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외국인 미식가들

한국에 사는 외국인 푸드 파이터 & 푸디들은 한국의 먹방 광풍을 어떻게 볼까?
먹는 것에는 열광하지만 정작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한, 아이러니한 시대.
그들이 말하는 한국의 미식.

야생 식탁
(전) 댄디 핑크 & 야생 식탁 셰프 더스틴 웨서

한식의 세계화는 맛이나 레서피가 아니라
한국 토종 식재료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재료가 지니고 있는 맛으로 충분히 한식은 특별합니다.

한때 경리단 뒷골목에서 간판도 없이 댄디 핑크라는 가게를 운영했던 셰프 더스틴 웨서(Dustin Wessa), 한국 이름은 도수천. 그가 올리는 ‘야생 식탁’이란 해시태그의 먹방은 별난 맛이 있다. 전국 곳곳의 산, 들, 바다로 직접 나가 한국 토종 식재료를 채집하고 즉석에서 요리한다. 자월도와 삼척에 갈 때는 해녀처럼 수영 고글을 쓰고 바닷속에서 성게, 소라 등을 구해 바닷가 언저리에 상을 차린다. 한국인도 잘 모르는 식재료인 방아, 도라지꽃, 괭이밥 열매 등을 올리고 집 근처 할머니에게 직접 전수받았다는 찹쌀 막걸리도 자연스레 곁들인다.
“14년 전에 한국에 왔어요.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 문화, 철학에 매료되어 한국을 찾았는데, 실제 살다 보니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음식이더군요. 먹방이 한류처럼 세계로 번지는 것만 봐도 한국 음식이 외국인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껴지죠. 근데 한식의 세계화라 외치는 콘텐츠를 보면 ‘메뉴’만 넘쳐나고 가장 핵심인 ‘맛’과 ‘재료’ 이야기가 쏙 빠져 있어요.”

K-푸드라는 이름 아래 불고기, 떡볶이, 치킨 등 가볍고 친근한 메뉴만 알리는 까닭에 한국 음식이 분식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게다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 ‘서대문 원조 아바이 왕순대’에서 순댓국을 먹고 난 뒤에 느껴지는 시원하고 속 풀리는 맛, 홍어를 먹었을 때 코가 뻥 뚫리는 것 같은 쾌감의 맛 등 한식 재료만이 주는 기발한 맛을 알리는 콘텐츠가 전혀 없다.
“아직까지 셰프들 사이에서 본인이 만든 음식이 퓨전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지요? 정부는 물론 한국 사람들 자체가 한식에 대해 정확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세상은 변해가고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지는데, 언제까지 김치와 불고기만 이야기할 건가요?”

그의 야생 식탁에는 그가 말한 한식 재료의 풍부한 맛이 오른다. 김치, 젓갈 같은 강한 재료의 맛이 아니다. 곰보버섯, 부추, 명이나물 등 한국인조차 바로 떠올리지 않는 식재료가 내는 오묘한 맛이다. 지난 7월 14일, 친구네 가게 더 퍼치(The Perch)에서 열린 야생 식탁에는 산딸기 스파클링 카바를 시작으로 직접 채집한 명아주, 곰보버섯을 이용한 양사태수프, 야생 목이버섯, 방아잎, 괭이밥 열매와 수제 막걸리 식초를 곁들인 회 세비체, 산부추로 만든 페스토를 곁들인 돼지안심 로스 등이 이어졌다. 그가 직접 만든,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핫소스도 포함되었다. 이 핫소스는 ‘서울 소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계획도 있다. 테이블 세팅도 퓨전 한식 요리답게 앤티크 그릇 위에 나무 식도(시골에서 쓰는 칼)를 올리고 길에서 구한 야생화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제 레시피는 제 할머니뿐 아니라 한국에서 만난 할머니들에게 배운 거예요. 정제된 레시피보다 현지의 재료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의 노하우가 야생 식탁의 감칠맛이 되죠. 특히 시골 할머니들이 채집한 재료를 독에 넣고 장아찌를 담그는 ‘발효 방식’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요. 아침에 구한 민들레, 방아잎이 모두 반찬이자 약이죠. 한국 정부도 ‘채집’과 ‘발효’ 이 두 가지 키워드를 한국 음식에 녹여내면 분식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지금의 한식을 파인다이닝 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덴마크를 세계의 미식 나라로 단숨에 등극시킨 레스토랑 ‘노마’의 셰프 르네 레드제피도 아침마다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해안선과 삼림지대를 누비고 다니며 쇠비름, 완두콩 싹 등을 채집해 요리를 하잖아요. 그도 할머니의 독에서 익어가는 한국의 발효 음식을 보면 감탄할걸요?”


이처럼 한국인보다 더 한식 재료를 잘 이해하고 있는 그는 야생 식탁 이벤트를 펼치는 것은 물론, 방송 출연과 매주 토요일 TBS 라디오 <코리아스케이프> 중 ‘Freshly Served’ 코너를 진행하면서 먹는 데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한 한국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는 먹방과 쿡방이 가장 문제라고 한다. TV 속 유명인이 요리할 때 설탕을 마구 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미식’까지 논할 정도의 프로그램은 아니어도 ‘맛’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 야생 식탁 소셜 미디어로 매일 올라오는 그의 피드들은 한식의 세계화는 ‘맛’이나 ‘레시피’가 아니라 ‘재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진짜를 맛보고 싶다면
잇쎈틱 대표 토드 샘플, 박은선

잇쎈틱에서 소개하는 곳은 ‘인기 있는 맛집’이 아니라
‘진짜’의 맛을 내는 곳입니다.
먹방 대신 맛깔난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토드 샘플(Todd Sample)과의 인연은 그가 KOTRA와 한국전략공사와 일한 뒤 독립해 개인 회사를 차렸을 때부터다. 테일러 슈트 관련 일을 하면서 잡지 인터뷰를 했고 여러 행사에서도 만났다. 그때도 음식에 관한 기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국일보>에 ‘진짜 외국 음식 먹어봤니?’라는 제목 아래 그가 한국의 외국 음식에 관해 쓴 비평을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먹는 것 빼면 할 얘기가 없어요. 먹방, 맛집, 먹스타그램 등 SNS에는 맛있는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그런데 모든 기준이 ‘맛이 있느냐, 없느냐’예요.

먹방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맛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아요. 몇 번의 클릭으로 맛집 정보를 얻고 생생한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결국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낚이는’ 것이거든요. 맛집 정보에도 ‘진짜’가 필요합니다. 이 맛이 어디에서 왔고, 이 맛을 만드는 이는 누구인지 등 꼭 필요한 정보가 빠져 있죠. 외국 음식의 경우는 더 심해요. 정작 현지인도 잘 모르는 생소한 음식이 마치 그 나라의 집밥처럼 소개되고 있어요.”

토드 샘플은 자신이 한국에 온 1995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울이 다국적화되고 음식에 대한 수요도 늘었는데 외국 레스토랑 정보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그리운 고향의 맛을 느끼기 위해 찾아가는 레스토랑은 어디일까? 그런 맛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는 2105년 @toddsample_eats계정을 만들고 취미로 운영하다 한국인 파트너 박은선 씨를 만나 브랜드 잇쎈틱(Eathentic)을 본격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했다. 잇쎈틱은 ‘먹방’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알고 맛을 올바르게 음미하기를 권하는 곳이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낯선 나라라도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어요. 어느 날 세계 각국의 집밥 같은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토드 샘플의 인스타그램을 보고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맛으로 교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같이 일하자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박은선 대표는 한식의 세계화도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식이 아닌 우리나라의 레스토랑 문화 전체를 들여다보는 창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느꼈다. 잇쎈틱의 활동은 SNS뿐 아니라 외부에서 함께 만나 밥을 먹고 즐기는 ‘타드샘플잇츠 소셜 다이닝’과 음식 영화를 소개하는 ‘Cine맛’ 행사로까지 이어진다. ‘Cine맛’ 행사는 영화를 상영한 뒤 영화에 나오는 음식 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토크쇼를 열거나 가까운 레스토랑과 연계해 직접 음식을 맛보는 행사. 얼마 전 10회로 열린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서는 영화 상영 후 부르고뉴 와인을 함께 마셨다.
박은선 대표는 잇쎈틱에서 소개하는 것은 ‘인기 있는 맛집’이 아니라 ‘진짜 맛을 내는 곳’이라 강조한다. “잇쎈틱에서는 변형하지 않은 토종의 맛을 선호해요. 뉴욕의 한 피자 레스토랑을 예로 들면, 한국인 블로거들은 짜다고 평가했지만 저희가 볼 때는 본래 중독적인 짠맛을 즐기는 음식이었죠. 한식을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다양한 활동으로 세계에 한식을 알리지만,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려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퓨전 한식보다는 우리의 문화와 삶이 묻어 있는 옛것 자체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할머니 세대가 해온 대로 집에서 먹던 그대로 메뉴를 소개하되, 그 맛과 모양새가 어디에서 왔는지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더해야죠.”

영화 관람도 하고 음식도 나누는 씨네 맛 행사.

그렇다면 그들이 신중하게 고른 ‘결정적 맛’이 담긴 외국 음식점은 어디일까. 인터뷰를 통해 잇쎈틱이 추천한 음식점은 다음과 같다. 해안 지역인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의 셰프가 제주의 신선한 해산물로 맛있는 집밥을 만드는 뀌에떼(이탈리아 풀리아, 제주), 사각 트레이에 구워 나오는 두툼한 피자가 매력적인 모터시티(미국 디트로이트, 이태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출신의 여자 사장님 알라 만도라의 온기 가득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올인어컵(사우디아라비아, 홍대 인근), 베네수엘라의 주식인 옥수수로 만든 전통 빵을 맛볼 수 있는 아레파그릴(베네수엘라, 제주), 라오스인이 감동할 만한 고향 맛을 뿜어내는 라오삐약(라오스, 망원), 대표에서부터 셰프와 직원 및 손님까지 태국인으로 진짜 태국에 온 듯한 어메이징 타일랜드(태국, 홍대 인근), 스웨덴 남부 지방 출신 셰프 다니엘이 할머니 레시피로 만든 집밥을 소개하는 곳으로 다양한 청어 요리와 엘크 요리를 먹을 수 있는 헴라갓(스웨덴, 회현)….
“먹방이나 쿡방이 유행하면서 생긴 가장 큰 부작용이 뭔지 아세요? 대중이 선호하는 음식이 비슷해지고, 레스토랑도 개성이 점점 없어진다는 겁니다. 한국이 아직까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다양한 맛과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의 미식 문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외국의 진짜 음식을 경험하려고 노력하고 그 나라의 맛과 레스토랑을 통해 한식을 재발견하는 일이 이루어졌으면 해요.”

팻걸슐랭
팻걸푸드가이드 젬마 웨들

10년 사이에 외국인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레스토랑이 꽤 많아졌어요. 한식이 아닌 한국 내 외국 음식 정보를 담은
가이드가 필요해진 것이죠.

‘팻걸’로 통하는 영국 여인 젬마 웨들(Gemma Wardle)을 알게 된 것은 외국인 친구 덕분이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3500개 이상의 피드와 13만5000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었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인이었다. 피드에는 그녀의 미식 열정이 그대로 보였다. 매시간 단위로 찍어 올리는 SNS 사진 속 음식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섹시하고 농염한 먹방 영상은 리트윗까지 했다. 영문으로만 운영하는 블로그(www.afatgirlsfoodguide.com)에서는 매거진 기사 못지않게 생생한 취재 기사를 볼 수 있고, 그녀의 기준으로 평가한 팻걸 가이드도 있다. 미슐랭 별점처럼 소파에 누워 피자를 먹는 여인이 그려진 로고가 5개 띄워 있다면 ‘팻걸이 찾은 인생 맛집’이다.
“1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외국인 몇몇이 푸드 블로거로 활동중이었는데, 모두 한식을 주제로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과 달리 외국인을 위한 외국 요리 음식 정보를 모으기로 했죠.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더욱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이태원과 해방촌 주변을 넘어 서울 방방곡곡, 해외에서도 좋은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죠.” 그녀는 외국인을 위한 ‘삼시세끼’를 찾아 곳곳을 누빈다. 외국인도 놀랄 만한 토종의 맛을 담고 있거나 신기하고 수상한 맛을 내는 곳은 모두 그녀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한국에는 정말 ‘미치도록’ 많은 먹을거리가 있어요. TV를 틀 때마다 ‘먹방’과 ‘쿡방’이 나오고, 그날 등장한 요리가 연이어 홈쇼핑으로 이어지는 곳은 아마 한국밖에 없을걸요? 그런데 ‘맛’으로만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곳도 한국밖에 없어요. 맛도 중요하지만 레스토랑 비평은 다양한 주관적 요소가 관여되어야 하고, 맛 외에 다른 부분도 맛있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될 수 있거든요. 간단한 블로그지만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공간 분위기나 서비스, 심지어 오너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음식 철학까지 생각합니다.”


국내 외국 음식점을 비평한 여러 한국 블로거의 글과 잡지 기사 등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많다고 한다. 음식에 담긴 문화적 배경지식이나 요리에 대한 이해 없이 오류를 범하는 글이 많다. 또 한 번 찾아가보고 경험한 것이 그곳의 절대평가가 될 수 없다. 당일 본인에게 무례했다고 해서 레스토랑 음식의 맛을 나쁘게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몇 가지 메뉴만 보고 그 레스토랑을 좋다고 평가하는 것도 큰 오류다. 충분한 실력과 소양을 갖춘 비평가가 집중해서 감상한 뒤 인정할 만한 평을 남긴 좋은 먹방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음식 평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너그러워져야 해요. <미슐랭 가이드>든지, 저의 팻걸슐랭이든지 개인의 주관적인 기호로 평가한 것일 뿐 그것이 완벽한 식사 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 블로그의 경우 음식 비평보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에 집중하고 이를 솔직하고 친근하게 보여주려 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이 나라에서 미식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쉬우면서 어려운 일도 없다. 파워 블로거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쓴 말을 무한히 신뢰하고 사람들은 메뚜기떼처럼 맛집만 찾기에 바쁘다. “자신만의 미슐랭 가이드를 만들라!”는 그녀의 말은 꽤나 일리가 있다.
그녀는 즐겨 가는 브런치 레스토랑 ‘썸머 레인’에서 주문한 연어 와플 에그 베네딕트를 휴대폰 사진에 담고, 즉석에서 인스타 피드를 올렸다. 이곳은 호주식 브런치를 파는 곳으로 신선한 재료와 넉넉한 양을 자랑한다. 얼마 전 익선동에 들렀을 때 우연히 캘리포니안 스타일의 타코를 파는 ‘칼리 타코스’를 발견했는데, 사시사철 먹어도 질리지 않을 타코와 바스켓에 담겨 나오는 데킬라 칵테일을 맛보다 진짜 취해버렸다. 그녀와 수다를 나눌수록 점점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저는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능하면 자연광을 이용하고 미장센(제한된 장면 내에서 화면 구도, 사물 배치를 이용해 표현하는 메시지)을 고려합니다. 현장감이 전해지는 생생한 사진을 선호하는데, 휴대폰 사진만으로도 충분해요.” 보라색 빙수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익선동 카페 ‘보라’, 분홍색 자판기 문이 달린 망원동 카페 ‘자판기’, 1m 크기의 거대한 피자를 내놓는 이태원 ‘300 degree’ 등 그녀가 최근 방문한 곳의 사진이 휴대폰 속에 가득했다. “익선동, 망원동에 재미있는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죠. 최근 한국에 외국 음식점을 낸 오너들을 만나보면 외국에서 유학하고 그곳의 분위기를 잊지 못해 레스토랑을 낸 사람이 많더라고요.


현지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서 요리 공부를 한 사람도 많고요. 10년 전보다 외국 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었고,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배려한 곳이 많아졌어요.”
그녀는 한식의 세계화 콘텐츠에 한식뿐 아니라 이렇게 다국적으로 변하는 서울의 미식 풍경도 함께 전하기를 바란다. 한국 음식이 슬로푸드니 곧 웰빙 음식이라고도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맛있는 음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생각보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외국인도 많다. ‘한식은 곧 김치’라는 공식보다 여러 가지 메뉴로 ‘한식은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녀는 한국식으로 변형된 다양한 외국 음식점도 한국 미식의 또 다른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레오 츄러스, 호떡 아이스크림 등 21세기형 간식도 한식 메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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