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웃기고 진지한 생각

핫한 건축사무소 푸하하하 프렌즈의 작업 공간과 대화 속에는 늘 ‘왜 이 공간이 필요하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녹아 있다. 옹느세자매, 하남 스타필드의 빈브라더스, 성수연방 같은 브랜딩 공간으로 유명한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집에 대해 이야길 나누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근데 우리가 이 이야길 왜 나누고 있더라?

(왼쪽부터) 푸하하하 프렌즈 한양규, 한승재, 윤한진 소장.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해서 의외였어요.
한승재(이하 승재) 예전에 한 교수님이 미용실에서 읽을 수 있는 쉬운 건축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만들었는데 저는 읽기 싫더라고요. 하하. 저희가 상업 공간으로 알려졌지만 주거 공간 작업을 정말 많이해요. 어려운 이야기 말고 독자들이 ‘나도 이런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길 나누고 싶었어요. 그간 설계사무소치고 인터뷰를 많이 했거든요. 재기발랄하고 웃긴 친구들이라며. 늘 까불다가 끝났어요. 요새는 안 웃겨요. 아, 그래서 인터뷰 요청이 뜸한가?

그럴 수 있죠. 철든 연예인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것처럼요. 하하.
한양규(이하 양규) 그래! 광희 봐. 제대하자마자 50kg 딱 빼고 방송 다 하잖아. 안 부를 수가 있나요? 딱 보면 웃긴데.
승재 아! 맞네. 이래 놓고 다른 잡지에 수영복 입고 등장할 수도 있어요. 전에는 인터뷰를 한번 하면 집에 안 보내줬어요. 근데 초심을 잃었어요. 인터뷰도 안 하거나 빨리 끝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요.

초심을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요?
승재 하고 싶은 일 대신 기업의 공간 의뢰만 많이 들어와요. 기업 일은 제대로 된 경우가 많지 않아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하고 싶은 일이 뭔데요?
승재 지금까지 해온 일이 하고 싶던 일이긴 해요. 저희가 그동안 만든 공간이 특이하고 재밌게 생겨서인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주로 그런 일을 의뢰해요. 저희는 그저 공간이 보이는 공간을 디자인했을 뿐인데 말이죠.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할 때 고려하는 게 있나요?
윤한진(이하 한진) 우리가 안 해도 될 것 같은 일들이 있어요. 남들이 해도 될 것 같은 일들이요.
양규 이야, 말 잘한다. 그럴싸한데.
승재 지금 목 끝까지 브랜드 이름이 올라왔는데. 세련됐네.
한진 성수연방을 예로 들면, 성수동에 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어요.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시설들을 만든다고 하는데 저희 눈에는 그저 돈을 아끼려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처음 의뢰가 들어왔을 때, 우리가 오래된 공장에 대해 늘 생각해온 만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100㎡에 방 두 칸 만들어주면 됩니다” 하시는 분의 일은 굳이 우리가 안 해도 돼요. 하지만 집에 대해 고민이 많고 그걸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분이라면 저희가 도와드리면 좋죠.

클라이언트나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네요.
한진 클라이언트가 좋아도 현장에서 도망칠 때도 있어요. 하하. 어렵거나 쉬운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려운 땅일수록 우리가 할 일이 생기니까 하고 싶죠. 하지만 애초에 새로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곳에서는 도망가고 싶어요.

성수연방은 기둥을 철골 H 빔 대신 콘크리트로 세웠죠.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승재 클라이언트가 “집 지어 주세요” 하고만 말해도 신축 빌라는 알아서 지어주죠. 우리나라에는 기술부터 설계까지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벽 치고 바닥 치고, 사이가 벌어지니까 걸레받이 몰딩을 붙이는 거죠. 기본부터 제대로 하려면 고생스러운데, 역설적으로 고생스럽지 않으려면 기본부터 제대로 해야 하죠. 성수연방도 철골을 쭉쭉 끼우면 쉬웠을 테지만 삐뚤어진 구체에 맞춰 습식으로 공사를 했어요.

제대로 된 걸 원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겠죠.
승재 저희는 기본적으로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클라이언트와 일하려고 해요. 그래서 의뢰 문의는 많은데 작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죠. 제대로 하고 싶긴 한데 하다 보면 예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클라이언트를 결정하고 소통하는 일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양규 첫 만남에서 딱 느낌이 와요. 대신 설계 기간이 좀 길어요. 저희는
법에 맞춰서 규모와 세대수를 뚝딱 내놓는 걸 못해요. 고객의 생각을 듣고 그걸 저희가 만들어 보여주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먼저 어떻게 지어질지 알고 나서 짓는 게 당연하잖아요. 서로 한두 번 만나서 건물 올리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집은 자산적 가치가 크죠. 자신이 살 집을 짓지만 언젠가는 팔아야 할 수도 있으니 표준적인 디자인을 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진 예전에 작업한 집을 클라이언트가 팔려고 내놓았는데, 부동산 중개인이 집의 건축적 가치를 같이 계산해주었대요. “요새 이 돈으로 이런 집 못 짓는다”며.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건축적으로만 가치 있는 집을 짓는 건 아니에요.
승재 저희도 건폐율, 용적률 꽉 채워요. 또 숨은 공간을 찾아내는 데 머리를 많이 쓰고요. 멋있는, 좋은 공간만 만들려는 사람들은 아니에요. 오히려 사소한 걸 제대로 하려는 사람들이죠. 20㎡짜리 쪽방들이 늘어선 고시원의 설계나 임대공간을 늘리기 위해 로비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저희와 안 맞아요. 상식적인 선에서 수익을 내는 공간에는 자신 있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일은 못해요. 실제로 건물을 지을 때 나오는 요구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사람, 클라이언트를 가린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세 사람이 생각하는 집의 개념이 궁금해요.
(일동 침묵)
승재 대답을 주로 제가 시작해서 한진이가 길게 말한 다음 양규가 멋있게 정리하거든요. 그러니까 집이… 한진아, 네가 한번 말해봐. 생각을 못 해봤어.
한진 저희가 지금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하잖아요. 그 이유부터 설명할게요. 저희는 기성 건축가들처럼 집은 어때야 한다는 철학을 정해놓고 설계하지 않아요. 그런 고정된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건축가의 폭력이 시작돼요. 집은 살기 편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면 되는데, 어떤 철학을 정하는 순간 강박이 생기는 거죠. 제가 저희 어머니 집을 지어드렸는데 한동안 “액자 걸어도 되니?” 같은 걸 묻는 전화가 왔어요. 아들이 좋은 철학으로 지어준 집을 망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반대로 최근에 아버지 집을 지으면서 원하는 거 다 해드렸어요. 총 4칸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목공 작업을 위한 마당, 두 번째 칸은 주방이에요. 근데 주방에 업소용 가스레인지랑 후드를 들였죠. 아버지가 연기 나는 요리를 좋아하시는 데 예전 집에서는 그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거든요. 세 번째 칸은 엄청 큰 욕실, 마지막은 침실이에요. 원하는 걸 짜임새 있게 구성만 한 거죠. 거실도 필요 없다고 해서 뺐어요. 사실은 ‘이게 집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그럼 지금은 좀 더 열린 작업을 지향하나요?
한진 아뇨. 또 달라질 것 같아요.
승재 집이 진짜 중요해요. 집 설계가 진짜 설계라고 생각하죠. 건축가, 클라이언트 어느 한쪽만 원하는 대로 할순 없어요. 좋은 공간 하나만 있으면 삶이 윤택해질 수 있거든요. 좋은 주방과 식탁이 생겨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면 그게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이 될 테고, 또 빨래나 청소를 하기 쉬운 동선이 갖춰지면 그 집 주인은 다른 집에서는 절대 살 수 없겠죠.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건 상상하지 못하잖아요. 처음 설계를 시작할 때 대개 이런 타일, 바닥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사진을 가져와요. 근데 저는 그게 그 사람의 인생을 좋게 만든다고 생각지 않아요. 그 대신 햇볕이 잘 들어오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에너지를 엄청 쏟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아파트에 살죠. 아파트는 개개인의 삶을 반영한 구조가 아니잖아요.
승재 영향을 엄청 주는데, 그게 사회문제까지 연결된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별로 좋지도 않은 펜션으로 여행 가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양규가 가족들이랑 국내 여행을 가고 싶은데 못 가는 이유가 고급 호텔은 너무 비싸고 펜션은 엉망이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펜션이 집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양규 집이라고 할 만한 집이 적어요. 너무 많이 막 지었죠. 임대, 관리하기 편하라고 창을 반투명으로 막아놓기도 하고요. 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죠. 저는 지금 오래된 빌라에 전세로 살아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사는 것이 현실이죠. 그래서 설계할 때는 임대 공간까지도 그런 고민을 하며 지어요. ‘도로변으로 창이 난 방을 침실로 만드는 게 맞나?’ 같은. 침실은 가장 은밀한 공간인데. 물론 도로 가까이에 있는 방이 현관에서 가장 먼 공간이니 침실이 되는 게 맞지만, 그 침실은 도로 그러니까 제일 공적인 바깥 부분과 대면하고 있는 거죠. 또 집을 짓는 다는 게 인생에서 자주 하는 경험이 아니니까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다 들어주려고 해요. 이전에 작업한 제주도 집의 클라이언트는 단층집에서 30년을 사셨던 터라 집을 올리고 싶어 하셨어요. 주변 집은 다 층수를 높였고, 그 집도 한 층만 올리면 바다와 산이 보였거든요. 근데 저희가 생각할 때 제주도 집은 낮고 평평해야 했어요. 그래서 옥상을 반 층 낮게 만들고 1층엔 벽돌을, 2층엔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1층 집처럼 보이는 2층 집을 만들었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건축적으로 순화시키는 거네요.
양규 맞아요. 그건 셋 다 동의할 거예요. “이렇게 지어야 하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사세요” 하기는 어렵죠.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분리해서 작업하는 건축가도 많죠.
승재 저희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요. 상업 공간도 깊이 고민하거든요. 예를 들면 카페를 작업할 때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 그 둘의 관계를 고민하는 거죠. 그래서 공간에서 우리가 생각한 좋은 일들이 일어나요. 저희가 작업한 공간을 하나 보여드릴까요? 여긴 스타필드 하남의 에이랜드예요.
양규 아, 나도 그거 보고 싶었는데.
승재 에이랜드를 작업할 때는 산책과 쇼핑을 연결해봤어요. 요새 사람들은 따로 시간 내서 산책하기 어려우니까. 또 쇼핑몰은 동네만큼 넓으니까요. 그래서 산책로를 만들었어요. 열고 들어가는 문 없이 골목길을 지나듯 걷는 거죠. 그렇다고 골목처럼 1차원적으로 꾸미는 게 아니라 여길 구성할 수 있는 싸고 합리적인 재료로 골목을 만든 거죠.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방식의 수위를 조절하는 거예요. 너무 유치하거나 난해하지 않도록.
한진 다른 공간과 저희가 만든 공간이 똑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본질적인 걸 함께 고민해요. 저는 믿거든요. 그런 것들이 드러날 때는 진정성도 함께 전달된다고요. 그 차이가 클 거예요. 저희 공간을 카피한 곳은 많지만 그런 곳에서는 아무 감흥이 없어요. 또 금세 사라지고요. 사람들이 공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 대신,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만 고민했으니까요.
건축과 인테리어를 분리해 작업하지 않는 이유도 본질적인 고민 때문인가요?
승재 네. 대답을 다 해주셨네요. 하하.

기존 집의 형태를 살려 지은 면목동 ‘ㅁㅁㄷ 작은 집’. 주민들이 집이 자라났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보통 집은 인테리어와 건축을 분리해서 생각하잖아요.
한진 완성도만 생각하자면 책상 하나까지도 저희가 제작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그게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죠. 집주인이 책상 하나 마음대로 살 수 없다니! 상업 공간은 저희가 만들거나 다른 팀과 협업해서 제작 가구를 넣어요. 주체가 되어서 매일 사용하는 공간과 커피나 음식을 먹기 위해 잠깐 빌리는 공간은 다른 개념이니까.

동선 문제는 어떻게 하나요?
승재 어떤 제품을 쓸지 리스트를 모두 받아서 작업해요. 난간 손잡이까지도 함께 고민하죠. 어떤 높이의 어떤 물건을 어디에 놓을지까지 함께 이야기해요. 어떤 무드나 룩은 중요하지 않아요.

세 사람의 집도 궁금해요.
한진 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취를 했어요. 이사를 가도 늘 내 집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냐면 내 물건들과 함께 있으니까. 저는 집의 외형이나 구조보다 내 물건이 채워지면 그게 내 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제 물건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같이 사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에요. 제 나름대로 찾은 방법은 필요할 때마다 직접 가구를 만드는 거예요. 요즘 아이 의자, 테이블 같은 걸 만들고 있어요.
승재 저는 집에 크게 구애를 받은 편이에요. 어릴 때 아파트에 살았는데, 너무 답답하고 우울했어요. 엄마가 읽는 건축, 주택 잡지를 자주 봤어요. 거기엔 계단도 햇빛도 있었거든요. 단독주택에 살면서부터 정말 좋았어요. 지금 집은 조용하고 햇볕이 잘 드는, 누구나 누려야 할 걸 누릴 수 있는 집이라서 좋아요 너무 좋아서 독립하기 어려울 지경이죠. 저는 집에 대한 감도가 높아요. 설계할 때도 어둡거나 좁은 걸 직감적으로 잘 느껴요.
양규 지금 집이 제 집 같지는 않아요. 계속 이사를 다니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에게 내 집이 주어질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해요.

집이 참 많은 걸 이야기하는 시대죠. 동시에 집을 짓는 일이 모두에게 흔한 경험은 아니고요.
승재 한진이 이야기처럼 ‘자신의 물건’이 중요하다고 봐요.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설계를 의뢰할 수 있고요. 저희한테 가구 설계를 의뢰해도 되고요. 하하. 저희가 아파트 인테리어는 안 하거든요. 아파트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파트는 아파트대로의 맛이 있다고 봐요. 베란다를 아무리 화단처럼 꾸며도 정원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러느니 차라리 평생 가지고 다닐 물건에 애정을 쏟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죠.
한진 아파트의 불편한 점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마당이 없다는 것? 그걸 제외하면 모두 충족돼요. 한국 사람들에게 잘 맞춰진 평면이기도 하고요. 조성룡 선생님처럼 다양한 아파트 평면을 연구하는 분들도 계시니까.

조성룡 선생님이 진행하는 잠실 5단지 재건축은 결국 수정안이 나왔죠.
한진 당연하다고 봐요. 한 개인의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공동주택이니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하죠. 그런 과정은 건강한 거니까요. 아파트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적응하는 방법도 발견해야겠죠. 저희가 5~6년 전에 디자인한 TWL 혜화 매장은 예산 때문에 많은 가구를 합판으로 제작하고 큰 가구와 문손잡이만 원목으로 짰어요. 최근에 갔더니 농익었다는 표현이 딱 맞더라고요.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서 처음과 달라졌어요. 같이 멋있게 늙어갈 수 있는 재료로 집을 구상한다면 정말 훌륭할 것 같아요.

양옆 건물을 고려하지 않는 건축물은 어떻게 생각해요? 주택은 이웃들과 조화를 이뤄 사는 게 중요하잖아요.
승재 요즘은 설계할 때 담장 디자인 같은 건 옆집에서 관여해요. 하지만 저는 주변과의 조화보다는 건물을 밀도 있게 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양규 동네마다 다르긴 하죠. 신축 빌라가 즐비한 동네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건물이 많은 동네에선 새 건물처럼 안 보이게 짓고 싶긴 하죠. 파주나 제주도, 연희동 이 세 곳만 해도 각기 생긴 모양이 다른 동네니까.
한진 더군다나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경우에는 원래 어떤 집이 있었는지에 대해 끝까지 생각하게 되죠. 이런 경험 해본 적 있나요? 매일 다니는 길에 있던 건물 하나가 철거되었는데 ‘여기 뭐가 있었지?’ 하면서 긁적이게 되는. 이전에 어떤 건물이 있었는지 넌지시 정보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공익인 것 같아요. 그래서 면목동 주택도 기존 형태를 살려서 건축했고, 어라운드 사옥은 이전 집이 땅을 점유하고 있던 방식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했어요.

세 사람의 일 분배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승재 모든 프로젝트를 같이 하려고 했는데 첫 프로젝트 해보고 딱 알았어요. 따로 해야 한다는 걸. 서로 색깔이 너무 다르니까요. 그런데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생각이 많이 같아졌어요.
한진 저희가 따로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 클라이언트가 어떻게 생각할지 예상돼요. 하지만 셋이 함께 하는 게 필요 이상으로 너무 힘들어요. 어떤 디자인이 좋을지 저희끼리 치고받는 동안 손해는 클라이언트가 보죠. 저희는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의 작업을 존중해요. 누가 더 잘할지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왜냐면 결국 그 일을 가장 잘하고 잘 맞는 사람이 하게 될 테니까요.

윤한진 소장이 아버지를 위해 지은 집. 마당, 주방, 욕실, 침실이 일렬로 연결된다.

최근에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승재 셋이 같이 한 작업은 광화문 광장 설계 공모였고,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와 괴산 단독주택, 면목동의 다가구주택을 작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보니 주택 작업을 엄청 많이 하고 있네요.

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건축이 있을까요?
승재 우리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대로 잘하자’ 했어요. 그래서 개개인의 역량이 어마어마한 회사가 되었죠. 근데 우리가 이 날개를 채 펴보지도 못하고 죽게 생겼어요. 이게 농담이 아니고 진짜예요. 기업에서 일이 엄청 많이 들어오는데 안 해요. 진심으로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서요.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건 그다음이에요. 진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고객이 꾸준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로젝트 규모와 관계없이.

마음이 맞는 클라이언트와 큰일을 하게 되면 좋겠죠?
승재 그쵸? 아무래도? 하하하. 근데 그런 일이 흔치 않다는 거 아세요? 아모레퍼시픽 회장님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오지 않는 이상. 하하하.
양규 저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사람과 꾸준히 일하고 싶어요. 실물 미팅을 해보면 타일 같은 것만 들고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건축에 대해 많이 알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 일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갈 곳이, 좇을 방향이 없잖아요. 저희가 주택을 설계해본 적이 전혀 없을 때 연희동, 인천의 클라이언트들은 실적을 보고 온 게 아니었어요. 얘기할 곳이, 믿을 곳이 없어서 저희를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좀 헷갈리네요.
승재 우리가 이제 ‘병신력’이 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요. 그래서 그런가?
양규 인천 클라이언트가 이젠 놀러 오기 어렵대. 우리가 식구가 늘어서 그런가? 동네 단골 찐빵집 같았는데 <수요미식회>에 나와서 좀 멀어진 것 같은….
한진 젊은 건축가라서 싸게 지어줄 것 같지도 않고, 원로 건축가라서 영혼을 다해 지을 것 같지도 않고 애매해. 웃기지도 않고.
양규 그래 웃기지 않는 게 제일 문제야. 애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중학생 때까지 새까맣고 마르잖아. 우리가 그때야. 청소년기. 다 컸다고 지네들끼리만 상상하는 시기. 너네 지금 거울 봐. 엉망이라니까. 이번 사진 봐라 놀랄 거다. 고등학교, 대학교 가야 얼굴이 다시 피는 거지. 그러니까 버텨야 해.
승재 우리가 이렇게 객관적이에요. 그리고 어려우면 그냥 그 일을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또 안 맞는 일은 죽어도 안 해요.
한진 야, 나 같아도 우리한테 일 안 줘.
양규 굶으면 굶었지 이상한 일은 안 해요. 그냥 도산하면 했지. 살기 위해서 먹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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