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탄생한 이색 공간

책의 다양한 말 걸기
굳이 대형 서점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호텔, 편집숍, 카페 등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늘었다.
우리 일상으로 한발 가까이 들어온 요즘 책들과 책의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 다섯.

라이프스타일과의 결합

책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두 단어가 한 문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건 순전히 일본 쓰타야 서점 덕분이다. 음반과 오브제, 커피가 책과 함께 어우러진 편집숍 개념의 이 체인 서점에선 내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함축된 공간.

국내에선 복합 문화 공간 사운즈 한남의 스틸북스가 라이프스타일 서점을 지향한다. 4층 규모의 서점은 각층마다 잡지, 생활 & 일, 예술 & 디자인, 사유 & 사람을 주제로 세심하게 고른 책과 물건을 채웠다. 이 같은 흐름은 대형 서점으로도 이어지는데,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강연이나 클래스 프로그램, 생활용품 & 전자제품 편집숍 등을 함께 운영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영풍문고는 올해 서울에만 새로운 서점 네 곳을 열기도 했다.

하나에만 몰두하는 서점

취향이 날로 날렵해지는 만큼 장르 서점 역시 인기다. 초원서점은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을 넘어 음악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음미하는 과정을 알려주는 음악 전문 서점이다. 책방 주인은 여러 권의 뮤지션 자서전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을 추천해주거나,

한 명의 뮤지션을 선정해 그가 추천한 책들을 소개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독립 출판 작가 유재필이 운영하는 서점 오혜는 여느 서점이나 레코드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혹은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독립 음반, 출판물을 판매한다. 서점에서는 주기적으로 독립 출판과 관련한 클래스, 인디 밴드 공연을 진행해 인디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점을 찾는다.

너를 위해 준비했어! 큐레이션과 북 토크

매일 몇 백 권씩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자신의 관심사에 꼭 맞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 이런 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곳이 ‘큐레이션 책방’이다. 서점 주인이 책 한 권
한 권에 추천사를 달아 책을 고르는 재미를 배가해준다. 2016년 문을 연 최인아책방은 서점 내 6000여 권의 책 중 최인아 대표가 직접 고른 책과 지인들에게 ‘마흔이 되면서 생각이 많아질 때’, ‘돈보다는 여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등 살면서 부딪힐 법한 질문이나 통찰을 던져 추천 받은 책 1600권을 키워드별로 추려 두었다.

또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과 관심사를 주의 깊게 듣고 처방전을 내리듯 책을 추천해주는 사적인 서점은 매달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소영, 오상진 부부가 당인리 책발전소에 이어 두번째로 오픈한 위례 책발전소는 두 사람이 직접 적은 코멘트나 추천사 메모를 붙여놓아 손님들이 책을 고르기 더욱 쉽도록 돕는다. 또한 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저자들을 서점으로 초청해 진행하는 북 토크가 인기인데, 책에 대한 뒷이야기,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저자에게 직접 듣고 이야기 나누는 경험을 선사한다. 위례 책발전소뿐 아니라 다양한 서점이 작가와의 북 토크, 클래스 행사를 마련해 서점을 찾는 손님들에게 책을 읽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도곡동에 자리한 동네 서점 마이북은 매달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마이북토크’와 함께 책을 읽는 ‘마이북클럽’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라이브러리, 핫 플레이스가 되다

주말이면 멀리 교외로 나가기보다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서 착안해 호텔이나 대형 쇼핑몰 역시 대형 라이브러리를 운영 중이다. 라이브러리를 마련하면 책을 읽느라 사람들의 공간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책이 주는 무게감과 아우라가 공간의 성격도 바꿔준다.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이 대표적인 예. 부산 아난티 코브의 이터널저니를 비롯해 호텔들 역시 북캉스를 계획한 투숙객을 위해 라이브러리를 운영 중이다. 최근 리뉴얼을 마친 그랜드 워커힐의 더글라스하우스는 라이브러리 공간을 마련하고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가 큐레이션한 책으로 공간을 꾸몄다. 브랜드가 운영하는 라이브러리로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와 CGV의 씨네라이브러리가 대표적이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일상을 사유하고 몰입하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방문객이 아날로그의 감성, 영감을 되찾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데에 공간의 의미를 두고 있다.

동네 서점의 부활

골목길 어귀의 동네 서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하굣길 친구와 함께 들러 잡지나 소설을 뒤적이며 담소를 나눌 공간이 사라졌단 이야기. 그럼에도 근래 새로이 생겨난 작은 책방들은 로컬 문화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로 서울 은평구에 문을 연 지 4년 차에 접어든 책방비엥이 대표적인 예다.

4년째 은평구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하고 있는 책방비엥.

편집 디자이너이자 지역 활동가인 권순미 대표가 운영하는 서점은 지역의 출판사와 작가의 책을 소개할 뿐 아니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독서 모임과 함께하는 북 토크 등의 이벤트를 기획한다. 지역 도서관에 읽을 만한 독립 출판물을 큐레이션, 수급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작년 서울에서 운영하던 책방 무사를 제주로 옮긴 가수 요조는 책방을 운영하며 만난 동네 사람들, 책방에서의 일상을 기록한 책 《오늘도, 무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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