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뉴 차이니즈 키친

중국은 땅도 넓지만 요리의 세계는 몇 배로 넓다.
아직도 짜장면, 탕수육, 팔보채 이상을 상상할 수 없다면 자주 가는 중식당을 바꿔볼 때다. 서울에 문을 연 뉴 차이니스 퀴진으로.

굴소스와 비네거 소스를 곁들인 알배추 튀김 요리.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리들은 한식, 일식, 중식처럼 그 요리의 국적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우리가 중식이라 부르는 요리는 가짓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커다란 땅덩이만큼이나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은 현지의 고유한 스타일 외에도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진 중국인들을 통해 변화를 거듭하며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국내에 자리 잡은 화교들의 고향이 대부분 산동반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메뉴인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 한국식으로 변형된 산동 지역의 음식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 서울에서 눈에 띄는 건 산동 요리에서 변형된 중식이 아닌 새로운 지역의 중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일에 가치를 두고 여행을 통해 미식 경험을 확장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태국, 베트남 요리에 들어가는 고수 등의 향신료쯤은 기꺼이 즐기는 세대가 다채로운 중식을 찾기 시작한 것. 호텔의 남다른 내공을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 호텔 내 중식 레스토랑도 변화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내추럴 와인을 다루는 등 미식 문화를 빠르게 읽어내는 회현동의 레스케이프 호텔에 광동 요리에 서양식 미감을 더한 홍콩 레스토랑 ‘모트32’와 협업한 ‘팔레드신’이 자리한 것처럼 말이다. 매운 마라 요리의 고향 사천, 북경의 오리 고기나 상해의 해산물 요리, 책상 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갖가지 재료를 활용한다는 광동 지역의 맛까지 야무지게 버무린 식탁, 뉴 차이니스 퀴진을 서울에서 맛봤다.

 

LEE MA JEAN 82
리마장82

주로 점심에 중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알기 어려운 중국요리의 매력은 다름 아닌 술과 함께 즐길 때의 맛이다. 리마장82는 청담동의 위스키 바 ‘볼트82’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중국의 여러 명주와 함께 이를 활용한 모던한 칵테일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진품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귀한 술로 손꼽히는 마오타이를 비롯해 한국 사람들이 흔히 고량주의 맛으로 기억하고 있는 연태고량과 향이 비슷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양하대곡 등을 중국 현지처럼 10ml 분량의 잔술로 마실 수 있다. 칵테일로는 양하대곡을 베이스로 여러 종류의 허브, 패션프루트, 레몬 주스 등을 가미해 새 모양의 잔에 담아주는 노라조가 시그너처. 귓가를 울리는 비트감 가득한 음악과 공간 분위기는 상해의 칵테일 바에 온 듯하지만 음식은 의외로 섬세하다. 프랑스 요리를 주로 해왔고 런던에서 광동식 요리를 접한 이강훈 셰프가 중국 식재료와 요리에 프렌치 테크닉을 접목해 선보이는 요리들이다. 가장 인기 높은 메뉴인 칠리 소프트쉘 크랩은 게살, 타마린, 콩 등을 넣고 만든 토마토소스에 크림을 거품처럼 만든 에스푸마 형태의 코코넛 폼이 올라간다. 홍콩식 크랩 튀김이지만 농축된 맛을 전하는 프렌치 소스 특유의 여운이 남는 것. 또 탄탄면에 담긴 돼지고기는 저온 진공 상태에서 서서히 익히는 수비드 조리 후 다시 뜨겁게 달군 웍에 빠르게 튀겨 내는 등 리마장82의 음식에는 조리 과정 곳곳에 전통적인 중식 조리 기구인 웍과 프렌치 테크닉이 교차한다. 재료 분량이나 조리 시간 등을 정확히 지키는 것보다 웍에서의 조리 기술만이 중요시되던 기존의 중식 주방과 달리 온도와 시간까지 계량하는 프랑스식 정교함이 깃든 중식인 것. 광동 요리에 빠지지 않는 공심채 볶음은 깨물면 즙이 배어 나오는 특징을 살려 섬초 볶음으로 해석하는 등 새로운 재료도 등장한다. 계속해서 재미있고 트렌디한 중식을 선보이고 싶다는 이강훈 셰프의 요리와 중국 명주의 페어링이 궁금하다면 리마장82에서의 저녁 모임을 약속해보자.

INFO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223 글래드라이브 3층

리마장82의 음식에는 조리 과정 곳곳에 전통적인 중식 조리 방식인
웍과 프렌치 테크닉이 교차한다. 웍에서의 조리 기술만이 중요시되던 기존의 중식 주방과 달리 온도와 시간까지 계량하는 프랑스식 정교함이 깃든 중식인 것.

 


 

PABULLA
파불라

매운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천 지역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추의 매운맛과 화자오 열매에서 나는 얼얼한 통각을 함께 즐긴다. 요즘 들어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마라탕, 마라샹궈 등이 바로 그런 매운맛이 가미된 요리들. ‘마라’라는 단어는 입안이 마비될 정도로 얼얼한 매운맛을 뜻한다. 며칠에 한 번씩 매운 요리가 당기는 이들이라면 청담동에 있는 사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파불라에서 색다른 매운맛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사천 지역 출신으로 현지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적게는 25년, 많게는 40년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 셰프들이 정통 현지식으로 만드는 마라롱샤는 민물가재를 집게발째로 새우, 연근 등과 같이 아주 센 불에 볶는데 백두구, 회향 같은 갖가지 한약재를 함께 넣어 마라 양념 외에도 향신료의 독특한 풍미가 담긴다. 사천 현지에서 인정하는 훌륭한 요리는 단지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신맛, 단맛, 매운맛, 얼얼한 맛, 짭짤한 맛, 씁쓸한 맛, 고소한 맛 등 7가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불라의 메뉴판에는 7가지 맛 중 해당 요리에 도드라지는 맛을 색으로 표시해두어 생소한 요리라도 맛의 특징을 짐작해볼 수 있게끔 안내한다. 제주산 돼지고기 볶음에 오이, 마늘 소스를 곁들이는 산니백육, 대엽종 차나무에서 자라는 차나무버섯을 돼지고기, 피망, 화자오유에 볶은 차나무버섯 볶음은 주방장이 추천하는 파불라의 시그너처 메뉴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인 만큼 중국 백주와 와인, 맥주 등 주류를 부족함 없이 갖춘 데다 상세하고 친절한 메뉴 설명은 물론 넓은 홀과 룸 좌석을 구비해 모임 장소로도 적합하다. 가격대가 부담된다면 2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런치 코스로 사천 요리에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INFO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81길 51 루미안빌딩 1층

사천 현지에서 인정하는 훌륭한 요리는 단지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신맛, 단맛, 매운맛, 얼얼한 맛, 짭짤한 맛, 씁쓸한 맛, 고소한 맛 등 7가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GENEROUS DUCKOO
덕후선생

이탈리아와 면으로 겨루어볼 만한 나라가 있다면 다름 아닌 중국이다. 이탈리아 파스타가 밀가루 반죽 요리를 통칭하듯 중국 현지에서 면은 국수 외에도 밀가루로 만든 모든 요리를 아우르는 넓은 분야다. 그러니 짜장면, 짬뽕을 벗어난 중국의 진짜 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덕후선생으로 가볼 것. 중국인들이 면 요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산서 지역의 다양한 면 요리를 현지에서 온 베테랑 셰프의 수타면으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 자리에 앉으면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초건화 셰프의 수타면 기술은 산서 지역 출신으로 면 전문 학교를 나와 수차례의 면 요리 대회 우승, 산서성 성장의 전담 요리사로 일해온 30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죽을 꽈배기 모양으로 꼬아 다시 늘리기를 반복하며 뽑아내는 산서수랍면은 참깨소스에 매콤한 고추기름을 섞어 만든 소스와 다진 고기를 얹어 비빔면으로 완성한다. 이름하여 마장면. 반죽의 양끝을 잡고 당겨 얇고 납작하게 만드는 차면으로 산서 지역에서 가장 대중적인 면 요리인 유발면을 만드는데, 간장과 고춧가루에 파기름을 부어 중국의 브로콜리라 불리는 채소 카이란과 함께 비벼 먹는다. 물론 수타 기술 외에도 면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을 좌우하는 반죽에 공을 들인다. 국내에서 수타면 제조에 흔히 쓰는 소다수 등을 사용하지 않고 면에 따라 오로지 밀가루 종류와 물, 소금의 배합을 달리하며 최고의 맛을 위한 숙성 시간을 두는 것이 비법이라고. 번외 메뉴로 주문 가능한 짜장면은 반죽을 접시와 젓가락 기술로 찢어내는 올챙이 모양의 젓가락면을 사용해 면의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 그 밖에 북경식 오리 구이, 사천식 바지락 볶음, 대만식 돼지고기 튀김 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트렌디한 중국요리들을 한 상에 차려 먹을 수 있는 것이 중식 덕후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는 이곳만의 매력. 찻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잔술, 칵테일과 맥주, 중국술 등은 홍콩의 밤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 때문인지 유독 달게 넘어간다.

INFO 서울 강남구 선릉로 822 유리빌딩 5층

반죽의 양 끝을 잡고 당기며 늘려 차면을 뽑아내는 초건화 셰프.

짜장면, 짬뽕을 벗어난
중국의 진짜 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덕후선생으로 가볼 것. 중국인들이 면 요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산서 지역의 다양한 면 요리를 현지에서 온 베테랑 셰프의 수타면으로
맛볼 수 있다.

 


 

PALAIS DE CHINE
팔레드신

중식당의 메인 요리에서 탕수육, 팔보채 이상을 주문하는 이들이 드문 건 맛에 대한 호기심이 적어서가 아니라 모르고 먹기엔 너무 비싼 가격 탓이 아닐까. 화려한 인테리어로 주목받은 레스케이프 호텔 내에 있는 중식 레스토랑 팔레드신은 오히려 그 반대의 이유로 인기가 뜨겁다. 우아한 분위기와 완성도 높은 요리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 편. 홍콩의 유명 레스토랑 ‘모트32’와 협업해 차린 메뉴들은 뉴욕식으로 변주한 광동 지역 요리들로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세련된 플레이팅과 완성도 높은 맛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것이 딤섬과 북경오리.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에서 12년간 일해온 장종원 총괄 셰프가 메뉴의 60%를 차지하는 모트32의 메뉴들을 현지처럼 구현하기 위해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대체 식자재를 찾아내는 등 홍콩을 오가며 연구했다고. 중국 현지에서는 북경오리 요리에 페킹종을 사용하는데 국내에는 중국 가금류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탓에 국내 종을 쓰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조리법으로 같은 맛을 구현해냈다. 또 북경오리를 내는 식당 대부분이 미리 구워 개별 포장해두고 주문이 들어올 때 기름에 튀겨 내는 것에 반해, 팔레드신은 이틀 전 예약 주문만을 받고 생오리를 18시간 이상 덕 드라이어에 건조시켜 화덕에 굽는다. 이렇게 피하지방이 줄고 껍질의 바삭한 식감은 살아 있을 때 상에 올리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팔레드신의 북경오리가 특별한 이유다. 껍질은 설탕에 살짝 찍어 달콤하게, 살은 전병에 오이와 파채를 넣고 감싸 첨면장, 땅콩소스, 참깨소스를 한데 담은 특제 소스에 먹어보자. 소홍주를 졸여 소스를 만든 소홍주 칠리새우, 영계를 수비드 방식으로 익혀 뼈를 발라 향신료 풍미를 입힌 구수계 등은 내추럴 와인과의 페어링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합리적인 음식 가격 덕분에 내추럴 와인, 컨벤셔널 와인, 샴페인, 맥주, 고량주까지 150여 종 이상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주류 리스트에도 절로 눈이 간다. 혹시 반려견과의 특별한 외식, 호캉스를 계획하고 있다면 별도로 마련된 펫 존에서 식사를 즐겨보자. 펫 전용 드링크, 펫 텐트가 준비된다.

INFO 서울 중구 퇴계로 67 레스케이프 호텔 6층

 

생오리를 18시간 이상 덕 드라이어에 건조시켜 화덕에 굽는다.
피하지방이 줄고 껍질의 바삭한 식감은 살아 있을 때 상에 올리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팔레드신의
북경오리가 특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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