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l Cheese

진짜 치즈, 그 맛을 알고 나면 결코 전에 먹던 치즈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서울의 아티장 치즈에 대하여.

바로 만든 모차렐라의 맛
‘슬로우치즈’ 민진우

파스타, 피자쯤은 본고장인 이탈리아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내는 식당이 즐비한 서울에서 그 매력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모차렐라 치즈다. 이른 아침 떡집에 가면 갓 뽑은 가래떡을 맛볼 수 있듯 이탈리아에서는 이른 아침 치즈 전문 상점에서 금방 만든 따끈따끈한 모차렐라 치즈를 판다. 최근 청담동에 문을 연 슬로우치즈는 바로 이런 모차렐라 치즈를 맛볼 수 있는 곳. 치즈를 매우 좋아해서 매일같이 온갖 종류의 치즈를 먹어봤고, 서울에서 구할 수 없는 치즈는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등지까지 찾아가 맛을 봤다는 행동파 미식가 민진우 아티장이 운영한다. 치즈 만드는 일을 하기 전에 수의사로 일한 그가 먼저 관심을 둔 것은 햄이나 소시지 등을 만드는 육가공이었지만, 사촌 형인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그에게 치즈를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이미 국내에 햄을 직접 만들어 쓰는 셰프가 많은 반면, 본래 맛을 내는 치즈는 귀하다는 말에 취미처럼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가 2011년인데, 매일 퇴근하면 집에서 치즈를 만들다가 수의사 일을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가서 본격적으로 치즈 만들기에 매진했죠.”

그가 슬로우치즈에서 선보이는 치즈는 딱 한 종류, 생모차렐라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머물던 어느 날 아침 치즈 가게에서 모차렐라를 사 먹었는데, 제가 알던 그 맛이 아니더라고요. 금방 만들면 이렇게나 우유 향이 짙고 식감이 좋은 치즈가 하루 이틀만 지나도 맛이 떨어진다는 걸 그때 알았죠.” 프로마주 블랑이나 리코타, 물소젖으로 만드는 모차렐라 디 부팔라 캄파나 등은 같은 연성 치즈라도 특유의 향과 산미를 즐기는 치즈여서 시간이 지나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 반면, 그가 만드는 모차렐라 피오리 디 라테는 바로 만들었을 때의 쫄깃한 식감이 맛의 핵심이다. 신선해야만 맛있는 치즈인 것.

피오리 디 라테는 직역하면 ‘우유의 꽃’이라는 뜻으로 젖소에서 나온 우유, 크림 등을 의미한다. 물론 바로 만든다고 다 맛있는 것도 아니다. “생모차렐라를 만드는 사람이 흔치 않은 이유는 맛있게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우유라는 하나의 재료로 1000가지가 넘는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원하는 성격의 치즈를 일정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거든요. 제가 만드는 치즈도 우유의 산도를 조절하고 굳히고 물을 빼서 커드를 만들고 정형하는 과정에서 수분 함량, 산도, 온도 등 수많은 변수가 생기죠. 그러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에 집중해야 해요. 조금씩 달라지는 환경이나 재료 상태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슬로우치즈의 심플한 외관.

주문과 동시에 생모차렐라를 만드는 슬로우치즈의 메뉴는 토스트와 샐러드 단 두 가지다. 요리가 나오면 두 개의 포크로 결 따라 쭉 찢어 먹어볼 것.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닭가슴살 같은 질감과 진한 우유의 고소한 맛이다. “신선한 모차렐라는 올리브유에 후춧가루만 살짝 뿌려 먹어도 맛있어요. 토마토나 사워도우 브레드처럼 산미가 있는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요.”
모차렐라 하면 매운 음식에 녹여 먹는 치즈를 먼저 떠올리는 서울에서 이 순수한 모차렐라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차렐라 치즈에 대해 그런 선입견이 있긴 하죠. 하지만 언제든 새로운 건 환영 받잖아요. 잘하면 유지되고 못하면 도태되는 건 당연하니, 일단 해봐야죠.”

치즈, 셰프의 요리가 되다
‘치즈플로’ 조장현

하나의 우유 덩어리가 제맛을 내는 치즈가 되기까지 긴 과정을 필요로 하듯, 치즈 메이커 역시 그 방법과 재료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 맛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갖춰야 한다. 2016년 한남동에 문을 연 치즈플로는 치즈 공방과 상점, 레스토랑을 겸하는 곳으로 조장현 셰프가 직접 치즈를 만들고 치즈를 테마로 한 요리를 선보인다. 일주일에서 2주일에 한 번씩 400L 정도의 원유가 오면 이틀 정도 연달아 필요한 치즈를 만든다. 부라타, 모차렐라 같은 프레시 치즈는 매일 만들 수 있도록 커드를 준비해두고, 3개월에서 1년 정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한 경성 치즈는 만들어 보관실에서 계속 돌보는 식으로 10~15종류의 치즈를 다룬다.

“흔히 요리에서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치즈를 만들 때도 원유가 중요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축사에서 키운 홀스타인이라는 젖소에서 나는 우유밖에 구할 수 없거든요. 품질이 나쁜 건 아니지만 풀, 꽃, 물 같은 것을 먹고 자란 품종보다는 개성이 부족한 이 원유로 만들기에 적합한 치즈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만든 게 팜 하우스라는 반경질 치즈예요. 오래 숙성시켰을 때 맛이 변화하는 경성 치즈의 매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숙성 기간은 3개월 정도면 충분하죠. 여기에 캐러웨이씨, 말린 토마토, 바질 등을 넣거나 모렐, 포르치니 버섯으로 색다른 맛을 더해요. 연성 치즈 중에서 인기 있는 트리플 크림 브리는 생크림을 10% 정도 더 넣어 녹듯이 부드러운 질감에 진하고 고소한 우유의 풍미를 높인 치즈예요.”

요리처럼 접근해 완성도를 높인 치즈 외에도 치즈플로에서는 셰프가 치즈 메이커이기에 가능한 재미있는 구성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식전빵에는 올리브유도 버터도 아닌 스프레드처럼 발리는 스트라키노 치즈를 함께 내고, 갖은 재료가 들어간 피자 대신 얇은 도우 사이에 스트라키노 치즈를 넣고 오븐에 구운 포카치아 디 레코를 맛볼 수 있다. 마시멜로처럼 구워 먹는 할루미 치즈, 우유 느낌이 남아 있는 말랑말랑한 체다 커드도 하나의 메뉴가 된다. 이렇듯 새로운 느낌의 치즈 요리들은 이탈리아, 미국, 뉴질랜드 등지를 돌며 맛본 치즈에 대한 기억을 살린 것이기도. 팜 하우스, 체다, 블루 치즈 등 2~4가지 치즈를 크래커, 견과류와 함께 내는 치즈 플래터를 주문하면 지금 치즈플로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를 맛볼 수 있다. “맛이 변하지 않게 고압 살균으로 유산균을 죽이고 유통기한을 늘린 치즈도 있지만, 치즈플로 치즈들은 유산균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상태가 계속 달라져요.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숙성이 최고조일 때, 한창때가 지나 신김치 같은 상태일 때의 치즈도 있죠. 같은 트리플 크림 브리 치즈라도 숙성 시기에 따라 풍미가 크게 다르니 한 접시에 담아 대조적인 매력을 느껴보게 하기도 해요. 그래서 치즈는 상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익는 과정에 있고, 같은 치즈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다고 알려드리죠. 그걸 느끼는 것이 치즈를 먹는 즐거움이기도 하거든요.”

치즈 맛에 맞는 와인을 페어링하고 와인에 맞는 치즈를 권하는 등 치즈에 관한 열띤 대화가 자유롭게 오가는 공간, 그가 치즈플로를 열기 전부터 그려온 풍경이다. 치즈플로는 키친플로, 쉐플로에 이어 조장현 셰프가 연 세 번째 레스토랑이다. 쉐플로를 열며 햄, 소시지, 하몽 등 직접 육가공에 나섰던 그가 이번에는 치즈를 직접 만들고 있는 것. “어떤 사람들은 셰프가 좋은 재료 가져다 맛있게 요리하면 되지 굳이 치즈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해요. 그런데 저는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고, 치즈는 진입 장벽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통이 쌓이는 일이니 시장의 크기와 상관없이 도전해보고 싶었죠. 물론 힘들어요. 만드는 법이 복잡하다기보다는 변수에 대한 과학 지식, 경험을 통해 익힌 감, 기준을 삼을 만한 좋은 맛에 대한 기억 등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도 10~20년이 지나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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