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튜터의 시대

인공지능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공부를 도와주는 세상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닐지 모른다.

대한민국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고 입시, 취업을 겪은 이들이라면 객관식 시험의 상징인 OMR 카드만 봐도 묘한 감정이 들 것이다. 수능에서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적성검사, 취업까지 끈질기게 쫓아오던 그 오지선다형 시험 말이다. 하루 50개씩 수능, 토익 영단어를 수없이 쓰고 외우며, 문제 유형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풀었던 문제도 불안해서 밤새 풀고 또 풀었던 지긋지긋한 시절의 기억.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 모든 시험을 치르고 이제 정말 끝인가 했더니, 이제 또 내 아이가 똑같은 과정을 치르게 될 것이라니! 교육 체제를 거부하는 배짱 있는 엄마가 되지는 못할 것 같고 힘들 아이를 생각하며 안쓰러워하던 차에 인공지능이 이 지난한 교육과정을 도와준다니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 말을 알아듣고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올 거라는 인공지능 천지개벽설(?)을 처음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별로 감흥이 없었다. 기계와 얘기하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찾아보는 게 편했고, 자동차가 나 대신 운전해준다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금세 실현되지 않을 일 같아서였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인공지능이 해결해준다니 ‘대체 뭐야?’ 하는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E-러닝, 온라인 강의가 도입된 지도 어언 20년.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아이비리그 교수의 강의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수능, 어학, 공무원 시험은 물론 창업까지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시대니 말이다.
지금, 또 한 번의 교육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교육 콘텐츠로 공부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 스피커, 탭 같은 디바이스로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거나 게임 콘텐츠를 적용한 보조 도우미 수준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교육이 실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개발 업체 ‘뤼이드’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산타토익의 뒤를 이어 파고다가 올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마인즈랩과의 협약을 마쳤다. 또한 교육업체인 웅진씽크빅은 실리콘밸리 에듀테크 스타트업 키드앱티브와 손잡고 인공지능을 교육 서비스 현장에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교원과 윤선생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AI 튜터 트렌드가 시작됐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수포자 탈출
인공지능을 통한 교육은 수집한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AI가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기획, 제안하는 방식이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고 풀었던 문제를 반복적으로 또 풀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학습 방식이 아니라,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의 이해도에 따라 학습 내용과 문제를 제시하고 공부 습관도 개선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배움의 때를 놓치고 영영 흥미를 잃고 만 ‘영포자’, ‘수포자’의 한을 풀어주는 교육 방법인 셈.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학교와 학교 밖 교육에 적용하는 중이다. 미국 캔자스주의 중·고등학교 수업에선 AI 튜터 매티아가 활약하고 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인공지능 학습 연구자들이 만든 수학 학습 소프트웨어 매티아는 학생의 이해도와 진도에 맞춰 문제 내용을 즉시 변경하고 순조롭게 풀고 있는지 확인, 평가한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등학생 때 수학을 포기했던 6만5000명의 성적을 28% 상승시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어떤 학생은 공식을 느리게 외우고 또 다른 학생은 공식은 빨리 외워도 이를 활용하는 데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해주는 방식이다. 즉, 전체 진도에 따라 획일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마다 이해 정도에 맞춰 문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갈 일이 없다.

집중도 높이는 뇌파 감지 교육법
‘공부는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전망에 비관적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강의 시간에 딴짓하는 일은 없어질지 모른다.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하거나 뇌파 같은 신체 정보를 인공지능이 수집해 집중도나 흥미도를 체크하는 기술 때문이다. 런던놀리지랩의 로즈 루킨(Rose luckin) 교수는 이를 ‘공부의 블랙박스’로 표현한다.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뇌과학 기술 개발 기업 브레인코는 교실에 뇌파 감지 기구를 도입할 때 얻을 수 있는 임상 효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루킨 교수 역시 학생들이 집중하는 순간을 구분함으로써 교육법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는 반응. 그런가 하면 프랑스 ESG 파리 캠퍼스는 작년부터 미국 LCA 러닝의 인공지능 기술 ‘네스토 서비스’를 도입해 무크와 같은 E-러닝 학습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네스토는 웹캠을 이용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눈 움직임과 표정을 관찰,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지 딴짓을 하는지 구분해낸다. 그런 다음 집중하지 않은 순간의 강의 내용을 퀴즈문제로 낸다. 그전까지는 온라인 강의의 가장 큰 이점은 접근성으로 학생들이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마치 강의실에 있는 것처럼 졸거나 집중하지 않을 경우 경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에듀테크 시장 확대, 어디까지?
이런 인공지능을 접목한 에듀테크는 학생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현실일지 몰라도 교육계 전체로 보면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교육 기회의 평등에 한층 다가갈 수 있는 것. 도시와 시골의 학습 환경이나 부의 양극화로 학력 격차가 큰 중국에서는 브이아이피키드(VIPKID)가 이 차이를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4~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영어 교육 업체 브이아이피키드는 검증받은 북미 지역의 교사가 화상통화를 통해 일대일로 영어를 가르친다. 4년 만에 중국 온라인 교육 업계 1위를 차지한 비결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교육 방식에 있다. 즉, 일반 화상통화 수업과는 달리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수업 중의 집중도와 흥미 지수를 체크하고, 학생의 행동을 이미지 데이터와 연계해 수업에서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형성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의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파악해 즉시 교정해준다. 이에 따라 최대 집중 시간이 30분으로 낮은 편인 어린이들의 강의 집중도와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어민 교사에게 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질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지난해 구글, 애플을 성장시킨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이끌어냈으며, 앞으로 중국어나 다른 외국어 교육의 형태로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이처럼 IT를 교육에 접목하는 에듀테크는 2017년 전 세계에서 2200억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2020년까지 460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AI 튜터가 등장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기존 공부 방식에서 낭비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는 점이다. 에듀테크 업체들은 AI 튜터의 도움으로 절약한 시간을 인성, 창의성, 소통 능력을 기르는 토론 수업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교사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성, 감성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을 함양하는 일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담당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는 잠시 접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확실한 건 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빨리 발전할 것이고 우리가 외면한다고 해서 바뀌는 세상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mini interview

‘비인간적인 점수 상승, 인간은 만들어주지 못한 점수를 인공지능이 만든다’는 눈에 확 띄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건 뤼이드는 배우 이순재, 최근에는 <하트 시그널> 정재호의 CF로 유명세를 탔다.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토익 학습 앱 ‘산타토익’을 내놓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 회사가 지난 3년간 에듀테크 산업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해온 스토리를 장영준 대표에게 들어본다.

산타토익이 기존 인강과 다른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머신러닝,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 연구 개발을 3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학습 흥미를 돋우거나 일부 기능의 편의를 추구하는 최근 어학업체들의 서비스와는 다르죠. 지난해까지 무료 베타 서비스와 현재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총 6000만 건의 문제 풀이 데이터를 모았어요. 토털 솔루션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인간이 판단한 순서가 아니라 완전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최단 학습의 동선을 짜주는 기술이죠.

스마트해진 오답 노트 관리인 셈인가요?
학생이 대략 여섯 개의 토익 문제를 풀었다고 가정할 때 이 정보를 통해 수천 개의 문제 중 ‘이 학생은 어떤 문제를 틀릴 것이다’,
문제를 맞혔을 땐 ‘어떤 개념의 어느 부분까지 이해했을 것이다’라는 걸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그 정보를 토대로 어떤 문제부터 풀어야 그 학생이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할지 순서와 과정을
알려주는 거죠.

왜 하필 토익인가요?
우리나라 어학 학습 시장은 20조가 넘어요. 학생들은 방학 때 하루 6~8시간을 토익을 위해 쓰고, 목표하는 점수를 얻기 위해 평균 100만원 이상을 부담하죠. ‘과연 그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사실 토익 시험 자체만 따져보자면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표현도 많고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험이에요. 토익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학습 시장이 잘못됐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학원에서는 ‘A라는 문장이 나오면 보기 B번을 찍어라’ 하는 식으로 배우니까 아무리 시간을 들이고 점수를 올려도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드문 현상이 발생하죠. 그걸 고치고 싶었어요. 우리 회사의 비전은 문제집과 학원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거예요. AI 튜터가 무분별한 객관식 시험 준비 학습 시장 구조를 대체하는 창조적 파괴인 셈이죠. 그래서 뤼이드(Riiid)라는 회사 이름도 제거하다는 뜻의 영단어 리드(Rid)에서 따왔어요.

‘영포자’도 구제할 수 있나요?
산타토익은 학생의 토익 시험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거나 과장 광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보를 토대로 학습의 효율을 올립니다.
여러 학습 콘텐츠 회사가 있지만 개별 후기가 있을 뿐 실제로 학생의 점수가 상승했는지 데이터를 분석한 수치는 하나도 없어요.
사실 우리나라 학원이나 문제지 출판사들도 대략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학생들 학습에 데이터를 이용하지는 않았죠. 문제를 내놓았지만 그 문제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었던 거예요. ‘AI 튜터의 도움을 받아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토익 점수에 도달하고, 나머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본인이 원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데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수능에도 적용할 수 있나요?

MBTI나 정신 분석 검사지는 물론 수학, 과학 등 어떤 과목이라도 객관식 포맷만 갖추면 현재 기술 베이스를 적용할 수 있어요. 저희는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을 다음 스텝으로 보고 있어요.

너무 이상적인 교육법 아닌가요?
인터넷 변화 패러다임을 보면 단순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서 교육으로 넘어오는 데 딱 6년이 걸렸어요. 우리나라에서 넥슨이 상장한 시기와 메가스터디가 상장한 시기 차이가 6년 정도예요. 처음 모뎀으로 PC 연결을 하던 시절에 가장 흥행했던 건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었죠. 그다음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아이러브스쿨과 SNS가 붐업이 됐고 뒤이어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커머스가 등장했죠. 그리고 가장 나중에 교육 시장에 인터넷 기술이 적용됐어요.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술은 접근성이 좋아질 때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소비로도 이어져 성공하게 되죠. 교육의 경우 새로운 서비스를 구매하는 면에서는 보수적이에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길거리에서 영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돈을 지불하진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획기적인 데이터 기술을 더해 개별 서비스를 제공해야 소비자가 지불할 거라고 여겼어요. 저희가 기술을 먼저 개발하면, 산업 패러다임의 역사가 증명하듯 교육 시장에 기회가 올 거라 확신했고요.

이제 교실에 교사가 필요 없어지나요?
지식 전달에만 초점을 맞춘 교사의 기능, 역할은 줄어들 거예요. 다만 교사(Teacher)의 역할이 조력자(Facilitator)로 바뀌겠죠. 어느 과목이든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토론하게끔 하고, 그렇게 해서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요. 그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객관식 시험 시장이 AI 튜터가 대체하는 시기가 빠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객관식 시험 강사들은 정보 전달 기능 토론을 유도해 사고력을 높이거나 인성을 바로잡는 역할은 거의 하지 않으니까요.

AI가 대체할 수 있는 교육 분야는 어디까지일까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튜터링 기술은 이미 데이터로 증명됐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적용된 제품의 효용을 얼마나 느낄지는 계속 고민이에요. 그래서 기능적인 측면을 계속 강화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학생의 모든 데이터를 한눈에 시각화해서 보여준다거나, 지금은 사람이 만드는 강의를 모두 AI로 대체할 수 없을까 고민 중입니다. 인간이 참여하는 교육의 모든 영역을 AI가 대체하고 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제 숙제죠.

AI 튜터의 도움으로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점수에 도달하고. 나머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본인이 원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일에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인기기사

DO 더보기

@styler_mag

Instagram has returned invalid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