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이 고른 라이드용 세컨카

요즘 남편들은 BMW(Bus: 버스, Metro: 메트로, Walking: 걷기)일지언정,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라이드해야 하는 아내들만큼은 외제차를 몬다. 9만km나 뛴 2011년식 아우디를 신형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내를 위한 세컨드카 구입에 예산을 양보하기로 했다.

글쓴이 김현태는…
한때 나는 남성지 <아레나>에서 자동차 담당 에디터로 일했다. 이 말은 F1 머신에서 (비록 옆자리였지만) 포르쉐 911, 깜찍한 미니까지 섭렵하지 않은 차가 없다는 뜻. 그런 남자가 아내를 위해 고른 세컨드카는 무엇일까?

“나 차 필요해”
“뭐? 갑자기 왜?”
“미미(딸 애칭)랑 다닐 때도 많아졌고, 또 일 때문에 차가 필요할 때 번번이 당신한테 아쉬운 소리하는 것도 싫고.”
머리로는 이해가 갔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차 한 대 더 굴리는 데 드는 돈이 얼만데?’(꾹 참으며) 버티고 버틴 끝에 아내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차 사러 가자!” 급하기로는 우사인 볼트급인 우리 부부는 당장 위시 리스트를 뽑았다. 몇 가지 전제조건은 아래와 같다.

• 세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컨드카는 무조건 SUV 아니면 왜건이어야 함.
• 3인 가족, 아이가 아직 어리고, 여성이 주로 운전한다는 점을 고려해 차체가 작은 것이어야 함.
• 프리랜서인 아내의 직업, 주요 거래처가 지하철로 4~5정거장인 점을 감안하면 연비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님.
• 디젤연진의 떨림과 소음을 질색해 디젤 차량보다는 가솔린 차량을 선호함.(개인적 기호지만 결정적 요인은 아님.)
• 마지노선 5000만원.(취등록세 포함, 별표 셋)

“소울이나 QM3 어때? 특히 QM3는 국산차이긴 하지만 모든 공정을 스페인에서 진행하는 DEM방식이라 국산차의 탈을 쓴 수입차라고. 니로도 인기 많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아내의 반론.
“어이상실. 넌 아우디 타고 난 국산차 타냐?”
“왜 이래. 그럼 니가 저거 타. 내가 QM3나 레이 타도 돼.”
“또 한 번 어이상실. 넌 새 차 타고, 난 헌 차 타냐?”
(헐. 나의 아내는 ‘별다방’ 커피값이 아까워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 믹스 커피로 졸음을 쫓아내는 알뜰녀라는 사실.)

장고 끝에 리스트를 다시 건넸다.
1. 볼보 V40
2. 지프 컴패스
3.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4. 닛산 캐시카이
※ 아직 취학 전 아이를 둔 3인 가족이기에 최대한 소형 차량을 골랐지만 만약 4인 가족일 경우엔 같은 세그먼트 내에서 크기를 좀 올릴 것 같다. ex) 볼보 V40 → 볼보 V60, BMW X1 → X3

“어, 캠리는 세단이잖아?”
리스트를 훑어보던 아내가 물었다.
“그렇지. 하지만 캠리는 뭐랄까, 토요타라는 자동차 회사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야. 잔 고장 안 나고 편하게 오래 탈 수 있는. 미국에서도 캠리는 패밀리카의 대명사로 통하거든. 그래서 넣었어.”
“5천만원 넘는 것도 많네?”
“수입차는 판매 시스템이 좀 복잡해서 어떤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야.해당 모델의 인기도, 혹은 딜러의 판매 실적에 따라 흥정을 잘하면 확 낮출 수가 있거든. 가령 한 딜러가 한 달에 10대를 팔면 인센티브를 확 받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현재 실적이 9대를 팔고 있고 때가 마침 월말이라면? 아주 파격적인 가격에도 구할 수 있는 거지. 딜러 입장에선 할인을 해줘서라도 차를 팔아 10대를 채우는 게 더 이익이거든. 그래서 수입차를 살려면 정말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 수입차 업계에선 점점 이런 관행을 없애겠다고 공언은 하더라. 물론 이 리스트엔 절대 5천만원 이하로 갈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어.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작년에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잖아. 그래서 뺐어. 작년 같았으면 무조건 골프를 추천했겠지.”

우리 부부의 맘을 사로잡은 강력한 후보는 볼보 V40이었다. ‘안전의 볼보’답게 세심한 안전장치, 운전하는 재미와 함께 세련된 디자인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가솔린과 4륜구동을 모두 충족하는 모델은 한 종류 뿐이었고, 거의 모든 소비자들이 디젤 차량만 찾는 바람에 V40 가솔린 모델은 할인폭도 적었다. 패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어때? 나 이거 좋아.”
“이건 인기 많아서 할인도 잘 안 해주고, 너무 비싸. 워워. 참아.”
결국 이 모델을 아내는 강력히 원했지만, 비용 때문에 패스!

혼다 CR-V와 BMW X1은 여러모로 검증된 차량이다. 하지만 혼다 CR-V는 너무 흔하다는 아내의 의견과 BMW X1은 예산을 넘는다는 이유로 탈락. 결국 이 치열한 토너먼트, 대망의 결승전 대진은 닛산 캐시카이와 지프 컴패스로 압축되었다. 캐시카이는 토요타 라브4, 혼다 CR-V와 더불어 크로스오버 SUV의 대명사이고, 컴패스는 소형 SUV지만 거친 감성이 살아 있는 지프 패밀리의 가성비 짱 모델이다. 사실 경제성, 편의성 등을 따지면 캐시카이나 라브4여야 했지만 우리 부부가 선택한 것은 결국 지프 컴패스였다.

또다시 이어지는 반전!
도산대로에 있는 지프 매장에 갔지만 딜러가 너무 불친절했고, 비용 역시 사전에 알아본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절대 딜러에게 먼저 우리의 패를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 그 딜러에게서 받은 견적서를 가지고 다른 지프 매장(대치동)으로 갔다. 사단은 거기서 났다. 같이 간 딸이 강렬한 오렌지 컬러 레니게이드에 꽂혀버린 것이다. 어르고 달래봤지만 요지부동인 딸과 어차피 자신이 탈 차가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가격도 더 싸다- 수수방관하는 남편 사이에서 아내도 손을 들었고 결국 우리는 레니게이드를 계약해버렸다.

오렌지 컬러 레니게이드를 본 친구의 첫 반응.
“이거 경품에서 받은 차야?”

지프 레니게이드 2.4 – 6개월 타본 100자 평
유독 디젤 엔진 소리를 싫어하긴 하지만 AWD 구동방식을 택하지 않은 순간의 선택이 10년의 후회로 남을 듯. 가속 능력 등이 많이 떨어지지만 힘이 좋아 만족한다. 무엇보다 딸이 좋아하는 예쁜 디자인은 굿!

세컨드카가 필요할 때
1 내 차가 고급 세단인데 깐깐하고 보수적인 직장상사의 차가 소형일 때
2 유치원 엄마들 차가 모두 수입차일 때 아내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데일리카보다 좋은 수입 세컨드카(이런 관행!)
3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
– 도심 출퇴근을 위해서라면 연비
– 아웃도어 라이프를 위해서라면 오프로드
– 주행능력, 적재공간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위해서라면 가속능력, 핸들링
4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고, 운행 거리가 짧은 세컨드카는? 전기차!
5 내 고급 세단의 호위무사! 유난히 좁은 서울의 주차선! 문콕도 싫고… 그래서 산다, 국산 소형차!

Editor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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