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박경림

웬만한 배우들은 컴백할 때마다 그녀를 만난다. 시사회와 제작 발표회 요정으로 불리는 박경림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콘서트를 기획했다.

처음 만나도 늘 봐온 것처럼 무장해제를 시키는 사람이 있다. 특유의 편안함과 공감 능력을 지닌 엔터테이너 박경림은 국내 시사회의 반은 진행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계 ‘인맥 빌리어네어’라는 호칭을 실현 중이다. 동시에 수년째 화려한 게스트와 이벤트로 주목받아온 콘서트를 기획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똑단발 고등학생에서 열 살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방송인 박경림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기까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녀는 한층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소속사 위드림 컴퍼니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요즘 <외계 통신> 같은 교양 프로나 영화 시사회 진행자로서의 활약이 돋보여요.
많이 불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가수는 노래를, 배우는 연기를 고민하듯 저는 하루를 끝마치고 누울 때 ‘오늘 만나고 이야기 나눈 사람의 마음을 내가 몰라준 건 아닌지, 그 사람이 하고자 했던 얘기를 내가 놓친 건 아닌지’ 되돌아 생각해요. 웃기고 안 웃기는 건 상관없이 대화와 말에 대해 고민하죠. 그런 점이 조금이나마 드러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박경림의 리슨 콘서트는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릴 예정. 예매는 인터파크를 참조할 것.

그간 박경림 토크 콘서트는 또래 엄마들의 집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혜자 콘서트’라 불릴 정도로 게스트와 선물도 풍부했고요.
2014년부터 여성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이어왔어요. 결혼, 육아와 같이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여성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웃고, 힘을 주고 싶어서요. 설문 조사로 가장 만나고 싶은 연예인을 추려 그날의 랜덤 게스트로 초청하기도 하고, 가족을 챙기느라 정작 스스로를 위한 선물은 하지 못하는 주부에게 필요한 선물이 뭘까 생각해보고 준비했죠. 선물은 콘서트 주제에 따라 다른데, 재작년 <노맨틱한 여자들> 콘서트에선 로맨틱함을 잊고 사는 여성들을 위해 사랑스러운 컬러의 립스틱과 블러셔를 선물했어요.

이번 <리슨 콘서트>는 어떻게 다른가요?
20년을 돌아보니 말한 경험은 많지만 들은 경험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동안 늘 얘기를 들으면 ‘내가 여기서 뭘 해줘야 할까?’ 고민해왔더라고요. 듣는 것 자체보다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집중한 거죠. 요즘 잘 듣는 게 어떤 건지 고민이 많아요. 이전에는 비슷한 나이대, 주부라는 동일한 상황에 특화된 이야기 위주로 들었다면, 이번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20년 이상 산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에 집중해서 듣고 나누고 싶어요.

요즘 주위에 힘듦을 토로해서 기를 뺏앗는다는 의미의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신조어가 있잖아요. 상대의 힘든 얘기를 듣다 보면 안 좋은 감정을 전달받기도 하나요?
제가 늘 하고 싶은 건 ‘유쾌한 위로’예요. 상대의 기운이나 감정에 영향을 받는 건 맞지만, 사실 안 좋은 기운조차도 내가 좋으면 옮겨지지 않고 또 아무리 좋은 에너지도 내가 우울하면 쉽게 전달받지 못하죠. 공연에서 위로를 통해 단단하게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변함없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네요.
저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 “네가 안 좋아하는 사람 어딨니?”라는 말을 할 정도죠. 시사회가 끝나고 나면 “저 배우분 정말 좋지 않아요?”라는 말을 자주 해요. 전에는 어떤 점 때문에 좋았는데 얘기하다 보면 다른 점이 더 좋아지거든요. 더 큰 진행자가 되려면 냉철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하는데, 단점 같은 건 평론가들이 발견하면 되고 저는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대하고 싶어요. 더욱 깊고 넓어지려면 냉철해야 하는 게 맞긴 한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이젠 제가 그런 걸 잘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처음 본 사람과 가까워지는 노하우가 있나요?
만나기 전 아무리 무섭고 어려운 사람이라 해도 선입견 없이 대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이 상대에게 전달되니까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만 남겨두죠. 배우들을 만날 때도 역할에서 보여진 모습을 성격으로 오해하지 않으려 해요. 배우 김윤석 선배를 만나기 전에도 그간 맡은 역할 때문에 무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순수하고 좋은 분이더라고요. 또 엊그제 브이앱 시사회에서 조승우 씨를 처음 만났는데 평소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 진중한 성격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둘이 1시간 40분을 신나게 떠들었어요.

박경림과의 브이앱 방송 이후 인스타그램에 셀카를 업로드한 박서준.

박경림도 대화가 끊겨 어색할 때가 있나요?
대화가 끊겨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 말도 안 하면 뭐 어때요. 할 말이 없으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조용히 음악을 틀기도 해요. 그 사람과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을요. 그렇게 같이 음악을 듣다가 얘기를 또 시작하는 거죠. 저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처음에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 팽팽한 순간도 좋아해요. 이렇게 말하니 조금 변태 같기도 하네요.

타고난다는 말이 맞네요. 가족들도 입담이 좋은 편인가요?
다 같이 모이면 제가 말할 기회가 없어요. 다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상대의 말을 끊거든요. 어떤 토크쇼보다 더 치열하죠. 사교성과 친화력은 어머니를 닮은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경림아, 사람 눈 마주치면 인사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거든요. 그런데 제 아이도 늘 같이 다니다 보니 보고 배우나 봐요. 하루는 경비 아저씨가 아이가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결혼과 육아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결혼 전까지는 거의 계획한 대로 이뤄졌어요. 기고만장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하기도 했죠. 신혼 때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치열하게 협의하고 인생 계획을 맞춰가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자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이가 우선이 되고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없구나’ 하는 깨달음은 처음 느꼈어요.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가 무얼 할지 예측하지 못하니 계획이나 약속을 잡을 수 없었죠. 많은 엄마들이 공감할 거예요. 그런 점이 참 어렵기도 했는데 이제는 안정이 됐어요. ‘계획대로 안 되네? 그럼 또 계획하지 뭐!’ 이렇게요. 결혼한 지 햇수로 12년 되었는데, 남편과 다투던 시기는 이미 지나고 이제는 별말 하지 않아도 서로 응원하는 사이가 됐어요. 아들 민준이가 열 살이 된 이제야 여유가 좀 생겼죠.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꾼다고 했죠. 그 꿈에 가까워지고 있나요?
하하. 아무것도 모르고 패기로 한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오프로 윈프리’도 안 되는데, 어찌나 부끄러운지…. 물론 엘런 드제너러스의 재치, 오프라 윈프리의 경청 능력과 허를 찌르는 입담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는 누구를 닮고 싶다기보다는 ‘박경림’처럼 사는 게 안 부끄러운,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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