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생님 없을까?

전전긍긍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던 14년 차 워킹맘은 그간의 고민을 집결해 보육 교육 매칭 플랫폼을 론칭했다. ‘애는 엄마가 봐야지’라는 세상에서 ‘엄마라도 다 잘할 필요 없어’라는 믿음으로.

국내 IT, 광고 업계에서 몇 안 되는 UX 전문가였죠. 일을 그만두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워킹맘이라면 회사 다니는 내내 고민의 연속일 거예요. 늘 머릿속에 맴도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일보다 더 가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과 일을 저울질하게 되죠.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일을 그만뒀는데, 이후 자존감이 바닥을 쳤죠. 제가 아이의 모든 부분을 케어해줄 수 있는 시간은 딱 3개월이더라고요. 정서적 보살핌, 교육, 간식 챙겨주기까지 ‘엄마라서 해야 한다고 하는 모든 일을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깨달았어요. 다 잘하고 싶을수록 자책감만 늘고, 하지 않던 잔소리도 너무 늘어 아이와의 사이도 안 좋아졌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어요.

요즘 돌봄, 보육 선생님을 매칭하는 서비스가 늘었어요. 기존 시터넷, 맘시터 같은 플랫폼과 어떻게 다른가요?
‘자란다’는 4~13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육, 교육 서비스예요. 필요할 때 급히 아이를 맡기거나, 이른바 ‘이모님’처럼 집안일과 아이 돌보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튜터링을 받게 해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을 위한 서비스죠. 커리큘럼 또한 동화구연, 놀이터 가기 같은 돌봄 서비스부터 스템 교육, 유튜브 영상 만들기, 영어 레벨 테스트 준비 같은 학습 서비스까지 방대하죠. 저 역시 일하는 엄마였고 베이비시터와 조부모님, 소위 이모님까지 여러 가지 솔루션을 다 경험했죠. “저 할 말이 있는데요”가 가장 무서운 말인 거 아세요? 첫 이모님이 관두셨을 땐 150명의 이모님과 면접을 보기도 했어요. 하하.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로서 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기존 방식으로는 채워지지 않았어요. ‘왜?’라는 질문과 지적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아이가 좀 더 지적 자극을 줄 수 있고 교육적인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으면 싶었죠. 결국 그 답을 대학생 선생님과의 수업에서 찾았어요.

기존의 커리어를 활용해 창업을 하게 됐나요?
처음에 1인 기업으로 시작했어요. UX 분야의 일을 했지만 스타트업계에 인맥도 없었고, 정부 지원금도 받지 못했죠. 아이를 통학시키는 시간에 상담 전화를 받기도 하고, 집 앞 카페에서 선생님 면접을 봤죠. 주위 엄마들이 “이런 선생님 없어?” 물으면 적극 추천해주고 필요한 것들에 공감하고 그러면서 입소문이 퍼졌어요. 여자들이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잖아요. 육아, 살림에만 내 시간을 쏟긴 아까웠고, 매일 오후 4시까지 CS 응대를 했는데도 시간이 남았죠. 월 거래액이 1000만원을 넘겼을 때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소풍이라는 사회적 기업 액셀러레이터에 제안서도 넣어보고 실패하기도 하다가, 결국 지원을 받게 됐어요.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저는 지원 대상에서 떨어졌을 때도 사업 제안서만 수정하기보다는 그 사업 모델을 가지고 계속 실행을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경험도 자산이 됐죠.

창업을 꿈꾸며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할 때의 과정을 설명해준다면요?
사업 아이템을 정한 뒤에는 구글 캠퍼스의 창업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참여했어요. 구글 캠퍼스에서 얻은 것이 많은데, 특히 총체적인 네트워킹을 강화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사람이 모든 걸 일일이 처리했던 방식들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기술적인 방법도 배웠고, 제가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도 만나 큰 도움을 받았죠.

다른 보육 서비스와 ‘자란다’의 차이는 1만 명이 넘는 엄청난 선생님 수에 있을 텐데, 비결이 뭔가요?
모든 걸 데이터화해 좋은 수업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그 점이 좋은 선생님이 몰리는 첫 번째 이유죠. 자란다 선생님들은 한 달에 5000시간 정도 교육을 하고 있는데, 수업 후 아주 상세하게 방문 일지를 써요. 초기에는 사람이 선생님들의 방문 일지를 일일이 분석하고 수업 모델을 개발했어요. ‘다섯 살 아이 영어 놀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교육책도 수십 권 찾아봤죠. 그런데 어떤 선생님은 그냥 책을 읽어주는 반면, 어떤 선생님은 유독 아이를 잘 이끌고 동화책에 나오는 자동차와 길을 색종이로 만들어 영어로 방향까지 알려주는 등 기발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업 내용과 아이의 특징 등을 데이터화해 수업에 참고할 수 있게 했어요. 예를 들어 #3세 #여자아이 #영어놀이 #활발함 등과 같은 키워드로 수업에서 얻은 결과와 기록들을 분류해서 데이터화해요. 반응이 좋은 수업은 커리큘럼에 추가하고요. 아이마다 만난 선생님의 히스토리를 분석해 가장 잘 맞는 성향의 선생님을 매칭해줄 수 있고, 선생님은 각각의 아이에게 맞는 수업 커리큘럼을 자란다 시스템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어요.

선생님 리스트를 보면 보육 전문가도 있지만 대학생 비율이 높아요. 대학생 선생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선생님을 뽑을 때에는 포용적이고 유연한 사람을 최우선시해요. 자신의 고정관념이 너무 확고하거나 논리 위주로 아이를 가이드하는 분은 배제하려고 해요. MBTI, TCI 같은 성향 검사를 포함해 자체 설문도 개발했고요. 선생님에게 부모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영역이 달라요. 예를 들어 아이가 색종이 하나를 접을 때도 엄마나 할머니는 대신 접어주거나 ‘이렇게 접어봐’ 하고 가르쳐주기도 하죠. 청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못해도 기다려주고, 엉망으로 접어도 큰 칭찬과 공감을 해줘요. 아이와 말이 통하는 선생님의 역할에는 대학생들이 잘 맞죠. 부모와도 잘 소통할 수 있고요.
함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기, 농구나 축구 배우기 등 외부 프로그램이 안전을 보장하는지도 궁금해요.
저도 아이 둘을 자란다 선생님들께 맡겨요. 수학과 체육 수업을 주로 이용하죠. 부모인 만큼 아이들이 수업을 하러 밖으로 나갈 때는 엄청 걱정되죠. ‘내가 데리고 다녀도 힘들어 죽겠는데, 선생님이 가능할까?’ 싶지만 비용을 받고 일정 시간 동안 소수 인원을 책임지기 때문에 방심할 확률이 낮아요. 안전 교육도 철저히 하고, 방문 가이드를 하고, 부모님에게도 이중 삼중 연락을 취하는 구조예요. 여태껏 사고는 없었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사고에 대비해 2억원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두었고요.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일은 부모의 끝없는 고민이죠. 이전에는 이런 서비스가 왜 없었을까요?
‘정말 부모로서 직접 보육, 교육 문제를 겪은 사람이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려 시도해본 적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애만 뭘 못 해서, 이 연령대엔 뭘 해주면 좋다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더 잘할 텐데 내가 회사에 있어서 챙겨주지 못해 아쉽고. 실제로 겪지 않았으면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렇기에 자란다 식구 중 엄마 팀원들은 주 20시간 근무를 하는 등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요. 과거 ‘애는 엄마가 봐야지’에서 지금은 ‘엄마라도 다 잘할 필요 없어’라고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모바일을 통해 필요한 사람과 물건을 찾는 방식에 익숙해졌고, 남들 다하는 똑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교육 트렌드도 생겨났고요. 엄마라서 이 시장을 아주 잘 알기에 예상치 못했던 지점이 없다는 것이 사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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