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스트레스 대처법

연일 뉴스를 채우는 유해물질 파동. 전 식약청 독성부장이 말하는 유해물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제대로 대처하는 법에 대하여.

라돈 침대, 생리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유해물질 뉴스가 들려요.
많은 사건 사고로 잊혀서 그렇지 유해물질 뉴스는 늘 있었죠. 병리학 전문의로 일하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립독성연구원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단무지, 죽염, 타이레놀 등 아주 많은 사건이 있었어요. 국정감사 때가 되면 더 많아지고요. 그게 2000년대의 일인데, 당시만 해도 ‘독성물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가 화두였어요. 한약재 같은 것들은 관리 체계조차 없어서 독성 검사 체계를 만드는 일을 했죠.

그때의 경험으로 책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을 썼나요?
유해물질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정부는 ‘괜찮다’ 하고 소비자는 ‘위험하다’고 걱정하잖아요. 공무원과 국민의 시각 차이가 크니까요.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평가수석위원으로 일하는) 저는 국민이자 공무원이었으니 양쪽의 견해를 모두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법원에서 판결문을 적듯 썼죠.

요새는 화학물질 없이 만든 물건을 찾아보기 어렵잖아요.
하루 종일 둘러싸여 있죠. 애석하게도 문제가 되기 전까지 안전 기준이 없는 생필품이 많아요. 가습기 세척제, 생리대처럼 공산품이면서 피부에 닿는 제품은 여러 부처가 조금씩 관련되어 있어서 더 애매하죠. 회 좋아하나요? 자연산은 플랑크톤이 먹은 중금속이 몸속에서 발견돼 문제고, 양식 생선은 항생제가 문제죠. 좁은 곳에 가두어 키우다 보면 몸에 상처가 나고 결국 상품 가치가 떨어지니까 먹이에다가 굉장히 많은 양의 항생제를 넣어요. 테라마이신처럼 가장 초기에 발명된 항생제를 써요. 가장 광범위하게 쓸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거든요. 그것에 내성이 생기면 그 위 단계를 쓰고요. 그래서 항생제 관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바이러스에는 소용없고 세균에만 듣는데도, 사람들은 상처가 나면 무조건 항생제를 찾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했어요. 예전에 비해 정부 기관이 체계를 갖춰서 사전에 차단, 규제한 것들도 많죠. 중국 멜라민 사건처럼 외국 사례를 미리 스크린하기도 하고요.
이런 이슈가 터질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누가 사건을 왜 짚느냐’예요. 제대로 접근하고 있는지도요.

아무래도 생리대 파동 이야기를 제일 먼저 묻고 싶네요.
생리대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가 쟁점이에요. VOC가 생리대에만 있는 물질은 아니죠. 우리는 VOC 속에서 살고 있어요. 다만 생리대는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더 예민한 문제죠. 피부는 상피세포가 굉장히 촘촘히 붙어 있는 데다가 그 밑으로 얇은 막이 있어 상처가 나지 않는 이상 외부 물질이 거의 투과할 수 없다고 보면 돼요. 반대로 호흡기나 소화기 같은 경우는 인체에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기 때문에 세포 조직이 느슨해요. 피부 자체는 투과를 못하지만 촉촉한 점막으로 녹아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거죠. 장기마다 방어기제가 달라서 호흡기로 VOC를 들이마시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식약처에서도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안전하다는 판결을 내렸고요.
종종 정부 기관에 남자가 많아서 이런 문제에 둔감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식약처 공무원의 80%가 여자예요. 또 정부가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두자면, 문제의 크기가 커야 연구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유해물질은 전문가도 피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이번에 문제가 된 라돈 침대가 저희 집에도 있었거든요. 결국 브랜드에서 수거해갔어요.
참치 내 중금속 관련 보고서를 받았을 땐 아내에게 이제 참치를 먹지 말자고 하죠. 양파망에서 내분비 교란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보고서가 올라오면 외식을 자제하게 돼요. 식당에서 양파망으로 육수를 우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메뉴가 하나하나 줄다 보니 결국엔 먹을 게 없더라고요. 무엇이든 ‘적당히,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간헐적으로 노출되는 게 훨씬 덜 위험하니까요.

그럼에도 치약이나 화장품 같은 경우엔 매일 사용하는 것을 벗어날 수 없죠.
다행히도 매일 사용하는 제품들은 안전과 관련된 기준이 정해진 편이죠. 정부에서 정기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을 수거해서 검사를 해요. 다만 문제의 데이터가 나왔을 때 공개 여부로도 꽤나 깊은 고민을 하죠. 발표했을 때 일어날 사회 파장이나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진 않을지 고민해야 하거든요. 제조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사용자도 국민이니까요. 예전에 번데기 통조림에 포르말린이 들어갔다고 난리가 났죠. 하지만 이후에 자연산 번데기 자체에서도 일정 포르말린이 나온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어요. 제조 회사 사장님이 자살한 이후에 말이에요. 그래서 신중을 기해야 해요.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팩트가 있을 수 있거든요. 이런 뉴스를 만날 때 우리가 신중히 검토하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죠. 최근엔 혈압약
원료 의약품에서 2군 발암 물질인 발사르탄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있었죠. EU에서 쟁점으로 삼았고 주말에 식약처에서 바로 명단을 발표했죠. 하지만 이후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가 다시 등장했고요. 그럼 국민들만 혼란스럽죠.

그럼에도 아이와 관련된 문제에는 예민해져요.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손 씻을 때 독한 화학 세정제로 살균하는 것보다는 물로 오래 씻어서 제균하는 것이 나을 수 있어요. 세균뿐 아니라 유익한 균도 있으니까요. 저희 세대는 흙장난도 하고 하천에서도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세균에 노출됐어요. 태어날 때 엄마한테 받은 면역이 새로운 균과 접촉하면서 더 면역력을 키우죠. 하지만 지금은 꽁꽁 싸매서 키우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자극에 더 취약한 상태예요. 100%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균 상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생각일 수 있어요.

그나마 일상생활에서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습관은 무얼까요?

위험도가 높은 물질은 이미 일상에 못 들어오도록 규제를 하고 있어요. 다만,
그 경계가 모호한 것들, 소량은 괜찮지만 볼륨이 많아지면 위험한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죠. 내가 선호한다고 해서 한 제품, 제품군만 사용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 같아요. 완전히 무해한 화학물질, 제품은 없거든요.
또 이슈가 생겼을 때 사람들의 소리에 예민해지기보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무얼까 고민해보고 일정 부분 제조자의 말도 참고할 필요가 있죠. 여러 전문가의 의견도 비교해보고요. 물론 한목소리로 위험하다고 하면 정말 위험한 거겠지만 두루 정보를 모아서 판단하는 게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방법이겠죠.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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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파동 이후 유럽산 친환경 생리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해물질 5종(포름알데히드, 인공 향료, 색소, 염소표백, 형광증백제)이 들어 있지 않은 국내 브랜드의 친환경 생리대.

29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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