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아요

때론 언어 장벽보다 높은 문화의 차이가 둘 사이에 이해하지 못하는 선을 만든다.
한국인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며 깨달은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을 통역하듯 책으로 펴낸, 이웃집 국제 부부의 이야기.

휘게는 행복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하는 것에 가까워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순간,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순간을 선택하고 누리고 거기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휘게 궁금한가요?
남편 에밀 라우센, 아내 서유민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완벽한 북유럽 복지국가, 매끈하고 값비싼 디자인 가구. 이런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나라 덴마크에서 온 에밀 라우센은 덴마크어를 가르치고 번역하는 일뿐만 아니라 청소년 멘토링에 참여하고, 틈틈이 동네 쓰레기를 줍고, 연말이면 구세군 봉사를 하느라 바쁘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알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매일 신문을 읽는다. 아내가 살아온 나라를 깊이 알게 되자 내가 살아온 나라도 더 잘 돌아보게 됐다. 덴마크라면 휘게, 복지국가 이미지를 어렴풋이 떠올리는 한국 사람들에게 진짜 덴마크를 알려주기 위해 최근 《상상 속의 덴마크》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처럼 한국 사람들은 덴마크를 상상 속의 나라라고 생각해요.
에밀 봉사하러 왔다가 아내 유민을 만나 한국에서 산 지도 벌써 14년이 됐어요. 마주치는 많은 사람과 매일 인사하고 이야기하며 지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요즘처럼 덴마크를 궁금해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휘게가 뭐냐고 물어봐요. 그럼 열심히 설명해주곤 하죠.

휘게 하면 양초를 켜놓은 방에 있는 푹신한 소파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요.
에밀 많은 사람이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휘게는 행복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하는 것에 가까워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순간,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순간을 선택하고 누리고 거기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하루는 강연이 끝나자 한 어머니가 ‘매일 밤 12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와 휘게를 할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렇게까지 공부하면 휘게가 될 수 없죠. 하하. 각자 생활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에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한국 사람들을 자주 만나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깊이 알아가는 시간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시작이에요. TV 프로그램을 하나 보면서도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얘기하면 휘게가 될 수 있어요.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니까요. 반면 멍하게 앉아 각자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며 TV를 본다면 시간을 같이 보내도 휘게가 아닌 거죠.
유민 남편은 밤 10시가 넘어서 일이 끝날 때도 틈틈이 전화를 걸어 서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기분이 어떤지를 묻고, 중간에 시간이 나면 꼭 집에 들러 저녁을 먹어요. 그래서 서로가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죠. 또 우리 부부는 예스 아니면 노로 끝나는 폐쇄형 질문보다는 ‘어때?’ 하고 묻는 개방형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요.

덴마크 사람들은 정말 남과 비교하지 않나요?
에밀 덴마크는 클럽 동아리 문화가 세계에서 일등이에요. 어릴 때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여럿이 모여 봉사 활동 같은 것을 자주 해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려는 경향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강하죠. 그래서 세율이 높을 수 있는 거고요. 저희 아버지가 산부인과 의사여서 수입의 64%를 세금으로 내지만 ‘이 돈으로 더 많이 도울 수 있어서, 사회가 더 좋아지니까 좋다’고 말해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누가 덜 가졌다고, 더 가졌다고 비교하는 문화가 없어요.

사회보건을 전공하고 한국에서도 미혼모 시설을 방문하고 거리의 노숙인을 찾아 만나는 등 사회 봉사를 자주 했다고 들었어요. 덴마크의 복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에밀 인간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것, 존엄성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라 말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요양보호소에서 아프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도울 때도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이 할머니를 슬픔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거예요.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아플 수 있으니까요.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저는 아무리 리나가 귀여워도 ‘우쭈쭈’라고 하지 않아요. 아직 어리지만 한 인간으로 대하고 싶은 마음에서지요.
유민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좋고 싫은 감정을 다 느끼니까요. 덴마크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가 그래요. 누굴 깔보거나 얕보지 않죠. 아무리 연세 지긋한 분이라도 스무 살 친구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젊은이가 사회에 기여한다고요.

다음 달에 리나와 함께 덴마크로 첫 휴가를 간다고요. 앞으로 리나를 어떤 방식으로 키우고 싶은가요?
에밀 저희는 육아 스타일이 따로 없어요. 충분히 리나와 대화하고 덴마크와 한국의 장점을 잘 결합해서 인격적으로 양육하고 싶어요. 저희도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평생을 공부하고 매일 노력해야죠. 서로가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가면 좋겠어요. 또 휘게 시간도 많이 가지면서요.

저희의 솔직한 생활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요.

책으로, 유튜브로! 일상의 공유
아내 니콜라 권, 남편 휴 권

호주는 시드니의 하버 뷰, 멜버른의 카페거리, 캥거루, 원주민 같은 이미지 외에도 OECD 국가 중 가장 부의 분배가 균등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땀의 대가를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문화에 젊은이들이 워킹홀리데이로 찾고 싶어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술을 전공한 호주 여자 니콜라는 7년 전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휴 권(권순홍)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이전엔 알지 못한 ‘한국 남자’를 알아가며 그녀의 위트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 만화 《마이 코리안 허즈번드》는 인기를 끌었고, 둘은 서로의 차이점부터 사소한 일상까지 한국 생활을 유튜브 영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추석에 시누이와 전을 부치는 일부터 함께 농사를 짓고, 시장을 가고, 여행을 떠나는 일상을 담아낸다. 솔직한 매일의 기록이 쌓이고 눈길을 끌어 이제 ‘한국 남편’을 영어로 검색하면 니콜라와 휴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올 정도다.

호주에서 신혼 생활을 하다 한국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니콜라 빅뱅의 팬이라서? 하하. 제가 먼저 남편에게 제안했어요. 남편이 호주에서 자리를 잡아갈 즈음 저는 지금이 아니면 한국 문화를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이 흘렀네요. 지리산 산청에 있는 시댁에서 2년간 지내다 2년 전 서울로 왔죠.

호주는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요.
제가 겪은 호주는 ‘평등’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나라예요.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임금의 차이가 없거나 노동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아요. 호주 사람들은 가족과 지내는 시간과 여유를 중요시해요. 그래서 일손이 귀하죠.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엔 시급이 10만원이 넘어도 일하려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니콜라 호주는 원주민, 이주민, 이민자가 다양하게 섞인 나라예요. 그래서 더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두죠. 캐나다처럼 다문화주의를 채택해 다양한 문화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정책을 만들고 따라요.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리는데요. 호주가 더 좋지 않냐는 질문도 자주 받을 것 같아요.
니콜라 ‘헬조선’이라는 말도 그렇고, 한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한국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무척 강한 나라인 것 같아요. 정부도 국민들에게 그런 영향을 미치려 하고요. 호주는 사실 사회 인프라를 변화시키거나 복지를 늘리는 일에 소극적이에요. 어떤 정부이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도 하고요. 한국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주문한 물건을 12시간 만에 받는 빨리빨리 문화도 정말 좋고요!
저는 율이가 태어나고 우리나라 복지가 이렇게 좋은지 새로 알았어요. 국가에서 율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비용부터 분유값, 기저귀값 등을 지원받거든요. 이런 진짜 생활 이야기를 유튜브로 전하면 외국 구독자들이 많이 놀라요. 굉장히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이런 점들을 많이 기록해서 저희 아이가 컸을 때 한국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해요.

함께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를 맡고, 커뮤니티인 유튜버 인 코리아를 운영하는 이유는 뭔가요? 일상만으로도 바쁠 텐데 번거롭지 않나요?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한국에 이런 가족도 사는구나, 이런 커플도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에 사는 다문화가정만 해도 200만이 넘었는데, 아직도 낯선 이방인으로 여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전엔 택시를 탔는데 ‘러시아 사람 아니냐?’ ‘왜요?’ ‘그냥 이쁘니까’ ‘이쁘면 다 러시아 사람이에요?’ 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니콜라도 호주에 있을 때 마찬가지였고요. 저희 둘은 편견과 맞서려는 성향이 비슷해요. 모르니까 그런 거예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거고요.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국제 커플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다는 반응이 제일 좋아요.

영상, 웹툰, 라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니콜라 율이를 키우다 보니 이중 언어(한국어, 영어)로 된 동화책을 접하기 어렵더라고요. 아이가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마이 코리안 허즈번드 2》도 준비하고요.
얼마 전 율이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고 싶어 ‘코리안 아빠(Koreanappa)’라는 유튜브 계정을 시작했어요. 제 주변에는 아이와 시간 보내는 것을 일처럼 느끼는 아빠가 많은데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해요. 저희의 솔직한 생활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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