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차회에 갑니다

차를 홀짝이는 동안 두세 시간이 훌쩍 간다.
찻집이나 차회에 가서 여러 사람과 함께 호로록.
이제는 술보다 차에 취한다.

맛차차

맛차를 격불하다 @matchacha_seoul
시간을 내어 차를 마시는 일은 명상과 요가처럼 감각을 수련하고 몸을 깨우는 일에 가깝다. 여러 종류의 차 중에서도 잎차를 가루로 빻은 말차(末茶)는 옛날부터 수도승들이 즐겨 마셨는데, 성수동에 자리한 ‘맛차차’는 바로 그 말차를 전문으로 하는 공간. 이곳을 운영하는 이예니 대표는 일본을 여행하다 말차를 마셔보고는 그 매력에 빠졌다.
“말차는 잎차보다 마시기 쉽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다법이 좋아서 즐겨 마시게 됐어요. 물론 한국과 중국에서도 옛날부터 말차를 마셨지만 이제는 일본에 말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본식 다법을 배우고 익혔고요.” 주말에는 예약제 티 코스를 운영하고 평일에는 카페로 문을 열었던 맛차차는 앞으로 카페가 아닌 차를 배우고 요가 수련 등을 하는 수업 위주의 공간으로 운영된다.
“차를 마시는 동안은 이 공간을 오롯이 즐기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 가셨으면 하는데 카페로 운영하는 중에는 많은 분들이 웨이팅을 하기도 하고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대신 클래스를 마련해 말차를 일상에서 쉽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 해요.”

일본의 다실은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위해 어둡고 막혀 있다면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자연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긴다.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차 테이블 뒤편으로 서울숲의 나무들이 공간에 그대로 담기는 맛차차의 인테리어는 차를 즐기는 기쁨 그 자체. 이른 아침부터 내린 눈이 마른 나뭇가지 사이마다 톡톡하게 쌓인 그림 같은 설경 앞에 서서 이예니 대표가 말차를 격불했다.
“뜨거운 물을 다완(찻사발)에 부었다가 물을 비우고 닦아내요. 그렇게 데운 다완에 말차를 담고 격불을 시작하죠. 말차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격불은 차선(차와 물을 섞는 나무 솔)을 빠르게 움직여 고운 거품을 내는 과정인데 저는 제대로 배우고 싶고, 보시는 분들께 특별함을 드리고 싶어 일본 다도 유파의 하나인 우라센케에 찾아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다도는 일생에 걸쳐 배우는 것이고 방법을 엄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본래 다도가 개방적인 문화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차를 마시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면 누구나 즐기기 쉽죠.” 맛차차에 가면 품질 좋은 말차도 구할 수 있다. 찻잎에 있는 성분의 30~40% 정도만 담기는 잎차와 달리 찻잎을 모두 차로 만들어 마시는 말차는 차 성분이 온전히 몸에 담긴다. 그래서 카페인이 강한 다른 차보다 기분 좋게 천천히 정신을 깨워준다는 것이 장점이 있다. 맛차차는 인삼과 맛차, 구운 현미와 맛차 등을 블렌딩한 유기농 야생차를 다양하게 개발 중이기도 하다.

서울숲의 계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맛차차의 공간과 이예니 대표.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본래 다도가 개방적인 문화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차를 마시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면 누구나 즐기기 쉽죠.

 

청년청담

차를 알아가는 사람들 @tea_green.heart
‘청년청담’은 2016년 5월부터 매달 옥인동에 있는 한옥 북성재에 모여 차를 마시는 모임. SNS에 차회가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오면 신청을 하고 회비를 낸다.
“처음엔 찻집에서 만난 또래들이 퇴근하고 서로의 집에 모여 차를 마셨어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공간이 필요했고, 마침 북성재에서 젊은이들이 차를 알아가려는 게 기특하다며 문을 열어주셨죠.” 차의 주최자인 김용재 대표의 말처럼 오후 7시 무렵이 되자 나이와 직업, 차를 마셔온 시간도 제각각인 사람들 스물댓 명이 속속 도착해 세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는다. 오늘의 차회 주제는 한 해 동안 마신 차들 중에 기억에 남는 차.
“보통 차 모임은 선생님이 계시고 나머지 사람들이 배우는 형태지만 저희는 매달 주제를 정해서 10종류 정도의 차를 맛보고 비교해보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해요. 가령 녹차가 가장 맛있을 때인 5~6월에는 한국 녹차를 주제로 삼는다거나 더운 여름에는 백차처럼 발효도가 낮아 청량감을 주는 차들을 모아보고, 가을이 되면 향긋한 차들이 매력이 있으니 무이암차 같은 발효차 종류를 모아 마셔보는 식이에요. 이렇게 하다 보면 혼자 마실 때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죠.” 마신 지 1년이 넘어갈 때쯤부터는 차에 오행을 접목해 실험적인 주제들로 모임을 이어갔다.
“차를 우리는 물, 그 물을 끓이는 불, 흙으로 빚은 다기 등 차를 오행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실험을 해봤죠. 워터 소믈리에를 초청해 세계 각국의 생수로 같은 다기에 차를 우려서 물에 따라 차 맛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본다거나 양구에서 도자기를 빚는 작가님을 초청해 차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요. 회원제로 운영하는 건 아니지만 모일 수 있는 공간의 한계가 있어 인원 제한이 생겨요. 그래도 매회 2~4명 정도는 처음 오는 분께 자리를 내어드리고 있죠.” 매해 9월에는 오고 싶은 이들이 모두 찾을 수 있도록 넓은 한옥을 빌렸고 대관료를 지원받기 위해 청년 도예가들의 작품 전시, 거문고 등의 전통 공연까지 겸하는 큰 행사를 치렀다. 지난해에는 130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여기서 차를 가르쳐드리는 건 아니에요. 다법이나 차 도구 같은 게 깊이 들어가면 끝이 없고, 일상에서 모든 걸 갖춰 차를 즐기기란 어렵잖아요. 다만 그런 것들로 인해 차 맛에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여건과 상황이 될 때 누구나 차를 더 잘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차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건네는 팁은 비교하기다. “뭐든 딱 두 가지를 놓고 비교하면 뭐가 더 나은지 쉽게 알 수 있어요. 생수와 수돗물에 각각 차를 우려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거든요.”
2019년에도 이어질 청년청담의 다음 주제는 오감이다. “차가 입안에 머물면 미각이지만 색은 붉기도 하고 푸르기도 해요. 또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들려오는 소리, 일본식 향도를 더한 후각 등이 차를 즐기는 동안 느낄 수 있는 다른 감각들이죠. 차에 집중해 차만 마셔야지 왜 다른 것들을 하냐고 하실 수 있는데 여럿이 같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경험은 또 다르잖아요. 올해는 오감이라는 개념으로 함께 찻잎도 따고 도자기도 빚어볼 생각이에요.”

주제를 정해서 10종류 정도의 차를 맛보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해요. 이렇게 하다 보면 혼자 마실 때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죠.

 

티컬렉티브

티컬렉티브 @tea_collective
청담동에 자리한 ‘티컬렉티브’에서는 한잎 한잎 정성 들여 재배해 전통 방식으로 말린 차를 맛볼 수 있다. 녹차, 감잎차, 호박차, 쑥차 등은 차 밭 주변에 축사, 공장이 존재하지 않는 청정한 경남 하동 지역에서 온 것. 향이나 색보다는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에 그 매력이 실려 있다. 이곳을 기획한 아트 디렉팅 스튜디오 아트먼트뎁의 다기, 동남아 리조트를 떠올리게 하는 시원스럽고 편안한 공간이 차시(茶時)와 어우러지면 이내 치유의 목적으로 활용되어왔다는 전통차의 효능이 몸을 데운다.

 

차곡차곡

차곡차곡  @chagok_chagok_
20~30대의 젊은 팽주 셋이 모여 동지 차회, 소한 차회처럼 24절기에 따라 어울리는 차를 준비하고 인스타그램 공지를 통해 차회를 연다. 향도, 향명상을 위한 공간인 안국동의 이루향서원에서 열리는 만큼 차회의 시작은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고 차분히 향을 느끼는 향도의 시연이다. 이어서 동방미인이나 무이암차, 보이차 등의 중국차를 필두로 보통 두세 종류의 차를 함께 마시는데, 찻자리를 마치고 나면 와인과 담소의 시간을 이어간다. 차를 많이 마셨을 때 오르는 몸의 기운을 와인으로 슬쩍 내려앉히는 시간이라고.

 

뿌리온더플레이트

뿌리온더플레이트  @ppuriontheplate
꽤 오랜 시간 비건 채식을 실천해온 부부가 운영하는 ‘뿌리온더플레이트’에서는 요리 수업, 팝업 레스토랑, 차회 등이 이루어진다. 차회는 한 달에 2~4회 열리는데 주로 계절과 절기에 맞게 고른 한국, 일본, 중국의 발효차를 함께 마신다. 부부가 직접 장을 봐온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채식 요리, 채식 디저트를 4~6종의 차와 페어링해 즐기는 과정이 음식과 차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 건강한 음식과 차를 즐기는 편안한 자리에서 차담을 나눠보자.

 

이이엄

이이엄  @_eeum
조선시대에 살았던 장혼은 인왕산 자락에 자족한다는 뜻의 ‘이이엄’이라는 집을 짓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시를 짓거나 인생을 이야기했다. 통인동에 자리한 동명의 공간 ‘이이엄’은 그의 기록과 삶에서 영감을 받아 운영되는 곳. 특별히 계절마다 ‘맑은 소용품 80종’을 주제로 전시를 여는데 도예가 박종민이 빚은 찻그릇과 차 도구를 소개하고 그 다기들로 다회를 진행한다. 고요함 속에 마음이 호젓해지는 이이엄의 다회는 다다미방에서 일본식 다례를 갖추어 진행된다. 참석하게 된다면 늘 입던 것 중 단정한 옷을 고르고 여분의 양말을 챙길 것.

인기기사

GO 더보기

@styler_mag

Instagram has returned invalid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