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이민우의 테이블

배우 김영애의 아들,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와 미국 CIA를 거쳐 뉴욕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모던’에서 경력을 쌓은 요리사. 셰프 이민우를 수식하는 말을 보면
화려한 모양새와 잔뜩 힘을 준 요리가 떠오르지만 정작 그의 음식은 편안하고 즐겁다.

올해 초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람이 좋다>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김영애)를 추억하고, 어머니의 친구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던 이민우 셰프는 방송 이후 오랫동안 그려온 공간에서 자신의 색깔을 담은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멋진 식당도, 럭셔리한 레스토랑도 많아진 서울이지만, 도곡동의 미누씨(MINU.C)는 간결하고 소담한 인상을 풍긴다. 외장과 바닥은 그대로 두고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부부가 살던 뉴욕의 집처럼 모던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주방 역시 중고 대형 오븐, 자재 등을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해 꾸몄다. 메뉴 또한 마찬가지. 그의 취향에 맞춰 엄선한 음식들이 메뉴판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할라피뇨와 닭모래집이 들어간 파스타, 치킨과 치폴레, 절인 연어로 만든 그라브락스. 이탈리아부터 프랑스, 북유럽 음식까지 간결하지만 셰프의 개성이 돋보이는 메뉴 구성이네요.
온갖 요리 기법이 다 모여 있어요. 그래서 요리 장르를 묻는 질문이 제일 난감해요. 기본적인 틀은 프랑스 조리법이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북유럽과 미국의 스타일이 섞여 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 엠스플랜과 이민우 셰프 부부가 함께 디자인한 모던한 내부.

메뉴 개발의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람이에요. 음식도 하기 싫은 건 절대 못 만들고, 메뉴도 제가 원하는 맛이 안 나오면 내놓지 못하는 성격이죠. 파스타는 라구와 할라피뇨, 우선 단 두 가지만 선보였는데 주위에서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요. 그런데 마흔 번 가까이 테스트해봐도 제가 원하는 맛이 안 나오더라고요. 라구 파스타는 준비에만 하루가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맛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에요.

뉴욕과 파리에서의 생활은 요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3년간 뉴욕의 더모던에서 일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더모던은 가벽을 사이에 두고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다이닝룸, 주류와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이는 바룸으로 나뉜 곳이에요. 두 곳 모두 파인다이닝 방식으로 음식 하나를 만드는 데도 매우 정교한 과정을 거치죠. 저는 정교한 조리 과정을 통해 자유롭고 캐주얼한 메뉴를 풀어내는 바룸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같은 채소라도 찌고, 굽고, 튀겨 식감을 다양하게 만든 ‘로스트 베지’도 그때 경험을 응용한 요리고요.

3 직접 만든 부라타 치즈에 수제 반건조 토마토, 무화과, 블루베리를 곁들인 제철 메뉴.

어떤 마음가짐으로 요리를 하나요?
제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한 끼를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이에요. 저는 한번 식재료에 꽂히면 밤낮없이 그것만 파는 성격이에요. 말려볼까, 갈아볼까, 얼려볼까, 펴볼까 별의별 시도를 다 해요. 좋은 재료로 ‘흔히 몸에 좋지 않다고 여기는 요리도 고퀄리티로 만들어보자’는 원칙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감자칩 하나를 만들어도 신선한 생감자를 질 좋은 오일에 굽듯이 튀겨내고, 직접 고기를 다져 이탈리아식 소시지를 만들고, 동물성 크림을 숙성해 크림치즈로 소스를 조리하는 식이죠.

몸에 나쁠 것 같은 음식을 새롭게 해석한 거네요.
어머니가 투병 생활을 오래 하시다 보니 안 좋은 재료를 드시면 바로 탈이 났어요. 원체 미각이 예민하셨고 저도 그 점을 닮았어요. 아무리 저염식이라 해도 맛이 밍밍하면 몇 수저 뜨시다 숟가락을 놓으셨죠. 그래서 서양식을 전공하면서도 영양학 공부에 집중했고, 기본적으로 요리에 채소를 많이 활용해요. 설탕, 소금을 안 쓰고도 식재료 자체에서 감칠맛, 짠맛, 단맛을 뽑아내는 방식에 꽂혀 있죠.

2.오븐에 구운 후 스팀, 프라이까지 세 단계를 거친 콜리플라워 메뉴를 완성 중인 이민우 셰프.

짠맛은 어떻게 내나요.
오늘 선보인 콜리플라워 요리에도 소금을 넣지 않았어요. 견과류를 볶으면 짠맛이 나고 신맛과 쓴맛을 섞어도 짭짤한 맛이 나죠. 그래서 그런 조합을 자주 활용해요.

요리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됐다고 들었어요.
어머니는 늘 바쁘셨고, 가족이 모이는 시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겼던 기억이 나요. 원체 먹는 것도 좋아했고, 예민한 시기에 집안 환경이 많이 변하다 보니 일을 빨리 시작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에 계속 다니기보다 ‘남들은 성인이 되어 시작하는 요리, 나는 더 일찍 배워보자’ 싶어 레스토랑에 무작정 찾아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죠. 정통 프렌치, 일식, 수제 버거 수셰프까지 그때그때 배우고 싶은 분야는 다 익혀본 것 같아요. 벌써 18년째가 되었네요.

지친 적은 없나요?
사실 저는 일중독이에요. 놀면 몸이 아픈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그 점도 어머니랑 꼭 닮았어요. 카메라 앞에만 서면 바로 눈빛이 변하셨죠. 저는 바쁘게 음식을 만들어 내놓아야 하는 분주한 식사 시간, 주방에서 눈썹 휘날리게 뛰어다니는 그 순간이 여전히 정말 좋아요.

4 이민우 셰프가 아내, 어머니와 처음으로 함께 떠났던 유럽 여행.

소시지나 치즈도 직접 만든다니 정말 손이 많이 가겠어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배운 데는 어머니 덕이 큰 것 같아요. 외식을 하고 싶어도, 암 환자에게
어떤 재료가 좋고 어떤 음식을 권해야 하는지 한 식당의 요리사가 다 알 수는 없으니까, 제가 직접 만들기 시작했죠. 암 투병을 하면서 떨어진 입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드시고 싶어 하셨어요. 바비큐 먹고 싶다 하시면 배워와 굽고, 스시집에서 일하면서 초밥을 배운 후 병원에서 만들어 드리기도 했죠.

어머니와의 시간을 통해 얻은 결과물일까요?
결국 저한테 돌아온 것 같아요. 하나하나 다 만들려면 품은 정말 많이 들지만, 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즐거울 수 있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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