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의 집

온전히 한 사람의 취향으로 꾸민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빈티지 가구 컬렉터 서동희씨의 집, 문을 열었다.

그는 평일에는 가방 디자이너로, 주말에는 쇼룸 ‘카우니스 코티’를 지킨다. 작년에는 도쿄 라이프를 섭렵한 책 《도쿄숍》을 출간하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그의 쇼룸은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거실이 보이는, 지은 지 18년 된 서울 광진구의 구식 아파트다. 현관 옆에 벽을 세우고, 창문을 높이고, 취향을 채워 쇼룸을 완성했다. 카우니스 코티라는 이름은 핀란드어로 ‘아름다운 집’을 뜻한다.

아파트먼트 쇼룸은 처음이에요
매장에서 본 가구를 막상 집에 들여놓고보면 ‘어, 내가 가게에서 봤던 그 가구 맞나?’ 할 때가 많잖아요. 우리나라 집들은 층고가 낮은 편이라 빈티지 가구를 들일 때는 밸런스를 많이 고려해야 해요. 무엇보다 현실적인 공간에 가구가 놓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파트먼트 쇼룸을 생각하게 됐고요. 일본에 갔을 때도 주택에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형태의 숍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여기가 숍이 맞아?’ 하는 의구심이 들 법한.
일본은 숍의 형태도 다양하죠
우리는 숟가락이 필요하면 마트 가서 장 보면서 그냥 사잖아요.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숟가락 하나를 사기 위해서 하루를 보내곤 해요. 그러니까 제대로 잘 만든 소품들이 팔리는 거죠. 저는 그들이 ‘물건을 보여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일본에 자주 가죠. 10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밥그릇만 놓고 파는 곳도 있어요. 일본의 숍들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물건이 필요한 순간을 파는 느낌이에요.
일본에서 북유럽 문화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일본인들은 오래전부터 북유럽을 동경했고, 자신들과 닮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어요. 알바 알토, 핀율의 가구, 아라비아핀란드의 그릇도 핀란드보다 일본에 더 많을걸요. 북유럽에 널려 있는 생활제품들을 일본으로 가지고 와서 특유의 스타일로 정리하죠. 북유럽문화에 대한 재해석이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고 치밀하죠.
북유럽 제품 중에서도 어떤 가구와 소품을 컬렉팅하나요
쇼룸의 방 한 칸을 오롯이 ‘알바 알토’의 가구들로 채울 만큼 그를 좋아해요. 그는 평생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이기도 했죠. 나무를 다루는 사람과 건축을 하는 사람이 만든 가구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가구 자체의 힘을 빼고, 공간과의 어울림을 생각하니까요. 힘의 강약조절이 잘되어 있다고 할까요. 알바 알토가 건축한 공간에 그가 디자인한 가구가 놓인 광경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질까 하는 느낌이 들어요. 1930년대 초 알바 알토가 요양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한 파이미오 의자와 티 트롤리, 낮은 테이블 등이 제 쇼룸에 있는 ‘알바 알토의 방’을 채우는 가구들이죠. 선반을 채우는 식기들은 아라비아핀란드 빈티지 중에서도 어두운 계열을 골랐어요.

신경 써서 소품과 가구를 구입하지만 집에 모아놓으면 어우러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컬렉팅의 성공과 실패, 그 차이는 어디서 비롯될까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좋아하는 디자이너와 공간을 생각하면서 컬렉팅하는 게 중요해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구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죠. 충동적인 셀렉은 지양하고, 집 안의 톤을 생각하면서 컬렉팅하는 게 좋아요. 그림을 고를 때도 벽 색깔을 고려하잖아요. 타인의 집에서, 혹은 인스타그램에서 멋져 보여서 무작정 사들이다보면 결국엔 그 물건을 치워버리고 싶은 순간이 와요. 구두는 보기 싫으면 신발장에 넣어버리면 그만이지만 가구는 그럴 수 없잖아요. 그래서 부피가 작은 것부터 구입하기를 추천해요. 매일 접하고, 매일 보는 커트러리나 컵만 바꿔도 만족도가 꽤 커요. 밥그릇이 예쁘면 밥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취향을 찾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전 수집벽이 있는 반면 버리는 것도 엄청 잘해요. 싫증을 잘 느끼는 편이라 지겨워지면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죠. 1년에 한 번은 집 안의 모든 수납장을 정리해서 버릴 건 버려요. 그러다보면 취향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죠. 저는 어릴 때부터 화이트 컬러에 대한 집착이 있었고, 디테일을 최대한 단순화한 디자인을 선호했어요. 북유럽 문화를 좋아해서 매년 여름 휴가를 핀란드에서 보내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우린 왜 이렇게 북유럽 문화에 열광하는 걸까요
미니멀리즘, 단순하게 살기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북유럽 문화가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막무가내로 따라 하기보다는 ‘휘게 라이프’를 다룬 북유럽 관련 도서들을 보면서 나한테 맞는 북유럽 스타일을 생활에 적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조명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간접조명을 많이 쓰고, 형광등 불빛을 없애는 거죠.
조명을 바꾸는 것만으로 북유럽 문화랑 가까워질 수 있나요
그럼요. 북유럽은 해가 짧으니까 조명을 켜는 시간이 길어요. 그만큼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서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써요. 알바 알토의 집은 굉장히 소박한 편이에요. 깨끗한 집에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죠. 조명이 돋보이기 위해선 가구가 튀면 안 되거든요. 그런 식으로 집을 바꿔 나가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SNS에서는 볼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이 세련된 사람들의 공간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kaunis__koti

서동희는 최근 <미드센트리 서울(mid-seoul.com)>이라는 웹진을 발간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완성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공간을 소개할 예정. 가까운 미래에는 매년 여름 휴가를 핀란드에서 보내는 그의 물건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made in Finlnad’라는 주제의 전시도 열 계획이다.

 

Editor 류창희 Photographer 황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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