숲속의 식탁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요?
먹는 행위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을 때 상대와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잖아요. 또 자연과 우리를 연결하는 매개도 음식이죠. 자연에서 난 음식을 자연에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박 2일 동안 이곳에서 난 제철 재료로 자연식 상을 차려 함께 식사하죠. 도시에서는 옷차림의 변화로 계절을 알잖아요. 여기선 꽃이 피고, 열매나 채소가 열리는 것에서 느껴요. 사계절이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매우 경이로워요. 또 지역에서 난 재료를 먹는 것은 그 지역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이동에너지를 줄이는 측면도 있죠.

계속 새로운 공간을 찾고 있다고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에 사람이 많아지면 이동해요. 이번 봄, 여름에는 강원도 봉평과 제주에서 운영 중이에요. 사람이 많아지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없어요. 우리는 옆 사람을 너무 많이 의식하면서 살죠. 화천에서 운영할 때는 숙소에 거울도 안 두었어요. 손님들께 안 씻어도 되니 거울 보지 말라고 했어요. 자연은 우리의 외모에 대해 피드백을 주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이곳 봉평에는 거울이 있어요. 하하.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계속해서 찾아다녀요. 저는 숲을 포함한 자연 전체를 큐레이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의 규모를 키우기는 쉽지 않겠네요.
맞아요. 제가 밥상을 차려 드리는 것만으로도 감동하는 분이 많아요. 1박 2일 동안 머무는 분들에게 온전히 맞추려고 하는데, 그런 배려나 온기가 사회에서 낮아진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도시 생활에 상처받은 삶을 다독여주고 싶었어요. 장소도 사람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삶도 숲의 모든 생명처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숲에서는 모두 평등해요.
인간이 거대한 듯 보이지만 자연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에요.

양재시민의 숲에서 진행한 숲 놀이.

‘루나스에코라이프’ 강윤화
자연과 사람의 가운데 서다

왜 도심의 숲인가요?
10년간 환경운동연합의 환경교육센터에서 활동했어요. 제가 하는 환경 이슈에 대한 교육이나 행사가 아쉽게도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환경운동이 삶과 연결되지 않는 이유가 무얼까 많이 고민했죠. 미세먼지, 유해 물질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과 마음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환경 교육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내가 곧 자연이라는 것을 아는 건데, 거기에는 닿지 못하고 표면적인 이야기에서 그치죠. 저희가 운영하는 ‘루나스에코라이프’는 아로마테라피를 기반으로 생필품을 직접 만드는 ‘에코메이크’부터 몸과 마음을 키워나가는 교육 활동 ‘에코맘’, 먹거리를 직접 기르는 ‘에코팜’까지 자연 지향적인 프로그램이에요. 도심 속 숲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요.

환경운동에 대한 고민이 루나스에코라이프로 진화했네요.
루나스에코라이프 멤버들은 오랜 지인들이에요. 다들 싱글일 때부터 봐왔는데, 엄마가 되기 시작하면서 자연과 환경을 보는 차원이 달라지더라고요.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죠. 또 부모 스스로가 아이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해요. 임신 중에는 조미료 든 음식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숲이나 바다가 좋아지기도 하죠. 아무래도 배 속의 아이가 자연과 가까운 존재다 보니 원초적인 감각이나 동심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아이라는 존재가 생긴다는 건 새로운 우주가 생기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렇게 멤버들의 뜻이 모여서 루나스에코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과 일상에 맞닿아 있는 고민이나 대안들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숲 놀이 학교가 많아지긴 했죠.
처음 숲 놀이를 시작했을 때, 그저 우리 아이들부터 숲에서 놀게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당시 아이들 나이 또래(3세)에 맞춰서 모이기 시작했죠. 3년이 지난 지금은 5세 이상의 아이들이 함께 해요. 저희는 양재동이나 상암동 인근의 숲에서 모여요. 기존의 숲 놀이가 교육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저희는 자연에서 노는 법을 가르쳐요. 아이들이 모이면 아로마 오일을 손에 바르고 노래를 부르며 자연 여행을 떠나죠. 자연물 채집이나 땅파기, 식물 심기, 물 주기, 나무 안아주기 등의 놀이를 해요. 그렇게 에너지를 쓴 이후에는 자연물로 하는 미술 놀이를 해요. 자연과 익숙해지는 작업이랄까요? 지난주에는 숲 놀이를 하려고 모였는데 비가 왔어요. 3년 차가 되니 아이들이 비 내리는 숲에서도 스스로 놀 줄 알더라고요. 웅덩이를 관찰하고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떨어지는 빗물을 구경했어요. 숲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없어요. 그저 일구어진 자연에 저희가 갈 뿐이죠.

도시 속 숲 놀이의 의미는 무얼까요?
지금, 있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도시 근교에서 전원생활을 하거나 주말마다 생태 체험을 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일상에서 자연을 충분히 만날 수 있죠. 내가 곧 자연이니까요. 반대로 나라는 자연의 감각이 꺼진 상태에서 멀리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봤자 소용없는 것 같아요. 자연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게 최우선이죠. 또 환경 교육 활동가로 일할 당시 좋은 교육, 대안 교육조차 국내에선 스펙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아쉬웠어요. 아이들이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준비 단계 중 하나로 환경 캠프에 참여하는 모습에 저 스스로 아프기도 했고요. 물론 그 삶을 뭐라고 할 순 없지만요. 그래서 저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자연과 사람의 중간 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지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사교육이나 대안학교를 가지 않고도 자연을 가까이 생각하게 하는 중간 역할자가 되는 거죠.

숲 놀이 기획과 진행을 담당하는 조현희(좌)씨와 루나스에코라이프의 강윤화(우) 대표.

부모를 위한 자연 교육도 진행하나요?
작년부터 발도로프 교육법에 대한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발도로프 교육법의 밑바탕에는 자연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철학이 존재하죠. 기존의 교육과는 시선이 달라요. 인간의 뇌 역할을 식물은 뿌리가 해요. 그래서 식물 뿌리로 만든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우리 뇌에 좋은 영향을 주죠. 기공이 있는 잎은 인간의 폐와 같아서, 잎으로 만든 것들은 우리 폐에 좋죠. 동식물의 기질이나 성질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연결성을 상기시켜줘요. 동물을 예로 들자면 매는 하늘을 유유히 날다가 쏜살같이 내려와 먹잇감을 낚아채죠. 그게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할 때 좋은 본이 된다고 설명해줘요. 발도로프 교육에서는 꼭 뜨개질을 배워요. 돈만 주면 뭐든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무언가를 직접 손으로 만드는 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잖아요. 공 하나를 만들려 해도 엮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죠.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하다가, 우울해져서 널브러졌다가 또 달리다가. 아이들이 뜨개질 과정 속에서 삶을 미리 경험한다고 생각해요. 또 누르면 불빛이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기능이 정해진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서 아이들이 뜨개질한 끈 하나로도 막대사탕을 만들었다가, 머리띠도 했다가, 기차놀이도 하거든요. 하나의 장난감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요.

최근에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문제가 많이 대두되었잖아요.
환경 교육 활동가로 일할 때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이슈였는데, 그게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환경문제는 대부분이 그래요. 우리의 일상과 면밀하게 닿아 있음에도 개인에게 연결되지 않으면 안 들려요. 들려도 금방 잊히고요. 위협적인 어조의 메시지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것 때문에 몸과 마음이 닫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비누라도 직접 만들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좋은 영향을 많이 접촉하면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게 안전한 생활재가 물로 씻기거나 땅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도 안전해요. 제 생각에 지구와 우주는 내가 끊임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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