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머치 핸섬 이승윤

그는 진지한데 다정하고 매사에 초연하나 뚝심 있다.

핑크 컬러 니트는 자라, 침낭은 발란드레 칠아웃 850.

침낭이 패딩 점퍼처럼 잘 어울리네요.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한 지 벌써 8년이나 됐어요.
처음에는 힘들어서 그만둘 생각뿐이었어요. 근데 저도 모르게 빠져든 것 같아요. 자연인들한테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또 머릿속이 비워져서 좋아요. 도시에 있을 땐 많은 것이 계산적으로 흘러가잖아요. 자연 속에 있는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런 게 매력이죠. 도시 사람들한테 그런 시간이 필요하니까 여행을 가는 거잖아요. 저는 따로 여행을 가지 않고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좋죠. 촬영 갈 때 매니저 현석이가 가장 힘들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현석이가 제일 좋아하는 스케줄이에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전설의 짤이 유명했죠.
그게 1, 2회 때 짤이에요. 생선 대가리 카레 먹었던. 그 옛날 것들이 회자되니 고마워요. 처음에는 음식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짱돌 된장찌개, 말린 개구리 된장찌개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먹기가 쉽지 않죠. 위생 상태도 걱정되었고요. 예전에는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구충제를 먹었어요. 근데 제가 도시에서 술 먹고 고기 먹고 배탈이 난 적은 있어도 그 음식들 먹고 탈난 적은 없어요.

첫 녹화 땐 대박에 대한 기대도 없었을 테고요.
맞아요. 처음엔 파일럿 단계여서 프로그램의 색깔, 콘티를 만들어가며 촬영에 임해야 했으니까요. 1회 하고 그만둔다고 강력하게 말했는데 PD님의 설득으로 2회 찍으러 갔고, 2회에서 고라니 생간을 먹고는 그만두겠다고 더 강력히 말했어요. 3회는 안 간다고 했는데 1회 방송이 나가면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거죠.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결국 3회 촬영을 가긴 갔는데, 다섯 시간이나 산을 타고는 또 그만둔다고 했어요. 하하하. 제가 <개그 콘서트>를 10년이나 했어요. 2015년까지 <나는 자연인이다>와 병행했죠. 발레리노, 라스트 헬스보이 같은 코너를 하면서 행사 스케줄이 많았어요. 또 <개그 콘서트>는 코너가 재밌으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는데 <나는 자연인이다>는 반응이 바로 오는 프로그램이 아니잖아요. 주위에서 힘든데 뭐 하러 하냐고 많이 말렸어요. 사람들 말대로 그때 그만뒀으면 어쩔 뻔했나 싶죠.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나는 자연인이다>의 역할이 정말 커요.

블랙 슈트는 비슬로우, 시계는 오바쿠, 회중시계는 에이징씨씨씨,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산에 들어가면 보통 며칠씩 촬영해요?
기본이 2박 3일이고, 한 달에 두세 번 가는데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요. 비가 많이 오면 하루 더 늘어나기도 하고, 섬에서는 4박 5일까지 있어요. 가서 그냥 계속 먹고 자는 거죠. 작년 여름엔 4박 5일 동안 섬에 갔는데, 물이 잘 안 나와서 들고 간 생수 몇 통으로 씻고 먹고 다 했어요.밤엔 텐트에서 자고요. 근데 재밌었어요.

연예인으로서 엄청 큰 시간을 할애하는 거잖아요.
아무래도 스케줄을 잡을 때 제약이 있죠. 3일씩 빼야 하니까. 그래도 저한테는 <나는 자연인이다>가 최우선이에요.
촬영지가 다 산골짜기에 있죠?
들쭉날쭉해요. 초창기 때는 두 시간 정도 산을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그렇게까지 하드코어하진 않아요. 제작진이 몇 군데 준비해놨다고, 겨울에 가기 힘든 곳이니 날 풀리면 기대하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기대됩니다.

현석 매니저와 처음 산에 갔을 때가 기억나요?
정말 좋아했어요. 현석이 아버지께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좋아하셔서 그전부터 프로그램을 알고 있었대요. 그래서 촬영하러 가는 내내 궁금해했죠. 현석아, 처음 촬영 갔던 데 기억나?
(현석) 전북 담양이요. 민물새우 볶아 먹었던 데. 계곡물에 발 담그고. 참 좋았어요. 웬만한 데는 다 기억해요.

현석 매니저와의 케미가 화제죠.
같이 일한 지 이제 1년 넘었어요. 현석이가 원래 제가 자주 가는 나이키 매장에서 일했어요. 제가 신발을 워낙 좋아해서 엄청 많이 사니까
저만 나타나면 매장에서 현석이를 붙여주는 거예요. 맨투맨으로 전담마크한 거죠. 아마 제가 현석이한테 잘 넘어갔겠죠? 하하.
그러다 개인적으로 연락처도 주고받고 2년쯤 더 봤어요. 친해지고 보니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싹싹하고. 그래서 먼저 매니저 할 생각 없냐고 제안하게 된 거죠. 제 아내랑도 친하고, 아들도 현석이를 아주 좋아해요. 현석이랑 저는 취향, 관심사, 식성까지 비슷해요. 사람들이 전생에 부부 아니면 형제였다고 할 정도죠.
아까 햄버거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보니 엄청 잘 드시던데요. 쉬는 시간에는 현석 매니저도 잘 먹고요.
둘 다 햄버거를 좋아해서 <나는 자연인이다> 출발 전엔 꼭 맥모닝을 먹어요. 끝나면 <전.참.시.>에 나왔던 것처럼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요. 현석이한테 같이 일하자고 말한 뒤에 둘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밥 먹는 거였어요. 근데 얘가 밥을 너무 많이 먹는 거예요. 거기서 딱 합격! 먹을 때 옆에서 깨작거리면 불편하잖아요.

그레이 슈트와 팬츠는 모두 발루트, 블랙 베스트는 오비토, 슈즈는 나이키, 셔츠와 행커치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으로 방송 인생 2막이 열렸죠?
제게 도시의 문이, 서막이 열렸죠.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모습을 시청자들이 꽤 재밌게 봐주셨어요. 그날 제가 잘 털었거든요. 하하. 촬영장에 매니저가 구경 온 게 화제가 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현석이는 방송국을 신기해했어요. 늘 산에만 다녔으니까 낯설었겠죠. 저희 둘 다 방송국에서 주차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랐을 정도니까요. 그때 얘가 화면에 한 10초 정도 나왔는데, 그걸 보고 <전.참.시.>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놀랐어요. 미팅 자리에 매니저 혼자 오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매니저의 성향을 봐야 하니까. 현석이가 혼자 못 가겠다며 떨더라고요. 그래도 가서 차근차근 말을 잘했는지 그 뒤 둘이 같이 미팅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예능인들은 녹화하면서 딱 느낌이 온다잖아요.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 거라 예상했나요?
아뇨. 저희는 오히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일상적인 이야기니까 재미없을 것 같았거든요. 반응이 좋아서 오히려 당황스러웠어요. <전.참.시.>에 11월부터 출연했으니 이제 두세 달밖에 안 됐잖아요. VCR 나간 것도 서너 번밖에 안 되고요. 이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홍대 같은 번화가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따라오니까 신기하죠. 아이돌이나 받을 법한 스티커 붙은 선물들도 받고. 하하. 현석이 덕분이에요. 재밌는 게 저번에 어느 강연회에 갔는데, 그 건물에 있던 남자들은 모두 저를 둘러싸고 여자들은 모두 현석이를 둘러싸는 거예요. 그 장면을 찍어놓지 못한 게 아까울 정도였죠.

현석 매니저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엄청나잖아요.
근데 중장년층은 무조건 저예요. 제가 <전.참.시.>에 출연하기 전에도 어르신들에게는 아이돌이었거든요. 휴게소나 등산객이 모인 곳에선 늘 난리가 나죠. 현석이는 아직 산골에서 안 먹히더라고요.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 갔을 때 현석이를 모르는 어르신들을 보면 위안이 되죠. 하하. 장난이에요. 저희는 둘이 같이 다니면 시너지가 생겨요.

무슨 아이돌 그룹같네요. 제가 두 사람한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 건 방송국에서 프로필을 돌리는 현석 매니저와 그걸 보고 눈시울이 붉어지던 승윤 씨의 모습이었어요.
고마웠어요.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그렇게까지 열심을 다하는 게 감동적이잖아요. 사실 편집이 돼서 그렇지 난처한 상황도 있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VCR로 보니까 더 짠하기도 하고. 또 저는 얘 표정을 아니까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걸 보니 현석이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끈끈한 형제의 모습이네요.
저한테 현석이는 가족이에요. 스케줄이 아침 일찍 있을 땐 현석이가 아들 방에서 자요. 저녁도 매일 같이 먹고. 요새는 일이 많으니까 매일같이 있죠. 아, 얘는 쉴 때도 우리 집에 와 있어요. 하하. 저는 현석이를 매니저라고 생각 안 해요. 내 동생이죠.
그전 매니저들하고도 오래 일했나요?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떠난 친구들도 있는데,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현석이랑 같이 만난 적도 있고요. 전 매니저가 현석이한테 “승윤이 형이랑 일하는 거, 복 받은 일이다”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아내한테는 좋은 남편인가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요. 아내는 조용조용한 성격이에요. 늘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죠. 제가 인생에서 잘한 일이 두 가진데, 하나는 아내와 결혼한 거고 다른 하나는 현석이랑 일하게 된 거예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모드맨 by 웨어하우스, 페로즈, 반소매 티셔츠는 코스, 그린 스카프는 와일드 브릭스.

아들한테는 어떤 아빠인가요?
아이가 이제 여섯 살인데 저를 진짜 좋아해요. 제가 상암동 근처에 사는데, 스케줄 도중 짬이 생기면 10분이라도 아들 보려고 집에 가요. 요새는 스케줄이 바빠서 예전보다 놀아줄 시간이 없어 더 그렇게 하죠. 오늘도 제가 유치원 바래다줬어요. 최대한 아이가 잠들기 전에 들어가려고 노력해요. 저도,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도 아이를 재우다 보면 같이 잠들어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내니까 미안하죠.

<전.참.시.> 현석 피셜에 따르면 재주가 참 많더라고요. <우리말 겨루기> 명예 달인에도 등극했고, 록 음악도 좋아한다고요.
아내가 출판사에서 일하는데, 직업병인지 제가 보낸 메시지의 맞춤법을 꼭 다시 고쳐줘요. 아내 덕분에 명예 달인이 된 거죠. 중학교 때부터 록을 열심히 들었어요. 헬로윈, 메탈리카 같은 밴드들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근데 제가 악기를 못 다뤄요. 그래서 올해 도전 과제가 피아노를 배우는 거예요. 마흔 넘어서 배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아들이랑 같이 해볼까 생각 중이죠.

현석 매니저와 음악 취향도 잘 맞나요?
(승윤, 현석) 그건 진짜 안 맞아요!
그래서 차에서 노래를 절대 안 들어요. 현석이는 힙합을 좋아하고 저는 올드 록을 좋아하니까. 음악 듣고 싶을 때는 이어폰 꽂고 듣죠.

걸그룹 음악도요?
현석이가 아이돌을 잘 몰라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 둘 다 술을 안 해요. 그래서 시간 나면 같이 운동화 구경하러 다녀요.
(현석) 일 년에 열 번도 술을 안 마셔요. 그마저도 소주 한두 잔, 맥주 한 컵 정도죠. 사람들은 제가 술도 클럽도 좋아하는 줄 아는데, 사실 스무 살 이후로는 클럽도 안 갔어요.

실례지만 두 분의 나이 차이가 어떻게 되나요?
열다섯 살이요. 전혀 못 느낀대요, 현석이는. 하하.

두 사람 다 운동화를 엄청 수집하나 봐요.
그것 때문에 집에서 쫓겨날 뻔도 했는데. 하하. 근데 이렇게 되려고 그랬나 봐요. 들국화 밴드의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처럼 저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생활신조가 그래요. 어떤 일을 겪든지 다 의미가 있죠. 현석이를 만난 것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그만두지 않고 어떻게든 적응하게 된 것도요.

최근에 <출발! 비디오여행> 고정이 됐다고요.
‘기막힌 이야기’ 코너를 하게 되어서 정말 기가 막히네요. 하하. <전.참.시.> 덕분이에요. 프로그램을 보고 제 목소리가 좋다며 제의를 해주셨어요. 25년 전통의 프로그램이라 책임감이 커요.

다들 궁금해하던데, <진짜 사나이 300>에는 정말 동반 입대하는 건가요?
그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어요. <진짜 사나이 300> 홈페이지가 동반 입대를 시켜달라는 글로 도배되고, 마치 동반 입대하는 것처럼 기사도 떴어요. 저야 현석이랑 같이 가면 좋죠. 현석이가 해병대 출신이기도 하고. 시즌 1이 끝나고 조금 쉬었다가 시즌 2에 들어간대요. 그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저희도 몸 좀 만들려고요. 하하.

그레이 베스트와 데님 팬츠는 모두 모드맨 by 브라운즈 비치, 페로즈, 셔츠는 발루트, 볼로 타이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석 씨도 같이 갈 생각이 있는 거예요?
(현석) 아, 형이 간다고 하면 저야 물론. 그 방송 이후로 <전.참.시.>
첫 방송 때보다 연락이 더 많이 왔어요.

보디빌딩 대회도 나갈 만큼 운동광으로 알려져 있어요.
네. 근데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메이커 브랜드 옷 입고 운동해요?” 하고 물어요. <나는 자연인이다> 이미지 때문인가 봐요. 현석이도 데려가서 몇 번 시켜봤는데 안 하더라고요. 운동신경은 좋은데 헬스가 재미없대요. 얘는 농구, 축구를 좋아해요.

현석 씨는 매니저로서 어떤 목표가 있나요? 승윤 씨를 올해 어떤 예능인으로 만들고 싶다든가.
연말 시상식에서 상 받기, 잡지 표지 모델 만들기, 브랜드 평판 1위 만들기처럼 세부적인 플랜까지 세워놨더라고요.
(현석) 아, 큰 틀은 따로 있어요. 형 인싸 만들기.

그건 현석 씨가 승윤 씨 인스타그램을 관리해줘야 가능한 일 아닐까요? 하하.
그러니까요. 얘 팔로워가 11만 명이에요. 자기 건 열심히 하면서!
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나한테 유입시키라고! 태그도 많이 해주고. 근데 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저한테 딱히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현석이 팔로워는 변화가 심해요. 한 주 안 나오면 몇천 명 빠지죠.
얘의 외모에 잠깐 취해가지고. 하하. 하지만 제 팔로워는 굉장히 진득하죠. 저를 진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니까.
(현석) 아니에요! 제 팔로워도 저를 진짜 좋아하는 분들인데!

승윤 씨는 앞으로 어떤 예능인이 되고 싶나요?
자연인을 하면서 느낀 게, 욕심낸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굳이 예능 캐릭터를 만들 생각은 없어요. 그냥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라디오스타>, <전.참.시.>를 재밌게 봐주신 건 뭔가 부담감이나 꾸미려는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지금처럼 열심히 해야죠.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생활신조가 그래요.
어떤 일을 겪든지 다 의미가 있죠. 현석이를 만난 것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그만두지 않고 어떻게든 적응하게 된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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