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무지 월드

무인양품(無印良品)의 세계에 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무인양품의 글로벌 플래그십 숍이었던 ‘무인양품 도쿄 유라쿠초점’이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2001년에 오픈해 그동안 190만 명 이상이 이용했지만 도쿄 재개발 계획에 따라 문을 닫은 것이다. 그리고 4개월여가 흐른 지난 4월 4일, 긴자 한복판에 무인양품의 이름을 내건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는 전 세계 900번째이자 세계 최대 규모인 무인양품 글로벌 플래그십 숍과 무지 호텔 긴자가 있다.


세 번째 무지 호텔 긴자(MUJI HOTEL GINZA) 무인양품에서 호텔을 운영한다고 하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웬 호텔인가 싶다. 하지만 이미 주택을 설계해서 팔고 있기도 하고, 무인양품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의 ‘합’이 결국은 주거 공간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실제로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회사인 ‘주식회사 양품계획(良品計画)’의 마츠기키 사토루 회장은 “1980년 창업 당시부터 무인양품으로 채워진 호텔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사내에서 나왔고, 무인양품의 호텔을 만드는 것은 긴 기간 꿈이었다”고 호텔 오픈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다. 무인양품 긴자점과 무지 호텔은 매장, 서비스, 접객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서 무인양품의 세계관을 일관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그 세계관의 내용은 간단하다. ‘좋은 느낌의 생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자를 배려하면서 정리한 삶’이다. 이 무인양품의 생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무지 호텔의 콘셉트는 ‘안티고저스, 안티치프(Anti-gorgeous, Anti-cheap)’다. 5성급의 화려한 호텔을 지향하지도, 저렴한 가격만을 좇지도 않고 딱 적당한 호텔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여러 제품을 통해 무인양품만의 일상생활을 제안해온 것처럼 여행지에서도 평상시 생활의 연장선에서 (즉, 집처럼)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다. 무지 호텔은 무인양품 긴자점 6층부터 10층까지를 사용한다. 6층에는 호텔 프런트와 레스토랑 ‘WA’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이 있고, 7층부터 10층에 걸쳐 객실이 존재한다. 객실 수는 79개로 싱글룸부터 스위트룸까지 총 9가지 형태다. 숙박 요금은 1인당 1박에 1만4900엔 정도로 긴자라는 위치를 고려하면 비싸지 않다. 호텔의 모든 공간은 콘셉트에 맞춰 섬세하게 꾸며졌다. 프런트 같은 공용부는 50년 전에 긴자 시내를 달렸던 노면전차의 포석(敷石)과 폐선박에서 나온 고재를 사용해 시간과 역사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이 있던 자리의 흙을 도쿄도의 허가 아래 옮겨와서 로비의 벽에 바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객실의 내장 역시 나무, 돌, 흙 같은 자연 소재를 사용했다. 침대에는 무인양품에서 수면 자세를 연구해 호텔용으로 개발한 매트리스를 배치해 질 좋은 수면을 돕는다. 침대 헤드 사이드에도 숙면을 유도하는 조명을 설치했다. 폭신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을 강화해 호텔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수건 역시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 샴푸나 비누 같은 어메니티를 비롯해 객실 안의 비품 대부분은 무인양품 긴자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들이다. 객실에는 따로 마스터 키를 꽂는 장치가 없다. 사람의 동작을 감지해 조명과 전원이 작동하고, 투숙객은 책상 위에 있는 태블릿을 통해 조명과 에어컨, 커텐 등 객실 내부의 환경을 조절한다. 프런트 데스크로 연결하는 전화 역시 태블릿이 대신한다. 무인양품이 만든 공기청정기가 놓여 있고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히로시마 체어를 비롯해 소파와 티 테이블 같은 가구가 단정하게 놓여 있다. G-타입 객실의 경우만 보면, 비슷한 크기의 호텔이 욕실을 유니트화해서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과 달리 화장실과 일체형인 욕실이 제법 넓고 쾌적하다.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도 품질을 강조한 공간 디자인이다.

흥미로운 것은 객실 공간이 일반 호텔과 달리 폭이 좁고 길쭉한 데다 천장이 높다는 점이다. 객실로 진입하는 입구 부분의 최대 폭이 210cm를 넘지 않는다. 객실이 이런 공간이 된 데에는 사실 이유가 있다. 원래 설계 당시에는 사무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높이를 최대한 활용한 레이아웃으로 개방적인 공간을 연출했고, 무지 호텔 긴자만의 특징이 됐다. 특히, 최대 3인까지 투숙이 가능한 G-타입 객실의 경우에는 높이를 활용한 이층침대가 마치 방갈로 같은 느낌을 준다.


 

설계와 운영은 UDS, 대상은 밀레니얼 이 같은 무지 호텔의 전체 내장 설계는 양품계획만의 작품이 아니다. 건축 설계 회사인 UDS(Urban Design System)가 함께 기획하고, 설계와 운영 역시 UDS가 맡았다. UDS는 이미 무지 호텔 선전과 베이징부터 책임져온 회사로 일본에서는 ‘동네 재생’을 테마로 건축 설계와 점포 운영 등을 한다. 10여 년 전 도쿄의 오래된 호텔이었던 호텔 크라스카(Hotel Claska)를 리모델링해 대표적인 부티크 호텔로 탈바꿈시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UDS는 중국의 무지 호텔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카푸치노 호텔 역시 설계했는데, 핵심 키워드는 모두 밀레니얼(Millennial)이다. 중국의 무지 호텔 설계는 중국의 밀레니얼이라고 할 수 있는 ‘바링허우(80后,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가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해서, 무인양품의 제품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을 찾은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호텔이 없다는 점에 착안, 공간 디자인의 구상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UDS의 디자인 콘셉트는 무지 호텔 긴자에도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호텔에서 공간 디자인을 통해 투숙객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과 달리 투숙객과 단순 방문객, 그리고 지역 주민이 교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호텔 프런트가 있는 층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레스토랑과 살롱 등을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먼저, 프런트 데스크에 옆에 있는 레스토랑 WA에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 오반자이로 구성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데, 일본 곳곳에서 수집한 음식에 대한 지혜를 더해 히스토리를 만들었다. 인테리어 내장재에 역사성을 담은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 지역성이 담긴 식재료와 개성이 풍부한 조미료로 만든 오반자이와 여기에 어울리는 일본 전통주를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과 같은 층의 반대편에 자리한 살롱은 후카사와 나오토의 블로코 스툴(Blocco Stool)이 줄줄이 놓여 있는 커다란 바 카운터와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테이블석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여기서는 커피와 홍차, 클래식한 칵테일과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 사케 같은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할 수 있다.

6층에서 가장 핵심 공간은 아틀리에다. 무인양품이 알리고자 하는 디자인 문화와 전시 관련한 공간으로 디자인이나 아트 서적을 모아놓은 라이브러리와 함께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아틀리에에서는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엔조 마리(Enzo Mari)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호텔 로비의 일부와 살롱 옆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라이브러리에는 ‘일본을 보는 법’이라는 테마로 500여 권의 서적이 마련되어 있다. 가령, ‘다가가서 본다’, ‘새의 시선으로 본다’ 같은 접근법을 제안하는 책들이 10개의 단면으로 구성되어 일본의 ‘뒷길과 옆길, 샛길’을 안내하는 콘셉트 공간이다. 서가에는 알바 알토를 비롯, 조지 넬슨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들이 놓여 있어서 긴 시간 책을 읽기도 좋다.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숙박하지 않는 사람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입장료 같은 것도 없다.

 


살롱 곳곳에는 유명 디자인 체어가 놓여 있다. 기둥 앞에 놓여진 것은 엔조 마리가 디자인한 토니에타 체어(Tonietta chair).

호텔 6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WA의 전경.


글로벌 플래그십 숍, 무인양품 긴자점

투숙객과 외부인, 그리고 긴자에서 일하고 사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이곳을 생활 영역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궁리는 무인양품 긴자점의 1층에 들어서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고재와 함석으로 시장과 오두막을 이미지화한 1층 공간에는 아침 7시 30분부터 빵을 구워서 판매하는 베이커리를 배치했다. 일찍 출근하는 긴자의 직장인들을 위한 빵집인 셈이다. 유리창 안의 작업장에서는 숙련된 제빵 기술자가 연신 반죽을 오븐에 집어넣는다. 직장인을 위해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 옆으로는 주스를 판매하는 주스 스탠드, 그리고 긴자를 관광하는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사갈 수 있는 틴 케이스를 판매하는 매대와 여러 가지 블렌딩 차를 살 수 있는 공방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와 식재료를 판매하는 식료품 코너는 오후가 되면 퇴근길에 장을 보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2층과 3층의 매장에서는 의류를 판매한다. 2층은 고재와 천을 사용한 천장과 조화로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3층은 철판과 고재를 사용한 강렬한 인상의 아트 월로 층간 구분을 시도한다. 여기에 무인양품의 시그너처가 된 진열 방법에 압도적인 볼륨을 더했다. 리빙용품과 가전 등을 판매하는 4층은 매대와 벽면의 선반을 디스플레이에 적극 활용해서 ‘발견과 힌트’라는 콘셉트를 보여준다. 몇 해 전에 무인양품이 인수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데(IDEE)는 별도의 코너로 구성해서 차별화된 취향을 보여준다. 침실 가구와 수납 가구 등을 판매하는 5층은 합판으로 만든 벽을 이용하거나 H 빔, 몰탈 내장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보여줌으로써 창고에서부터 이어지는 매장처럼 꾸몄다. 무지 호텔이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을 응축해놓은 공간이라면 숍은 그 철학을 ‘실천’하라고 유혹하는 공간이다.

 


무지 호텔이라는 ‘현실 카탈로그’

무인양품은 1980년에 출발해서 벌써 40년이나 된 브랜드다. 처음에는 취급 아이템 수가 40가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00가지가 넘는 아이템을 판매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매장도 900곳이 넘는다. 일본의 로컬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디자인 없는 디자인’을 내세우며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와 마찬가지로 세계적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 등이 가세한 지난 20년간,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인식될 정도로 성장했다. 처음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환풍기 모양의 CD 플레이어로 대표돼왔던 무인양품이 이제 하라 켄야의 디자인 철학으로 설명되고 알려질 만큼 일반인과의 거리도 좁혔다.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무지 호텔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확실히 보여준다. 물론 동시에 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집약된 공간에서의 숙박이,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여행지에서의 속도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거는 듯한 느낌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객실에 마련된 TV에서 무인양품 광고가 끝없이 반복되는 채널을 볼 때면 커다란 카탈로그 안에서 숙박하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무지 호텔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이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하나의 큰 흐름이 됐고, 그것을 무인양품이 시작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무지 호텔 긴자와 무인양품 긴자점은 이 사실을 증명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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