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looming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난 듯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유독 궁금해진다. 당신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훈남 플로리스트 3인과의 인터뷰.

들꽃의 미소, ROOM2243 플로리스트 김웅

어느 봄날 알게 되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출근길 위에도 찬란한 벚꽃과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는 사실을. 퇴근길에 다시 그 길을 걸을 때도 꽃이 뿜어내는 향기를 온전히 맡기 위해 한참 서 있었다. 플로리스트 김웅에게도 그렇게 꽃은 깊이 다가왔다. 미식축구를 부상으로 그만두고 모델 일을 하는 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집 앞 길을 걷다 문득 강한 벚꽃 향기에 이끌렸고, 흩날리는 풍경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 자세히 봐야 아름답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운 들꽃. 그는 여행을 다니며 그런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플라워 스쿨을 찾았다. 특히 런던과 캐나다에서는 지역마다 가든이 모여 있는데, 이곳에서 가든을 관리하고 꽃을 채집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과정을 매일 사진으로 남겼다. 많은 이가 좋아해주었고 자연히 워크숍도 열게 됐다. “워크숍은 보통 지루하게 느껴지곤 하지만 저에겐 매우 중요해요.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미소를 주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다른 플로리스트의 워크숍을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데, 최근에는 영국 아에스메 플라워(Aesme Flowers)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의 작업실 ROOM2243은 이태원 작은 골목 내 자리해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유독 비밀의 화원을 발견하기라도 한듯, 투명한 화이트 공간에 무심히 놓인 그의 스타일을 채집해가는 이들이 많다.
“스튜디오보다 야외에서 자주 작업을 해요. 많은 사람이 남자 플로리스트로서의 장점을 묻는데, 저는 야외에서 작업할 때 체력적으로 유리한 점 외에는 딱히 남녀 구분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능력은 남녀의 차이보다 개인의 차이겠죠.”

하지만 힘줄이 보이는 튼튼한 손으로 연약한 꽃을 섬세하게 다루는 모습은 더 큰 울림이 주는 것이 사실이다. 흔한 모양이라 해도 향기가 매우 좋다며 건네준 라일락 한 다발이 그랬다. 워크숍에 쓰던 거라 꽃잎은 일부 떨어졌고 촉촉하게 젖어 있기도 했지만 라일락의 강한 향기가 금세 공간을 채웠다. “야생화 중에는 이렇게 한 송이만으로도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예쁜 꽃이 많아요. 전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가든을 꼭 찾아갑니다. 이제껏 가본 곳 가운데 영국 런던 큐가든은 가장 좋아하는 곳이죠. 사랑의 맹세, 수줍음이란 꽃말을 지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줄리엣 로즈(Juliet Rose)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어요.” 시들고 말라 꽃잎이 툭툭 떨어진다고 해도 커다란 창으로 쏟아지는 볕 아래서도, 밤의 달빛 아래서도 아름답다. 그는 거친 야생미를 품었어도 디테일은 맞춤옷처럼 깔끔하게 마무리된 그런 균형감 있는 플라워 디자인을 추구한다.
“지난주에는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가든에서 바로 채집한 야생화로 브라이덜 부케와 센터피스를 디자인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전 세계를 다니며 야생의 꽃을 발견하고, 현지 플로리스트의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싶어요.”

florist 김웅

런던 플라워 스쿨과 런던 어섬 플라워, 캐나다 컬티베이티드 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부터 일을 시작해 서울미술관, 석파랑, 제비울미술관, 라움 웨딩홀, 파크 하얏트 베이징 로비 등 여러 장소의 플라워 장식을 했다.
그의 작품을 만나는 방법 9월 캐나다 플라워 워크숍, 10월 런던 플라워 워크숍을 모집하고 있다. 그와 함께 해외에서 플로리스트들을 만나고 함께 꽃을 배워보는 워크숍이다.
주소 용산구 녹사평대로26길 80-1
문의 010-6769-1020
@oooooung

드라마틱한 공간 연출가, 제나 스튜디오&모스가든 제나 제임스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막 지대와 뉴욕의 도심 어디쯤 와 있는 듯한 생경하고도 이국적인 멀티플레이스, ‘굿사마리안레시피’, 디자이너 제나 제임스가 운영하는 ‘모스가든’은 그 안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전체 공간 연출을 책임진다. 그중에서도 연출한 중정은 메마른 풀과 나무 그루터기, 바윗돌, 소나무, 꽃 등이 어우러져 마치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신비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미국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레스토랑 프리맨즈의 오너 타보 소머(Taavo Somer)와 함께 아메리카 빈티지 무드 트렌드를 일으킨 그의 솜씨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그는 자신을 플로럴 디자이너라 소개하지만 꽃과 식물에 머물지 않고 가구, 공간 전체를 스타일링하는 연출가. 그래서 1층에 자리한 그의 공간에는 150년 된 앤티크 시계, 육중한 대리석 테이블, 1960년대 루이 비통 가방 등이 화기가 되어 꽃과 함께 어울려 있다.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는 예술가의 설치 작품과 다름없죠. 규모도 분야도 한계가 없어요. 스타일도 늘 바뀌죠. 꽃을 받는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날의 제 기분에 따라 늘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1년 반 전 이곳에 정착했다. 그리고 이태원에 작업실 제나 스튜디오를 냈고 3개월 전 모스가든을 오픈한 후 매일 다른 한국 플로리스트와 농부를 만나며 새로운 작업을 구상한다. “저에겐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농부와 함께 일본, 태국 등 다른 아시아 나라에서 다양한 꽃과 소재 등을 구하는 일을 상의하고 있어요. 뉴욕에서 제가 했던 것처럼 이곳에서 패션, 미술 등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그가 오늘의 기분에 따라 만든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보여주었다. 제목은 ‘제임스 스토리’다. 컬러 그러데이션이 아름다운 이탤리언 골드 로즈와 남아프리카 출신의 킹프로티아, 우아한 피오니(작약), 토끼꼬리풀 등으로 이루어진 작품. 그는 최근 각종 패션, 스타 화보 촬영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촬영용이니 강한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에너지 등을 이렇게 컬러로 표현해요. 꽃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한 송이만으로도 함축적인 메시지를 충분히 전할 수 있어요. 손님이 찾아오면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요. 대화를 하면서 그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무엇일지 생각한 후 꽃을 고르죠. 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저에겐 ‘사람’입니다. 온전히 저를 믿고 맡기면, 제나 제임스다운 놀라운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어져 그 사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에디터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제임스가 미소를 띠며 질문을 던진다. “근데, 잠깐만요. 먼저 자신을 위해 사는 건 어때요? 꽃은 타인을 위한 선물만이 아니에요. 먼저 자신에게 꽃을 선물해보세요!”

floral designer 제나 제임스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신으로 뉴욕으로 건너가 유명 플로리스트 로베르타 벤다비드(Robert Bendaivd)의 어시스턴트로 플라워 디자인계에 입문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사막, 뉴욕의 화려한 레스토랑 등은 그에게 좋은 영감이 되었다.
그의 작품을 만나는 방법 원하는 꽃과 스타일을 말하지 않아도, 제나 제임스가 느낀 대로 당신을 위한 특별한 꽃을 만들어줄 것이다. 모스가든이 함께 하는 굿사마리안레시피 건물 내부 곳곳에서 제나 제임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주소 강남구 논현로139길 12
문의 546-8532
@Moss.studio.garden
@zinnastudio

꽃집이 파티 플레이스로 변하는 이유, 박플로 박준석

해바라기처럼 웃는 그는 원래 직업 군인이었다. 스무살에 임관해 4년간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제대 후 일을 찾아 호주로 가서 플로리스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귀국 후 2014년 yz 플라워 컴퍼니에 입사한 후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섬세한 일을 남자가 한다는 것이 매력적였어요. 상남자인 제가 더욱 남성미 넘치게 표현한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궁금증이 들었죠.”
이태원 경리단 입구에 자리한 그의 숍 이름은 박플로. 다양한 꽃과 식물 뒤로 빈티지한 벽에 놓인 각종 LP 앨범과 오디오, 벽에 걸린 아트 포스터와 그림이 인상적이다. 꽃집이라면 흔한 냉장고는 보이지 않는다. “제 아틀리에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세 가지 물건은 책, 꽃, 그림 액자예요. 특히 앙리 마티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갤러리처럼 제가 만든 꽃 어레인지먼트와 화분 등을 냉장고에 숨기지 않고 모두 보이게 진열했죠. 보이는 모든 꽃은 각각 다른 나라에서 온 것들인데, 외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고향에서 흔히 보던 꽃이라며 좋아하더라고요.” 그는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일본에서 온 수선화와 작약을 꼽았다. 섬세한 연필 드로잉 작품을 보는 듯하다고.

그는 음악을 하는 형에게 영향을 받아 좋아하게 되었다는 각종 빈티지 LP 음반과 여행하면서 모든 아트 작품 사이에 놓인 다양한 빈티지 물건을 하나씩 소개했다. 오래되고 바랜 물건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사방이 모두 다른 빈티지 벽도 그가 칠하고 만든 것이다. 그 벽 아래 놓인 앤티크 벤치에는 프로테아, 몬스테라, 레인보이, 셀렘, 핀쿠션 등 아프리카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로 꾸민 화려한 부케 작품을 두었다. “이곳에서 파티도 열어요. 친형이 음악을 틀고 제가 만든 꽃향기 나는 칵테일을 대접하기도 하고요. 이곳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풍경을 담아서 대만에 사는 에디터가 잡지 <mwoji> 를 낸 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태원이라는 동네 자체가 다양한 국적의 예술적인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꽃을 인연으로 우연과 필연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 동네 자체가 저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시간을 들여 진열된 모든 꽃과 식물을 소개했다.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어떤 타입의 손님들이 이 꽃을 좋아하는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를 했다. 꽃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과 애정이 꽃향기처럼 진하게 풍겨왔다.

florist 박준석

2014년 yz 플라워 컴퍼니에서 처음 꽃을 배운 후 독립했다. 이태원 경리단길 입구에 개인 숍을 차린 이후 다양한 잡지와 작품 촬영을 했고, 플라워에 대한 애정을 담은 책도 펴냈다.
그의 작품을 만나는 방법 이국적인 꽃은 물론 손맛 나는 화기를 이용한 멋스러운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배우는 클래스를 마련하고 있다. 베이직 코스와 어드밴스 코드로 나누어 진행한다. 일일 클래스는 매주 하루를 지정해서 연다.
주소 용산구 녹사평대로 234
문의 010-2799-1811
@park_flor
www.parkflor.form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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