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프의 국밥집

잘 우린 뜨끈한 진짜 육수가 생각날 때, 셰프님이 한 사발 진하게 말아주신 월드클래스 국밥을 추천한다.

옥동식

사람들이 혼밥에 도전할 때, 옥동식 셰프는 홀로 잘 운영할 수 있는 식당을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문을 연 곳이 자신의 이름을 붙인 옥동식이다. 한 가지 음식을 팔고 함께 먹는다는 의미에서 옥동식이라 지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건 돼지국밥 한 그릇과 보리소주 두어 잔뿐. 공간도 별도의 테이블석은 없고 조리 공간을 둘러싼 바 자리만 있다.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비교적 맑은 국물에 얇게 썬 돼지고기 앞다리·뒷다릿살과 밥을 토렴해 내오고, 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이 담긴 앞접시와 깍두기를 곁들인다. 휴대폰으로 치면 아이폰 같은, 극도로 미니멀한 국밥집인 것.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효율이에요. 매일 신선한 쌀, 돼지고기 같은 기본 재료를 정해둔 레시피의 정량에 맞춰 조미료 없어도 맛있게 조리하고, 음식의 온도를 지켜주는 방짜 유기에 담고, 셰프가 바로 음식을 서브할 수 있는 바 자리만 마련해두었죠.” 그는 그저 매일 먹는 한 끼를 만든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뒤 버려지는 음식 말고, 기분 좋게 먹고 좋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뭐가 더 필요할까.
주소 서울 강남구 도곡로37길 38

광화문국밥

요리 장르 불문 10권이 넘는 책을 썼고 각종 매체에서 음식과 맛에 대해 얘기하는 미식가, 박찬일 셰프의 국밥집이다. 이름처럼 광화문 인근에 처음 문을 열었고, 올가을 여의도에 2호점을 냈다. 두 곳 모두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이 줄을 서는 맛집으로 등극했으니 결과는 성공적이다. 제주 흑돼지의 엉덩잇살과 지방의 맛이 진한 듀록 돼지의 어깻살 등 오직 국내산 돼지 살코기만으로 맛을 내는데, 닭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따로 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감칠맛이 난다. 내장 등 잡부위를 함께 끓이는 부산식 돼지국밥과 달리 잡내를 누르기 위한 부추나 파를 많이 넣지 않는다. 다대기를 섞는 것도 권하지 않는데, 다대기 넣은 국밥을 좋아한다면 칼칼함으로 맛을 환기하는 정도로 즐겨볼 것. 국밥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밥은 국물에 말거나 토렴하지 않고 따로 담아내 적당히 차지고 맛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메뉴로 하루는 국밥, 하루는 평양냉면을 먹으면 되게끔 했다니 은은한 감칠맛의 평양냉면도 맛보자. 국물 맛에 딱 어울리게 담근 깍두기는 덤이다. 70~80년대 감성으로 꾸민 공간은 가림막이 있어 혼자라도 부담이 없고, 여럿이 저녁 술자리를 즐길 만한 룸도 있다. 얼마 전 <노포의 장사법>이라는 책을 낸 박찬일 셰프가 발견한 노포의 비결은,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르듯 그저 음식을 하는 우직함. 많은 사람이 오가고 맛에 대한 기억이 쌓여 오래 남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광화문국밥에 가면 가을이 오는지도 모르고 국밥이 끓고 있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6 지하 1층

내장 등 잡부위를 함께 끓이는 부산식 돼지국밥과 달리 살코기만 끓여
잡내를 누르기 위한 부추나 파를 많이 넣지 않는다.
다대기를 섞는 것도 권하지 않는데, 다대기 넣은 국밥을 좋아한다면
칼칼함으로 맛을 환기하는 정도로 즐겨볼 것.

진심선농탕

이재훈 셰프가 방송 활동을 하기 전부터 서촌의 맛있는 레스토랑은 모두 그의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했고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뒤 ‘까델루뽀’, ‘친친원테이블’, ‘친친함박’ 등 양식 레스토랑 여섯 곳을 잇달아 성공시켰을 정도로 사업가적 감각이 뛰어난 셰프다. 그런 그도 마침내 국밥집을 열었다. 송파구 문정동 법조 단지 안에서 설렁탕을 전문으로 하는 진심선농탕이다. 사람들의 식사 시간이 곧 업무 시간인 셰프의 직업적 특성상 늦은 시간 가게를 나서며 즐겨 먹던 메뉴가 설렁탕이었다고. 자주 먹다 보니 자연스레 설렁탕 맛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이재훈 셰프의 설렁탕은 인공 조미료 없이 24시간 우린 한우 사골만을 사용해 그 이름처럼 깨끗하고 단정한 맛이다. 여기에 따로 나오는 밥을 말거나 천연 조미료로 담근다는 김치, 깍두기, 양파장아찌 같은 것들을 슬쩍슬쩍 더해 먹으면 몸속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부산에서 한우 총판 사업을 하는 지인과 함께 운영해 한우 사골을 사용한 설렁탕임에도 합리적인 가격대가 가성비를 높여준다. 몇몇 미식가의 입맛보다 자기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듯 부담 없이 들어설만한 넓은 홀이 있고, 누구라도 이재훈 셰프의 가족임을 알아챌 수 있을 외모의 아버지가 가게를 지키며 친절한 서비스를 건넨다. 정량화해둔 레시피에 따라 끓인 육수와 고기는 레토르트 식품으로도 판매 중이니 설렁탕 한 그릇이 생각날 때 그의 레시피를 꺼내 먹을 수도 있겠다.
주소 서울 송파구 법원로 114

한옥 서까래를 모티프로 인테리어를 한 공간.

인공 조미료 없이 24시간 우린 한우 사골만을 사용해
그 이름처럼 깨끗하고 단정한 맛이다. 여기에 따로 나오는 밥을
말거나 천연 조미료로 담근다는 김치, 깍두기, 양파장아찌 같은 것들을
슬쩍슬쩍 더해 먹으면 몸속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평화옥

고급스러운 퓨전 한식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임정식 셰프의 파인다이닝 정식당은 내년이면 오픈한 지 10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조금 달라졌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그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점 제안을 받고 보다 대중적인 한식 요리를 선보이는 평화옥을 연 것이다.

범상치 않은 그 이름처럼 평화옥의 주 메뉴는 남과 북을 대표하는 음식인 곰탕과 평양냉면이다. 베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라멘이나 태국의 양꿍 등 세계화에 성공한 아시아 요리들이 국물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형태라는 데에서 곰탕을 다시 발견했다. 오픈 전 곰탕 팝업 식당을 열기도 하며 연구를 거듭한 육수는 홍천 한우의 양지머리를 맑고 깊게 고아내 부드럽고 달다. 고춧가루 양념을 숙성시켜 매운맛을 낸 양곰탕, 삼겹수육 등도 인기 메뉴. 세계인이 드나드는 문과 같은 공항에 자리한 만큼 테이블에 김치, 깍두기 같은 반찬 항아리를 두어 반찬 문화를, 신발을 벗고 편히 앉는 좌식 테이블 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렸다. 직접 주문 제작한 식기, 탁 트인 공항의 시원한 뷰, 친절한 서비스는 오감 만족은 기본이라는 파인다이닝을 해온 월드클래스 셰프 식당의 면모다.
주소 인천 중구 공항로 272 4층

긴 테이블 자리 위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조명이 인상적이다.

베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라멘이나 태국의 양꿍 등 세계화에 성공한
아시아 요리들이 국물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형태라는 데에서
곰탕을 다시 발견했다. 연구를 거듭한 육수는 홍천 한우의
양지머리를 맑고 깊게 고아내 부드럽고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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