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와 동물원의 갈림길

무심코 동물을 구경하러 나서기 전에, 무작정 모든 동물원을 없애자는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생각해볼 이야기들.

토요일 오후가 되면 ‘내일은 아이와 또 뭐 하지?’라는 생각이 부모의 머릿속을 메운다. 예약해놓은 키즈 클래스도 없고, 놀이터나 키즈 카페도 싫증 났을 때 동물원은 손쉬운 선택지다. 요즘은 아기동물원,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 동물원 등 주변에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천지다. 동물원 우리에 힘없이 갇힌 동물을 보면 마음 한편이 무겁지만 특별할 것 없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녀가 신나하는 모습에 시간까지 보내기 좋으니 외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점령한 대전 동물원의 퓨마 사살 사건은 동물원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동물원 우리를 떠나 산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끝내 생을 마감한 뽀롱이의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동물원의 존폐가 이슈가 된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다시 고민해볼 때다.
인류의 역사는 동물과 함께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수렵과 농경 사회에서는 동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 계급이 생기면서 동물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로마제국에서는 검투사와 맹수가 자극적인 전투를 치르기도 했고, 무굴제국의 황제 또한 수천 마리 동물을 소유했다. 1700년대 중반에는 유랑단의 등장과 함께 동물쇼가 인기를 끌었다. 최초의 근대 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 왕족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수집한 동물들을 모아놓은 쇤부른 궁전의 한 공간이다. 동물학 연구를 위한 동물원은 런던 동물원이 최초다. 동물 복지를 중요시했던 토머스 래플스가 런던의 리젠트공원 안에 세운 동물원이다. ‘ZOO’라는 이름도 이때 유래한 것. 이후 차츰 동물의 개체별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관람하는 현재의 모습과 비슷한 동물원이 탄생했다.

전 국립생태원 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다르면 다를수록》에서 외국 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의 동물원을 찾지만, 국내에서는 연구차 동물원을 방문하는 일조차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삶을 포기한 듯한 동물 앞에서 동물행동학을 가르치는 기분이 이상했다고 한다. 일화로 그는 한국을 방문한 제인 구달을 만났는데, 그녀는 우리나라 어느 동물원에서 본 침팬지를 구해달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침팬지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침팬지와 소통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국내 동물원에서 건강하게 뛰놀며 생기 있는 동물의 모습을 본 기억은 어렴풋하다.
한편 일본의 실내 몰에서 유행한 동물원 모델을 바탕으로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만져볼 수 있도록 만든 체험 동물원은 나날이 증가해 현재 전국에 100여 개가 난립해 있다. 동물권 단체 ‘어웨어’를 포함한 여러 동물 보호 단체가 국내에 늘어나고 있는 소형 체험 동물원의 문제를 가장 우려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쉽게 개장할 수 있을뿐더러 별도의 관리나 점검 제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일 바닥의 콘테이너에서 사자를 기르기도 하고, 여러 종을 한 우리에서 키우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등의 일정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 증상을 보이거나 자신의 분비물을 먹는 ‘식분’ 증상도 보인다. 좁은 공간에서 동물마다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을 구분하지 않고 주는 음식을 계속 받아먹은 동물들은 비만이나 질병에 걸린다. 더 큰 문제는 세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동물을 만졌을 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앓을 수 있는 인수 공통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쪽은 동물 복지를 외치지만, 다른 쪽에선 체험을 한다. 교감이라는 명목 아래 인간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동물을 봤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실상이다. 소규모 체험 동물원이 늘어나는 추세는 세계적인 동물 보호 흐름과도 맞지 않다. 파리 동물원은 2년 전 동물들의 사육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1700억원이 넘는 보수 공사 후 재개장을 했고 뉴욕, 덴마크 등 세계 곳곳의 동물원도 설비를 보강했다.
굳이 왜 동물원이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와 생태학자들은 동물원이 생물다양성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구의 온도가 2℃ 상승하면 생물다양성의 50%가 파괴될 것으로 추측한다. 환경오염의 속도만큼 동물의 멸종도 빨라지는 것이다. 노정래 전 서울대공원 동물원 원장은 지구에 멸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닥치면 완전한 멸종을 막는 씨앗 역할로서의 동물원의 존재를 강조한다. 전시가 아니라 앞으로는 생물다양성에 대해 배우고 깨우치는 교육관 같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적 배운 먹이사슬 피라미드, 즉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의 각 개체들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떠올리면 멸종이 가까워지는 이 상황이 아찔할 것이다.
600종이 넘는 동물이 살고 있는 뉴욕 동물원을 포함해 규모가 큰 세계 주요 동물원에서는 멸종위기종의 동물 관리와 종 보전을 위한 연구를 병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종 연구를 하는 곳은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유일하다. 최근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프랑스 리옹동물원과 협약을 맺었다. 이제서야 국내 동물원은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가까운 생태 동물원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개장 38년 만에 동물의 활동 공간을 2배 이상 넓히고 연못, 수풀 등을 정비한 생태 동물원으로 거듭난 전주 동물원이 그 예다.
국내 유일의 북극곰이었던 에버랜드의 통키는 지난달 이별을 위한 행사를 마쳤다. 24년 전 마산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난 통키는 평균 수명이 25년에서 30년 사이인 북극곰의 특성을 고려해 노후를 최고 수준의 생태 동물원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한편으론 펫팸족이 늘어가는 시대, 내 동물만 사랑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어떨까. 어떤 동물원에 갈지를 세심하게 결정하는 일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한쪽은 동물 복지를 외치지만, 다른 쪽에선 체험을 한다.
교감이라는 명목 아래 인간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동물을 봤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다.

동물복지를 실천한 세계의 동물원

Germany
Zoo Leipzig
독일은 대부분 동물원의 서식지와 사육 환경을 비슷하게 조성한다.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먹이를 숨겨두는 프로그램도 있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가 인증한 호랑이 혈통을 관리하는 곳이다.


U.S.A
Seattle Woodland Park Zoo
동물이 갇힌 게 아니라 사람들이 격리된 듯한 형태로 만든 공간. 숲, 언덕, 냇물을 동물의 서식지와 비슷하게 꾸몄다. 정해진 종에 한해 사육사와 함께 볼 수 있다.

Scotland
Highland Wildlife Park
32만 평의 사파리 파크로 영국 왕립동물학회가 관리하며 동물 보존에 힘쓴다. 동물원의 동물 중 북극곰이 가장 서식하기 까다로운데, 올해 영국에서 25년 만에 북극곰이 태어난 동물원으로 알려진 곳.

Los Angeles
Natural History Museum
굳이 살아 있는 동물을 보지 않고도 동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거의 흡사한 모형을 경험할 수 있다.
일부 동물 단체에서는 동물원을 폐지하고 대안으로 동물학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이런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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