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의 팀워크, 유호정 이재룡 부부

올해로 결혼 23년 차.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이 익숙한 이 부부는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날이 오면 소박한 두 손으로 집을 짓는다.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하는 일이 결혼 생활이라면 이 부부만 한 본보기가
또 있을까. 연예계에서 사람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 이재룡과 여린 외모에서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는 배우 유호정. 두 사람은 정반대의 매력을 풍기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세심함과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꼭 닮아 있다. 연이은 폭염에 지칠 법도 한 인터뷰 현장에서도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끌며 남편의 재치 있는 말장난과 아내의 나긋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SBS <미운 우리 새끼>와 MBC <라디오 스타>에 각각 출연한 부부는 아내가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마친 후 조용히 미국 생활을 하며 엄마, 아빠로서의 삶에 충실해왔다. 아이들이 바뀐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주어 감사한 마음을 안고 돌아온 이들 부부를 만난 건 매해 8월 첫째 주가 되면 어김없이 찾는 한국해비타트의 번개 건축 캠프 현장이었다. 벌써 15년째 한국해비타트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아들 태연 군과 함께 참여해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그간 미국 생활은 어땠나요?
유호정(이하 유) LA에서 1년간 지낼 계획으로 갔는데, 어느덧 2년이 지났어요. 지금 17살, 14살인 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결심한 일이에요. 한국에서도 언제나 함께할 수 있지만, 배우가 아닌 온전히 보통의 엄마, 아빠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한번 마음먹으면 결정을 빨리 내리는 편이에요.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족이 다 함께 떠났죠. 대학 입시, 공부가 목적이면 한국에 있는 게 나았을 거예요. 한국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까요. 아이들도 바로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쉽지는 않았을 테고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잘한 결정이라고 봐요.

가족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아이들이 공부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도 이전에는 아들이 게임을 몇 시간씩 하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하고, 게임을 하지 말았으면 싶었어요. 그런데 방과 후 클럽 활동이 활발한 미국 학교에 진학하며 아이가 직접 E-스포츠 게임 클럽을 만들었어요. 직접 클럽을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리더십도 인정받고 현지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게 됐죠. 생전 처음 음악 작곡에도 흥미를 느끼고요. 아이들이 자연스레 흥미를 찾아가고 있는 거죠.
이재룡(이하 이) 봉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바자회나 각종 봉사 활동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고, 초등학생 때는 해비타트 봉사에도 함께 참여했는데, 그때는 그저 엄마, 아빠가 무엇을 하는지 보러 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자발적으로 양로원 봉사에 참여하더라고요. 미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 강해서인지 아이가 봉사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오늘도 “엄마, 아빠 봉사 가는데 같이 갈래?” 하니까, “같이 가요” 하더라고요.

민감한 사춘기에 아이들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엄마한테는 진짜로 짜증을 내고요, 아빠한테는 형식적으로 짜증을 내죠. 하하.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 촬영 언제 끝나. 몇 시에 끝나. 끝날 때까지 안 잘 거야”라며 계속 전화를 했는데, 6학년쯤 되니까 조금씩 말수가 적어지고 아빠를 더 찾더라고요. 아빠랑 함께 뭔가를 하고 싶다는 횟수가 잦아지기도 하고요. 씨름도 하고, 남자들끼리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한두 해 전만 해도 아이와 마찰이 잦았어요. 저도 갱년기였거든요. 갱년기와 사춘기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갱년기가 이겨요. 하하. 그 지난한 시간을 늘 함께 있고, 부딪히고, 대화하다 보니까 이제는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고 편해진 것 같아요. 고민이나 속내를 쉽게 털어놓는 분위기예요.

아들 태연 군은 점점 아빠를 닮아간다고요.
목소리, 자세, 식성 같은 것들이 꼭 닮았어요. 사회성도 좋고, 리더십도 있고. 아빠 닮아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인가요?
우리 세대는 부모님, 아버지라고 하면 존경과 공포의 대상이었잖아요. 아버지와 가깝게 지낸다기보다 그저 존경하고요. 저 역시 그랬기에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어요. 제 친구들에 비하면 저희가 아이를 늦게 가진 편이에요. 제 나이 서른아홉에 첫아이가 태어났거든요. 한창 바쁜 20대에 낳아서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한 친구가 많은데, 저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편이에요. 아이들이 자라온 스토리를 늘 꿰고 있다 보니까 더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비타트 봉사를 시작하게 됐나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원장과 해비타트 손미향 사무총장이 오랜 지인 사이고, 이경민 원장의 권유로 남편과 함께 홍보대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벌써 15년이 됐네요.
사실 바자회나 기부 같은 일을 해도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쑥스럽고 어색해서요. 하지만 공인으로서, 또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해비타트 봉사의 매력을 꼽자면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요. 함께할 공간이 없어서 흩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행복하게 같이 지낼 공간을 마련해주고, 혜택을 받은 가족들도 봉사를 해야 해요. 이 집에 살기 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300시간 동안 봉사를 하죠. 봉사가 선순환된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특히 내 집이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꿋꿋하게 일어서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봉사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자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주변에 행복을 나눠주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죠.
어떤 한 가지 목표를 정해놓고 끌고 가거나 강요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돕는 것, 그게 부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실패하더라도, 목표를 찾아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결혼 23년 차, 앞으로 두 분의 계획이 궁금해요.
잉꼬부부라는 타이틀은 언제나 부담스러워요. 안 싸우고 매일 행복해야만 할 것 같으니까요. 지금처럼 엄마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요.
갈수록 아내가 누나처럼 느껴지고 저는 동생이 되는 것 같아요. 아내가 그만큼 현명하고 깊어진다는 의미겠죠. 앞으로도 동생 같은 남편, 그리고 아빠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인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커왔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자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해비타트는 일회성이 아니어서 더욱 의미있죠.
– 유호정·이재룡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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